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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30화 (430/522)

2부. 30화

쿠웅!

태산 같은 워로베로스가 쓰러진 뒤였다.

[ <하층로 : 9존 4층>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

[ 스테이지 클리어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

[ 측정 완료. ]

[ 최고 기여자는 <헨리 모리스>님입니다.]

[ 축하드립니다! <헨리 모리스>님에게 스테이지 최고 보상을 지급합니다. ]

[ <워로베로스의 룬>을 획득하셨습니다. ]

[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

[ 10,0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쏟아지는 보상들.

그런데 기존의 보상들과는 그 양이 달랐다.

‘최고 등급 난이도라 그런 모양이군.’

이것에 대해선 클레버도 말해 주지 않았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허나 알림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셨습니다. ]

[ 어비스가 당신의 활약에 감탄하며 소정의 선물들을 지급합니다. ]

[ 50,0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하급 무색의 룬>을 획득하셨습니다. ]

‘이건…….’

생각지도 못한 알림.

아카이브의 알림을 본 헨리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확실히 지옥문이 대단한 곳이긴 한가보군.’

당연했다.

지옥문은 음흉한 관리자 블루 체리가 이레귤러 같은 강자들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만든 특별한 곳이었으니까.

허나 헨리에게 워로베로스는 가우스를 침공한 수천수만 마리의 종말보다도 못한 놈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지옥문?

웃음도 안 난다.

그때였다.

“아주 대단하시네요.”

익숙한 목소리.

블루 체리였다.

블루 체리는 사람 좋아 보이던 아까 전과는 달리 마치 심술 난 초등학생처럼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헨리 앞에 나타났다.

저게 과연 축하하는 사람의 얼굴일까?

블루 체리의 말이 이어졌다.

“그것도 아주아주 아아아주 대단해. 그리고 축하해. 넌 내 구역 최초로 지옥문을 통과한 플레이어야.”

“그렇군.”

“그렇군? 반응이 그게 다야?”

“그럼? 아까 전의 너처럼 좋아하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하!”

생각지도 못 한 반격에 블루 체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니, 어이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약이 오를 지경이었다.

그에 헨리가 손을 내밀자 블루 체리가 여전히 분이 안 풀린다는 표정으로 표독스레 말했다.

“뭐? 악수라도 하자고?”

“악수는 무슨, 이제 줄 건 줘야지?”

“줄 거라니?”

“왕의 인장.”

그래.

아직 그게 남아 있었지.

블루 체리는 헨리가 말한 것의 존재를 떠올리고 더더욱 약이 올랐다.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러나 룰은 룰.

관리자는 탑이 부여해 준 의무를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

블루 체리가 씩씩거리며 손가락을 튕기자……

[ <왕의 인장>을 획득하셨습니다. ]

인벤토리에 왕의 인장이 추가됐음을 알 수 있었다. 헨리는 곧장 그것의 정보를 확인했다.

“확인.”

++

[ 왕의 인장 ]

- 등급 : 특별, 하층

- 설명 : 하층의 최고 계급인 ‘왕’들만이 소유 할 수 있는 증표.

인장 소환을 외치면 눈앞에 왕의 인장을 띄울 수 있으며 이하 계급원들은 절대로 왕의 인장을 가진 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

++

인장의 옵션은 하층이 얼마나 계급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헨리가 이어서 왕의 인장을 사용해 보았다.

“인장 소환.”

화악!

명령어가 발동되자 헨리 앞에 왕관 모양으로 빛나는 푸른 빛깔의 인장이 넘실거린다.

그건 평범한 푸른색이 아니었다.

마치 푸른 다이아몬드를 세공해서 만든 듯한 그런 형상.

지도자 계급이라는 위용에 걸맞은 그런 포스였다.

그것을 본 블루 체리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어 하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인장 받았으면 얼른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화가 잔뜩 난 모양이로군.”

“화? 아닌데? 전혀 안 났는데?”

“그래?”

어린애처럼 어깨까지 으쓱이며 모른 체를 하는 블루 체리.

그 모습에 헨리가 문에 한쪽 발을 걸치며 말했다.

“그런 것치곤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말이야.”

