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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61화 (461/522)

2부. 61화

‘애?’

애다.

허나 이곳은 어비스 내 어느 이름 모를 미로.

껍데기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 <여왕의 눈>으로부터 <관조> 효과가 발생합니다. ]

헨리는 즉시 여왕의 눈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금안이 돌며 녀석의 힘이 보였다. 그런데 녀석이 가진 힘이 상당하다. 좀 전에 죽인 콥스 골렘 따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군.’

강했다.

자신보다 훨씬 더.

그래서일까?

순간 손이 저릿하고 땀이 맺혔다.

헨리는 손에 잡히는 습기가 퍽 불쾌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긴장한 게 아니다.

어비스에게 받은 유기물 덩어리 육체가 자동 반사처럼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쯧.’

스탯이 높았다면 육체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헨리의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없는데 육체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헨리는 공중에 떠올라 이름 모를 소년과 눈을 맞추었다.

소년은 어느 북유럽 신처럼 하얀 천 재질에 한쪽 어깨를 드러낸 그런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와 눈은 주황빛이었으며 피부는 입은 옷만큼 희었다.

등에는 태양이라도 숨기고 있는지 은은한 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종말들로 가득한, 아포칼립스가 펼쳐진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외모.

헨리가 물었다.

“넌 누구지?”

“내 이름은 비르파다. 이곳의 관리자지.”

“관리자?”

과연.

그래서 자신보다 강했던 건가. 그런데 관리자가 왜 자신을 공격한 거지?

헨리가 알기로 관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플레이어를 해치지 않는다.

관리자는 어비스의 장난감인 플레이어들이 더 고통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 역할이었으니까.

“근데 왜 날 공격한 거지?”

“공격이라니, 그리 말하면 섭섭하지. 어차피 피할 줄 알고 그런 건데.”

“피할 줄 알고 있었다고?”

“그럼. 일부러 느릿하게 때렸는데, 설마 몰랐어?”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하는 비르파.

거짓말이다.

좀 전의 공격에는 명백한 살기가 담겨 있었으니까.

그에 헨리도 화산검을 들어 빠르게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휘둘러진 검으로부터 날카로운 화염탄이 비르파를 향해 뿜어졌다.

물론 화염탄이 비르파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헨리가 뿜은 건 에테르가 아닌 마법이었으니까.

그에 비르파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하는 거야?”

“장난이다, 나도.”

“큭! 그래, 장난 한 번씩 주고받았으니 셈셈으로 치자고.”

“그러던지. 그건 그렇고 이제 그만 용건을 들었으면 하는데.”

“용건이라…….”

비르파의 눈이 아까보다 더 가늘어졌다. 헨리의 건방진 태도가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 것. 허나 그는 선을 넘지 않는 관리자로서 이성을 조절했다.

“그래, 용건 중요하지. 그전에 뭐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너, 왜 미션지를 이탈했지?”

“이탈이라니?”

“넌 지금 중층으로 오르기 위한 중층로 미션을 수행 중이잖아? 여긴 출구가 아니다. 그리고 넌 여기가 출구가 아닌 걸 알고 있고. 그런데도 왜 돌아가지 않는 거냐?”

그 말에 헨리가 별거 아니라는 듯 픽 웃었다.

“내 마음이니까.”

“뭐?”

“애초에 탑은 우리에게 탈출이라는 미션을 주었을 뿐, 그 외의 조건은 붙이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룰을 위반한 건 없을 텐데?”

헨리의 당당함에 비르파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너 굉장히 짜증 나는 녀석이구나?”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애초에 탑은 플레이어들에게 탑의 곳곳을 모험하게 하잖아? 난 그 목적에 충실했을 뿐인데 뭐가 문젠지 모르겠군.”

“문제를 모른다고? 정말 모르는 거냐? 넌 분명 여기 있는 내 말들을 죽이면서 이상함을 느꼈을 텐데? 예컨대 여기 있는 녀석들은 죽여도 아무런 알림이 뜨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을.”

아.

그런 걸 말하는 거였나?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으면 처음부터 네가 날 막았어야지. 네가 정말 이곳의 관리자라면 넌 내가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나의 입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을 텐데? 하지만 제지하지 않았지. 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근데 내가 점점 네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넌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추측해 보건데…….”

이번엔 헨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헨리가 비르파 너머에 있는 죽음의 신전을 보며 말했다.

