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309화 (309/522)
  • # 309

    위대한 원정대 (11)

    “넌!”

    “그래,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가 왔다!”

    솨아-!

    대답과 함께 맥도웰은 주특기인 발도술을 선보였다.

    채찍처럼 늘어나는 맥도웰의 검기가 글러트니를 향해 날아들었고 글러트니는 급히 두 팔을 들어 올려 맥도웰의 발도술을 막아 냈다.

    콰지직!

    “……!”

    맥도웰의 검기가 팔뚝에 닿는 순간, 글러트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전에 맞부딪쳤던 간지러운 수준의 대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무슨?’

    미세한 차이였지만 맥도웰은 보았다.

    글러트니의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말이다.

    맥도웰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놈이 잠깐이나마 당황한 틈을 타, 허공으로 한 번 더 약진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대지를 가를 기세로 글러트니의 머리를 향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콰과과-!

    이번에는 발도술이 아니었다.

    온 힘을 짜내 쏘아 보낸 맥도웰만의 검격이었다.

    뿜어진 검격은 용처럼 나아가 글러트니를 집어삼켰다.

    음속의 맥도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덕분에 글러트니는 쏟아지는 검격을 피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검격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

    한 차례의 오러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글러트니의 뒤로 용 꼬리와 같은 기다란 상흔들이 새겨졌다.

    바닥에 착지한 맥도웰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칼날을 치켜들며 말했다.

    “다시 보니 반갑구나. 그래, 내가 준비한 선물은 마음에 들고?”

    히죽.

    맥도웰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나 맥도웰의 표정과는 반대로, 글러트니는 얼굴을 감싸기 위해 교차하여 들어 올렸던 팔을 여전히 내리지 않은 채 조용히 침묵을 고수했다.

    놈은 마치 망부석처럼 굳어 있었다.

    그의 전신에는 검격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파괴의 여파가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윽고 글러트니가 두 팔을 내렸다.

    놈은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렇군.”

    익살스러운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녀석은 어울리지 않게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자신이 느낀 바에 대해 서술했다.

    “그런 뜻이었습니까, 아서스 님?”

    아서스는 글러트니에게 딱히 무슨 말을 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러트니는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그렇지. 이건 아서스 님께서 나를 시험하려 하시는 거야. 그리고 기회를 주시는 거지. 나에 대한 아서스 님의 충성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 말이야.”

    글러트니의 혼잣말을 들은 맥도웰은 미간을 찌푸렸다.

    난데없이 충성심 테스트라니?

    맥도웰은 뜬금없이 아서스의 시험을 거론하는 글러트니를 보며 끌끌 혀를 찼다.

    그리고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다.’라고 생각한 순간, 녀석들은 원래 아서스에게 미쳐 있는 광신도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뒤늦게 저러한 반응에 대해 납득했다.

    “이래서 미친놈들이랑은 상종하면 안 되는 건데…….”

    맥도웰은 동료들에게서 건네받은 헤라볼라의 반지들을 한 번 만지작거린 후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동료들로부터 건네받은 반지의 숫자는 모두 합해 셋.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까지 합치면 총 네 개였다.

    물론 반지 네 개짜리 신력으로는 아일라조차도 상대하지 못할 양이었지만, 어쨌든 일단 한번 부딪혀 보기로 했다.

    아직은 글러트니가 가진 신력의 양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어찌 됐든 좀 전의 일격으로 자신의 공격이 글러트니에게 통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법이 반지의 개수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보조를 부탁드립니다.”

    “예.”

    맥도웰은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며 동행한 현자들에게 보조를 부탁했다.

    그 모습을 본 글러트니가 말했다.

    “그래, 당연히 혼자선 무리겠지. 그리고 무리를 짓는 게 바로 나약한 인간들의 습성이지.”

    “거 참, 더럽게 투덜거리네. 자기도 인간이었던 놈이.”

    “키킥,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현재가 중요할 뿐이지. 그럼 어디 한번 재롱부려 보라고! 한 달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지켜봐 줄 테니!”

    말을 끝으로 글러트니의 모습이 사라졌다.

    녀석의 주특기인 투명화, 그리고 기척 지우기가 발동된 것이다.

    ‘역시 똑같은 패턴.’

    글러트니는 비발디 타운에서 맥도웰이 처음으로 마주쳤던 사도였다.

