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11화 (411/522)

2부. 11화

[ 홀로 게이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보너스 특전이 주어집니다. ]

[ 플레이어 등급 대비 게이트의 등급이 높습니다. ]

[ 보너스 특전이 주어집니다. ]

눈앞에 메시지가 주르륵 쏟아진다.

헨리의 것이었다.

헨리는 눈앞에 쏟아지는 메시지를 치운 후 시스템의 판정을 기다렸다.

‘흠.’

시스템 판정을 기다리며 헨리는 아래를 보았다.

발아래에는 현재 무수한 수의 카우맨들과 더불어 카우맨들의 수장, 킹타우맨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게 정녕 이 나라 최고의 게이트란 말인가?’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입장했다.

허나 놀랍게도 SS1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던전 게이트는 허무하다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가벼이 클리어 되고 말았다.

[ 정산을 시작합니다. ]

이윽고 시스템 정산이 시작됐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 클리어 랭크 SS. ]

[ 보상을 지급합니다. ]

[ 황금 열쇠 조각을 지급합니다. ]

[ <특성 : 강화>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 근력 스탯이 12 상승합니다. ]

[ 체력 스탯이 7 상승합니다. ]

[ 감각 스탯이 8 상승합니다. ]

[ 에테르 스탯이 9 상승합니다. ]

보상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보상이 하나같이 엄청난 것들뿐이었다.

당연했다.

대한민국 최고이자 최악이라 불리는 게이트를 홀로 클리어 한 것도 모자라 최단 시간에 피격 한 번 당하지 않고 클리어 했다.

그러니 시스템으로썬 최고점을 줄 수밖에.

헨리는 쏟아지는 보상 목록들 중 딱 두 가지에 관심이 갔다.

그것은 바로 황금 열쇠와 에테르 스탯.

특히 에테르 스탯에 관심이 갔다.

“음.”

그런데 시스템 상으로는 분명 에테르 스탯이 상승했다고 하는데 헨리는 그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

[ 특성 : <강화E> ]

근력 : 13

체력 : 8

감각 : 9

에테르 : 10

++

허나 에테르 스탯은 확실하게 올랐다.

그것도 한 자릿수인 1에서 두 자릿수인 10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건……

‘이 정도 수치는 여전히 형편없다는 뜻이겠지.’

헨리는 이어서 황금 열쇠를 확인했다.

++

[ 황금 열쇠 / 완성도 54% ]

설명 : 차원탑, 어비스에 입장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격.

100%가 되면 어비스에 입장할 수 있다.

++

‘최소한의 자격이라.’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자격을 운운한다는 건지.

하지만 아쉬운 자가 우물을 판다고 지금은 장단을 맞춰 주는 수밖에.

이윽고 바깥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렸고 헨리는 천천히 바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다음이 어디였더라.’

*- 속보입니다. 현재 난공불락이라 알려졌던 횡성에 위치한 레드 게이트 SS1이……

- 이어서 SS2가 클리어 되어……

- 지역별 터줏대감이라 알려진 블랙 게이트도 연달아……

- 간밤에 일어난 사건에 모두들 어안만 벙벙한 채……

“와…….”

쏟아지는 뉴스 속보에 재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틀어 둔 뉴스인데 아니나 다를까 온갖 방송국에서 게이트 클리어 속보들을 전달해 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재하는 완전히 헨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이나마 스승님의 힘을 의심했던 내가 바보지…….’

부끄럽지만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헨리의 힘을 의심해 본 적이 있긴 했다.

그런데 그런 기억이 부끄러울 정도로 헨리는 강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하는 더더욱 스승님에게 충성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였다. 헨리가 돌아온 건.

스승의 복귀에 재하는 버선발로 헨리에게 달려 나갔다.

그런데 막상 배웅한 헨리를 보니 재하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뉴스에 따르면, 분명 헨리는 게이트 다섯 개를 공략하고 왔음이 분명할 텐데 헨리는 마치 동네 마실이나 다녀온 사람처럼 평온하고 옷차림이 깨끗했기 때문이다.

