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80화 (480/522)

2부. 80화

[ <헨리 모리스> 님이 <무영왕>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

[ <무영왕> 님이 사망함으로써 상층의 2번 구역인 <무영관>이 이름을 잃고 <무명지대>로 전환됩니다. ]

[ 축하드립니다! <헨리 모리스> 님의 <가우스> 팀이 상층 2번 구역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

[ 이제부터 상층 2번 구역의 주인은 <헨리 모리스> 님입니다. ]

무영왕이 죽었다.

그는 꽤 많은 염기 스탯을 남겼으며 유언은 없었다.

무영왕이 죽자 무스가 다시 앞에 나타났다.

“대단하네요. 이런 식으로 무영관을 통과하실 줄이야. 혹시 다음 구역도 도전하실 건가요?”

두말하면 잔소리다.

헨리는 페트로에게 2번 구역을 맡긴 후 즉시 킨만과 반절이 된 병력을 이끌고 3번 구역에 도전했다.

그리고 결과는 이번에도 같았다.

……

[ 축하드립니다! <헨리 모리스> 님의 <가우스> 팀이 상층 3번 구역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

[ 이제부터 상층 3번 구역의 주인은 <헨리 모리스> 님입니다. ]

헨리의 기세는 파죽지세와 같았다.

3번 구역까지 점령해 버린 헨리는 즉시 3번 구역의 소유권을 킨만에게 넘겼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킨만은 부하들이 보든 말든 정수리가 보이도록 고개를 숙였다.

그럴 만했다.

피 튀기는 천년전쟁과는 달리 고작 헨리의 뒤를 따른 것만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상층민이 될 수 있었으니까.

3번 구역을 킨만에게 넘겨준 직후 무스가 박수를 치며 헨리 앞에 나타났다.

“대단하십니다. 여지껏 꽤 많은 도전자들을 보아 왔지만 당신만큼 빠르고 땅 욕심 없는 플레이어는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칭찬은 생략토록 하고…… 이제부턴 점령전인가?”

“얼레? 당신이 점령전에 대해 어떻게 알죠?”

상층은 중층처럼 거대한 하나의 땅으로 이루어진 층계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각자 점령한 구역들을 나누어 사유지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3번 구역까지가 자격의 증명을 위한 튜토리얼 존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남은 땅들을 두고 싸우는 점령전이 본무대라는 말.

그리고 그 대상 중에는 염가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염가원도 상층에 있다고 했지.’

염가원이라고 점령전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염가원처럼 강한 플레이어가 주인으로 있는 구역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피해 가는 것뿐.

땅보다는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

헨리는 염가원으로 피신했을 때 염왕으로부터 상층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얼추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헨리가 무스의 질문을 무시하며 말했다.

“…그보다 나한테 줄 게 있지 않나?”

“말 안 해도 척척이시군요. 누구한테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맞습니다. 프리 티켓 두 장을 드려야 하죠.”

프리 티켓.

그것은 상층에 존재하는 수많은 구역들을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자유 입장권 같은 것이었다.

무스가 물었다.

“원하는 곳이 있나요?”

“염가원, 그리고 하이엔드.”

“으흠, 확실히 뭘 알고서 움직이는 분 같긴 하네요. 왜 염가원과 하이엔드인지는 안 알려 주실 거죠?”

알려줄 리가 있나.

헨리가 침묵하자 무스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지급해 드리도록 하죠.”

[ <염가원 입장권>을 획득하셨습니다. ]

[ <하이엔드 입장권>을 획득하셨습니다. ]

“이이상은 제 도움이 필요 없어 보이네요. 그럼 안녕.”

티켓을 지급한 무스는 조금의 아쉬움도 없이 즉시 사라졌다.

무스가 사라진 뒤 잠자코 있던 클레버가 물었다.

“염가원은 주인님의 기억 때문에 얼추 알고 있는데 하이엔드는 뭔가요?”

“상층의 시장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시장이요?”

“그래.”

“시장은 왜요?”

그 말에 헨리가 하이엔드 입장권을 찢으며 말했다.