    그리고 그런 사도에게 무참히 박살 났다.

    맥도웰이 녀석에게 박살 난 이유 중 하나는 녀석이 가진 신력 때문에 자신의 오러가 먹히지 않음도 있었지만 저 완벽에 가까운 암습 능력 때문이었다.

    맥도웰은 다시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지난 한 달간 맥도웰은 감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물론 검술이나 오러 훈련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훈련들을 제쳐 두고 오직 감각 훈련만을 해 온 이유는 간단했다.

    발도술에 기반한 맥도웰의 검술은 이미 완성에 가까웠다.

    오러 또한 이미 궁극기를 익힌 시점에서 손쉽게 늘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감각은 달랐다.

    감각이란 조금만 수련을 게을리 해도 얼마든지 무뎌질 수 있는 것.

    그리고 암습을 즐겨 삼는 놈을 상대하기 위해선 오로지 감각 훈련만이 파훼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글러트니는 이번에도 전과 같이 모습과 기척을 완전히 지운 후 고요함 속에 녹아들었다.

    놈은 뛰어난 암살자였다.

    동시에 가학을 즐기는 변태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녀석은 이번에도 맥도웰의 빈틈을 파고 든 후 자신의 욕구가 채워질 때까지 마음껏 그를 유린할 생각이었다.

    맥도웰이 이를 부득 갈며 생각했다.

    ‘건방진 놈, 뜻대로 될 성싶으냐?’

    신력에 기반한 녀석의 암습 능력은 일반인이라면 절대로 알아챌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러트니는 이번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반지의 개수는 맥도웰을 포함하여 모두 네 명 정도.

    그리고 자신의 신력은 고작해야 반지 네 개짜리 신력으로는 어찌해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이에나처럼 맥도웰의 주변을 멤돌던 글러트니는 한쪽 손에 신력을 응집해 손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마치 잘 벼려진 기마병의 랜스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찌를 부위를 명확히 한 글러트니의 몸이 벌처럼 몸이 쏘아져 나갔다.

    ‘지금!’

    슈아악!

    글러트니가 노린 부위는 맥도웰의 미간.

    뒤를 노리지 않고 정직하게 정면을 택한 이유는 이 또한 맥도웰의 실력을 조롱하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글러트니는, 바람소리조차 절제하며 순식간에 맥도웰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글러트니의 손끝이 맥도웰의 지척까지 다가온 순간, 주위를 방황하던 맥도웰의 눈동자가 일순간 글러트니의 시선과 마주쳤다.

    “거기구나.”

    슈캉!

    찰나의 순간, 한 뼘도 되지 않을 보폭을 사이에 두고 맥도웰은 검을 휘둘렀다.

    검은 아래에서 위로 그어지는 정직한 일자 베기로 주특기인 발도를 변형시켜 휘두르는 속도를 더욱더 증폭시켰다.

    그리고 두 바람 소리가 맞물린 순간, 그 사이로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챙캉!

    “……!”

    “멍청한 놈……!”

    두 사람의 칼이 맞부딪힌 순간, 맥도웰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한 번 더 확장된 글러트니의 동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맥도웰이 다시 소리쳤다.

    “지금!”

    콰드득! 파지짓! 슈팡!

    맥도웰의 올려베기로 글러트니의 몸뚱이가 아주 잠시간 허공에 부유했다.

    그 순간 맥도웰은 소리쳤고, 그사이에 함께 온 현자들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마법들을 발동시켰다.

    코앞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얼음 가시가 솟구쳤으며 바람의 심판이 작렬했다.

    세 가지 마법이 동시에 발현되자 맥도웰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체 전면에 오러를 두텁게 둘렀다.

    코앞에서 폭발하는 마법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네놈!”

    커다란 세 개의 마법이 작렬하면서, 일순간 글러트니의 얼굴이 괴물의 그것처럼 흉측하게 변했다.

    맥도웰은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그 모습을 보았다.

    전신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한 외모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았다.

    저것보다 더한 얼굴들을 마물의 숲에서 훨씬 더 많이 보았으니까.

    맥도웰은 여전히 마법들이 작렬하고 있는 전방으로 크게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리고 횡축으로 그었던 검을 비틀어 종축으로 휘둘렀다.

    이 모든 일들이 2초 남짓한 시간 동안 한꺼번에 벌어졌다.

