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14화 (414/522)

2부. 14화

[ 0 - 20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3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0 - 21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

[ 0 - 30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3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0 - 31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

[ 0 - 40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3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0 - 41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스테이지도 어느덧 41회차.

그리고 스테이지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헨리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확실해.’

탑.

정확히는 반층이 헨리에게 원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내 죽음이겠지.’

이제는 거의 확신했다.

왜냐하면 스테이지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스테이지에서 바뀌는 건 출몰되는 함정들이 가진 내구성 정도였으니까.

허나 그렇기에 더더욱 어울려 주기가 싫었다.

가우스에 종말을 고한 놈들을 쫓아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놈들이 요구하는 조건인 플레이어가 되어 탑에 입탑까지 했다.

그런데 처음엔 자격이 안 된다며 입장을 거부하더니 뜻모를 조력자의 말대로 하자 간신히 입장을 허가해 주었다.

그것도 본층이 아닌 반층이라는 곳에.

‘그런 마당에 이제는 내게 죽음까지 요구하다니.’

놈들은 적당히라는 게 없는 걸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한다고 이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제부턴 부러질지언정 휘지는 않겠노라 다짐했다.

‘날 죽일 수 있다면 어디 한번 죽여 봐라. 만약 내가 이곳을 나가는 방법이 나의 죽음뿐이라면 그것은 내가 포기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에 의해서일 테니.’

그렇기에 쉽사리 죽어 줄 생각이 없었다.

[ 0 - 41 스테이지를 시작합니다.]

41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드르륵……

뒤편에서 들리는 바위 소리.

이번에도 역시 겉으로 바뀐 것은 없다.

허나 헨리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잘 알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마력을 끌어올렸다.

저 빌어먹을 바위를 단숨에 파괴해 버릴 만큼의.

*[ 0 - 998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3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0 - 999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998회차 스테이지까지 클리어 하고 말았다.

그 사이 장치들의 힘은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허나 감당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딱밤 수준 정도로 들이던 힘을 이제는 주먹을 쥐어 때려야 한다는 것 정도.

[ 0 - 999 스테이지를 시작합니다. ]

이윽고 999회차 스테이지가 시작됐고.

[ 0 - 999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3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클리어했다.

‘이제는 천 번째인가.’

다음 차례는 천 번째.

99회차에서 100회차가 될 때는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도 같을까?

999회차를 클리어 한 것에 대한 포인트는 지급됐다.

헨리는 가만히 시스템의 음성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슈하아아!

돌연 헨리의 눈앞에 묵빛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뿜어진 안개는 이윽고 사각형의 문을 허공에서 갈라 냈고.

“읏─차!”

그 안에서 녹색 개구리 가면을 쓴 남자가 아저씨처럼 신음하며 문을 넘어 나타났다.

담 넘듯 문을 넘어 나타난 남자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반층의 관리자 녹와라고 합니다.”

자신을 녹와라고 소개한 남자는 녹색 개구리 가면에 노란 셔츠, 그리고 빨간 넥타이에 녹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넥타이와 같은 색인 빨간 장갑은 덤이었다.

헨리가 말했다.

“관리자가 여긴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긴요. 문제가 생겨서 나타났죠.”

“문제?”

헨리의 물음에 녹와가 자신의 가면을 긁적이며 말했다.

“에, 뭐…… 문제라면 문제죠. 원래라면 진작에 죽었어야 할 당신이 죽지 않았으니까요.”

“죽어야 한다니?”

역시.

헨리의 예상대로였다.

재생의 관은 시험자를 죽이기 위해 마련된 장소.

강도만 점점 강해지고 구성이 단조로운 것이 그 의도가 정확했다.

허나 일부러 모른 척 했다.

괜히 관리자 앞에서 아는 척 해서 좋을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녹와도 피차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척 하지 마시죠. 당신 정도 되는 플레이어가 재생의 관에서 치러지는 시험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관리자인 녹와는 바보가 아니었고 그는 헨리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돈 금방 눈치챘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당신 같은 플레이어들을 한두 명 봐 왔을 것 같습니까?”

탑 역사상 헨리 같은 플레이어가 없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그 빈정거림에 헨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지? 이곳의 의도대로 당신이 직접 날 죽일 셈인가?”

“오우,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그런 짓?”

“반층은 시험의 관입니다. 죽여야 한다면 진작에 당신을 죽였겠죠. 모든 건 규칙에 의거하여 진행될 것입니다. 그게 탑의 규칙이니까요. 말인즉…….”

녹와가 손가락을 튕기자 헨리와 녹와 사이에 시커먼 구멍이 생겼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당신 같은 이레귤러들을 위한 곳입니다. 들어가시죠. 가서 다시 한번 스스로를 증명해 보시죠. 만약 저기서도 살아남는다면…….”

말을 잇던 녹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때는 뭐, 당신이 바라는대로 될 겁니다.”

그 말에 헨리가 구멍을 보았다.

이레귤러들을 위한 곳이라.

괜찮군.

헨리가 구멍 쪽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런 다음 녹와를 한번 응시한 후 구멍 속으로 몸을 던졌다.

“터프하군요.”

녹와가 헨리를 집어삼킨 구멍을 보며 중얼거린다.

*까만 구멍 속에 몸을 던지자 급물살에 휘말리는 듯한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시야는 암전되었다가 금세 다시 밝아졌다.

[ <증명의 관>에 입장하셨습니다. ]

시야가 밝아지자 새로운 글귀가 눈앞에 떠올랐다.

