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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39화 (439/522)

2부. 39화

시야가 점멸되고 주위 풍경이 바뀌었다.

허나 주위 풍경이 채 바로 서기도 전에 헨리를 먼저 반긴 건 전신을 압박하는 묘한 기운이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정말로 압박하는 기분.

당연했다.

중층로는 중층과 가까운 곳으로 공기 중의 에테르 농도 또한 달랐으니까.

[ <저항력> 스탯이 에테르의 압박으로부터 저항합니다. ]

그 순간, 아카이브의 알림과 함께 전신을 짓누르던 기운이 부드럽게 와해됐다.

저항력 스탯 덕분이었다.

‘저항력 스탯에도 이런 힘이 있었군.’

에테르에 적응키 위해선 적응력만 필요할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

잘되었다.

그렇잖아도 불쾌했는데.

이윽고 시야가 바로 잡히자 헨리는 평범해 보이는 숲속 한가운데 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현재 위치는 <중층로 : D구역>입니다. ]

[ 모든 구역의 최소 인원이 충족되었으므로 지금부터 중층로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

알림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파스스!

손목에 따끔한 감각이 들어 살펴보니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표식이 새겨졌다.

모양은 왕관.

그와 동시에 눈앞에 정보가 떠올랐다.

++

[ 미완성된 증표 - 크라운 ]

등급 : 미션

설명 : 50점의 가치를 지닌 증표입니다. 합산 점수 100점이 되면 완전한 증표가 되어 다음 미션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을 개방시킬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손목을 맞닿아 증표를 거래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사망 할 시 마지막 타격자가 사망자의 증표를 모두 획득합니다.

++

[ 현재 D구역 인원은 100명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증표 쟁탈전을 시작하겠습니다. ]

심플한 알림.

간단한 룰이었다.

다음 단계로 나가고 싶다면 서로를 죽이고 점수를 채우면 되는.

허나 이 게임은 한쪽에겐 꽤나 불리한 게임이었다.

중층로에 가시게 될 때 절대로 왕의 길을 선택하시면 안 됩니다. 크라운은 기본적으로 50점을 깔고 시작하지만 크라운은 플레이어들 중 유일하게 머리 위에 표식을 띄우거든요.

클레버의 충고.

쉽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말.

목웅이 웃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헨리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길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적어도 어비스로부터 가우스를 구하고자 다짐했다면 그 어떤 두려움에도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헨리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뜬 왕관 표식을 확인했다.

크라운이라 불리는 왕관 표식 옆에는 마치 광고판처럼 자그맣게 숫자 50이 표기되어 있었다.

표식 확인을 마친 헨리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수도 중요하다, 하지만…….’

헨리는 이곳에 점수 말고도 노리고 있는 게 따로 있었다.

그것은 오직 중층로에서만 손에 넣을 수 있는 히든 피스였는데 클레버의 말에 의하면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전설 같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발견한 플레이어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지만 중층로 첫 번째 미션 장소에는 어비스가 숨겨 놓은 특별한 존재가 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존재는 ‘환골탈태’의 가장 중요한 심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환골탈태.

그것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신체 개조라고도 불리우는 작업 중 하나로, 말 그대로 신체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작업이 바로 모든 힘의 근원이자 동력 기관, ‘코어’ 역할을 하는 ‘심장’을 교체하는 것.

‘옛날 생각나는군.’

환골탈태라면 가우스에 인간으로 지내던 시절, 몇 번이나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도 그럴 게 가우스에선 마력을 다루는 이라면 누구나 일정 구간에서 신체가 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니까.

다만 가우스의 환골탈태가 레벨 업에 따른 자연스러운 보상이라면 어비스에서의 환골탈태는 안전한 레벨 업을 위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심장 교체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에테르는 얼핏 보면 시스템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확한 원리는 시스템으로 강화된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쇄아아아!

날카로운 파공음.

살기는 명백히 자신을 향해 있다.

허나 집중하지 않으면 못 들었을 만큼 작은 소리.

헨리는 느껴지는 압박을 몸을 틀어 피했다. 그러자 눈앞에 날카로운 빛줄기 하나가 스쳐 지나가 대각선 아래 꽂혔고.

콰아앙!!

폭발했다.

규모는 딱 헨리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크기. 애초에 헨리가 피할 것을 계산하고 쏜 것이었다.

‘노련한 놈이군.’

허나 헨리의 마법 방벽은 뚫지 못했다.

헨리의 두 눈에 금채가 뿜어졌다.

모든 것을 관조하는 신의 눈이 발동된 것이다.

라의 눈이 발동되자 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저격수가 포착됐다.

헨리는 그대로 땅을 박차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들켰다!’

자신을 향해 드러내는 뚜렷한 적의에 저격수는 도망을 선택했다.

허나 저격수가 몸을 틀어 채 도망가기도 전에 무엇인가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았다.

놀란 마음에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얼음이었다.

바닥부터 얼어붙어 올라온 한기가 자신의 발목을 족쇄처럼 붙잡아 옭아맨 것이다.

“이런!”

저격수는 활을 들어 발목을 감싼 얼음을 내려쳤다.

하지만 얼음은 깨지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저격수의 힘이 얼음을 이루고 있는 헨리의 마력보다 약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패인이었다.

온몸이 식은땀과 불안함으로 점철되었을 때 남자의 어깻죽지로 헨리의 검이 뚫고 들어왔다.

“크윽!”

그래도 제법 근성은 있었다.

저격수는 비명 대신 이를 악물고 헨리의 검을 붙잡아 끙끙거렸다.

다급한 표정이었으나 헨리는 그 표정에 숨겨져 있는 두려움을 보았다.

헨리는 그대로 검을 반 바퀴 돌렸다.

“끄으으윽!!”