“사람들이 신전이라 부르는 저곳에, 내가 알아선 안 되는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오냐오냐 해 줬더니 네놈이 기어이 선을 넘는구나.”

순간 비르파의 눈이 붉게 변했다.

동공은 청록색이 되었으며 가지런했던 이빨은 악귀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그 모습이 마치 정체를 들킨 악마를 연상케 한다.

그렇기에 헨리는 웃었다.

“들킨 모양이군.”

“들켜?”

화아아아!

비르파로부터 엄청난 에테르 파장이 뿜어진다.

굉장한 풍압.

머리와 옷깃이 날리며 눈조차 뜨기 힘들 정도였다.

허나 헨리는 태풍 속의 소나무처럼 꼿꼿이 자리를 지켰다.

소매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 자리 그래도 당당하다는 듯 두 눈을 뜨고서 분노를 표출하는 비르파를 보았다.

비르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흰 눈 같았던 그의 피부는 진짜 악마처럼 약간 붉어지기까지 했다.

마치 동굴에서 울리듯, 악령 같은 비르파의 목소리가 헨리의 머릿속에 울렸다.

“계속 지껄여 봐.”

그 말에 헨리는 웃었다.

그리고 검을 뽑고 에테르를 표출시켰다.

그러자 표출된 에테르가 이내 곧 급격히 차가워지며 혹한의 숨결이 되었다.

[ <서리풍>이 발동됩니다. ]

서리풍이 뿜어지자 헨리의 풍압이 비르파의 것과 맞물려 한정적인 평화로움을 자아낸다.

“이렇게?”

“이 새끼가……!”

분노한 비르파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마치 눈앞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뺨을 때리는 듯한 행위였다.

그 순간, 헨리는 자신에게 엄청난 속도로 뻗어지는 거대한 존재감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존재감을 인지한 순간 헨리는 저 멀리 날아갔다.

쾅!

뺨을 맞듯.

아니, 전신이 강타 당하다 못해 짓눌려 밀렸다.

헨리는 저만치 날아가 미로처럼 서 있는 벽을 다섯 개는 부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후두둑!

벽에 박힌 헨리의 몸에서 돌 파편들이 떨어진다.

온몸이 아리고 화끈하다.

순간 시야가 하얗게 번졌으나 금방 되돌아왔다.

정신은 멀쩡했다.

헨리는 파묻히다시피 한 몸을 끌어당겨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후려친 걸 보았다.

손.

거대한 손이다.

처음 헨리를 기습했던 그 손.

아무래도 비르파의 말마따나 처음엔 피하라고 일부러 느리게 휘두른 게 맞는 듯했다.

[ <여왕의 눈>으로부터 <관조> 효과가 발생합니다. ]

헨리는 한 번 더 관조 효과를 발동시켜 외형이 변한 비르파의 에테르를 살폈다.

양이나 질 자체는 처음에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잔잔했던 호수가 지금은 장마철의 개울처럼 뜨겁게 날뛰고 있었다.

헨리는 잠시 고민한 끝에 화산검을 집어넣고 도롱뇽 바늘을 꺼냈다.

[ <업화>가 발동됩니다. ]

화화화화!

업화를 발동시키자 바늘 끝에서 지옥불이 성난 황소처럼 뿜어져 나왔다.

준비는 이게 전부였다.

그리고 헨리는 화살처럼 놈에게 쏘아 올라갔다.

“큭! 기세는 좋구나.”

그 행동에 비르파가 큭 비웃는다.

그러고는 위에서 아래로 크게 팔을 휘둘러 스윙하듯 허공을 그었다.

그러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헨리의 방향으로 거대한 손이 또 한 번 소환되며 정확히 내리쳐졌다.

그런데……

‘음?’

비르파의 미간이 좁혀진다.

분명 닿았을 거라 생각한 자신의 스윙에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

그 순간, 비르파는 등 뒤에서 화끈한 열기를 감지했다.

헨리였다.

“이런!”

피하기엔 늦었다.

헨리의 지옥불 바늘이 정확히 비르파의 가슴팍에 내리꽂혔다.

허나 가슴이 관통되지는 못 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그 찰나의 타이밍에 바늘 끝을 잡은 비르파의 손 때문에 닿은 것은 바늘 끝 조금이었다.

허나 그 정도도 충분했다.

그런 와중에도 지옥불은 계속해서 뿜어졌으니까.

