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20화 (420/522)
  • 2부. 20화

    렌은 마치 헛것이라도 본 것처럼 자신의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보았다.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눈을 비비기 전과 똑같았다.

    곡선처럼 휘어져 떨어지는 창들.

    그 끝에는 헨리가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이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들의 마법사, 혹은 초능력자처럼.

    “헨리 씨?”

    얼떨떨한 목소리로 렌은 헨리를 불렀다.

    그러나 헨리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비스듬하게 틀었다.

    그러자 허공에 멈춰 있던 꼬리창들이 우수수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헨리는 앞으로 걸었다.

    “헤, 헨리 씨!”

    놀란 렌이 황급히 헨리에게 따라붙었다.

    아니,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저 사람을 따라가지 않으면 자신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키이이이!!”

    그때, 성난 창숭이들이 다시 한번 꼬리에서 창을 뽑아 꼬리창을 던져 댔다.

    마치 조선의 화병기, 신기전의 그것처럼 화살 세례가 무지막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아까와 같았다.

    날아오던 화살들은 헨리에게 채 닿기도 전에 힘을 잃고 매가리 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놀란 렌이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꼬리창의 정보를 확인했다.

    ++

    [ 창숭이의 꼬리창 ]

    - 등급 : 일반

    - 하층로에 서식하는 창숭이의 꼬리에서 생성되는 창.

    그 경도가 동물의 뼈와 같고 몹시 날카롭다.

    ++

    간단한 설명.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의아했다.

    헨리는 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걸까?

    “헨리 씨?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그냥 멈춘 것뿐이다.”

    “그냥요?”

    “그래.”

    꼬리창의 정보만큼이나 간결한 설명.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게 그냥이라는 말로 설명이 되나?

    이런 능력은 지구 내에서도 손 꼽히는 세계 랭커들……

    예컨대, 자신이 아는 플레이어들 중에선 ‘대마도사’나 ‘염동력자’ 같은 자들만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도 고전할지 모른다. 그들이 아무리 대단한 플레이어들이라고 해도 창숭이들은 머릿수가 많으니까.’

    이후에도 같았다.

    창숭이들은 창을 던졌고 헨리는 마법으로 창을 막아 냈다.

    렌은 옆에서 놀라기 바빴고.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되자 렌은 어떠한 확신이 생겼는지 헨리에게 물었다.

    “헨리 씨.”

    “말해라.”

    “혹시 다른 능력도 가지고 계십니까?”

    “없다.”

    “이번에도 귀찮아서 그렇게 대답하시는 거죠?”

    “알면 묻지마라.”

    “아뇨, 물을 겁니다. 이러실 거면 차라리 저놈들을 사냥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싫다.”

    “에? 왜죠?”

    “좀 있으면 알게 된다.”

    “……?”

    뭐지 이 사람은?

    어째서 마치 9존 1층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거지?

    그 행동에 렌이 이상함에 눈을 좁혔다.

    당연했다.

    헨리는 정말 모든 걸 알고 있었으니까.

    9존 1층의 창숭이들은 워낙에 영악한 놈들이라 자기들 힘으로 싸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자신들의 대장을 불러옵니다. 그리고 그 대장을 잡으면 2층으로 향하는 문이 생겨나죠.

    헨리는 클레버의 조언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1층의 주인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클레버가 말해 준대로 1층의 주인이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모습을 보였다.

    쿵!

    쿵쿵!

    커다란 발소리.

    부패한 트롤이 생각났다.

    녀석은 5m도 넘는 키를 가진 거대한 원숭이였는데 마치 킹콩을 닮아 있었다.

    물론 렌은 좀 다르게 봤다.

    “소, 손고쿠?!”

    “손고쿠가 뭐지?”

    “헨리 씨는 드래곤볼도 모릅니까?”

    “모른다.”

    그 순간.

    “크와아아아아!!”

    1층의 주인, 대왕숭이가 울부짖었다.

    그러자 숲이 진동했고 대왕숭이의 피어를 견지디 못한 렌은 어지러움에 털석 자리에 주저앉았다.

    “쯧.”

    헨리는 그런 렌의 위에 이글루처럼 생긴 동그란 얼음 돔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그리고 대왕숭이를 향해 뛰어들었다.

    “키아아아!!”

    자신들의 대장에게 접근하자, 근처에서 창을 꼬나 쥐고 있던 창숭이들이 일제히 창을 던진다.

