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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44화 (444/522)

2부. 44화

어비스의 신.

추측이나 억측이 아닌 스카샤의 확신이 담긴 말이었다.

그것은 종말이라 부르는 어비스 갓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침략을 위해 쓰이는 1회용 병사 따위가 아닌 어쩌면 어비스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을지도 모를 그런 존재.

그렇기에 어비스는 용신들을 껄끄러워 했다.

얼마간의 고민 끝에 헨리가 물었다.

“궁금한 게 있다.”

“뭐지?”

“아까 확률이 극히 낮다고 했는데 그럼 어비스와 같은 힘을 썼던 곳이 아르티사 말고 또 존재한단 말인가?”

의표를 찌르는 물음.

그 물음에 스카샤가 웃었다.

“그래, 사실이다.”

그 말에 헨리의 눈이 커졌다.

드넓은 차원계.

어비스와 같은 힘을 사용하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가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었다.

말인즉 어비스의 신이 될 수도 있었던 자는 무수히 많고 어비스는 그런 놈들을 차례대로 죽여 없앴다.

하지만 스카샤는 남겨 두었다.

반쪽짜리 용으로 그 힘을 축소시켜서라도.

이유는 간단했다.

오직 재미를 위해서.

헨리가 말했다.

“그럼 어비스 어딘가에는 너와 같은 처지의 다른 세계의 신들도 봉인되어 있겠군.”

“그래, 듣기로는 봉인되어 있다 하더군.”

“그럼 만약 너의 심장이 신의 조각이라 가정했을 때 다른 신들의 신체 조각들을 모두 모아 육체를 개조한다면…….”

“너 또한 어비스의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

“……!”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지껏 그저 막역해 보이던 목표가 갑작스레 뚜렷이 바뀐 듯 했기에.

덕분에 희망이 보였다.

어비스라는 미로를 뚫고 나갈 수 있는 해답의 실마리가 보였다.

스카샤가 말했다.

“제안을 하나 하지.”

제안.

그 말에 헨리가 스카샤를 바로 보았다.

“나는 복수를 원한다. 나와 내 동료, 그리고 우리들의 세상을 그렇게 만든 어비스 놈들에 대한 복수. 그러니 너에게 제안한다. 만약 우리들을 대신해 어비스를 없애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내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심장을 네게 주겠다.”

제안.

그 단어를 사용했을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근데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그 말을 직접 듣게 되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부담되는 게 아니다.

거절하려는 것도 아니다.

답은 이미 정해 두었다.

가우스만 구할 수 있다면 헨리는 처음부터 무슨 짓이든 다 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은 스카샤가 어떤 심정으로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건지 그의 진심을 최대한 헤아리기 위해서였다.

헨리가 말했다.

“알겠다. 책임지고 너희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지.”

“고맙다.”

스카샤가 검지를 들었다.

그러자 푸르디푸른 드래곤 하트가 붉은빛을 뿜으며 콩알만큼 작아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헨리의 가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스며들었다.

그로 인한 알림은 따로 없었다.

이곳은 어비스의 통제를 받는 곳이 아닌 스카샤가 만들어 낸 의식세계였으니까.

헨리가 물었다.

“네 팔을 그리 만든 건 누구지?”

“아아, 내 팔 말인가. 그렇잖아도 지금 그 이야기를 할 참이었다.”

말을 잇던 스카샤가 허공에 칼 한 자루를 띄워 보였다.

디자인 자체는 수수했지만 서슬 퍼런 검신에서 뿜어지는 위압감이 인상적인 검이었다.

“이게 뭐지?”

“내 팔.”

“뭐?”

“우리는 세 명의 랭커에게 당했다. 그중 한 놈이 내 팔을 뜯어다가 검으로 만들어 쓰더군. 자기의 새 컬렉션이라나 뭐라나.”

“이름을 기억하나?”

“하이렌.”

“하이렌?”

“똑똑히 들었다. 정식으로 소개받은 건 아니지만, 놈들이 녀석을 하이렌이라고 부르더군. 잃어버린 내 한쪽 팔은 녀석이 가지고 있다. 그러니 만약 신체가 부족하거든, 녀석으로부터 검이 된 내 팔을 되찾아 사용해라.”

적의 팔을 뽑아 무기로 사용하다니.

고약한 취미가 아닐 수가 없다.

“하이렌. 반드시 기억해 두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녀석들에게 생채기를 입힌 자가 없었으니까.”

