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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48화 (448/522)

2부. 48화

“수쿠화아!!”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입에서 물대포를 뿜었다.

헨리는 그대로 루메인을 하늘 위로 집어던졌다. 붙어 있어 봤자 방해밖에 안 되니까.

그와 동시에 전격 마법으로 물뱀을 지지자 녀석의 관심이 확실하게 헨리 쪽으로 쏠렸다.

‘역시 안 통하는군.’

중층로는 중층로인 모양.

어설프게 사용하면 씨알도 안 먹힐까 화력을 일부러 좀 높였는데 그마저도 그냥 주의를 끄는 정도라니.

헨리는 들어 올린 도롱뇽 바늘로부터 업화를 뿜었다.

화아아아아!!

지옥불이 뿜어지자 위기를 느낀 물뱀도 덩달아 물대포를 쐈다.

두 힘은 중앙에서 맞붙어 자욱한 수증기를 만들어 내는가 싶더니……

화화화화화!!

“끼에에에에!!”

이내 지옥불에 잡아먹히다 못 해 전신에 불길이 붙어 난동을 피웠다.

“지옥불은 지옥불인가보군.”

작열통을 견디지 못한 물뱀은 알아서 호수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마무리가 귀찮았는데 마침 잘되었다.

그쯤 루메인이 다시 하늘에서 떨어졌고 헨리는 루메인을 받아 챘다.

헨리의 손에 들려진 루메인이 얼떨떨한 표정과 함께 엄지를 들었다.

“여, 역시 제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요.”

헨리는 그 말에 고개를 내저은 후 다시 앞으로 나아가 신전 입구에 안착했다.

신전 내부는 어두웠다. 횃불 하나로는 절대로 안 될 그런 수준의.

헨리가 라이트를 띄우려 하기 전, 루메인이 한 박자 빠르게 말을 꺼냈다.

“후후, 이제 제가 나설 차례군요.”

말과 함께 품에서 반짝이는 가루들을 한 움큼 꺼냈다.

루메인이 그것을 전방을 향해 후 불자 놀랍게도 날아간 가루들이 크게 퍼져 나가며 앞을 환하게 비추었다. 마치 전등이라도 켜 놓은 것처럼.

“광명가루예요. 제가 만든 건데 족히 한나절은 유지 될 거예요.”

“약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군.”

“고작 약 좀 만드는 걸론 어비스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광명가루의 최고 장점은 바로 저거죠.”

루메인이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킨다.

시선을 옮겨 보니 그곳에는 몸이 반짝거리는 ‘뱀’들이 있었다.

“그렇군. 가루 자체가 묻어나다 보니 위장 스킬이나 보호색으로 위장한 녀석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건가.”

“맞습니다.”

“덕분에 수고를 덜게 됐군.”

그 말과 함께 헨리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얼음 화살들이 허공에 맺히는가 싶더니……

콰콱!

콱!

과곽!

이내 곧 숨어 있는 녀석들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머리를 관통당한 뱀들이 옅은 신음과 함께 축 늘어져 그대로 박제가 됐다.

죽음에 이르자 보호색도 위장 스킬도 모두 다 드러났다.

그 광경에 루메인이 또다시 엄지를 들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제가 사람 하난 잘 봤어요.”

두 사람은 같은 패턴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힘든 건 없었다.

분업이 확실했으니까.

굳이 하나 꼽으라면 신전 내부에 있는 뱀의 숫자가 바깥에 있는 것보다 더 많게 느껴진다는 것 정도?

허나 그게 두 사람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순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전진해 나갔을 무렵, 두 사람은 외길의 막다른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외길의 끝은 낭떠러지였다. 그 아래가 너무 어두워 끝이 보이지 않는.

루메인이 지도를 펼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여기가 거의 종착지인 것 같습니다.”

“여기가?”

“네. 한번 보실래요?”

지도를 보여 주는 루메인.

