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
위대한 원정대 (14)
2미터는 우스울 정도로 장대한 기골.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감싸고 있는 칠흑 같은 갑옷은 투구 속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안광을 더욱더 돋보이게 해 주었다.
헥터는 다시 태어났다.
헨리와 후슬러, 그리고 불카누스가 힘을 합쳐 만들어 낸 대륙 유일의 합법적 언데드 기사로 말이다.
헥터를 소환해 낸 직후, 진이 빠져 버린 후슬러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 모습을 본 헥터가 엄지를 추켜올리며 말했다.
-수고했다, 후슬러.
“감사……합니다, 헥터 님.”
헨리의 계획대로 헥터는 후슬러에 의해 데스나이트로 다시 태어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워록’인 후슬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헥터는 여러 가지 제약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제약들 중 하나.
그것은 바로 데스나이트의 소환 조건 중 하나가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우…… 하마터면 말라죽을 뻔했다고.”
-너도 고생이 많았다, 반.
헥터는 후슬러에 이어 반에게도 엄지를 추켜올려 주었다.
그리고 소환된 헥터를 보고 반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을 수 있었다.
‘이제 됐어……!’
드디어 희망이 생겼다.
헥터는 신력이 부족한 원정대의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하자면 ‘비밀 병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헥터가 가진 힘이 신력의 소유자들에게 통하는지에 대한 검증 또한 이미 확실하게 끝마쳤다.
원리는 간단했다.
헥터가 제아무리 맑은 영혼으로 데스나이트가 되었다곤 하지만, 데스나이트를 제작하면서 생긴 특유의 마기까지 완전히 정화할 순 없었다.
그래서 헨리와 후슬러는 이 점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흑마술과 마기, 그리고 언데드.
이 세 가지는 신력을 가진 종교인들과 대적할 수 있으니까.
‘번거롭긴 해도 확실히 전에 쓰던 몸뚱이랑은 질적으로 다르군.’
헥터는 코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충만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힘을 느꼈다.
-그래…… 이게 바로 힘이지.
비록 육체 없이 갑옷에 깃든 영혼이라 입술은 없었지만 헥터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했다.
헥터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충만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이 힘! 그동안 이 힘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헥터가 있지도 않은 목관절을 휘휘 꺾는 시늉을 하며 등에 멘 대검을 뽑아 들었다.
엄청난 크기의 대검이었다.
흡사 방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매우 넓은 검신의 대검.
대검은 전생의 헥터가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는데, 재질이나 무게도 이전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튼튼했다.
이윽고 대검을 단검처럼 가볍게 들어 올린 헥터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어서 덤비지 않고서.
“이런 건방진!”
욕지거리와 함께, 나르바는 고양이과 짐승이 낼 법한 소리를 내며 사족 보행으로 헥터에게 덤벼들었다.
무서운 속도였다.
그러나 헥터의 붉은 안광은 고요한 불꽃처럼 나르바의 움직임을 주시하더니 이내 곧 화끈하게 불타올랐다.
-흡!
목표 지점을 포착한 헥터가 허리를 비틀었다. 그리고 허리를 비틂과 동시에 양손으로 대검을 쥔 후 시원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휘둘린 검을 향해 나르바 또한 겁 없이 두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붉은 안광에 미소가 어렸다.
히죽.
-잘 가라.
“……!”
헥터의 대검과 나르바의 양손이 맞닿은 그 순간, 두 사람은 직감했다.
이 경합의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를 말이다.
좌아아악!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헥터의 대검.
그리고 헥터의 대검을 기점으로 나르바의 묵직한 몸뚱이가 파죽지세처럼 갈라졌다.
후웅!
방망이를 휘두르듯이, 대검은 조금의 제동도 걸리지 않고 시원스레 앞으로 뻗어져 나갔다.
그리고 검이 나르바의 몸통을 완전히 갈라놓았을 때, 검이 나르바의 몸뚱이를 벗어나며 놈의 핏물로 이루어진 무지개를 그렸다.
“……하?”
“역시……!”
그 광경을 본 반과 후슬러의 반응이 엇갈렸다.
반은 허무하게 죽어 버린 나르바를 보고 심한 허탈감을 느꼈고, 후슬러는 자신이 만들어 낸 데스나이트를 보며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다.
쪼개진 나르바의 시체가 강변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꿈틀거렸다.
“허…… 허떠케……!”
허리가 두동강 난 것이 아닌 손끝을 기점으로 가로로 쪼개졌다.
그리고 쪼개진 것들 중에는 벌려진 놈의 아가리도 있었다.
그래서 나르바의 발음이 자꾸만 샜다.
이에 나르바의 세는 발음을 듣던 헥터가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간 후 놈과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놀라긴, 그냥 네가 나보다 더 약할 뿐인 게지.