증명의 관.

헨리가 새롭게 입장한 곳의 이름이었다.

그곳은 푸른 하늘과 뜨거운 햇볕, 그리고 붉은 암석 바닥이 인상적인 어느 암석지대였다.

[ <증명의 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 플레이어 님은 지금부터 <파수꾼>들로부터 자신의 힘을 증명해야 합니다.]

[ 시험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

[ 그럼 부디 <파수꾼>들로부터 반드시 힘을 증명하실 수 있기를……! ]

잇달아 뜨는 시스템 창들.

헨리가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안내였다.

그 순간.

쿠구구구구……!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약한 진동 소리.

그것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미약하지만 에테르가 느껴졌다.

그 농도는 999회차에서 느낀 장치들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

이윽고 먼지 폭풍과 함께 파수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갈?’

파수꾼의 정체는 전갈이었다.

붉은 암석지대와 어울린다면 제법 어울리는 녀석.

허나 수가 좀 많았다.

어림 잡아도 수천 마리는 됐다.

헨리는 잠시 턱을 어루만진 끝에 하늘 위로 떠올랐다.

갑작스런 헨리의 날아오름으로 파수꾼들의 행동도 순간 정지했다.

그러더니 이내 곧……

부우웅!

놈들의 등에 곤충의 날개 같은 것이 돋아나더니 헨리를 향해 맹렬히 돌격해 오기 시작했다.

‘과연.’

파수꾼은 파수꾼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녀석들의 임무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겠지.

헨리는 양손에 마력을 모았다.

그러자 헨리를 중심으로 바람의 세기가 빨라지는가 싶더니……

휘오오오오오!!

곧 엄청난 속도의 허리케인이 만들어졌다.

크기 또한 말도 안 됐다.

지구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용오름.

괴랄할 정도의 풍속에, 파수꾼들은 몸을 가누지 못했다.

당연했다.

저런 풍속이라면 코끼리도 휘말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헨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파수꾼들을 위해 용오름에 불길을 피워 올렸다.

그러자 엄청난 크기의 파이어 토네이도가 증명의 관에 강림했고……

[ <작은 파수꾼>을 쓰러뜨리셨습니다.]

[ <작은 파수꾼>을 쓰러뜨리셨습니다.]

[ <작은 파수꾼>을 쓰러뜨리셨습니다.]

[ <작은 파수꾼>을 쓰러뜨리셨습니다.]

……

아카이브는 헨리에게 파수꾼들의 죽음을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아카이브의 안내를 헨리는 생각했다.

‘작은 파수꾼이라면 큰 놈도 있다는 이야긴데…….’

그 순간.

쿵!

거대한 발걸음 소리.

아니나 다를까, 헨리의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큰 파수꾼이 출몰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엄청나구만.”

파이어 토네이도를 모두 덮어 버릴 정도로 거대한 크기.

마치 태산 같다.

허나 놈은 전갈이 아니었다.

놈은 외눈박이 거인이었는데 작은 파수꾼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짙은 에테르를 풍기고 있었다.

“흠.”

외눈박이 거인을 본 헨리는 다시 턱을 어루만졌다.

그러더니 이내 곧 하늘 위로 떠올랐다.

외눈박이 거인과 눈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다시 양손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 <거대한 파수꾼>을 쓰러뜨리셨습니다.]

쿠웅!

이변은 없었다.

놈은 거대한 파수꾼이라 불렸고 작은 파수꾼들에 비해 에테르 함량이 더 높았지만 그뿐이었다.

‘관리자란 놈들에 비하면…….’

아니.

가우스를 침공했던 종말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은 어떠한 형태로든 뒤쳐졌다.

아니 비교도 안 됐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거대한 파수꾼은 물론이요 개미 같은 작은 파수꾼들도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미약하게 느껴지던 에테르들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헨리는 어느 바위산 꼭대기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해는 여전히 높았고 바람은 뜨거웠다.

그늘은 존재했지만 굳이 태양을 피하진 않았다.

신이 된 이후, 추위와 더위로부터 해방된 지 오래였으니까.

‘고작 이정도를 증명의 관이라 부른다고?’

사실일까?

자신을 이레귤러라 부를 정도면 이정도 힘은 분명해 예상했을 터.

게다가 자신과 같은 이레귤러들을 위해 이곳을 준비했다 하였으니 분명히 다른 꿍꿍이가 더 있을 것이다.

재생의 관이 그러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움직여 보기로 했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찾아가 주마.’

생각을 마친 헨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 눈을 감은 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헨리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헨리의 머리 위에 신비로운 형상의 눈이 하나 그려졌다.

그것은 과거, 헨리를 신으로 만들어 주었던 샤하트라의 수호신이자, 세상의 모든 것을 관조하는 태양신 <라>의 눈이었다.

라의 눈은 헨리가 마법의 신이 된 이후 그 효과가 더더욱 강력해졌다.

라의 눈을 강림시킨 헨리가 그 눈으로 증명의 관을 살피던 중이었다.

‘음?’

라의 눈으로 증명의 관을 살피던 중이었다.

헨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라의 눈은 세상의 모든 것을 관조하는 힘으로.

바꿔서 이야기 하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도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현재 라의 눈을 통해 탐지되고 있는 이 힘.

이 힘은 다름 아닌……

‘신력?’

바로 가우스의 신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 ‘신력’이었기에.

착각 따위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신력은 다름 아닌, 자신의 권속이자 가우스의 마신인 ‘클레버’의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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