“오, 오셨어요?”

“그래. 나 없는 동안 공부는 잘 하고 있었느냐?”

“예, 뭐. 저야 항상 열심히 하죠. 근데요, 스승님.”

“왜 그러느냐?”

“그…… 정말 다섯 개 다 클리어 하고 오신 거세요?”

“아직 말해 주지 않았는데 그건 어떻게 알았느냐?”

“뉴스에 뜨던데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더니 소문 참 빠르구나.”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들으셨어요?”

“속담 책에서 봤다.”

“아…….”

“그나저나 제자야.”

“예, 스승님.”

“규칙이 틀렸더구나.”

“규칙요?”

“게이트 다섯 개를 클리어 해야 열쇠가 완성된다는 규칙 말이다.”

“아!”

재하에게 말해 준 그대로였다.

SS1을 클리어하자마자 열쇠의 54%가 완성됐고 SS2를 클리어 하자 탑의 입장권인 황금 열쇠가 완성됐다.

헨리가 재하에게 완성된 열쇠를 보여 주었다.

열쇠는 사람들이 흔히 아는 그런 열쇠가 아니었다.

완성된 열쇠는 마치 반지를 연상케 하듯 중지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열쇠를 본 재하가 말했다.

“역시 중요한 건 등급이었군요.”

“그래.”

“음? 그럼 나머지 3개 게이트들은 굳이 클리어 하지 않아도 되지 않으셨어요?”

맞는 말이긴 했다.

애초에 헨리는 어비스에 입장하는 게 목표였지 지구의 던전을 클리어 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으니까.

그에 헨리가 가벼이 대답했다.

“그냥 다녀와 봤다. 어차피 이제는 가지 않을 곳인데 한 번쯤은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아…….”

마치 관광 다녀온 노인네처럼 말하는 그 어투에 재하는 다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때였다.

우웅!

재하의 휴대폰에서 진동 소리가 난다.

한재호 팀장이었다.

재하가 헨리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며 말했다.

“바로 반응 오네요.”

“바로라기엔 좀 늦은 것 같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스승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하번 받아 보거라, 스피커폰으로.”

“받아서 뭐라고 할까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제가 하고 싶은 대로요?”

“내가 말했지 않느냐. 모든 공은 네게 주겠다고. 그러니 네 마음대로 하거라.”

“정……말 그래도 될까요?”

“그래.”

“알겠습니다.”

순간 헨리의 얼굴에서 후광이 비치는 건 기분 탓일까?

재하는 즉시 전화를 받아 스피커 모드로 전환시켰다.

- 아이고 헌터니임!

전화를 받자마자 터져 나오는 굽실거림.

가타부타 물어보지 않아도 알 만했다.

이제 ‘신재하’는 명실상부한 지구 최강의 헌터가 되었으니까.

재하가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은 후 대답했다.

“예, 팀장님.”

- 정말 큰일을 해 주셨습니다! 카메라나 다른 장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저희는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다섯 개 게이트 모두 신재하 헌터님께서 해내신 일이란 걸요!

“그럼 이제 인정해 주시는 겁니까?”

- 아이고! 그럼요! 그럼요! 인정이 다 뭐겠습니까! 저희 헌터 협회는 앞으로 신재하 헌터님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제게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걸 대가로 귀찮은 일 같은 걸 시키시려는 거 아닙니까?”

- 아이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감히 그런 걸 신재하 헌터님께 시키고 그러겠습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그보단 우선 피곤하니 오늘은 늦었고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마저 나눕시다. 아참, 그리고 말인데요.”

- 예, 헌터님!

“헌터 협회에서 발급되는 블랙카드 있죠?”

- 플레이어 익스프레스 블랙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당연히 있습니다!

“넉넉히 몇 장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보안이 철저한 새 거처도 마련해 주시구요.”

- 예, 헌터님! 또 다른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SS1이나 SS2에 걸려 있던 상금은 둘째 치고 우선은 언론에 절 노출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귀찮거든요.”

