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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21화 (421/522)

2부. 21화

“끼이이이!!”

“끼이이!!”

창숭이들이 도망친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렌은 자신이 본 것들을 직접 보고도 도통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헨리라는 사람.

분명 지구에선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 한 9존 1층의 몬스터들이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거지?

대왕숭이는 또 왜 그랬고?

답답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으니.

“헨리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하지만 헨리는 끝내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귀찮았기 때문이다.

대신 걸어 나가는 속도를 높이더니 이내 곧 몸을 반쯤 띄워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 어!”

당황한 렌은 불평 대신 다리를 더 빨리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다행히 전력을 다해 뛰자 헨리를 놓치지는 않았다.

창숭이 사냥을 위해 헨리가 중간중간 멈춰 섰기 때문이다.

헨리는 대왕숭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창숭이들의 머리에도 룬타곤을 휘둘렀다.

텅!

“꽤액!”

[ <창숭이>를 쓰러뜨리셨습니다. ]

단말마와 함께 죽어 버리는 창숭이.

그와 동시에……

표복!

죽은 창숭이의 머리로부터 룬 조각이 튀어나왔다.

헨리는 획득한 룬 조각의 정보를 확인했다.

++

[ 창숭이의 룬 조각 ]

- 등급 : 룬, 일반

- 설명 : 하층로의 9존 1층에 기거하는 스피어 몽키의 룬 조각.

조각난 룬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하지만 아이템 중에는 조각난 것들을 하나로 합해 주는 것도 있다던데……

++

설명은 대왕숭이의 룬 조각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왕숭이의 룬 조각 만큼 쓸모 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클레버의 지식에 의하면 창숭이의 룬 조각은 10개 정도를 모아야 스탯 하나를 올려준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이만하면 양반이다.

여기가 9존이니 망정이지 1존부터 8존까지는 10개는커녕 수십 개를 모아야 하나를 올려줄까 말까였으니까.

‘그래서 여길 택한 거긴 하다만…….’

헨리가 창숭이의 룬 조각을 집어 들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참 번거롭군.’

참 번거로운 행위라고 생각했다.

강해지는 과정을 이딴 애들 오락거리처럼 꾸며 놓다니.

이게 진정 강자존과 약육강식으로 굴러가는 세상이 맞는 걸까?

참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진 세상이었지만 자신은 그 세상에 패하였기에.

그러므로 이 빌어먹을 짓거릴 그만 두고 싶다면 일단 시스템에 순응하며 몸집을 불려야만 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니까.

텅!

헨리가 또 한 마리의 창숭이 머리를 박살 낸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렌은 숨이 턱 끝까지 찼지만 끝끝내 헨리의 뒤를 쫓아다녔다.

이제 헨리의 안위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헨리의 뒤를 쫓아다닌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렌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창숭이들이…… 전부 사라졌어?’

착각이 아니었다.

9존 1층에 들어온 지도 벌써 반나절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헨리가 창숭이들만 줄곧 사냥한 것도 보아 왔다.

근데 정말로 창숭이들을 모두 죽여 없애다니?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그렇담 이제 여기 남은 건 딱 한 종류뿐이라는 건데……

그때, 앞서 가던 헨리가 돌연 멈춰 서 렌을 보았다.

“언제까지 쫓아올 셈이지?”

“예?”

“이제 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았을 텐데?”

“아, 그쵸. 그렇긴 한데요…….”

“어울려 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더 이상은 귀찮으니 날 쫓지 마라.”

단호한 태도.

저 말을 어겼다간 어떻게 될지 뻔히 보였다. 그래서 렌은 잠시 고민 끝에 헨리에게 제안했다.

“그럼 제가 필요하실 때까지만 동행하게 해 주세요.”

“그게 무슨 말이지?”

헨리는 렌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클레버의 지식과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신에게, 평범한 플레이어인 렌이 대체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걸까?