    맥도웰은 검 손잡이를 양손으로 굳게 잡은 후 칼을 긋는 것이 아닌 몽둥이를 휘두르는 심정으로 허리 축을 돌렸다. 그리고!

    쩌어어엉……!

    거대한 쇠종을 망치로 두드린 듯한 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서 맹렬하게 울려 퍼졌다.

    손끝이 저릿해질 정도의 충격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러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글러트니는 조금도 살기를 줄이지 않았다.

    자욱한 흙먼지를 가르며 글러트니의 손이 휘둘렸다.

    그러나 단순히 속도만 따지자면 단연코 맥도웰이 ‘한수 위’였다.

    쾅!

    뻗어지는 손바닥의 궤적을 피해 맥도웰은 등을 뒤로 꺾으며 백 텀블링을 했다.

    그리고 텀블링을 위해 지면을 박찬 순간, 맥도웰은 박찬 두 발을 위로 뻗어 올려 글러트니의 턱에 발끝을 정확히 꽂아 넣었다.

    쩌엉!

    ‘역시……!’

    뻗은 발끝으로부터 좀 전에 손끝에서 느꼈던 충격이 전해졌다.

    오러가 둘러진 칼날도 먹히지 않았는데 단순한 무투술이 먹힐 리가 없다.

    이에 글러트니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맥도웰의 오른쪽 발목을 잡아챘다.

    “그깟 발재간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냐!”

    후웅!

    글러트니는 온힘을 다해 맥도웰을 하늘로 던졌다.

    그러고는 자신 또한 맥도웰을 집어던진 방향을 향해 높이 도약했다.

    슈우웅!

    그 속도는 매의 비상쯤은 가볍게 비웃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맥도웰은 여전히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고 악귀 같은 얼굴을 한 글러트니는 그 속도에 맞춰 맥도웰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끝이다!”

    콰앙!

    분노에 찬 글러트니는 두 손을 모아 있는 힘껏 아래로 내려쳤다.

    “크헉!”

    맥도웰의 명치에 글러트니의 주먹이 정확하게 감기며 전신의 모든 숨구멍들이 틀어막아지는 듯했다. 그만큼 명치는 치명적인 급소였으니까.

    그리고 짓누른 힘의 반동으로 맥도웰은 글러트니가 솟아올랐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글러트니가 잔인하게 웃었다.

    그러나 맥도웰이 지상으로 처박히기 직전.

    “리버스 그래비티!”

    우웅!

    현자들의 역중력 마법으로 간신히 핏덩이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저놈들이 감히……!”

    가까스로 구조된 맥도웰을 보며 글러트니가 분통을 터뜨렸다.

    코앞에서 설치는 맥도웰 때문에 잠시 동안 현자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글러트니의 이마에 힘줄이 돋고 얼굴이 벌게졌다.

    사람이 모기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모기의 흡혈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별것도 아닌 존재들이 자꾸만 성가시게 굴어서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러니 글러트니에게 있어 현자들은 딱 모기 같은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원한다면 네놈들부터 죽여 주마.”

    어차피 이 모든 것이 아서스의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글러트니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간에 눈앞의 원정대놈들을 모두 다 잡아 죽일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현자들이 타깃이 된 것은 어차피 예정된 일이라는 뜻.

    마음을 바꿔먹은 글러트니가 공중에서 다시 한번 약진하며 쏜살같은 속도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글러트니는 자신의 두 손을 모아 거대한 창날처럼 변형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글러트니가 현자들을 향해 떨어져 내기리 직전!

    “사막의 모래성!”

    쿠구구구-! 촤아아-!

    주변의 토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랫더미가 파도처럼 솟구쳐 떨어져 내리는 글러트니를 집어삼켰다.

    “끄아아아악!”

    모래에 닿은 글러트니의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연기를 내뿜었다.

    솟구친 모래가 끓인 기름처럼 몹시 뜨거웠기 때문이다.

    글러트니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이상했다.

    하지만 이것은 호재이기도 했다.

    7서클 현자들의 폭발 마법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놈이 비명을 내지른다는 것은, 놈에게 ‘사막의 모래성’이 먹혀들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막의 모래성을 소환한 이는 다름 아닌…….

    “모두들 지금입니다!”

    “예!”

    사막 왕국의 유일한 수호신이자, 새로운 라의 검으로 군림한 샤하트라의 왕, ‘헤라리온 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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