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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41화 (441/522)

2부. 41화

사냥이 시작됐다.

던전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스산한 공기가 헨리를 덮쳤다.

공기는 갈수록 차가워졌고 종국엔 입에서 하얀 입김이 부서져 나올 만큼 추워졌다.

[ 주변 공기가 많이 차갑습니다. ]

[ 동상에 걸릴 것 같습니다. ]

[ <저항력> 스탯이 냉기의 위협으로부터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

눈앞에 뜨는 메시지.

저항력 스탯이 상태이상, ‘동상’으로부터 헨리를 보호했다는 알림이었다.

다행이었다.

만약 저항력 스탯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동상에 걸렸을 테니까.

‘서둘러야겠어.’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그러길 얼마간.

좁고 긴 복도 끝에 커다란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쪽은 어둠이 가득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라의 눈.”

머리 위에 신의 눈이 그려진다.

헨리의 안광에도 금빛이 형형하게 돌았다. 그러자 어둠 속의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들.

놈들은 몸이 푸른색 비늘로 뒤덮여 있었으며 비늘 아래 가죽은 눈처럼 새하얀 파충류였다.

체형은 인간과 비슷했지만 덩치는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훨씬 컸다.

헨리가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자 그 순간 어둠 곳곳에서 박쥐 눈처럼 시뻘건 안광들이 돋아났다.

[ 반룡의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

반룡의 병사.

아카이브는 녀석들을 반룡의 병사라고 불렀다.

저들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클레버가 말해 준 정보 중에도 딱히 이렇다 할 이름은 듣지 못했으니까.

“라이트.”

라의 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부를 밝혔다.

헨리가 만든 발광체가 전등처럼 곳곳에 뿌려졌다. 그러자 푸른 비늘은 더 시퍼렇게 반짝였고 하얀 아랫가죽은 더더욱 하얗게 비쳐졌다.

우드득- 우드득-

머릿수는 다섯.

잠에서 깨어난 반룡의 병사들은 겨울잠에서 깬 동물들처럼 몸을 풀었다.

스트레칭이 끝난 녀석들은 몸을 곧게 폈다.

웅크리고 있을 때도 컸는데 몸을 완전히 펴니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컸다.

“키르륵.”

노란 자위에 검은 눈.

그 사이에 붉고 푸른 기운들이 휘감기는데 마치 악어의 눈을 보는 듯했다. 이윽고……

“키아아아!!”

녀석들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다섯 명 다 동시에 헨리에게 덤벼들었다.

[ 반룡의 병사들이 <피어>를 사용합니다. ]

[ <저항력> 스탯이 <피어>의 공포 유발로부터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

피어.

몬스터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기선 제압용 기술.

허나 저항력 스탯 덕분에 헨리는 이번에도 공포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헨리는 놈들이 자신에게 몰려들자마자 용암 도롱뇽의 바늘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휘두른 궤적으로부터 얼음송곳이 후두둑 뿜어져 나갔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반룡의 병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헨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도롱뇽 바늘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엔 바닥에서 날카로운 얼음 빙벽들이 군데군데 솟아올라 녀석들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환경 구축은 이만하면 됐다.

헨리는 다섯 갈래로 나뉜 놈들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을 향해 빙마의 방패를 앞세워 몸을 던졌다.

목표는 가슴팍.

라의 눈동자가 녀석의 신체 속 장기 위치들을 보여 주었는데 녀석들 역시 가슴팍에 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콰앙!!

방패 중심에 툭 튀어나온 장식물을 무기 삼아 녀석의 심장에 정확히 가격했다.

그러자 병사의 허리가 앞쪽으로 휘어졌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헨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녀석의 품속에서 녀석의 목젖 윗부분을 향해 있는 힘껏 바늘을 내질렀다.

푸콰학!

평소보다 꿰는 느낌이 더 부드럽고 쉽다.

병사의 가죽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도롱뇽 바늘에 붙은 특수 효과 때문이었다.

용족, 파충류 계열 상대에게 찌르기 공격 시 공격력과 관통력이 200% 상승한다.

