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396화 (396/522)

# 396

외전 (5)

‘사실이라니!’

성국으로 돌아온 로거가 잔뜩 흥분한 어조로 로스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런 로거의 보고에 로스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했다.

‘이런 제기랄……!’

현재 로스에게 성녀는 불필요한 존재였다.

오히려 로스에게는 방해가 되는 존재, 아니 독이었다.

그래서 로스는 성국의 교황임에도 불구하고 성녀의 탄생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거 앞에서 티를 낼 순 없었다.

로스가 애써 웃으며 로거에게 말했다.

“수고했네, 로거. 조만간 정식으로 성녀님을 모시러 갈 테니 우선은 입단속에 유념하게.”

“예!”

로스의 명령에 로거가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다.

로스의 방을 벗어나는 로거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문을 벗어나는 로거를 보며 로스가 손가락으로 미간을 어루만졌다.

‘역시 그 수밖엔 없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로거 모르게 성녀를 암살하는 것.

현재로썬 그것이 제일이었다.

성녀의 존재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독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교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같아선 늘 그렇듯 로거에게 성녀의 암살을 명령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교단 내 최고위급 성기사에게 성녀의 암살을 명령하는 건 여러모로 위험 요소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

몸이 늙어 힘에 부치긴 해도 그편이 가장 확실할 테니까.

물론 로스 스스로가 직접 탁아소를 찾아가 성녀를 암살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얼굴은 전 대륙적으로 유명하니까.

교황이 선택한 방법은 살수를 고용해 성녀를 죽이는 것이었다.

교황은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 * *

‘제기랄…….’

깊은 밤, 교황은 이동 주문서를 사용해 가까운 대도시로 이동했다.

물론 위장에도 제법 신경을 썼다.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기라도 하면 곤란했으니까.

그래서 교황은 완벽한 변장을 위해 변장용 주문서도 몇 장 사용했다.

이 한 번의 외출에 많은 돈이 들었다.

그러나 로스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일은 교황인 자신에게 있어 몹시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의 밤은 어둡지 않았다.

되레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자들로 밤의 도시는 낮의 도시만큼이나 생기가 돌았다.

도시에 도착한 교황은 서둘러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

그곳은 도둑이나 암살자들이 득실거리는, 온갖 더러운 의뢰를 도맡아 주는 뒷골목을 뜻했다.

교황은 그중에서도 입이 가장 무겁고 일처리가 깔끔한 곳으로 알려진 가게에 발을 들였다.

가게의 이름은 ‘달의 눈동자’.

더러운 일들이나 맡아서 하는 주제에 쓸데없이 낭만적인 이름을 사용한다고 교황은 생각했다.

교황은 곧 가게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가게의 주인을 만난 교황은 의뢰할 내용을 육성으로 전하는 대신 의뢰 내용을 미리 적어 놓았던 종이를 가게 주인에게 내밀었다.

종이를 건네받은 주인이 내용물을 읽었다.

시선이 의뢰서의 마지막 줄에 다다랐을 때쯤, 교황은 품속에서 금화가 잔뜩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어린 소녀 한 명을 죽이는 것치곤 제법 많은 대가였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제법 적법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교황이 내민 의뢰서에는 아이리네의 죽음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의뢰서에는 혹시 모를 의심을 피하기 위해 탁아소 전체를 불살라 없애 달라는 내용도 함께 적혀 있었다.

만인의 존경을 받는 평화교의 수장이라곤 절대로 생각되지 않는 의뢰였다.

가게 주인은 의뢰서와 금화 주머니를 품속에 넣었다.

의뢰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의뢰를 접수시킨 교황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을 벗어났다.

그런 다음 음습한 곳을 찾아 곧장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며 음습한 골목에서 자신의 방으로 풍경이 변했다.

짧지만 강렬한 외출이었다.

교황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기도했다, 자신의 계획이 부디 성공하기를.

아이러니하게도 교황이 기도를 한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이 모시는 여신이었다.

* * *

이튿날, 교황은 사람을 시켜 탁아소의 존폐를 확인했다.

그 결과, 마을의 탁아소는 얼마 전 큰 화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교황은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로거에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성녀를 모셔 오라고 말이다.

물론 로거는 탁아소가 불타 없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힘찬 대답과 함께 교단에서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크고 화려한 환영단을 만들어 성녀를 모시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떠나는 환영단을 보며 로거는 그제야 애써 참아 왔던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십 년 묵은 체중이 쑥 내려가는 듯했다.

비록 네프람 교단에 대한 불안증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타인에게 교단을 빼앗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교황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크게 혼잣말을 지껄였다.

“암! 이게 맞는 결과지! 평화교는 내가 만들고 내가 여기까지 키워 낸 오직 나만의 교단이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교주님?”

그때였다, 교황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것은.

교황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소름이 쭈뼛 돋았다.

‘서,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교황은 제발 아니길 바라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절망했다.