콰직!
끝으로, 헥터는 나르바의 머리통을 짓밟아 으깨 버렸다.
수박처럼 박살 나 버린 나르바의 머리.
앙켈만을 전멸시킨 장본인치곤 다소 허무하기 짝이 없는 말로였다.
그때였다.
번쩍!
나르바를 처리한 직후, 뒤편에서 낯익은 광휘가 휘몰아쳤다.
모두의 시선이 뒤로 몰리자 그곳에는 설탑의 연금학파장, 메이커 스워스가 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나타난 메이커가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는 메이커.
그의 인사에 반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딱 맞춰 오셨습니다, 현자님.”
아마도 로그 스톤을 추적해서 온 것이리라.
그래도 때마침 최적의 타이밍에 메이커가 등장했다.
이에 모두가 메이커를 따라 텔레포트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꾸륵- 꾸르륵륵-!
“음?”
기괴한 소리.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옮겨졌다.
그곳에 곤죽이 되어 다져진 나르바의 잔해들이 한곳으로 집결되고 있었다.
“죽은 게 아니었군.”
한곳으로 집결되는 나르바의 잔해들을 보고, 반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헥터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단칼에 죽일 수 있다는 게 좀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헥터가 투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거…… 내가 이긴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되면 내가 꽤나 민망해지는걸?
“민망할 것 없어. 이번에도 네가 이길 테니까.”
근거는 없었지만 반은 묘하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현자에게 말했다.
“현자님, 죄송하지만 합류는 잠시만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놈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차라리 지금 후퇴하시고 다른 원정대원분들과 합류해 안전하게 사냥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합리적인 사고였다.
그러나 반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미 전투를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왠지 저희가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군요.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저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다른 분들은…….”
겁많은 메이커 스워스가 후슬러를 포함해 헥터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자 헥터와 후슬러 또한 반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난 괜찮아. 남자가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지.
“저도 괜찮습니다. 왠지 지금이 아니라면 제게 이런 기회가 또 올 것 같지가 않거든요.”
헥터는 단순한 호승심이었고, 반은 앙켈만에 대한 복수 때문에 합류를 거부했다.
그리고 후슬러는 이번 기회에 그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지극히 사적인 복수를 행할 생각이었다.
‘메시아님,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이런 식으로밖에 메시아님의 노여움을 풀 수 없는 절 용서해 주십시오!’
지극히 사적인 복수.
그것은 죽은 메시아에 대한 넋두리와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 같은 것이었다.
헨리에게 잡혀 온 첫날밤.
후슬러는 생각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메시아의 능력으로 새로운 마왕이 이 땅에 군림할 수 있었을 텐데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됐는지를 말이다.
처음엔 헨리를 원망했다.
그가 교단을 부수고 메시아를 직접 죽인 장본인이었으니까.
하지만 헨리는 너무 강했다.
비장의 수로 남겨 두었던 맹독을 동반한 자폭 테러까지 통하지 않을 정도라면, 헨리는 더 이상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서 가진 능력에 맞춰 분노의 대상을 바꾸기로 했다.
이 작금의 사태를 일으킨 좀 더 근본적인 원흉에게로 말이다.
후슬러는 그 원흉으로 로스 황제를 지목했다.
하지만 그 로스 황제가 아서스 편에 붙어 변절자가 된 사실을 알았을 땐 몹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로스마저 헨리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더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복수할 대상이 모두 사라진다면 자신은 대체 누구에게 분풀이를 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아서스였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지.’
아서스에 대한 사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놈이 대륙의 대부분을 집어삼키고 새로운 신이 되려 한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후슬러는 그런 아서스가 몹시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그렇잖아도 과거 평화교에게 무너진 것에 대한 복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마당에, 이젠 새로운 마왕이 해야 할 대륙 침략까지 그놈이 일삼으려 하니 후슬러로서는 마지막 꿈까지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슬러는 아서스를 새로운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놈과 관련된 모든 것들과 놈을 죽인 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네프람 교단을 세우는 것.
헥터와 후슬러의 대답을 들은 메이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에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메이커는 첫 번째 합류 제안을 거절당하고 원정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원정대에게 이들의 사정을 보고하긴 해야 했으니까.
우웅!
빛이 번쩍이자 메이커가 사라졌다.
그사이에 한덩이의 고기로 결집되던 나르바는 어느새 원래 모습 그대로 복구되어 있었다.
다시 살아난 나르바가 말했다.
“빌어먹을…….”
담백한 욕설이었다.
하지만 그 담백함 속에 응축되어 있는 분노는 전혀 담백하지 않았다.
욕설을 들은 헥터가 말했다.