허멀트의 센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헨리는 도롱뇽 바늘을 녀석의 목에 꽂아 넣은 채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 <업화>가 발동됩니다. ]

화르륵!

“끄에에에에!!”

베이스 스킬인 업화와 그와 시너지를 이루는 도롱뇽 바늘이 앙상블을 이룬다.

병사의 머리에 불이 붙었고 녀석은 괴로워했다.

헨리는 즉시 검을 회수한 다음, 빙벽을 부수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다른 놈들을 차례대로 상대했다.

녀석들이 한꺼번에 오는 일은 없었다.

놈들이 뭉쳐 오려고 하면 다시 얼음 빙벽을 소환해 녀석들 사이를 갈라놓았으니까.

그렇게 얼마간.

[ <반룡의 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

[ <반룡의 원념>을 1개 획득하셨습니다. ]

[ <반룡의 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

[ <반룡의 원념>을 1개 획득하셨습니다. ]

……

헨리는 생채기 하나 없이 녀석들을 모두 처리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녀석들은 죽어 시체로 남지 않았다.

전신에 보라색 불꽃이 피어오르며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아니, 재도 없었다.

남은 건 잔잔한 연기뿐.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 전설적인 던전이기에, 어쩌면 마법이 안 통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괜찮았다.

‘계속 나아간다.’

헨리의 눈에 형형한 각오가 타오른다.

*

던전 안은 어두웠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길을 밝혔다.

지구의 남극처럼, 가우스의 살게라처럼 살을 에는 추위인 것 같았으나 저항력 스탯 덕에 동상에 걸리지 않았다.

전투가 어렵지는 않았다.

첫 번째 굴에서 봤던 놈들을 줄곧 만났는데, 때로는 기습의 형태로 때로는 기다리는 놈들이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상대해 주었다.

그렇게 전진하며 나아가다 보니 마침내 여지껏 보아온 것들과는 다른 형형하기 그지없는 장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보스 몬스터가 있을 법한, 던전 주인의 방이었다.

헨리는 몸 상태를 점검했다.

풀 컨디션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보스 룸 앞에는 그 흔한 문지기도 없었기에 헨리는 점검을 마치자마자 보스 룸에 손을 뻗었다.

[ 보스 룸을 개방합니다. ]

친절한 아카이브의 설명과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그-

지면 긁히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이윽고 문이 완전히 열렸으나 내부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때였다.

화륵!

어둠 저편에서 보랏빛 불꽃이 두 점 피어오른 건.

그건 불꽃이 아니었다.

안광이었다.

이곳에 봉인되어 있던 던전 주인의 안광.

[ 보스 몬스터가 출현합니다. ]

[ 봉인되어 있던 반룡, <스카샤>가 봉인에서 깨어납니다. ]

스카샤.

그게 바로 이곳 D구역에 숨겨진 히든 피스의 정체이자 전설적인 존재의 이름이었다.

쿵! 쿵!

어둠 속에서 보랏빛 안광을 뿜던 그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이 있던 곳은 보스 룸이라 명명되어 있긴 했지만 ‘방’보다는 ‘관’에 가까운 개념인 듯했다.

모습을 드러낸 녀석의 외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카샤는 2m에 달하는 키와 더불어 이족보행, 파란 비늘, 그리고 서양식 드래곤의 그것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나 몸 가죽은 눈처럼 새하얗게 빛났다.

허나 새하얀 몸 군데군데에는 칼에 베인 흔적이라든가, 채찍으로 썰려 나간 흔적들이 그가 얼마나 강인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쿵! 쿵!

녀석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나.

절걱! 절걱!

금속 마찰음.

정확히는 쇠사슬 소리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놈의 두 다리와 한 팔에 사슬이 휘감겨 있었다.

그 덕에 헨리는 알 수 있었다.

‘팔 하나는 잘린 모양이군.’

비어 있는 오른팔.

강제로 뜯겨진 흔적이 누가 봐도 전투에 의한 소실이었다.

그 순간.

“키에에에에!!”

귀청이 떨어질 듯한 피어.