고개를 돌린 교황의 시선 끝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헨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의 얼굴이 새하얀 백지장처럼 핏물이 가셨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지 않습니까, 교주님?”

“대, 대마법사님……!”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지난 몇 년간 교황을 불안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던 장본인, 헨리 모리스가 기별도 없이 자신의 방에 나타났으니까.

헨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교황을 응시했다.

표정은 밋밋했지만 그 표정으로부터 뿜어지는 시선은 잘 벼려진 창보다도 날카로웠다.

교황은 휘청이는 몸을 추슬러 간신히 두 다리로 지탱해 섰다.

그런 다음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헨리에게 물었다.

“어, 어쩐 일이십니까? 기별도 없이 이곳엔 어찌…….”

“제 말을 귓등으로 들으시는군요.”

“예, 예에?”

“좀 전에 분명히 여쭈었을 텐데요, 정말 교주님이 제국의 국교를 그리 생각하고 계시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헨리가 싸늘한 어조로 다시 한번 조목조목 잘못을 따져 되물었다.

이에 교황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을 되짚었다.

저 빌어먹을 마법쟁이가 어디서부터 자신의 말을 들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방 안에서 지껄인 혼잣말은 조금 오만에 찼을 뿐, 그리 큰 죄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죄를 따져 묻기에도 애매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잡아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문득 교황은 분노가 치솟았다.

제깟 게 뭔데, 제깟 놈이 대체 뭐기에 자신을 매번 이리 궁지에 몰아넣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치솟은 분노는 곧 새하얗게 물든 얼굴을 붉게 상기시켰다.

분노가 용암처럼 넘쳐흐른 것이다.

교황이 물었다.

“대마법사님.”

“말씀하시지요, 교주님.”

“매번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예?”

“매번 이리 말씀도 없이 불쑥불쑥 제 방을 찾아오시다니요! 좀 전엔 그냥 한 말이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즐겨 보는 소설에 나오던 대사를 따라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기별도 없이 찾아오시는 것도 굉장히 불편합니다, 저는!”

갑자기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난 것일까?

로스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팍팍 드러냈다.

어차피 성녀는 죽었다.

네프람 교단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성기사 전부를 풀어 대륙을 뒤졌으나 꼬리조차 찾지 못했으니까.

그러니 자신이 찾지 못한 걸 헨리가 찾았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일이 있고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그렇기에 몇 년 전의 일을 증거도 없이 다시 들먹이며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치솟는 분노는 말을 내뱉을수록 더더욱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에 잠자코 교황의 말을 듣던 헨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셨군요, 몹시 불쾌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비록 과거에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하나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이지 않습니까! 그동안 저는 참회의 마음으로 그 누구보다도 제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했으며 사랑으로……!”

교황의 음성이 점점 더 커졌다.

더불어 지난날에 들인 자신의 노력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헨리는 더 이상 듣기가 싫었다.

“쉿, 쉿, 그만.”

그래서 한손으론 손을 내젓고 한손으로는 검지를 입술에 갖다 붙였다.

나불거리던 교황의 입술이 굳었다.

헨리의 무례함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붉게 물든 교황의 얼굴이 이젠 짙은 분노로 보랏빛이 되어 갔다.

그 순간, 헨리가 아공간 속에서 무언가를 하나 끄집어내 교황 앞에 던졌다.

툭- 투르르…….

묵직한 소리가 바닥을 구른다.

교황의 시선이 그것에게로 옮겨졌다.

교황의 동공이 확장됐다.

바닥에 구르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머리였기 때문이다.

“이, 이건……!”

머리카락과 핏물이 뒤엉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했다.

저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교황이 놀란 얼굴로 수급과 헨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에 헨리가 턱짓으로 수급을 가리켰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친다.

‘아냐! 아닐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교황의 덜덜 떨리는 손이 수급으로 향한다.

사시나무 떨듯 심히 떨리는 교황의 손이 피딱지에 뒤엉켜 굳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떼어 냈다.

그렇게 수급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을 때, 교황은 하마터면 졸도할 뻔했다.

“어, 어떻게!”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과 함께 쇳소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손에 쥔 수급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뒤엉킨 머리카락을 치우자 드러난 얼굴.

그것은 다름 아닌 네프람 교단의 교주, 후슬러였기 때문이다.

헨리가 말했다.

“네프람 교단을 찾아 제거했다고? 로스 보르기아. 그대는 지난 몇 년간 그 뻔뻔스러운 낯짝으로 잘도 나를 속여 왔더군. 그러니 그대에게 나를 능멸한 죄와 몇 년 전에 적용시키려 했던 황제를 능멸한 죄, 그리고 제국의 평화를 해하려 했던 죄까지 모두 더해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 주겠다.”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내가 찾으려고 했을 땐 이미……!”

“쯧쯧, 이제야 시인하는구나.”