애써 비명을 참으려는 모습이 애잔하다.

헨리는 파르르 떨리는 놈의 손목을 붙잡아 표식을 확인했다.

검 모양의 증표.

‘나이트’라 불리는 크라운 다음 계급이었다.

계급을 확인했으니 헨리는 더 망설일 것도 없이 녀석의 목을 밟아 꺾어 죽였다.

[ 나이트 플레이어를 사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 증표에 5점이 추가됩니다. ]

[ 현재까지의 누적 점수 55점. ]

나이트 플레이어가 가진 증표는 기본적으로 5점짜리다.

그 밑으로는 3점과 1점으로, 각각 ‘슈즈’와 ‘테일’이라 불렸다.

허나 D구역에서 슈즈와 테일 플레이어와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왜 이곳엔 슈즈와 테일 플레이어가 없는지.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이번에는 어중간한 계급이 아닌 엘리트 계급에 준하는 선택을 하겠죠.

말 그대로였다.

중층로에 온 자들은 두 부류다.

탑을 오르겠다는 열망을 가진 자들, 혹은 하층에서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온 부류.

후자일 경우엔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왕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왜냐하면 하층에서 수도 없이 보았을 테니까. 힘은 가졌지만 잘못된 선택을 해 노예처럼 비참하게 사는 데폴랑 같은 존재들을.

그렇기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크라운 플레이어는 나 혼자일 수도 있겠군.’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한 명의 크라운 플레이어와 99명의 나이트 플레이어.

1 vs 99 라는 최악의 구성.

물론 나이트 플레이어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 기간은 초중반뿐일 터.

그도 그럴 게 정말로 나이트 플레이어가 99명이라면 나이트 플레이어만 사냥해서 올라갈 수 있는 나이트 플레이어는 오직 4명뿐일 테니까.

‘그렇게 되면 최소 19명짜리 임시 연합군이 탄생하게 되겠군.’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악의 가정일뿐 아닐 수도 있다.

허나 확실한 건 느긋해서 좋을 건 없다는 말.

‘시간을 단축해야겠어.’

딱히 나이트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게 두렵진 않다.

하지만 오만은 생각지도 변한 변수를 불러옴으로 조심하는 편이 낫다.

헨리는 반폭쯤 몸을 띄운 후 고속으로 쏘아져 나갔다.

마음 같아선 하늘 위로 날아올라 목표 지점을 찾고 싶었으나 그리 하면 대놓고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꼴이 될 테니 삼가하는 것.

비로소 본격적인 미션이 시작되었다.

*

“어, 어떻게 여기서 아군을……!”

죽어가는 플레이어 하나.

그 위에 묵직한 플레이트 갑옷을 걸친 사내가 남자의 가슴을 짓누르며 비웃었다.

“멍청한 놈. 설마 우리를 원래 알던 사이로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곁에 서 있던 세 명의 플레이어들 중 하나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조롱 하지 말고 빨리 끝내지.”

“예예, 알겠습니다. 이번엔 누구 차례였지?”

“나야.”

남자의 물음에 사마귀인지 사람인지 모를 여자가 손을 들었다.

바톤을 넘겨받은 여자는 피를 토하는 플레이어의 가슴에 사마귀 앞발 같은 자신의 무기를 박아 넣었다.

부르르……!

그러자 남자는 단말마도 내지 못하고 부르르 떨다 죽어 버렸다.

폐가 꿰뚫린 탓이었다.

[ 나이트 플레이어를 사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 증표에 5점이 추가됩니다. ]

[ 현재까지의 누적 점수 65점. ]

“이로써 65점!”

“빠르네.”

“자, 자, 그럼 이제 다음 사냥감을 찾으러 가 보자구.”

이들은 동료였지만 진짜 동료는 아니었다.

이들의 정체는 이번 미션에서 효율적인 점수 사냥을 위해 결성된 임시 비지니스 팀.

구성된 팀원들의 이름은 각각 ‘빌리아’, ‘네코’, ‘리리트’, ‘실론’으로.

넷 중 유일하게 안경을 쓴 실론의 제안에 의해 만들어진 팀이었다.

묵직한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빌리아가 빠른 점수 수급에 싱글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팀으로 움직이는 거, 좋은 생각 같단 말이야.”

“그러게.”

“다음은 누구 차례지?”

“리리트다.”

“근데 우리 말고 다른 놈들 중에도 팀 단위로 움직이는 놈들이 있겠지?”

“있을지도 모르지.”

“흠, 가급적이면 안 마주치고 싶네.”

“왜? 자신 없어?”

“자신 없기 보단 괜히 피 봐서 좋을 건 없잖아?”

“그게 그거지, 후후.”

“마음대로 생각해라. 난 뭐가 됐든 안전한 게 최고니.”

본 지는 얼마 안 됐지만 팀이라는 결속력 때문이었을까?

제법 죽이 잘 맞았다.

그때였다.

“한 놈 또 찾았다.”

감지 능력이 뛰어난 리리트가 다음 먹잇감을 찾는데 성공했다.

그 말에 네코의 눈이 반짝였다.

“어디어디?”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어? 근데 왜 이렇게 빠르게 가까워지지?”

리리트의 감지 능력은 타인의 에테르에서 풍기는 것을 기반한 건데 지금 느껴지는 이 기운은 거대하기도 거대했지만 자신들에게 접근해 오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때, 네 사람 앞에 누군가 바람처럼 지나갔다.

“어…?”

“방금…….”

지나간 이는 우리를 봤을까?

지나간 이와 자신들 사이에 덤불이 있어 못 봤을 수도 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일부러 무시했거나.

허나 그런 건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네 사람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방금 그거…….”

“크라운이었지?”

“확실해.”

지나간 플레이어의 머리 위에 그려진 명백한 왕관 표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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