[ 스카샤가 <피어>를 사용합니다. ]

[ <공포> 효과가 적용됩니다. ]

[ 모든 스탯 효과가 20% 감소합니다. ]

“큭!”

과연 스카샤였다.

봉인에 덜 풀린 상태라고는 하나 이제 막 중층 언저리에 올라 온 플레이어 하나 압도하지 못할 존재가 아니었다.

하물며 스카샤는 ‘반룡’으로 아무리 반쪽짜리 용이라고는 하나 엄연한 용족의 피가 흐르는 존재였다.

‘어딜 가나 용들은 지배종이군.’

헨리는 마력을 둘러 몸을 감싸 안았다. 심리적 위축은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시스템의 강제성은 헨리의 근육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빨리 끝내야겠어.’

헨리가 스킬을 사용했다.

[ <업화>가 발동됩니다. ]

화륵!

도롱뇽 바늘에 피어오르는 지옥의 불꽃.

헨리는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헨리의 주위로 불꽃 화살들이 생성되었다.

파이어 애로우.

업화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모든 서클을 회전시켜 만들어 낸 사상 최강의 파이어 애로우들이었다.

파이어 애로우 수십여 발을 만든 헨리는 그것을 스카샤에게 쏘았다.

그리고 자신도 달려들었다.

“크웨에에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스카샤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파이어 애로우를 방어하기 위해 다시 한번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터진 울음이 한 장의 방어막이 되어 자신을 노리는 불화살들과 부딪혔다.

카강! 콰앙! 퍼엉!

방어막에 부딪힌 파이어 애로우들이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간다.

잿빛 연기 대신 자욱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후웅!

그 수중기 사이로 날렵한 무언가가 열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였다.

헨리는 랜스처럼 도롱뇽 바늘을 있는 힘껏 내질렀다.

카가가가각!

까끌거리는 소리.

놀랍게도 헨리의 바늘과 녀석의 왼팔이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

대단했다.

도롱뇽 바늘에는 용족에게 공격력과 관통력이 200% 상승하는 옵션이 붙어 있는데도 녀석은 한 팔로 헨리를 막아 냈다.

그렇기에 즉시 두 번째 수를 펼쳤다.

화아악!!

칼끝에서 뿜어지는 지옥의 업화.

그것은 화염 방사기의 그것처럼 팔을 휘감아 삼킨 것도 모자라 스카샤의 상반신 전체를 집어삼켰다.

헨리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빈 왼손을 허공에 저어 다시 한번 수십여 발의 파이어 애로우를 만들어 쏟아부었다.

총공세.

그 순간, 거대한 압박감이 한편에서 몰려 왔다.

휘이이!!

“이런.”

콰아아아앙!!!

옆구리에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데미지.

빙마의 방패를 들었음에도 방패 째로 찍어 누르듯 벽면으로 던져버렸다.

헨리를 날려 버린 것의 정체는 스카샤의 꼬리였다.

“퉷.”

벽에 부딪혔으나 바닥에 떨어지기 전 마법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입 안 가득 고이는 피를 가래침처럼 바닥에 뱉었다.

‘데미지가 상당하군.’

왼팔은 물론 왼쪽 갈비뼈도 부러진 것 같다.

헨리는 인벤토리에서 포션 한 병을 꺼내 들이켰다. 허멀트가 준 것이었다.

[ <종합 회복 포션>을 사용하셨습니다. ]

[ 외상과 내상이 빠른 속도로 회복됩니다. ]

즉시 회복을 바랐는데 그건 무리였나 보다.

허나 실시간으로 아물어지는 게 느껴지는 걸 보니 상품의 질이 하품은 아닌 듯했다.

헨리의 시선은 여전히 스카샤에게 고정되어 있다.

놈은 헨리를 밀어내자마자 순식간에 업화를 전소시켰고 그슬린 자국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형형한 눈빛으로 헨리를 노려보았다.

그러길 몇 초.

“키에에에!!”

녀석이 당장이라도 사슬을 끊어 버릴 기세로 헨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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