헨리가 일그러진 미간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공간 속에서 족쇄가 튀어나오더니 교황에게 매처럼 날아가 순식간에 교황의 목과 손, 그리고 발목을 구속했다.

로스가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그런 로스를 보며 헨리가 말했다.

“로스. 네놈은 절대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대륙 최대 규모의 교단, 평화교의 초대 교주이자 현 제국의 교황.

로스 보르기아 1세가 마왕을 섬기는 흑마법사 집단과의 내통죄로 구속되는 순간이었다.

* * *

로스가 볼품없는 모양새로 헨리에게 구속돼 황궁으로 연행됐다.

재판 준비는 금방 이루어졌다.

재판은 제국민들이 모두 볼 수 있게끔 공개 재판으로 진행됐다.

또한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로스의 재판을 볼 수 있도록 하루의 유예 기간 동안 수도의 광장에 준비된 재판장에 묶였다.

구름 같은 인파가 수도로 몰렸다.

재판장에 묶인 로스를 보며 제국민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다.

사랑과 평화를 섬기는 여신의 종들 중 가장 거룩하고 위대해야 할 종이, 다름 아닌 마왕을 모시는 집단과 결탁했으니까.

교황은 기둥에 매달려 수도 한가운데 펼쳐진 재판장 정중앙에 세워져 있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고, 두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그에게 허락된 건 오로지 그를 욕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두 귀뿐이었다.

치욕적이었다.

당장에라도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으나 입에 물려진 재갈 때문에 그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교황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종국에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고 실성한 이처럼 실실 웃음을 흘렸다.

비록 몇 년 동안 시달렸던 불안증의 원인대로 모든 것이 들통 나 이런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평화교 또한 국교의 자격을 박탈하게 될 것이란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평화교는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

그것이 궁지에 몰린 로스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렇게 유예 기간인 하루가 지났다.

기둥과 함께 묶인 밧줄이 살갗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고, 밤낮 할 것 없이 들리는 제국민들의 야유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을 것만 같았지만 이젠 다 끝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재판이 진행됐다.

판사는 교황에게 사형 대신 여생 전부를 킬라이브에서 보낼 것을 선고했다.

선고가 끝나자 로스가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어차피 선고가 떨어진 이상, 자신의 처지를 뒤바꾸지 못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선고가 떨어진 로스는 곧 황궁의 지하 감옥으로 이송됐다.

킬라이브로 보내기 전에 잠시 거쳐 가는 곳이었다.

“크크큭,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됐구나. 그래서 이제 좀 만족하느냐? 이 빌어 처먹을 놈아?”

지하 감옥에 갇힌 로스가 철창을 사이에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헨리에게 표독스럽게 쏘아붙였다.

헨리는 그런 로스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당연한 소릴. 그렇잖아도 골치였거든, 너.”

“그렇게 골치였으면 진즉에 잡아넣었어야지, 왜 몇 년이나 나를 방치해 둔 거지?”

“그때는 시기가 너무 일렀어. 사실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 본 건데, 아니나 다를까 운 좋게 얻어걸렸지 뭐야.”

“얻어걸리다니? 그게 무슨…….”

표독스럽게 쏘아붙인 말을 헨리가 태연스럽게 받아치자, 로스는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에 헨리가 철창 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설마 내가 국교를 폐교시킬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성녀라는 좋은 지도자가 있는데.”

“……뭐라고?”

“마음 같아선 밀레안 마을의 탁아소를 없애 버리려 한 죗값까지 묻고 싶었지만……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넌 킬라이브에서 평생 썩을 운명이거든. 그래서 일부러 재판장에선 언급하지 않았어. 대미를 장식할 온점이 필요했거든.”

“뭐, 뭐라고? 성녀라니? 네놈이 설마!”

“네놈 하수인 노릇을 하던 로거도 곧 다른 형태로 처벌을 받게 될 거다. 그리고 네놈이 만든 평화교도 쭉 유지가 되겠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첨언하자면.”

헨리는 내밀었던 고개를 뒤로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아공간 속에서 후슬러의 수급을 다시 꺼내 들었다.

“교황씩이나 돼서 이런 잔재주에 속아 넘어가다니…… 신력이란 건 말이야. 믿음이 부족해 지면 사라지는 거란다?”

헨리는 꺼내 든 수급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수급의 형태가 잠시 흐릿해지더니 이내 곧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허수아비 머리채가 눈에 보였다.

환술이었다.

“어, 어떻게……!”

“쯧쯧, 신앙심만 잘 유지했다면 그 심성 착한 아이린의 총애를 받았을 텐데……. 모든 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로스. 그러니 이제 그만 내 인생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어.”

헨리는 꺼내든 허수아비의 머리를 불살라 없애 버렸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다.

지하 감옥에서 로스의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감옥을 빠져나온 헨리가 말했다.

“치울 사람은…… 이제 더는 없겠군.”

상쾌해진 기분에 헨리가 기지개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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