비르파가 뿜어지는 지옥불을 그대로 맞으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머리 좀 썼구나?”

“뻔한 공격에 두 번 당하는 게 멍청한 거지.”

“근데 너, 말도 안 되는 걸 갖고 있다? 이제 겨우 중층로에 올랐으면서 네가 어떻게 이 불을 가지고 있지?”

비르파의 아는 체.

아무래도 업화가 어떤 불인지 아는 모양.

그러나 헨리는 대답 대신 아이템 장착을 캔슬시켜 인벤토리로 바늘을 소환한 후 곧장 몸을 뺐다.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가는구나!”

그걸 놓칠 비르파가 아니었다.

비르파는 도망치는 헨리를 향해 다시 한번 손을 휘둘렀다. 헨리 또한 그것을 예상하고 몸을 꺾었다.

“흥!”

그러나 같은 수에 두 번 당하랴.

비르파는 헨리가 꺾은 궤도 쪽으로 곧바로 반대 손을 휘둘렀다.

허나 헨리는 이 또한 예상했다.

“칫!”

이를 으득 무는 비르파.

다시 몸을 내빼며 헨리는 생각했다.

‘공격은 2연속이 최대인 건가?’

놈이 가진 스킬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최대한 분석하여 대처법을 만들어야 했다.

헨리는 뒤로 물러나며 틈을 봤다.

그때 비르파가 두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리고 난타하듯 헨리를 향해 양쪽으로 몰아치듯 펀치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이런!”

쾅!!

허용해 버린 두 번째 공격.

직선 방향만 되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휘어질 줄은 몰랐다.

소환된 거대 주먹에 헨리는 정통으로 맞고 날아가 버렸고 이번에는 열두 개의 벽을 부수며 바닥에 박히듯 던져졌다.

그러나 비르파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비르파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감히 한낱 플레이어 주제에 관리자인 자신을 모욕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상처까지 내다니!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처사였다.

‘제기랄!’

헨리는 이를 꽉 물었다.

쏟아지는 펀치가 주는 데미지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감싸 쥐고 벽에 박히다시피 한 손을 움직여 가까스로 회복정을 한 움큼 집어 씹었다. 종류를 고를 틈은 없었다.

그래도 회복정인 것은 확실하여 비르파의 난타에서 목숨줄은 겨우 부지할 수 있었다.

숨이 헐떡여질 때까지 주먹을 휘두른 비르파는 검지와 엄지를 말아 물에 빠진 생쥐 들어 올리듯 헨리를 들어올렸다.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다.

회복정을 한 움큼 씹었지만 그건 죽지 않게만 해 주었을뿐, 모든 걸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다.

소환된 거대손으로 헨리를 코앞까지 끌고 온 비르파가 말했다.

“이게 격의 차이라는 것이다, 어리석은 플레이어 녀석아.”

격의 차이.

그 말에 헨리는 비웃듯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 웃음을 본 비르파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다 죽어 가는 와중에도 저런 웃음이라니. 허세도 저런 허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원래라면 직접 널 죽이려고 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헨리를 들어 올린 비르파는 헨리를 들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곳은 미로에 난 수많은 차원의 틈 중 하나였는데 어느 틈 앞에 선 비르파가 헨리의 코앞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스트레스가 풀렸는지 비르파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의 그것이었다.

“거인들이 너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지? 쥐나 벌레처럼 못 잡아 죽여 안달인 게 거인들이야. 그리고 넌 요새에서 플레이어들을 가장 싫어하는 놈들이 모여 있는 곳에다가 던져 주마.”

그 말에 헨리가 비르파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어찌나 얻어맞았는지 침 대신 피가 뱉어졌다. 헨리가 얼굴에 흐르는 핏물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냥 지금 죽이지 그래?”

그 말에 비르파는 얼굴에 묻은 피도 닦지 않은 채 웃었다.

“언제까지 그리 여유 부릴 수 있는 지 한번 보자고.”

작별 인사.

비르파가 한손으로 헨리를 들고 한손으로 딱밤 모양을 만들어 틈을 조준점 삼아 손가락을 튕긴다.

우드득!

거대손의 딱밤이 헨리의 몸에 작렬하는 순간, 헨리는 내장이 터지고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겪으며 차원의 틈으로 던져졌다.

그와 함께……

[ <역경진화>가 발동됩니다. ]

스킬 하나가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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