“무, 뭐?”

“그럼.”

그 말과 함께 헨리가 피식 웃으며 문 속으로 향했다. 그리고 뒤늦게 그 말의 뜻을 이해한 블루 체리가 왁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얄미워!! 으아아아아!!”

헨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듣기 좋은 소리였다.

*[ <하층>에 입장합니다. ]

블루 체리가 열어 준 문 속으로 몸을 던지자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층이라.’

클레버는 말했다.

하층이야말로 진짜 어비스의 시작이라고. 여지껏 겪었던 것들은 모두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각오는 되어 있다.

아니, 한시라도 빨리 하층에 도달하고 싶었다. 그래야 클레버가 있는 중층으로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그때, 아카이브의 목소리가 헨리의 의식에 침투해 물었다.

[ 정말 하층에 입장할 것이냐고 어비스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

어비스의 물음.

황당했다.

다른 세상은 잘도 침략하는 주제에 이제 와서 신중한 척, 온정을 베푸는 척 하는 건가?

아님 네가 선택한 것이니 나중에 불평 말라는 확답이라도 듣고 싶은 건가?

뭐가 됐든 불쾌했다.

헨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러겠다고 답하자.

[ <하층>에 진입합니다. ]

안내 메시지와 함께 시야가 빛무리에 휩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헨리는 정말로 ‘하층’에 입장할 수 있었다.

[ <3층 : 혼돈의 관 #6>에 입장하셨습니다. ]

혼돈의 관.

2층과 시작의 관이라 불리었던 최하층과는 달리 하층은 3층과 혼돈의 관이라 명명되어 있었다.

거기다 뒤에 붙은 넘버링 태그 6번은 2층의 82번 구역과 마찬가지로 하층의 6번 구역이라는 뜻.

어비스가 얼마나 많은 차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역겨운 놈들.’

클레버에게 듣기를, 하층에 존재하는 1개 구역은 보통 최하층 100개 구역에서 올라온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즉 헨리가 속해 있던 82번 구역은 최하층의 1번 구역부터 100번 구역에 속하는 최하위 차원이며.

그중 자격에 부합한 자들만이 오직 하층의 6번 구역에 입장할 수 있다는 말.

다른 구역으로는 갈 수 없다고 했다.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충분했다.

다른 구역 같은 건 관심도 없다.

헨리가 원하는 건 오직 탑의 주인을 만나 어비스로부터 가우스를 구출하는 것뿐이니까.

헨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은 푸르고 초원 또한 푸르기 그지없다.

헨리는 우선 획득한 것들의 정보부터 살펴보았다.

‘우선은 무색의 룬부터.’

++

[ 하급 무색의 룬 ]

- 등급 : 특별, 유일, 하층

- 설명 : 하급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무색의 룬.

사용 시, 원하는 하급 스탯을 하나 획득할 수 있다.

++

심플한 설명.

마침 잘 되었다.

그렇잖아도 여분 홀이 하나 더 생겨 어떤 스탯으로 채워야 될지 고민이었기에.

나중을 위해 아낄 필요도 없었다.

이름과 설명에도 나와 있지만 무색의 룬은 오직 하급에 해당하는 룬들 중에서만 선택이 가능했으니까.

헨리는 이어서 또 다른 룬인 워로베로스의 룬과 웜즈의 원념이 가진 옵션을 확인했다.

++

[ 워로베로스의 룬 ]

- 등급 : 룬, 보스

- 설명 : 하층로의 마지막 수문장, 지옥견 워로베로스의 정수가 담긴 룬.

사용 시, 업화(業火) 스킬을 획득 할 수 있다.

++

++

[ 웜즈의 원념 ]

- 등급 : 한, 특별

- 설명 : 거대 기생충, 웜즈들의 한이 얽혀 맺어진 결정.

누군가는 좋아할지도?

++

두 개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한 헨리는 워로베로스의 룬을 주목했다.

‘업화라.’

헨리가 아는 업화는 지옥불이다.

지구에서도 불교라는 종교가 업화를 지옥불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클레버에게서 받은 정보에 의하면 업화는 수많은 화염 속성들 중에서도 상위 티어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최하층의 존재가 아닌 것을 데려왔으니 당연한 건가.’

