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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24화 (424/522)

2부. 24화

문을 열고 새로운 공간에 완전히 발을 들였을 때, 헨리와 렌이 나온 공간의 문이 사라졌고.

[ 현재 위치는 <하층로 : 9존 2층>입니다. ]

아카이브는 이곳이 어딘지 한 번 더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

아니, 사람인지조차 확신이 안 섰다.

그도 그럴 게 방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 중 인간처럼 보이는 이는 몇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대부분은 두 발로 선 사람의 형태를 띠고 있긴 했다.

렌이 헨리 뒤에 숨어 오들오들 떨 때였다.

“자, 드디어 마지막 참가자들이 도착했군요.”

낯선 목소리.

고개를 틀자 하얀 늑대 탈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허공에 떠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층로 9존 2층의 통합 관리자 백견이라고 합니다. 자자, 박수.”

관리자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박수 치는 이도 아무도 없었다.

아니 그럴 줄로만 알았다.

짝짝짝-

누군가 박수를 쳤다.

헨리였다.

그 행동에 백견이 두 손 검지를 들어 헨리를 가리켰다.

“당신 합격. 이번에도 전부 노잼 피플들만 모여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당신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지급합니다.”

[ 모든 스탯이 1 상승하였습니다. ]

헨리의 모든 스탯이 1씩 상승했다.

관리자가 내린 화끈한 보상이었다.

아카이브 알림을 본 헨리가 속으로 피식 웃었다.

클레버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9존 2층에 가시게 되면 백견이라는 이상한 관리자 놈이 있을 겁니다. 그놈을 만나게 되면 무조건 호응해 주세요. 그럼 기분에 따라 선물을 줄 텐데 그게 상당합니다.

정말이었다.

덕분에 무려 보너스 스탯을 4개나 얻었다.

이는 단순한 보너스 스탯이 아니었다.

헨리의 스탯 등급은 현재 ‘하층’ 등급으로 이제는 그 스탯의 가치들이 최하층 플레이어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백견의 말이 이어졌다.

“자, 이제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하자면 여러분은 80번대 참가자들입니다. 쉽게 말해 9존 2층의 80번 구역부터 89번 구역의 참가자들이라는 말이죠. 꽤 많죠? 하지만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와, 박수!”

이어지는 박수 호응.

이번엔 헨리를 포함해 몇 명이 쳤다.

그 반응에 백견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속물적인 놈들 같으니. 내가 레크리에이션 강사야? 꼭 뭘 줘야지만 반응하는 나쁜 놈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흰머리 플레이어는 꾸준하게 박수 쳐 주었으니 이번에도 베네핏 부여.”

그 말에 박수 친 플레이어들이 인상을 찌푸린다.

허나.

[ 모든 스탯이 1 상승하였습니다. ]

헨리만큼은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박수 한 번으로 또다시 4개의 보너스 스탯을 획득했으니까.

그때, 보다 못한 어느 이름 모를 플레이어가 따지듯이 말했다.

“집어치우고 본론이나 말하지, 그래?”

“얼래? 최하층민 주제에 싸가지 밥 말아먹은 거 보소? 당신은 곧 그 언행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왜냐면 우리 성격 좋은 흰머리 귀염둥이가 당신을 혼내 줄 거거든요. 그쵸, 우리 귀염둥이 흰둥이?”

그 말과 함께 두 손을 모아 헨리를 바라보는 백견.

그 물음에 헨리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여 짧게 호응해 주었다.

“참 마음에 드는 참가자군요. 당신은 제가 예의 주시하겠어요. 그러니 반드시 이따가 저 사람을 혼내 줬음 좋겠네요. 자! 그럼 다시 설명을 이어 가자면 여러분은 지금부터 한 팀입니다. 근데 이게 무슨 단체 줄넘기도 아니고 사람이 너무 많다 그쵸? 그러니 지금부터······.”

말을 잇던 백견이 손가락을 세 개 펼쳐 보였다.

“지금부터 딱 세 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탈락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물론 탈락 처리라고 너무 슬퍼하진 마세요. 탈락 처리라고 해 봤자 그냥 죽는 게 전부니까.”

“뭐?”