루메인이 보여 준 지도에는 정말로 이곳이 끝이며 여기에 이무기가 있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어쨌든 내려가야 된단 말이군.”

“그렇죠?”

“가야지, 그럼.”

“이번에도 날아가시게요?”

“비슷해. 근데 좀 달라.”

헨리는 발로 바닥을 두어 번 찼다.

그러자 헨리와 루메인의 발아래서 투명한 비눗방울이 솟는 듯하더니 두 사람을 각각 감싸 안았다.

“이게 뭐예요?”

“플라잉 볼. 방어 기능도 탑재돼 있지.”

“오.”

패더 폴을 사용해도 되긴 했지만 정보가 부족한 와중에 섣불리 맨몸으로 내려갈 순 없었다.

내려가는 도중 절벽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랐으니까.

이윽고 두 사람은 잠수함처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헨리는 그때마다 라이트를 사용해 곳곳에 발광체를 붙였다.

벽에는 뱀들이 가득했다. 이따금씩 뱀들이 덤벼 왔지만 플라잉 볼을 뚫을 순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아래로 도착했다. 그런데……

“음.”

시커먼 바닥.

그리고 사방이 막힌 벽.

특별한 점을 굳이 꼽으라면 헨리와 루메인을 공격하려다 떨어진 뱀들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 정도.

루메인이 이상하다는 듯 지도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상하다? 여기가 맞는데? 정보상도 여기가 100% 확실하다고 그랬는데?”

으적!

그 말에 헨리가 꿈틀거리는 뱀 한 마리를 밟아죽이며 물었다.

“그랬는데?”

“위에보다 아래가 에테르 느낌은 더 풍부하잖아요. 그래서 전 당연히 여기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근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니…….”

루메인의 얼굴이 점점 더 울상이 되어 간다. 그때, 헨리가 자신에게 덤벼드는 뱀을 또 한 마리 밟아 죽였다.

그때였다.

쿠궁!

옅은 진동.

그와 동시에 헨리와 루메인의 시선이 한곳으로 고정됐다.

고정된 곳은 다름 아닌 바닥.

바닥을 보던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시선을 교차했다. 그리고 근처에서 미꾸라지처럼 꿈틀거리는 뱀을 한 마리 더 밟아 죽이자……

쿠구구구구!

지축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 <이무기>가 분노합니다. ]

두 사람의 눈앞에 아카이브의 알림이 떠올랐다.

바닥인 줄 알았던 게 바닥이 아니었다.

이무기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몸이 빠르게 돌아가는 쳇바퀴에 얹어진 것처럼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이무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그 반응에, 헨리는 즉시 루메인을 잡아 허공 위로 던져 플라이 마법을 시전했다.

쾅!!

드드드드드득!!

루메인은 성공적으로 구했다.

하지만 헨리 본인은 그렇지 못했다.

헨리는 빠르게 움직이는 이무기의 등과 함께 벽에 부딪혀 꼼짝없이 몸이 갈려나갔다.

이윽고 이무기가 사라지자 헨리는 그제서야 드러난 진짜 바닥에 떨어질 수 있었다.

그것을 본 루메인이 다급히 소리쳤다.

“헨리 님!!”

“괜찮다, 호들갑 떨지 마.”

즉시 손을 들어 루메인을 안심시키는 헨리.

다행이었다.

스킬이나 에테르가 담긴 공격이 아닌 단순한 물리적 외상이라.

이윽고 바닥에 안착한 루메인이 서둘러 힐링 포션을 꺼내 헨리의 상처 부위에 부었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빠른 속도로 아물어 가는 살들. 루메인이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멀쩡해. 마차에 치인 것보단 덜 아파.”

“마차요?”

“그보다 저길 봐.”

헨리가 고개로 가리킨 곳은 아까 전엔 보지 못했던 거대한 통로였다.

양쪽으로 난 통로.

이무기가 다니던 흔적이었다.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난 루메인이 반쯤 벌어진 입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와…… 크다고 경고해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포기할 거야?”