“그건 해 봐야 할 일이지.”

“자신감 넘쳐서 좋군. 내 팔을 알아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거야. 비록 내 육체는 조각났을지언정 정신만큼은 하나로 묶여 있으니.”

“네 심장을 받았으니 바로 알아볼 수 있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이로써 거래는 끝났다.

만남의 종지부가 다가옴을 느낀 스카샤가 말했다.

“다른 플레이어가 아니라 자네가 나한테 와서 참 다행이군.”

나른하게 웃는 그.

그와 함께 그의 몸에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항상 그대와 함께 하겠네.”

화아아!

뿜어지는 빛에 시야가 흐려진다.

*

감은 눈을 다시 떴을 때, 주변은 헨리가 익히 알던 장소였다.

반룡.

아니, 용신 스카샤와 혈투를 벌이던 그곳.

그때였다.

[ <던전의 주인 사냥>을 완료하셨습니다. ]

[ <반룡의 원념 수집>을 완료하셨습니다. ]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아카이브 알림들이 눈앞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 홀로 봉인된 던전을 클리어 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

[ 던전 클리어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

[ 측정 완료. ]

[ 최고 기여자는 <헨리 모리스>님입니다. ]

[ 축하드립니다! <헨리 모리스>님에게 특별 보상들을 지급합니다. ]

[ <스카샤의 룬>을 획득하셨습니다. ]

[ <반룡의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

[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

[ 200,0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반룡의 심장과 스카샤의 룬.

그리고.

[ 최초로 스카샤의 던전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

[ 어비스가 당신의 활약에 기뻐하며 소정의 선물들을 지급합니다. ]

[ 200,0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모든 스탯이 5 상승합니다. ]

[ <조화수>를 획득하셨습니다. ]

[ <특성 : 전설 추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

이번에도 역시 티탄 때와 마찬가지로 추가 보상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당연했다.

스카샤의 말대로, 이곳은 스카샤가 봉인된 이래로 헨리가 처음 방문하고 헨리가 처음으로 클리어 한 곳이었으니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특성’을 보상으로 획득했다는 것.

헨리는 이어서 획득한 것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

[ 스카샤의 룬 ]

- 등급 : 유일, 신비, 전설

- 설명 : 봉인된 던전의 주인, 반룡 스카샤의 룬.

사용 시, 스카샤의 스킬을 익힐 수 있다.

++

++

[ 반룡의 심장 ]

- 등급 : 유일, 신비, 전설

- 설명 : 반룡 스카샤의 심장.

아르티사의 전설적인 용이었던 스카샤의 심장은 전설적인 재료 중 하나인 드래곤 하트와 다름없다고 한다.

그 안에는 특별한 힘이 숨겨져 있을지도?

++

2개 아이템의 설명을 확인한 헨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템의 정보는 시스템이 표기하는 게 아닌 누군가 임의로 작성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스카샤의 진짜 사연을 안다면 이따위로 작성할 리가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가우스를 포기해선 안 됐다.

만약 자신이 포기하면 자신은 물론 가우스의 모든 것들이 이런 식으로 웃음거리가 될 테니까.

헨리는 이어서 마지막으로 남은 조화수의 정보를 확인했다.

++

[ 조화수 ]

- 등급 : 특별, 희귀, 신비

- 설명 : 무엇이든 최적의 조화를 이루게 해준다는 조화의 강물.

조화의 강물을 마신 후,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면 무엇이든 성공적인 조화를 이루어준다.

++

어비스가 준 조화수.

어떤 의도로 줬는지 알만 했다.

헨리는 우선 조화수를 마셨다.

놈들의 의도가 어찌됐든 헨리 또한 같은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었으니.

[ <조화수>를 사용하셨습니다. ]

[ <조화> 상태가 시작됩니다. ]

조화수.

별다른 맛은 없었다.

신기한 점이 있다면 분명 목 넘김은 있었으나 들이켬과 동시에 식도 어딘가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

이로써 조화 상태가 시작되었고 이어서 반룡의 심장을 들었다.

[ <반룡의 심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

의지를 발현하자 아카이브가 의사를 물어 온다.

반룡의 심장.

자기들이 강제로 반룡으로 만들어 놓고 멋대로 반룡이라 이름 붙이다니.

헨리는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아이템을 사용했다.

[ <반룡의 심장>을 사용하셨습니다. ]

[ <반룡의 심장>이 <조화> 상태에 돌입합니다. ]

[ <조화>가 시작됩니다. ]

이어지는 알림.