    허나 대장이 나타났다고 창숭이들의 창이 갑자기 헨리에게 닿을 리가 없다.

    창들은 여전히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고 헨리는 도약하여 대왕숭이의 머리께로 날아올랐다.

    그에 대왕숭이가 거대한 주먹을 헨리에게 휘둘렀다.

    휘이이이!!

    주먹이 어찌나 거대한지 고작 휘두른 것만으로도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놈은 거대한 덩치와는 달리 스피드도 발군이었다.

    대왕숭이의 주먹이 헨리에게 작렬한다.

    쩌어어엉!!

    마치 타종(打鐘) 소리처럼 거대한 울림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이번에는 창숭이들이 픽픽 쓰러졌다.

    허나 대왕숭이가 때린 건 헨리가 아니었다.

    헨리가 만들어 낸 무형의 매직 실드였을뿐.

    그즈음, 헨리는 대왕숭이의 콧잔등 위에 도달해 올라 설 수 있었다.

    대왕숭이의 얼굴에 올라선 헨리가 허리춤에 꽂아든 룬타곤을 꺼내 들었다.

    ‘급소를 치면 된다고 했지?’

    룬타곤의 사용법에 맞게 헨리는 대왕숭이의 얼굴을 향해 룬타곤을 휘둘렀다.

    그러자 텅! 소리와 함께 대왕숭이의 얼굴에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에에!!”

    효과는 굉장했다.

    오러 소드처럼 룬타곤에 마력을 몇 겹 둘러 때렸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허나 죽지는 않았다.

    큰 상처를 입히지도 않았다.

    애초에 죽일 작정이었으면 룬타곤에 마력을 두르는 게 아니라 살상 마법으로 단숨에 목을 참수시켰을 테니까.

    대왕숭이가 울부짖을 무렵 재밌는 광경이 벌어졌다.

    헨리가 때린 지점으로부터 조그마한 보석 조각이 톡 튀어나온 것.

    헨리는 염동 마법으로 그것을 받아 냈다.

    ++

    [ 대왕숭이의 룬 조각 ]

    - 등급 : 룬, 보스

    - 설명 : 하층로의 첫 번째 수문장이자 9존 1층의 주인, 대왕숭이의 룬 조각.

    조각난 룬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하지만 아이템 중에는 조각난 것들을 하나로 합해 주는 것도 있다던데……

    ++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군.’

    대왕숭이.

    녀석은 하층로에 존재하는 아홉 개의 길 중 가장 강력한 수문장이었다.

    그렇기에 9존을 고른 것이다.

    어차피 지나야 할 길이고 그 과정에서 강해질 수 있다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했으니까.

    헨리가 이어서 룬타곤의 정보를 떠올렸다.

    ++

    [ 룬타곤 ]

    - 등급 : 특별, 장인

    - 설명 : 대상의 급소를 타격 시 안에 내재된 룬의 일부를 강제로 바깥으로 방출시킨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50%쯤 상승하는 것은 덤이랄까?

    ++

    클레버는 혈라은행에 꽤 많은 아이템들을 맡겨 두었다.

    허나 가진 어비스 포인트를 상정했을 때 꺼낼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두 개 정도.

    그래서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엔 이 두 가지 아이템들을 선택했다.

    클레버의 다른 추천도 있었지만 이게 좋았다.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해 보이는 건 이것들인 것 같아서.

    헨리가 손에 쥔 룬 조각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룬이라.’

    룬.

    1층의 튜토리얼 존에는 없고 최하층에선 몹시 보기 힘든 것.

    허나 하층에선 화폐처럼 쓰이는 것.

    그도 그럴 게 진짜들만 입장할 수 있는 하층부터는 단순히 노력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룬이 있어야지만 진정한 성장을 이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키에에에에!!”

    대왕숭이가 다시 울부짖는다.

    그 모습에 헨리가 다시 한번 머리에 룬타곤을 휘둘렀다.

    텅!!

    “크에에에!!”

    청명한 타격음.

    그리고 울부짖는 소리.

    흥분한 대왕숭이가 양손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헨리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하지만 대왕숭이의 주먹은 헨리에게 닿지 못 했다.

    아직은 헨리의 마력이 이 지역의 에테르, 혹은 생명체들보다 훨씬 월등했으므로.

    쾅! 쾅! 쾅! 쾅!

    터엉!!

    “쿠에에에에!!”

    대왕숭이의 저항은 계속 됐다.