-안 그렇게 생겨 가지고 섞은 것들 중에 트롤이라도 있었나 보지?
“입 닥치지 못해?”
-뭐,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구먼, 뭘.
헥터가 부활한 나르바에게 비아냥거리자 나르바가 차갑게 정색했다.
이어서 나르바가 말했다.
“좋아, 내가 방심했다는 건 인정해 주지. 그러니 이제 너희들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거야.”
경고를 마친 나르바는 기형적인 관절 꺾기로 목을 뒤로 꺾었다.
그러자 꺾인 목을 기점으로 피부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일전에 앙켈만에서 보여 주었던 기괴한 모습의 ‘꽃’으로 형태를 변화시켰다.
‘꽃?’
이에 반 또한 서둘러 자세를 고쳐 잡았다.
여전히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그래도 아직은 견딜 만했다.
반이 말했다.
“후슬러 님.”
“예?”
“혹시 저도,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놈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이 없을까요?”
반은 진심이었다.
이제 언제든지 현자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알았으니, 허무하게 끝난 줄로만 알았던 복수를, 다시 한번 불씨를 되살려 자그마한 분풀이라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후슬러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대답을 내놓았다.
“……아주 잠깐이라면 가능합니다만, 하지만 그 방법이라는 게 생각보다 리스크가 너무 큰 방법인지라…….”
“상관없습니다. 그렇잖아도 남의 손에 복수를 맡기는 것 같아 찝찝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반의 말을 들은 헥터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쉬지그래? 저놈은 내가 처리할 테니. 그리고 따지고 보면 쓰러뜨려야 할 적은 저놈뿐만이 아니잖아?
“알아. 하지만 저놈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쓰러뜨려야 해.”
-……좋아, 네 뜻이 그러하다니 더 이상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 즉시 퇴출이다.
결심을 마친 반은 곧 후슬러로부터 놈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을 전해 들었다.
방법을 전해들은 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하실 생각이십니까?”
“결심은 이미 했습니다. 그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르바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최종 변화를 끝마쳤다.
그 모습은 마치 마계의 꽃으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요새를 떠올리게 했다.
그 모습을 본 헥터가 말했다.
-소년에서 트롤, 이젠 식인 식물인가? 참 가관이로군.
-닥쳐라!
쩌렁쩌렁!
이젠 인간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헥터의 조롱에 분노한 나르바가 수십 가닥의 촉수를 쏘아 보냈다.
채찍처럼 쏘아지는 수십 줄기의 촉수들.
앙켈만에서 시민들의 심장을 파먹었던 바로 그 촉수였다.
이에 헥터는 방패처럼 커다란 대검을 휘둘러 그것들을 단숨에 잘라 냈다.
촉수 가닥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촉수들은 단순히 잘렸다고 해서 그 명을 끝내지 않았다.
녀석들은 마치 각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숙주에서 잘려 나간 뒤에도 징그럽게 꿈틀거리며 다시 나르바에게로 돌아갔다.
-귀소본능 하나는 끝내주는군. 반! 준비됐나?
“대강은.”
-조오아쓰으!
부웅!
말을 마친 헥터가 다시 한번 거대한 궤적을 그려 내자 나르바의 촉수들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나르바는 자신의 촉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자마자 곧바로 태세를 전환해 앙켈만의 시민들을 맹신자로 만들었던 ‘포자’의 발사를 준비했다.
뒤로 멀찍이 물러선 헥터가 반의 이름을 불렀다.
-반!
“알겠다.”
나르바를 기점으로 양옆에 선 두 사람.
두 기사는 각자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고오오오-!
그리고 그 누구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배 속의 코어로부터 자신들이 끌어 올릴 수 있는 최대치의 기운을 뽑아 올리기 시작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대기가 일렁였다.
그리고 그 일렁이는 대기 사이로 거대한 불꽃들이 점화됐다.
-간다.
“그래.”
헥터가 제안했고 반이 대답했다.
헥터의 불꽃은 보랏빛이었다.
헥터가 가진 오러에 탁한 마기가 뒤엉키니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의 빛깔이 나온 것이다.
반면에 반의 불꽃은 붉은 노을빛이었다.
기존의 푸른 오러가 후슬러의 흑마술의 영향으로 인해 붉은 빛으로 물든 것이다.
이윽고 나르바의 포자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하늘 위로 떠오른 죽음의 포자가 지상을 향해 떨어질 때, 두 사람은 끌어 올린 극한의 오러를 칼날에 응축시킨 후 전방을 향해 거칠게 뿜어냈다.
‘죽어라!’
휘둘린 검격에 반의 간절한 염원이 녹아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검격이 나르바라는 교차점에 포개진 그 순간.
교차된 두 개의 불꽃이 새하얀 광휘를 토해 내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광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