심지어 어비스 안에선 통일 효과로 언어적인 문제도 없다.

그에 렌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생활지원형 서포터라고 아시죠?”

“생활지원형?”

그러고 보니 들어 본 것 같긴 하다.

플레이어들은 크게 딜러와 탱커, 그리고 서포터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생활지원형 서포터는 별로 인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는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만 도움이 되니까.

예컨대 배고픔이나 화장실 같은 잡일들 말이다.

허나 렌은 그런 것 따윈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쓸모를 어필했다.

“예. 전 생활지원형 서포터로 저랑 파티를 맺으시면 아군 효과로 배고픔이나 화장실 문제 같은 생리적 문제로부터 해방되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헨리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난 또 뭐라고.

설마 마법의 신이었던 자신이 고작 그런 문제로 애로 사항을 빚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

그런 건 인간이었을 적에도 겪지 않은 문제다.

마법은 생각보다 전지전능했으니까.

하지만 노력이 가상했다.

저자는 왜 이리 자신에게 붙어 있으려는 걸까?

성향상 부나 명예를 위해서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호기심이겠지.’

자신이 마법사여서일까?

마법사는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하는 존재로 그리 생각하니 별로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좋다.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요?”

“그래.”

기회가 엿보인다.

렌은 그 틈을 놓치고 싶지 않아 눈을 빛내며 물었다.

“말씀해 주시죠.”

“나를 귀찮게 하지 말 것,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것.”

“에? 그게 전붑니까?”

“싫으면 안 해도 된다.”

“아, 아뇨! 하겠습니다! 무조건 할게요!”

규칙이 생각보다 별거 없다.

사실 지금이나 저 규칙들이 적용된 후나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파티에 초대해도 되나요?”

“파티?”

아.

그런 시스템이 있었지.

헨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해라.”

“그럼 파티 걸겠습니다!”

[ <렌>이 자신의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아카이브의 물음.

그렇다고 응하자 시야 한편에 렌의 이름과 체력을 나타내는 동그란 녹색 구가 생겨났다.

클레버의 기억에서 본 그대로였다.

파티 매칭이 완료되자 렌이 물었다.

“그럼 이제 그 녀석을 사냥하러 가시는 건가요?”

“그 녀석?”

“대장숭이요.”

“그래.”

“오오……! 그럼 혹시 뭐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같은 파티원이 된 기념으로요.”

“그래.”

렌의 넉살.

별로 밉지가 않아 질문을 수락했다.

두 사람은 걸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뭘 얻으시려는 건가요?”

렌의 질문.

제법 잘 파악하고 던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렌도 알고 있었으니까.

헨리 정도 되는 자면 분명 대왕숭이를 잡고 금방 넘어 갔을 것이란 걸.

근데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이런 식의 비효율적인 레이드를 하는 건 모종의 이유가 있을 터.

렌은 그게 궁금했다.

그리고 헨리는 이걸 비밀에 부칠 생각이 없었다.

“혹시 히든 피스에 대해 아나?”

“히든 피스요?”

“그래.”

히든 피스.

처음 듣는다.

렌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처음 들어 봅니다.”

“룬은?”

“룬……도 처음 들어 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그런 룬이라면 어떤 건진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 어떤 거지?”

“만화나 소설, 게임에 나오는 그런 거요.”

“비슷한 개념이다.”

“오오……!”

렌의 반응에 헨리가 쓰게 웃었다.

스카우터라 함은 필시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일 터.

심지어 탑 안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스카우터라면 그 깊이 자체가 다를 텐데 그런 렌조차도 모른다면 아마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룬과 히든 피스에 대해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안타까웠다.

헨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지배란 자신들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으니까.

예컨대 어비스로부터 벗어날 생각 없이 그 환경 자체에 적응해 버린 부류들 같은……

그러니 비웃을 일이 아니었다.

‘내가 포기했다면 아마 가우스도 이렇게 됐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동정심이 들 수밖에 없다.

