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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383화 (383/522)

# 383

결초보은 (4)

생각지도 못한 계획이 생겼기에 헨리는 차분하게 만날 사람들을 정리해 보았다.

정리해 놓고 보니 생각보다 만나야 될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을 만나려면 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 척할 생각은 없다.

저들에겐 기억하지 못할 일이라 할지라도 헨리에겐 하나 같이 고마운 사람들이었으니까.

헨리는 머릿속으로 만날 사람들을 간추려낸 뒤 만날 사람들의 순서를 정했다.

‘건국식이 이틀쯤 남았으니 그 전에 모두 만나 보면 되겠군. 그럼 우선은…….’

헨리는 먼저 샤하트라의 통치자, 칸부터 만나기로 했다.

칸부터 만나는 것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단순히 칸 왕조에 애정이 좀 더 가서 그럴 뿐이다.

게다가 이 시기쯤의 샤하트라에는 아직 헤라리온이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 말인즉슨, 헤라리온의 아버지인 칸 2세. 헤라볼라가 통치하던 때라는 뜻이다.

‘해 줄 말이 많겠어.’

말 그대로였다.

다른 이는 몰라도 헤라볼라에겐 해 줄 말이 특히 많았다.

더군다나 아직 헤라리온이 태어나지 않았을 때이니 게으른 자식 교육관부터 시작해 훈수해 주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였다.

물론 눈살을 찌푸리게 할 생각은 없다.

아무리 헨리가 좋은 충고를 해 줘도 듣는 헤라볼라가 기분이 나빠 충고를 듣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었으니까.

헨리는 헤라볼라의 위치를 수소문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헨리의 명령이니 수소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헤라볼라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황궁의 연무장.

분명히 전날까지 연회가 있어 진탕 퍼마셨을 게 분명한데도 과연 사막 통일을 이뤄 낸 인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는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무장에는 검무 연습에 한참인 헤라볼라가 있었다.

헨리는 인기척을 내지 않고 한동안 그의 검술 연습을 지켜보았다.

붕붕!

목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동작이다.

과거의 헨리였다면 저 동작의 완성도를 이해할 수 없었을 테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모두 보였다.

헨리 또한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한 번 이룬 몸이었으니까.

‘쯧쯧, 아비는 이렇게나 성실한데 자식은 왜 그 모양이었는지…….’

문득 검술 연습이 싫어 성인이 될 때까지 검 한번 휘두르지 않았던 헤라리온이 떠올랐다.

만약 헤라리온이 아비의 성정을 닮아 어릴 때부터 검을 휘둘렀더라면 베네딕한테 나라를 빼앗기는 그런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윽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멎었다.

헤라볼라가 터질 듯한 근육을 부풀렸다가 줄이며 천천히 호흡했다.

헨리가 말했다.

“헤라볼라.”

“음?”

헤라볼라의 시선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옮겨 갔다.

헨리를 발견한 헤라볼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너!”

헤라볼라의 광대에 미소가 걸리며 헨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헨리가 연무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수련이라니, 과연 사막의 왕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그럼! 당연하지!”

두 사람은 사이가 막역하다.

그런데 사이가 막역해진 계기가 다름 아닌 정복 전쟁 때문이었다.

헨리가 골든과 함께 샤하트라를 대상으로 정복 전쟁을 일으켰을 때 다른 지역에 비해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사막 특유의 환경적 여건과 더불어 헤라볼라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굴복시키는 데에 성공은 했지만 헤라볼라의 능력을 인정한 골든과 헨리가 동맹을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헤라볼라 또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골든과 헨리를 인정해 동맹 제의를 수락했다.

그것이 양측이 우정을 쌓게 된 계기였다.

헨리가 말했다.

“술은? 어제는 쉬었나 보지?”

“쉬긴! 샤하트라 남자는 오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거 몰라?”

“그런데 왜 이렇게 멀쩡해?”

“큭큭, 내가 너 같은 약골인 줄 아냐?”

“약골한테 진 놈이 말은…… 아무튼 아침 수련은 이제 전부 끝난 건가?”

“그런 셈이지. 근데 너야말로 아침부터 웬일이냐? 설마 아침 댓바람부터 술이나 마시자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당연하지. 술은 됐고 밥이나 한 끼 하지. 너한테 해 줄 말이 있거든.”

“나한테?”

“들어 보면 알아.”

해 줄 말이 있다는 말에 헤라볼라의 표정에 의문이 어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하는 말이었으니까.

식사는 헤라볼라가 기거하는 곳에서 차려졌다.

헨리가 헤라볼라의 맞은편에 앉자 헤라볼라를 보좌하는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두 보좌관의 얼굴을 본 헨리는 그만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헨리의 미소를 본 헤라볼라가 물었다.

“왜 웃어?”

“그냥.”

헤라볼라를 보필하는 두 보좌관.

그들은 다름 아닌 비람 대제사장과 배신자, 베네딕 칼리프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본 헨리가 말했다.

“헤라볼라, 둘이서만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둘이? 그러지, 뭐.”