    룬타곤으로의 타격도 계속 됐다.

    그때마다 룬 조각이 튀어나왔고 헨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그것들을 챙겼다.

    그렇게 얼마간 같은 행위들이 반복되자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한 대왕숭이가 꼴사납게 꽁무늬를 내빼기 시작했다.

    “크허어엉!!”

    울부짖으며 도망치는 대왕숭이.

    그 모습에 창숭이들이 일순간 얼어붙었다.

    “끼?”

    “끼기?”

    당연했다.

    그런 건 창숭이들 인생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으니까.

    어떤 창숭이는 너무 충격받은 나머지 들고 있던 꼬리창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끼기기기!!”

    “끼아아아!!”

    허나 놀라기도 잠시.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 창숭이들이 모두 다 대왕숭이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발 구름 소리.

    헨리는 녀석들을 뒤쫓지 않았다.

    대신 얼음 돔으로 보호하고 있는 렌의 보호막을 걷어 내고 렌 앞에 섰다.

    돔 안에 갇혀 있던 렌이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의 그것처럼 헉!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헨리 씨!”

    상당히 놀란 얼굴.

    그럴 만했다.

    어지러워 쓰러진 것뿐인데 갑자기 얼음 돔이 생겨나 자신을 가두었으니.

    “괜찮으세요? 다친덴 없으세요?”

    허나 렌은 렌이었다.

    렌은 자신의 안위 보단 헨리의 안위부터 걱정했다.

    그에 헨리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턱짓으로 도망치는 원숭이들을 가리켰다.

    “어?”

    백문이 불여일견.

    도망치는 원숭이들을 본 렌은 깜짝 놀랐다.

    저놈들이 왜 도망치는 거지?

    자기가 아는 창숭이들은 절대로 도망칠 놈들이 아닌데?

    하지만 놈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심지어 녀석들의 대장인 대왕숭이까지.

    그즈음, 헨리는 관심없다는 듯 인벤토리를 열어 획득한 룬 조각들을 확인했다.

    ‘12개군.’

    온전한 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5개의 조각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12개라면 2개의 온전한 룬을 만들 수 있다는 말.

    헨리는 잇달아 신선의 항아리를 꺼냈다.

    ++

    [ 신선의 항아리 ]

    - 등급 : 특별, 신비

    - 설명 : 장난을 좋아하는 어느 신선의 신비한 항아리.

    항아리 속에 물건을 집어넣으면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합쳐 준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장담할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넣는 게 좋을 것 같다.

    ++

    항아리의 정보 어디에도 룬을 합성시켜 준다는 말은 없다.

    다시 말해 신선의 항아리를 통해 룬을 합성하는 건 아는 플레이어만 아는 고급 정보란 말.

    헨리가 항아리 속에 룬 조각 다섯 개를 집어넣자……

    [ <신선의 항아리>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아카이브가 헨리에게 물었고, 헨리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항아리 내부가 한번 번쩍였다.

    헨리는 항아리를 거꾸로 뒤집어 내용물을 쏟아 냈다.

    그러자 손가락 마디만 했던 룬 조각들이 애기 주먹만 한 크기의 온전한 룬 하나로 합성되어 나왔다.

    “확인.”

    파밧!

    ++

    [ 대왕숭이의 룬 ]

    - 등급 : 룬, 보스

    - 설명 : 하층로의 첫 번째 수문장이자 9존 1층의 주인, 대왕숭이의 룬.

    사용 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부패한 트롤의 룬과 비슷한 설명.

    됐다.

    말인즉, 온전한 룬이 되었다는 말.

    헨리는 클레버에게 배운대로 즉시 룬을 사용했다.

    [ <대왕숭이의 룬>을 사용하셨습니다. ]

    [ 근력이 1 올랐습니다. ]

    [ 체력이 1 올랐습니다. ]

    [ 에테르가 1 올랐습니다. ]

    무려 3개의 스탯이 한꺼번에 상승했다.

    3개의 스탯이 한꺼번에 상승한 이유는 대왕숭이의 룬 등급이 보스급인 것도 있지만 녀석이 9개의 존들 중 최강의 수문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다른 플레이어들이 봤다면 놀라 기절했을 일.

    헨리는 한 번 더 룬을 만들어 흡수한 뒤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렌이 물었다.

    “헨리 씨, 어디 가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헨리가 잠시 렌을 응시하더니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헨리 씨!”

    그 모습에 황급히 렌이 뒤따라 나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