-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건요?

“지금 생각나는 건 이뿐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또 연락하겠습니다.”

- 예, 헌터님! 늦은 시간에 전화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푹 쉬십시오!

끝으로 통화가 종료됐다.

통화가 종료된 후 재하가 길게 한숨을 내쉬자 헨리가 픽 웃으며 말했다.

“거드름 피우는 모양새가 제법이구나.”

“부족하긴 하나 스승님의 위엄을 생각해서 최대한 노력해 보았습니다.”

“핑계는, 그나저나 플레이어 익스프레스가 무어냐?”

“아, 그거요? 줄여서 플렉스 블랙, 혹은 블랙카드라고 하는데 최정상급에 해당하는 소수의 헌터들에게만 지급되는 한도 무제한의 카드라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그중 1장은 내 것이냐?”

“당연하죠. 혹시 몰라서 일부러 여러 장 요청했어요.”

“아는 게 많으니 호사 한번 제대로 누리겠구나. 근데 집은 왜 구해 달라고 한 게냐?”

“스승님이 마련해 주신 집도 매우 훌륭하나 그래도 평범한 집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요.”

“흠, 그래. 네 말도 맞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이니까.”

“속담 모음집을 꽤 재밌게 읽으셨나 봐요?”

“두말하면 잔소리니라.”

헨리가 마련해 준 아공간 저택도 분명 이국적인 느낌이 나고 좋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인 정서에는 묘하게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기회에 주거 환경부터 바꾼 것이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누릴 거면 제대로 누려야지.’

앞일은 모르는 법이다.

그리고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뒤는 모르겠다.

그러니 재하는 앞으로도 있는 힘껏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헨리가 말했다.

“그럼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난 이만 탑에 가 보겠다.”

“예? 벌써요?”

“벌써라니?”

“아니, 뭐…… 그래도 전대미문의 게이트도 2개나 해결하셨고 지역별 대장급 게이트도 3개나 해결하셨는데…… 스승님, 스승님은 이계인이시라서 잘 모르시겠지만 이거 저희 세상에선 진짜진짜진짜 대단한 사건입니다.”

“그래? 축하한다.”

“왜 저를 축하하세요?”

“대외적으로는 네가 한 거니까.”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 아무튼 그…… 이렇게 된 거, 그냥 보내긴 좀 아쉬운데 저희끼리라도 조촐하게 회식이라도 하는 게 어떠세요?”

“회식?”

“그냥 축하 파티 같은 겁니다.”

“축하 파티라…….”

축하 파티라는 말에 헨리가 잠시 두 눈을 감는다. 그리고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짐짓 낮아진 톤으로 말했다.

“생각이 참 짧구나, 제자야.”

“…예?”

“내가 왜 지구에 왔는지 잊었느냐?”

“……아!”

“쯧쯧.”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농담이다.”

“예?”

“아무리 내게 막중한 임무가 있어도 그건 나의 임무지 너의 임무는 아니니 함께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네 말마따나 목숨 건진 일도 있고 하니 회식이란 걸 한번 해 보자꾸나.”

“스승님…….”

회식하자는 말.

별거 아니었지만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당연했다.

게이트 사태로 가족을 모두 잃고 천애고아로 산지도 어언 십여 년.

덧붙여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발설 못 할 비밀이 생겼으므로 재하는 헨리에게 유대감이 더더욱 생길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소맥 드실래요?”

“소맥이 무어냐?”

“이곳의 전통주 같은 겁니다. 제가 소맥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말거든요.”

“흠, 전통주라면 한번 먹어 볼 만하겠군.”

“제법 독해요. 아참, 근데 스승님은 술은 좀 하세요?”

“뭘 모르는구나. 무릇 마법사는 취하지 않는 법이란다.”

“오오, 그럼 간만에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겠다. 제가 생각 외로 술이 세거든요.”

웃음꽃이 활짝 핀 재하가 신난 목소리로 배달 앱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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