헨리의 요청에 헤라볼라가 턱짓을 했다.

그러자 비람과 베네딕이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모습을 감추었다.

두 사람이 사라진 직후, 헤라볼라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말을 해 주려고 아침 댓바람부터 그렇게 무게를 잡아?”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말 속에 뼈가 있다.

다른 때보다 진지한 헨리의 모습에 제아무리 헤라볼라지만 조금이나마 긴장이 됐기 때문이다.

헨리가 말했다.

“해 줄 말들이야 많지. 문제는 네가 내 말을 믿어 줄지가 의문이지만.”

“그게 무슨 소리야?”

“헤라볼라,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해 줄 이야기는 극비 중의 극비야. 이 이야기들은 골든도 모르는 이야기지.”

“뭐?”

건국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온 친우에게, 제국의 황제도 모르는 이야기를 황제의 가장 가까운 이가 말하려고 한다.

사안이 얼마나 엄중한지 헤라볼라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헤라볼라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많이 심각한 이야긴가?”

“그런 셈이지.”

“너와 나의 관계를 해칠 정도로?”

“네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하지만 이야기하기 전에 이것만큼은 말해 주고 싶군. 난 너를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결코 해가 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

“그거야 그렇겠지만…….”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들을 듣고 나서 판단해.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아.”

“……좋아.”

헨리의 다독임에 헤라볼라는 그제야 마음을 좀 놓았다.

헨리의 말이 이어졌다.

“헤라볼라, 난 얼마 전에 드디어 8서클의 경지를 이루게 되었어.”

“8서클 말인가!”

“응. 하지만 내가 8서클의 경지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아직은 제국의 그 누구도 몰라. 하물며 황제인 골든까지 말이야.”

“골든까지? 대체 왜?”

“아직은 알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8서클의 경지를 이루게 된 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마법들 중 하나인 ‘미래 예지’ 마법을 익히게 되었어.”

“미래 예지!”

헨리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미래 예지 마법을 익혔다는 말에 헤라볼라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러나 헤라볼라가 놀라건 말건 헨리의 설명은 계속됐다.

“그래, 하지만 이 마법도 아직은 완전한 게 아니야. 그래서 내가 원하는 미래 전부를 볼 순 없고, 몇 가지 미래만 불특정하게 볼 수 있게 되었지.”

“그래서, 무슨 미래를 봤는데?”

“샤하트라 왕국의 멸망을 봤어.”

“……뭐?”

샤하트라의 멸망.

헨리의 말을 들은 헤라볼라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방 안의 공기가 급속도로 식었다.

헨리가 아무리 가까운 친우라지만 자신이 통치하는 나라가 멸망한다는데 그 어떤 왕이 좋아하겠는가?

헨리의 말을 들은 헤라볼라는 얼마간 말을 아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

“이유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야누스 때문이야.”

헨리의 입에서 야누스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헤라볼라는 다시 한번 놀랐다.

현 시점의 샤하트라 왕조는 아직 외부의 그 누구에게도 야누스에 대해 발설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샤하트라의 국민들은 야누스의 존재에 대해 안다.

하지만 헨리가 자신의 국민들에게 야누스의 존재에 대해 물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애초에 모르는 정보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로써 헤라볼라는 미래 예지를 터득했다는 헨리의 말을, 반신반의가 아닌 정말로 확실히 믿게 되었다.

헨리의 말이 계속됐다.

“당장은 내 말을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난 샤하트라와 관련된 미래를 보았고 자네를 아끼는 친우로서 비밀리에 조언해 주려고 자네를 부른 거야.”

헨리의 눈빛에 진심이 가득하다.

헤라볼라는 한참의 고민 끝에 헨리 모르게 ‘라의 눈’을 사용했다.

상대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신법, 라의 눈.

하지만 라의 눈은 어디까지나 자신보다 약한 상대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때나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헨리는 헤라볼라보다 한없이 격이 높은 존재.

과거로 회귀하는 대신 신의 자격을 포기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8서클’이라는 고결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헨리는 8서클을 이룸으로써 이미 인간의 영역을 한참이나 벗어난 존재였으니까.

그러므로 헤라볼라는 신의 힘으로 헨리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순 있지만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정도가 한계였다.

따라서 라의 눈을 사용한 결과, 헤라볼라는 현재 헨리가 자신에게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겠네.”

진실을 확인한 헤라볼라의 눈빛에 신뢰가 번졌다.

그리고 그런 헤라볼라의 눈빛을 본 헨리 또한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라의 눈을 잘 넘긴 모양이로군.’

미래 예지는 헨리가 지어낸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헤라볼라를 설득할 수가 없기에 일부러 이런 거짓말을 꾸며 낸 것이다.

하지만 헨리는 헤라볼라에게 상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힘, 라의 눈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한번 시험해 본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라의 눈에 의해 거짓말이 들통난다면 시간을 좀 더 들여 신뢰를 쌓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헤라볼라가 헨리에게 본 진실은 어디까지나 헨리가 내뱉는 정보 자체에 있었지, 헨리가 정말로 미래 예지를 터득했다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의 눈을 통과했으니 이제 팔부능선은 넘긴 셈이다.