헨리가 말했다.

“…어비스 내의 진짜들은 룬이라는 것으로 성장을 한다. 그리고 내가 저놈들을 대상으로 채취하고 있는 게 바로 룬이지.”

“룬…… 그럼 룬은 구체적으로 어떤 성장을 이뤄 주나요?”

“기본적으로 스탯을 올려준다. 더 나아가 특성 강화나 스킬도 부여해 주곤 하지.”

“아…….”

렌의 입이 쩍 벌어진다.

세상에.

그럼 특성은 날 때부터 정해지는 재능 같은 게 아니었단 말이야?

렌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알아선 안 될 진실을 알아 버린…… 마치 어른들의 사정을 알게 된 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허나 다시 표정을 고쳐 잡고 질문을 이어 나갔다. 잇따른 호기심이 충격을 상쇄시킨 것이다.

“그럼 히든 피스도요?”

“그래.”

룬까지는 그래도 평범한 축에 속한다.

지구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82번 구역에서나 룬이 희귀한 거지.

평균 수준이 높은 다른 구역들……

예컨대, 지구보다 다른 쪽으로 문명이 발달된 차원들은 진작에 룬의 존재를 알고 룬을 이용해 성장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히든 피스를 모으려는 것이다.

히든 피스의 존재는 위층의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정보깨나 만지는 자들이 아니면 좀처럼 알기가 힘든 비밀들이었으니.

헨리는 클레버가 심어 준 히든 피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어비스에는 히든 피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보물 중의 보물로, 이건 어비스 포인트가 많거나 힘이 강하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최하층에서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히든 피스들 중에 하나.

헨리는 그것을 얻기 위해 9존 1층에서 번거롭기 짝이 없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얼마 뒤였다.

1층에서 가장 커다란 나무들 중 하나인 거목 위에, 겁에 잔뜩 질린 대왕숭이가 나뭇가지 사이에 자신의 몸을 숨겼다.

아래서 올려다보니 꽤나 우스운 모양새였다.

저런 놈이 하층로 최강의 수문장들 중 하나라니.

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런 다음 염동 마법을 사용해 놈을 붙잡아 아래로 떨어뜨렸다.

“끼에에에에!!”

에테르도 아닌 미지의 힘이 자신을 아래로 잡아끌자, 두려움에 대왕숭이가 울어 젖힌다.

허나 헨리는 대수롭잖다는 듯 빙결 마법으로 대왕숭이를 땅에 고정시켰다.

“끼! 끼! 끼!!”

납작하게 엎드린 채로 사지가 얼어붙은 대왕숭이.

그 모습을 본 렌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도 그럴 게 여지껏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9존 1층에 도전했고 창숭이들까진 어찌어찌 넘겼으나 모두들 이 대왕숭이를 어떻게 하지 못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으니까.

준비를 마친 헨리가 룬타곤을 들었다.

그런 다음 룬타곤에 마력을 모아 최소한의 힘만으로 대왕숭이의 머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텅! 텅! 텅!

뽁! 뽁! 뽁!

그때마다 대왕숭이의 머리로부터 녀석의 룬 조각이 튀어나왔다.

반짝거리는 보석들의 행렬에 렌의 눈이 커진다.

그러길 얼마간.

별안간 헨리가 휘두르던 매질을 멈추었다.

그런 다음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마력을 모아 룬타곤에 담았다.

쩌적-

룬타곤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당연했다.

헨리가 룬타곤에 주입한 마력은, 제아무리 다른 세계에서 만들어진 아이템이라 할지언정 감히 버티기가 힘든 것이었으니까.

룬타곤이 부서지기 직전, 헨리는 그것을 들어 있는 힘껏 대왕숭이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까라라라랑!!

대왕숭이의 머리가 부서지며 수백여 개의 룬 조각들이 보너스 코인처럼 폭발하듯 사방으로 산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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