“어쩌면, 거기서 가우스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

“네?! 가우스를요?!”

“그래.

그 말과 함께 헨리가 티켓을 찢었다.

[ <하이엔드 입장권>을 사용하셨습니다. ]

[ <하이엔드>로 이동합니다. ]

*

[ 현재 위치는 <하이엔드>입니다. ]

아카이브 알림과 함께 시야가 바뀐다.

시야가 바로 서자 헨리는 웬 분수대 앞에서 소환되었다.

장소 이동을 마치자 잠시 역소환되었던 클레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라면 티켓 2장을 써야 되지만 원래부터 권속 관계였던지라 이런 식으로 꼼수를 쓴 것.

다시 얼굴을 내민 클레버가 황급히 물었다.

“주인님, 그게 무슨 말이세요? 가우스를 살 수 있다뇨?”

그 말에 헨리가 하이엔드라 불리는 곳의 풍경을 둘러보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어쩌면 이곳에서 가우스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그러니까 어떻게요?”

헨리가 클레버를 보며 말했다.

“혹시 최상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느냐?”

“최상층이요? 그런 곳이 있다고 들어만 봤지, 거기가 어떤 곳이고 누가 있는지에 대해선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어비스를 만든 신적인 존재들이 기거하는 층이라고 하던데…… 뭐, 소문은 소문일 뿐이겠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어비스에선 그냥 나는 소문 따윈 없다.”

“예? 그럼?”

“스카샤나 메두사 때처럼 전설처럼 들리는 소문들이 그랬지. 모두 어비스가 자신들의 재미를 위해 뿌려 놓은 밑밥들이었어. 그러니 그런 소문을 들었다면 아마도 맞을 거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소문은 무성하지만 정작 플레이어들 중 최상층에 도달해 본 자는 없다고 하더구나.”

“아무도요? 그럼 하층로나 중층로처럼 최상층로는 없는 건가요?”

“내가 알기론 그렇다.”

“그럼 최상층은 어떻게 가요?”

“몰라.”

“예?”

“아무도 몰라. 그래서 도달해 본 자가 없다는 거야.”

헨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염왕이 그랬으니까.

“최상층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지. 하지만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거기에 도달해 본 적이 없어. 아니, 입구조차 찾지 못했지. 뭐,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닌 것 같긴 하다만은…….”

방법.

그조차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헨리에겐 최상층으로 가는 것보다 가우스를 구하는 것이 더 급했다.

하이엔드는 한적한 마을 같았다.

물 뿜는 요정 분수대를 기점으로 초스름한 벽돌들로 포장된 길이 나 있었으며 군데군데 흩어진 길들 끝에는 작지만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가게들이 자리해 있었다.

헨리는 그 가게들 중 ‘만물상’이라 적힌 가게로 들어갔다.

끼이익-

노크 없이 들어간 그곳은 생각보다 따스한 분위기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쯤의 팬시용품을 파는 가게 같달까?

카운터에는 토끼 수인을 연상케 하는, 하지만 요정과 드워프 사이쯤의 체구를 가진 자가 뜨개질을 하다 말고 졸고 있었다.

헨리는 육성으로 그를 깨우기 전, 벨을 눌러다는 카운터 위 메시지를 보고 벨을 눌렀다.

삐이이!

벨을 누르자 가게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벨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곧 소녀가 눈을 떴다.

“큼큼, 아이코, 또 졸았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당신이 만물상의 주인인 캔시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사고 싶은 게 있다. 여기선 못 구하는 게 없다고 들었거든.”

“으흠, 그건 너무 과장된 소문이네요. 웬만하면 구해 드리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저도 못 구하는 건 못 구하거든요. 그래서 무엇이 필요하실까요?”

“아직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차원을 구하고 있다.”

미등록 차원.

그 말에 조용히 뜨개질 하던 캔시가 뜨개질 하던 것을 카운터 위로 올려두고 코끝에 걸친 안경을 바로 썼다.

“미등록 차원…… 확실히 구할 순 있죠. 근데 아시죠? 미등록 차원도 한두 개가 아니란 거.”