그리고.

‘음.’

동반되는 고통은 없었다.

대신 심장 어디쯤에 따뜻한 술을 넘길 때 느낄 수 있는 은은하고 따스한 감각이 느껴졌다.

[ <반룡의 심장>과 완전히 조화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

이윽고 조화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두근!

두근!

두근!

선명하게 들려오는 심장박동 소리.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헨리 자신의 것이었다.

헨리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스카샤의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였다.

‘이건…….’

갑작스럽게 들려왔던 심장박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장박동 소리가 가라앉으면 가라앉을수록 헨리는 전신에 고루 퍼지는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느껴 보는 감각.

허나 묘하게 익숙한 기운.

에테르였다.

‘이게 에테르로군.’

여지껏 상태창에 표기된 숫자에 의해서만 에테르란 존재를 의식해 왔다.

그런데 스카샤의 심장으로 교체된 지금, 한낱 유기물 덩어리라 생각했던 몸뚱이가 처음으로 ‘육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력과는 확실히 달라.’

헨리는 옅게 눈을 떴다.

그리고 체내를 휘감는 에테르와 더불어 그 위에 덧대어진 자신의 마력 또한 부드럽게 느꼈다.

두 힘은 헨리의 신체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지금 막 공존이 시작된 게 아니다.

처음부터 두 힘은 공존되고 있었으나 단지 신체적 재능이 부족하여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뿐.

얼마 뒤, 크게 들리던 심장 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헨리는 그제서야 완전히 눈을 떴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여지껏 느끼지 못했던 공기 중에 떠도는 에테르를 그 옛날 마나와 처음 교감했을 때처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헨리는 상태창을 켜 변화를 확인했다.

++

[ 헨리 모리스 ]

- 신분 : 하층민, 이레귤러

- 특성 : <전설 추적자>

- 공격력 : 30

- 방어력 : 30

- 관통력 : 30

- 친화력 : 30

- 저항력 : 16

- 지배력 : 30

- 어비스 포인트 : 825,025 ap

++

던전 클리어로 인해 늘어난 스탯과 어비스 포인트,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특성.

허나 그중 스카샤의 심장으로 인해 변화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스템이 표기하지 않는 것도 있는 모양이군.’

어비스에 대해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가우스에서도 한 차원 더 높은 힘을 가진 마법사는 같은 서클 유저와 대결했을 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내곤 했으니까.

헨리는 마지막으로 ‘스카샤의 룬’을 사용했다.

[ <스카샤의 룬>을 사용하셨습니다. ]

[ <스킬 : 서리풍>을 획득하셨습니다. ]

획득한 스킬은 서리풍.

정보를 확인했다.

++

[ 서리풍 ]

- 등급 : 신비, 전설

- 설명 : 냉기의 힘을 가지고 있던 반룡의 주력 스킬.

모든 것을 얼려 낸다는 만년설산의 혹풍 만큼이나 차가우며 닿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얼려 버린다.

스킬의 화력은 사용자의 능력에 비례하며 서리풍에 닿은 대상은 순서대로 동상과 냉각 상태에 휘말린다.

++

서리풍.

스카샤가 자신에게 사용하던 서리 숨과 비슷한 종류의 스킬이었다.

‘이렇게나마 너의 명맥이 이어지겠군.’

헨리가 서리풍의 스킬 정보를 읽으며 한 번 더 애도를 표했다.

‘이로써 환골탈태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을 확보됐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정보와 희망을 얻었고 더불어 새로운 목표이자 사명이 늘었다.

‘네 희생은 절대로 헛되이 하지 않겠다, 스카샤.’

그의 죽음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했다.

그때였다.

낯선 감각.

그것은 에테르였다.

잘 통제된 힘이긴 하나 어찌 됐든 현재 느껴지는 에테르는 확실히 낯선 자…… 아니, 낯선 자들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느껴지는 힘의 종류가 4개였으니까.

‘왜 신체 개조를 하는지 알겠군.’

고작해야 심장 하나 바꿔 끼웠을 뿐인데 이토록 감각이 예민해질 줄이야.

심장을 교체해서 그런 걸까?

누적되어 있던 피로가 웬만큼 사라진 듯 했다.

그렇기에 헨리는 용암 도롱뇽의 바늘과 빙마의 방패를 들었다.

침입자가 누구인진 모르겠으나, 이제는 동료라 여기기로 한 스카샤의 무덤을 지켜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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