최하층은 이제 막 튜토리얼을 벗어난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

그런 곳에 지옥불을 다루는 지옥견이라니, 처음부터 어불성설이었다.

허나 그 덕분에 최하층에선 절대로 얻지 못할 귀한 스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헨리는 즉시 워로베로스의 룬을 사용했다.

[ <워로베로스의 룬>을 사용하셨습니다. ]

[ <스킬 : 업화(業火)>를 획득하셨습니다. ]

“확인.”

++

[ 업화(業火) ]

- 등급 : 화염, 지옥, 정화, 악

- 설명 : 지옥불의 스킬화. 죄인을 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염으로 닿는 모든 것을 불태우며 고통이 증가된 특별한 작열통을 선사한다.

스킬의 화력은 사용자의 능력에 비례하며 업화를 소화(消火)시키기 위해선 사용자의 스킬 취소, 혹은 더 높은 힘이나 상극되는 힘을 사용해야 한다.

++

어비스의 스킬이나 아이템에는 알파벳으로 표기된 등급이 나와 있지 않다.

그런 표기는 지구를 비롯한 비슷한 표기법을 쓰는 차원에서나 하는 것뿐.

중요한 건 내용과 등급에 표기된 말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업화는 굉장한 스킬이었다.

그도 그럴 게 평범한 화염 등급에 더해 무려 3개의 상위 옵션들이 붙어 있었으니까.

또 내용은 어떠랴.

생명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끔직한 고통이 바로 작열통인데 업화는 그 작열통이 증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 조건도 몹시 까다로웠다.

‘이런 걸 베이스 스킬이라고 부른다지?’

업화는 단순히 불을 뿜는 스킬이 아니다. 활용도에 따라 방어가 될 수도, 버프도 될 수 있는 스킬로 클레버는 이런 류의 속성 스킬들을 탑에선 베이스 스킬이라 부른다 했다.

헨리는 이어서 하급 무색의 룬을 사용했다.

[ <하급 무색의 룬>을 사용하셨습니다. ]

[ <하급 스탯> 선택을 시작합니다. ]

아카이브의 알림이 이어진 직후 헨리는 탑에 존재하는 모든 하급 스탯들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무색의 룬이 가진 장점 중에 하나.

헨리는 눈앞에 뜬 스탯 목록 중 한참을 고민한 끝에 한 개의 스탯을 선택했다.

[ 정말 이 스탯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아카이브가 다시 한번 물었고.

“그래.”

헨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 스탯이 선택되었습니다. ]

[ <스탯 : 스킬공격력>]을 획득하셨습니다. ]

스탯 선택을 마친 헨리는 이어서 갱신되었을 상태창을 확인했다.

++

[ 헨리 모리스 ]

- 신분 : 하층민, 이레귤러

- 특성 : 없음

- 물리공격력 : 25

- 물리방어력 : 25

- 스킬공격력 : 1

- 스킬방어력 : 25

- 종합회복력 : 25

- 어비스 포인트 : 75,025 ap

++

‘됐군.’

다른 선택지도 많았다.

예컨대 <화염속성강화>라던지 <종합저항력> 같은.

하지만 헨리는 수많은 스탯 중 <스킬공격력>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헨리의 기준에서 대부분의 스탯들은 모두 다 비슷비슷해 보였고 클레버가 말하길 현재 헨리가 가지고 있는 이 다섯 개 스탯이 바로 가장 기본이 되는 5대 스탯이라 했으니까.

물론 <적응력> 같은 생령환과 비슷한 옵션을 가진 스탯도 있었다.

하지만 헨리는 적응력 스탯을 통해 다음 층계의 에테르 농도를 준비할 생각이 없었다.

적응력 스탯을 활용하기엔 그에 필요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으니까.

‘그럼 이제 남은 건…….’

전리품의 사용은 모두 끝났다.

하지만 아직 헨리의 준비는 끝나지 않았다.

전리품 처리를 마친 헨리는 이어서 한 가지 물품을 꺼내 들었다.

다름 아닌 클레버에게서 받은 혈라 은행의 금고 열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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