“가우스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침공 진행 중에 있고 아직 랭커는 난입하지 않았다.”

“침공 중인데 아직 랭커가 아직 난입 안 했으면 2차 진행 대상이겠네요. 이름은 가우스…… 잠시만요.”

헨리는 염왕에게 들었던 대로 캔시에게 정보를 읊조려 주었다. 클레버는 말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았고.

캔시는 카운터 밑에서 옛날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책자를 꺼내 한참을 뒤지더니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여기 있네요. 가우스. 에너지원은 마력을 쓰는 곳이고 2차 진행 중.”

캔시가 밥알만큼 작은 글자에 손을 가져다 댄 후 깨끗한 빈 종이로 손을 옮기자 종이 가득 가우스에 대한 정보가 옮겨졌다.

“얼마지?”

헨리의 물음에 캔시가 탁 소리 나게 책을 덮었다. 그리곤 종이도 뒤집은 채 헨리에게 씩 웃었다.

“얼마일 것 같아요?”

“장난치는 거라면 별로 추천하지 않지. 난 장난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약간은 날이 선 대답.

하지만 캔시는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나도 장난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가우스가 별로 필요 없나 봐? 나한테 이렇게 구는 걸 보면?”

“협박하는 건가?”

“예의를 차리라는 거지. 어느 가게에선 손님이 왕이라지만 나는 아니거든.”

부드러운 눈매였지만 그 눈빛에서 뿜어지는 기운은 절대로 부드럽지 않았다.

그 말에 헨리는 잠시 캔시와 눈을 맞추더니 기세를 한폴 꺾었다.

“인정하지. 고향이라 예민하게 굴었어.”

“어쩐지. 보통 미등록 차원을 찾는 사람들은 두 부류거든요. 고향이거나,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거나.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쪽 고향이 아직 구해 올 수 있는 상품으로써 존재해서.”

캔시가 손가락을 튕기자 카운터가 옆으로 밀리더니 두 사람 사이에 테이블 하나가 생겨났다.

앉을 의자도 제공되었다.

헨리와 클레버가 자리에 앉자 캔시가 뒤집은 종이를 다시 뒤집어 올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보아 하니 이제 막 입층한 풋내기 같은데,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죠? 내가 미등록 차원을 취급한다는 건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

절묘한 반말과 존대.

신경 쓰지 않았다.

“추천을 받았다.”

“추천? 누구한테서?”

“염왕.”

“오?”

될 수 있으면 염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려 했지만 필요하다면 자신의 이름을 팔아도 좋다는 염왕의 허락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은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니까.

염왕의 이름이 언급되자 캔시의 입술이 둥글게 말렸다.

“그렇군. 그래서 나를 찾아왔던 거였어. 그럼 미등록 차원이 어떤 식으로 거래되는지에 대해서도 알겠네요?”

“조금은.”

“크흐흐, 조금 갖곤 안 되지. 미등록 차원은 엄밀히 따지면 내가 취급하는 상품이 아니니까. 알고는 있죠? 어비스 몰래 차원을 사고판다는 것 자체가 그들 관점에선 밀수에 해당하는 행위란 걸. 그리고 어비스는 밀수 같은 중범죄에 굉장히 엄격한 편이죠. 욕심이 많거든.”

그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한 클레버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무사히 가우스를 구해 올 수 있을까요?”

“누구?”

“클레버라고 합니다. 여기 이분의 권속이죠.”

“그렇군. 그럼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되지. 근데 너무 그렇게 심각해할 필요는 없어. 미등록 차원을 그냥 빼돌린다면 불법이 되겠지만 정당한 방식으로 어비스에 편입시켜 오면 그땐 밀수도 뭣도 아니야. 그리고 그 편입 방법을 내가 알고 있으니 내가 여기서 차원도 취급하는 거겠지?”

“그렇겠죠? 그럼 방법이 뭘까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클레버에게 캔시가 사람 좋은 미소로 말했다.

“간단해. 상층민 목 100개 정도만 모아 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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