“뭐라고?”

죽는다는 말.

그 말에 플레이어들이 반감을 보였다.

허나 어쩌랴?

여긴 놀이터가 아니었다.

백견이 어깨를 으쓱이며 비꼬았다.

“그럼 뭐 답례품이라도 손에 쥐여서 곱게 집에 보내 줄 줄 알았나요? 어림도 없는 소리! 여긴 학교가 아니에요, 딱딱이들. 하지만 당신들은 운이 좋아요. 왜냐면 여긴 하층로거든요.”

백견의 말에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백견의 말이 이어졌다.

“알다시피 하층로에는 겁쟁이들을 위한 포기 제도가 있죠. 그게 설령 최고 레벨인 9존이라 할지언정 말이에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겁먹은 놈들은 귀환을 외치세요. 그럼 지금이라도 2층 중립구역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시간은 딱 1분 주겠습니다. 그 이후엔 귀환 기능을 막을 거예요. 못 할 거 같죠? 잊지 마세요. 내가 바로 관! 리! 자! 라는 걸!”

또라이처럼 하이 텐션으로 플레이어들을 놀리는 백견.

하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바뀌던 플레이어들 중 무리를 짓던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혼자 온 이는 고개를 숙이고 고뇌에 잠겼다.

그리고 그중 혼란에 빠진 건 렌도 마찬가지였다.

렌은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홀로 고뇌에 빠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헨리에게 동행을 요청한 건 맞지만 그건 단순 동행이었지 보호까지 해 달라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때, 누군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헨리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직은 네가 필요하니까.”

“···에?”

그 말에 렌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백견의 말도 이어졌다.

“자, 1분 끝! 어디 보자, 하나둘셋넷…… 이야. 어떻게 단 한 명도 도망치지 않을 수가 있지?”

참가자의 수는 총 열셋.

그중 귀환을 택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했다.

어떤 구역이든 간에 9존은 다른 구역의 2층에서도 실력자 중의 실력자들만 도전하는 곳.

그렇기에 도망치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는 목숨보다 자존심을 더 중요시 여기니까.

전원 잔류에 백견이 재밌다는 듯 두 손을 모아 붙이며 말했다.

“역시 최하층은 재밌어요! 자아, 그럼 이제 서로 죽이세요들!”

그 말과 함께 백견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살기.

숨이 막힐 정도로 매서운 살기에, 렌은 어른 뒤에 숨은 아이처럼 헨리 뒤에 엉거주춤 숨어 떨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헨리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그 제스처를 신호 삼아 플레이어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허나 그들의 무기가 상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푸콰하아악!!

곳곳에서 뿜어지는 분사음.

자리에서 움직인 플레이어들로부터 난 것이다.

렌은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게 분사음의 출처는 다름 아닌 터져 나간 플레이어들의 머리였으니까.

“아…… 아…….”

렌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렌만큼이나 당황하여 자리에 굳은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관리자 백견에게 대든 플레이어였다.

이로써 남은 생존자는 총 세 명.

싸움이 시작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흐음.”

그때, 모습을 감추었던 백견이 나타났다.

그는 눈살을 좁히며 사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곤 헨리 앞에 천천히 걸어가 팔짱을 낀 채 씩 웃어 보였다.

“이레귤러였어요?”

“상태창에는 그리 표기되어 있더군.”

관리자는 플레이어의 상태창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물은 것이고 헨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헨리의 대답에 백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쩐지 혼자만 느낌이 다르더라더니, 근데 저 녀석은 왜 남겨 둔 거죠? 아까 내가 혼내 달라고 말했잖아요.”

백견이 엄지로 이름 모를 플레이어를 가리켰다. 그 물음에 헨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푸콰앙!!

그러자 이름 모를 플레이어의 전신이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피가 뿜어졌다. 핏물이 헨리에게 튀지는 않았다. 헨리의 매직 실드가 핏물을 막아 주었기에.

“되었나?”

“풉! 푸크흡! 푸하하하하!”

헨리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리는 백견. 이윽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만족. 아주 대만족.”

박수까지 쳐 주며 만족을 표하는 렌.

하지만 헨리는 만족하지 못 했다.

