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291화 (291/522)

# 291

부화 (5)

헨리는 새로운 신위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포기가 아니라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라의 신력이라든지 아이린의 신력은 이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정상 사용할 수가 없었다.

물론 도움을 받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결코 헨리의 주된 전력이 될 순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헤라볼라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조언을 조합하여 새로운 신위를 찾아 아서스와 맞서 싸우려 하였으나 덤빌런과 오리온조차 쓸모없다는 결론이 났으니 헨리는 이제 그만 정말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헨리는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깨끗하게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 대신 헨리가 취할 수 있는, 동시에 헨리가 가장 자신 있게 준비할 수 있는 분야로 아서스와 맞서 싸우기로 했다.

헨리가 가장 잘 준비할 수 있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

그것은 바로 마법이었다.

물론 헨리는 알고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패하게 되면 자신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가 아서스의 손아귀로 넘어가 대륙 전체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헨리는 헨리 혼자서 준비하는 것이 아닌 설탑의 수많은 마법사들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마법사들은 불과 같다. 그러니 여럿이 뭉칠수록 더더욱 거대한 불꽃이 되어 무지막지한 화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헨리는 그 화력을 몇 단계나 상승시키기 위해, 전생한 직후 꽤나 큰 도움이 되었던 ‘미러클 블루’의 원액과 ‘블랙 티어’를 이들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대마법사님, 진심이십니까?”

“당연히 진심이지. 그리고 약속했잖아, 이 모든 일들이 끝나면 너희들을 7서클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이야. 근데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니 너무 고마워하진 마.”

“아, 아아…….”

헨리의 폭탄선언에, 로어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헨리의 의중을 되물었다.

그러자 헨리는 대수롭지 않게 그렇다고 답했고 로어를 포함한 모든 학파장들이 헨리의 은혜에 감동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헨리의 설명이 계속됐다.

“방법이야 쉬워. 문제는 단기간에 서클을 끌어올리려면 죽을 듯이 아프다는 게 문제지만.”

“괜찮습니다! 제 한계만 증진시킬 수 있다면 그까짓 고통쯤은! 현재에 답보된 제 무지함에 대한 고통보단 덜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옳습니다!”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7서클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학파장들은 하나같이 열을 올리며 헨리의 말을 부정했다.

이에 헨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각 학파의 수장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 아래 마법사들 또한 같은 뜻일 것이다.

이에 헨리가 말했다.

“좋아, 그럼 다들 칼리번 요새로 이동한다.”

“칼리번 요새, 말입니까?”

“그래, 그곳에 너희들의 서클을 증진시켜 줄 영약의 재료가 잔뜩 포진되어 있거든.”

“좋습니다! 지금 당장 떠날 채비를 하겠습니다!”

“너희들도 모두 떠날 채비를 해라!”

“예!”

“우오오!”

마치 기사들의 단합을 보는 것처럼, 헨리는 정말 보기 드물게 마법사들이 기합을 넣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 * *

“끄흐으윽…….”

“전하, 이렇게 해선 절대로 그놈처럼 될 수 없습니다.”

“하, 하지만……!”

“어허, 훈련 중엔 정신을 집중하셔야죠. 훈련 중엔 일체 대답하지 않습니다.”

내려쬐는 뙤약볕.

햇볕이 내려쬐는 무슈의 단련장에는 피부가 까무잡잡한 남자 한 명과 그를 에워싼 여러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헤라리온.

헤라리온은 현재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수준급의 기사들, 그러니까 반이나 맥도웰, 그리고 바할드 같은 기사들에게 ‘무신이 되기 위한 특제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그만.”

“허어억.”

반이 그만이라고 말하는 순간, 헤라리온은 자리에서 쓰러졌다.

혹독한 트레이닝이었다.

헥터가 가르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들고 벅찬 수련이었다.

헤라리온이 쓰러진 직후였다.

“사제 여러분.”

“예.”

헤라리온이 쓰러지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제 2명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 후 반의 요청대로 헤라리온에게 ‘치유술’을 시전했다.

화아악!

찢어진 근육을 붙게 하고 활력을 샘솟게 하는 치유술.

이들은 성국에서 특별히 파견된, 오직 헤라리온의 수련만을 위해 배치된 특수 사제들이었다.

헤라리온은 곧 찢어질 듯이 아픈 근육통이 잠잠해지고 호흡이 잦아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헤라리온의 컨디션이 원래대로 회복되자, 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일어나십시오. 그리고 다시 검을 드십시오.”