이제 헨리에게 남은 일은 헨리가 헤라볼라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미래 예지를 통해 본 사실들이라며 적당하게 조언과 섞어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헨리가 말했다.

“우선 너는 미래에 곧 아들 한 명을 낳게 돼.”

“아들? 혹시 외아들인가?”

“응, 근데 그 아들이 검술 훈련을 끔찍이 싫어해서 성인이 되서도 칼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해.”

“뭐?”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샤하트라의 통치자이기도 하지만 사막의 무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혈육이 검 한 자루 제대로 휘두르지 못한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모욕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헨리의 말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헤라볼라의 얼굴에 복잡 미묘한 심경이 번진다.

헨리는 헤라볼라의 표정을 보고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꾹 참고서 여전히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농담이 아냐. 그것 때문에 네 아들은 물려받은 왕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네가 아끼는 수하한테 왕권을 빼앗기게 되거든.”

“반란이라니! 대체 어떤 미친놈이 내 아들에게 반란을 일으켜?”

“베네딕이야.”

“뭐?”

헨리는 최대한 헨리가 겪었던 사실들을 바탕으로 샤하트라의 미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물론 아서스가 죽었으니 베네딕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베네딕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으니 베네딕은 알게 모르게 헤라볼라의 미움을 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헨리도 원치 않는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엄한 사람이 미움을 받는 꼴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엔 오해를 풀어 주기로 했다.

“근데 그게 비단 베네딕만의 잘못은 아니야. 베네딕은 단순히 황실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가 반란을 일으킨 거니까. 그래서 얼마 전에 내가 그 황실 사람을 처리했어.”

“사람을 죽였단 말인가?”

“그래.”

“…….”

죄책감 없이 대답하는 헨리의 모습에 헤라볼라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서스는 충분히 죽일 만했다.

그놈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렸으니까.

헨리가 좀 더 진중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혼란스러워할 필요 없어. 난 이미 오래 전부터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고, 내가 죽인 그놈은 그 대비책의 일부일 뿐이니까.”

“미래를 준비한다라…….”

멋진 일이었다.

아니, 멋짐을 떠나 어쩌면 거룩하고 숭고한 일일 수도 있다.

헨리가 말했다.

“그로 인해 베네딕의 반란은 어찌어찌 막을 수 있게 될 테지만 진짜 문제는 야누스에게 있어.”

“……계속 말해 봐.”

헨리의 목소리가 진중해진 만큼 다시 헤라볼라의 표정 또한 진중해졌다.

사람 문제는 그래도 어찌 이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야누스는 신이다.

그것도 샤하트라에 단 둘뿐인 신.

그런 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니 어찌해야 될지 몰랐다.

“그럼 야누스는 어떻게 해야 되지?”

“어쩌긴, 지하 깊숙이 파묻어 버려야지.”

“뭐?”

“어차피 야누스가 위험한 신인 건 너도 잘 아는 사실이잖아? 그래서 지하에 신전을 마련해 오직 왕족들만 출입을 가능하게 한 거고.”

“너, 그 사실을 어떻게……?”

“말했잖아, 미래를 봤다고.”

왕가의 비밀을 대수롭잖게 말하는 헨리를 보며 헤라볼라는 다시금 놀랐다.

하지만 헨리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다.

“잘 들어. 인간은 신을 죽일 수 없어. 하지만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잊힌 존재로 만드는 건 가능하지. 그게 인간이 신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헤라볼라, 왕궁 지하에 만들어 둔 야누스의 신전을 봉인해라. 그러지 않으면 샤하트라 왕국에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끔찍한 재앙이 닥칠 테니까.”

해 줄 말은 이게 전부였다.

그리고 좀 전에 말한 인간이 신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이기도 했다.

헨리가 그 사실을 아는 건 헨리 또한 신이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헨리의 충고를 들은 헤라볼라의 눈에 복잡한 심경이 스친다.

아무리 헨리가 가까운 친우라고는 하지만 왕실의 대소사를, 그것도 모시는 신과 관련된 문제를 외지인에 의해 결정해야 된다는 게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헨리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갈등하는 헤라볼라에게 마지막 말을 덧붙이기로 했다.

“내 말을 믿어, 헤라볼라. 그것이 칸의 눈에 잠든 네 아버지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너, 너! 설마 칸의 눈까지……!”

“말했잖아. 미래에서 봤다니까?”

칸의 눈.

샤하트라 왕조의 영혼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야누스의 존재만큼이나 극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헨리는 이번에도 대수롭잖게 쉬이 언급했다.

덕분에 헤라볼라는 결국 헨리의 말을 맹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헨리의 충고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헤라볼라가 말했다.

“……알겠네. 자네의 충고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고마워, 헤라볼라.”

헤라볼라가 헨리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그로 인해 사막의 역사가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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