“아뇨. 절대 포기 못합니다.”

“그럼 됐어.”

헨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휘휘 풀자 루메인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더 안 쉬시구요?”

“놀러 온 거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이제부턴 아까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거야. 느낌상 ‘진짜’는 위에 있는 신전이 아니라 이 밑에 있는 ‘지하’인 것 같으니까.”

헨리의 말에 루메인이 두 눈을 빛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파트너를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호, 이거 봐라?”

“왜 그래?”

“직접 봐.”

좀 전에 막 해치운 플레이어의 피를 닦는 엔블에게 플렌이 턱짓으로 무언가를 가리킨다.

뱀 조각상이었다.

그에 엔블이 손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다가와 조각상을 살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우리랑 비슷한 목적을 가진 다른 플레이어가 있나 본데?”

“그렇게 간 큰 놈이 있다고? 뱀의 신전이 우리 구역인 걸 알면서도 손대는 놈이?”

“셋 중 하나겠지, 자신감 쩌는 도둑이거나 신삥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전쟁?”

“딴 것도 아니고 이무기면 충분히 걸어올 만하지. 이무기는 중층 아래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영물이잖아? 그래서, 넌 어떻게 생각해?”

“뭘?”

“새로 온 놈이 이무기를 잡을 수 있을지 말이야.”

플렌의 물음에 엔블이 피식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우리도 못 잡는 걸 대체 누가 잡는다고? 너랑 내가 이 짓거리만 몇 년짼데.”

“오래 됐지. 근데도 잡을 엄두가 안 나는 놈이 이무기잖아.”

“그치? 누군진 몰라도 시체나 남을지 모르겠군.”

그때였다.

구르르르르……

땅에서 느껴지는 진동.

마치 작은 지진 같았다.

지진을 느낀 엔블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거 이무기지?”

“당연하지. 뱀의 신전에서 자연재해가 가당키나 해?”

“발이 빠른 놈들이네. 벌써 이무기를 건드릴 줄이야.”

“아, 이러면 곤란해지는데…… 작업은 이무기가 자고 있을 때 해치워야 제일 쉽고 깔끔한데.”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 보지 뭐.”

“밥이나 먹자고. 간만에 물뱀 낚시나 하면서.”

“좋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로 이동한다.

*

이무기가 지나간 자리는 마치 거대한 터널 같았다.

깊고 어두웠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으라면 이곳에는 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

간헐적으로 지진이 울린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위협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두 사람 앞에 양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이네요. 어떡하죠?”

“음.”

잠깐의 고민 끝에 헨리가 말했다.

“방법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군.”

“바꾸다뇨? 어떻게요?”

“우리가 이무기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이무기가 우릴 찾아오게 만들어야겠어?”

“……?”

그게 가능한가?

루메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헨리가 도롱뇽 바늘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린 것은 마법진이었고 이윽고 마법진을 완성한 헨리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닥을 차자, 마법진이 그려진 부위가 석면이 되어 앞으로 솟아올랐다.

그런 다음 석면 뒤를 밀치듯 건드리자……

콰과과과과과과!

“……!”

놀랍게도 그려진 마법진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놀란 루메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물었다.

“이것도 마법이에요?”

“그래.”

“와…….”

루메인이 사는 세상, 이케에는 마법의 개념이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존재하긴 하되 환상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헨리는 그런 환상을 실재처럼 다루었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이윽고 헨리가 바닥을 차 루메인과 자신에게 플라잉 볼을 덧씌우자 그제서야 루메인이 헨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했다.

“설마 터널 전체를 물로 채우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하지만 그러려면 물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실 텐데요?”

“알아.”

“네?”

그 말에 헨리가 또 한 번 바닥을 차자 아까와 똑같은 마법진이 그려진 석면들이 줄지어 일어났다.

콰과과과과과!

뿜어지는 물이 세 배가 되었다.

헨리가 두 개의 추가 물 대포들을 보며 말했다.

“마력은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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