“그뿐인가?”

“음?”

“바라는 대로 해 줬으면 대가가 있어야지.”

“아! 그건 그렇지!”

[ 모든 스탯이 2 상승하셨습니다. ]

대답과 함께 아카이브 알림이 떠올랐다. 보상은 무려 모든 스탯의 두 단계 상승. 한 명을 처리해 준 것에 대한 보상치곤 몹시 후했다.

“근데…….”

헨리에게 보상을 내려준 렌의 시선이 헨리의 얼굴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졌다.

“저 사람은 왜 살려 둔 겁니까?”

저 사람.

렌이었다.

그 물음에 렌이 사색이 됐으나 헨리는 대수롭잖다는 듯 대답했다.

“몸종이다.”

“아~ 몸종이요. 그러면 살려 둬야지. 뒤치다꺼리 해 줄 사람은 필요한 법이니까.”

몸종.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긴 했으나 싸이코 같은 관리자에겐 굳이 이렇게 말해 둘 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백견도 쉽게 납득했고.

“아무튼 축하해요, 흰둥이 씨. 이번 시험은 이게 전부야. 하지만 진짜는 다음부터지. 그러니 긴장해야 될 걸? 내가 괜히 3명만 남으라고 한 게 아니니까.”

괜시리 겁주는 걸까?

아니.

헨리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백견이 히죽거리며 손가락을 튕기자 두 사람 앞에 문이 생겨났다.

헨리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렌은 그 뒤를 쫓았고.

*긴 복도.

차원문을 넘자 또다시 기나 긴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에 입장하자 문이 사라졌고 문이 사라진 걸 본 렌이 헨리 옆에 바짝 붙어 조심스레 물었다.

“저희…… 2층 통과한 건가요?”

“아니.”

“예?”

“통과했다는 알림이 뜨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말 그대로였다.

백견은 그저 다음 단계로 가는 문을 열어 줬을 뿐, 그 어디에서도 2층을 클리어 했다는 알림이 없었다.

다시 말해 2층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말.

상황을 깨달은 렌이 한숨을 푹 내쉰 후 헨리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아까 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몸종이잖아.”

“엑? 저 정말 몸종이에요?”

“그럼 다른 말이 있나?”

“어…… 매니저? 집사?”

“쯧.”

“죄송합니다. 화장실이나 변기, 도시락이라고 안 하신 게 어디예요.”

“그것도 나쁘지 않군.”

“엑?!”

그쯤이었다.

두 사람 앞에 세 갈림길이 나온 건.

“엇, 갈림길이에요. 헨리 씨.”

“나도 보고 있다.”

“어디로 가야 될까요?”

“갈 필요 없다.”

“예?”

그 순간.

두두두두두……

미약한 진동 소리.

울림은 복도 전체에서 나는 것이었다.

“어어? 지진?”

“아니.”

헨리는 짧은 대답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세 개 갈림길 입구가 얼어붙으며 앞으로 튀어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가 하나뿐인 얼음 동굴이 만들어졌다.

헨리의 마법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 개에서 하나로 줄어든 입구에 투명한 유리막이 생겨났다. 정확히는 얇은 얼음이었지만.

통로 너머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숲속의 호랑이처럼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헨리에게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쿵!!

굉음과 함께 등장한 녀석.

녀석의 이름은 웜즈.

도마뱀 꼬리 끝을 자른 것 같은 몸통에 사족보행, 눈은 하나이며 상어 같은 이빨과 거대한 아가리가 특징인 몬스터.

여태 헨리의 무력을 따져 봤을 때 웜즈는 절대로 헨리의 적수가 못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녀석이 이번 단계의 몬스터로 지정된 이유는.

쿵! 쿠구궁! 쿠구궁!!

“어, 어?”

물밀듯 몰려드는 웜즈들.

여러 마리……

아니, 수십, 수백 마리에 이어 맨 앞줄의 녀석이 압사당할 정도로 엄청난 수의 놈들이 몰려들었다.

“헤, 헨리 씨?”

“삼천 마리다.”

“예?”

“이번 스테이지의 목표는 삼천 마리에 달하는 놈들을 없애는 것이다.”

헨리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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