“아, 안 돼에…….”

“안 되는 건 없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이제는 반의 얼굴이 악마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조금도 쉴 수 없는 특수 트레이닝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십 일 동안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특수 트레이닝에 쏟아 부은 결과, 헤라리온은 과거의 비실비실하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자, 다음은 오러 훈련입니다.”

“흡!”

근력 훈련에 이어 오러 운용에 대한 훈련.

헤라리온의 교육을 맡은 기사들은 단기간에 헤라리온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최고의 훈련 메뉴얼을 구성해 헤라리온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

헤라리온은 어느새,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헤라리온의 전신으로부터 푸른 오러가 뿜어졌다가 다시 잔잔한 호수처럼 잦아들었다.

소드 마스터 특유의 정돈된 오러였다.

헤라리온의 오러를 본 반이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역시 전하께선 무신의 재능을 타고 나셨습니다. 보통의 검사였다면 겨우 이 정도 기간으론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소드 마스터의 경지이기 때문이죠.”

“흐으읍……!”

“자자, 잘하고 계십니다. 그럼 이 오러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곧바로 제국검술을 10회 반복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10회나 말입니까?”

“어허! 훈련 중엔 일체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럼 시작!”

“으아아아!”

비명에 가까운 악.

그러나 헤라리온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번에도 도태되어 헨리에게 짐이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죽은 뒤에 조상들을 뵐 면목이 없었기에.

아서스가 말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헤라리온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 * *

콰아앙!

콰앙! 콰아앙!

무슈의 또다른 훈련장.

그곳은 무슈의 외곽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선 헤라리온과 마찬가지로 어느 기사의 고된 훈련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기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로난.

로난은 전신에 오러를 끌어올려 자신의 양아버지였던 존재, 킹턴과 대련을 펼치고 있었다.

“고작 이것 밖에 되지 않는 것이냐!”

콰아앙!

로난과 킹턴의 오러가 격돌했다.

지난 몇십 일 간.

로난은 헨리에게 말했던 대로 킹턴을 자신의 부관으로 거두어들이는 조건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그 결과, 고작해야 중급에 미쳤던 로난의 경지는 어느덧 결전기를 손에 넣은 상급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고, 현재는 궁극기를 터득한 최상급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 같이 킹턴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오러가 다시 한번 격돌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오러가 격돌할 때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제길! 그래도 전직 기사왕은 기사왕이라는 건가!’

‘역시 무서운 재능이구나, 로난!’

그토록 미워하던 킹턴과 대련하면서 로난은 킹턴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킹턴은, 자신의 친아들, 헤밀턴 포람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능을 가진 로난의 성장세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러한 감탄은 서로에게 더 큰 자극이 되어 서로를 몇 단계나 더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콰앙! 콰앙! 콰아앙!

고막을 찢어놓을 정도로 거대한 굉음이 훈련장을 끊임없이 가득 메웠다.

동시에 훈련장에 굉음이 가득 메워질수록 훈련의 여파로 인해 훈련장도 함께 부서져 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은 다름 아닌 무슈.

고장 난 것은 고치면 되고 못 쓰는 것은 다시 만들면 된다는 신조를 가진, 대륙 최고의 장인들이 모여 사는 바로 그 무슈였기 때문이다.

“끝이다!”

화악!

접점을 펼치던 킹턴이 오러를 응축하여 큼지막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초승달을 연상케 하는 검격이 로난에게로 쏘아졌다.

그러나 로난은 이미 한계였다.

아무리 킹턴이 로난의 수준에 맞추어 궁극기를 자제하고 오러를 절제해 준다고 한들, 확실히 킹턴은 최상위 레벨의 기사였다.

로난은 눈앞으로 쏘아져 오는 거대한 크기의 검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를 갈았다.

‘제길! 이번에도!’

벌써 며칠째 같은 시점에서 패배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었다.

오랜 대련으로 체력의 대부분이 방전되고 로난이 가진 오러의 불씨가 거의 사그라들 때쯤 쏟아져 나오는 킹턴의 무자비한 검격 세례.

로난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아니, 염원했다.

제발.

제발 이번 한 번만 어떻게든 저 빌어먹을 검격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을 테니 제발 자신에게 힘을 달라고 말이다.

로난은 뜨거운 독기를 품으며 두 눈의 실핏줄을 터뜨렸다.

몸은 무거웠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도 로난은 오로지 ‘악’으로만 근육을 움직여 찢어질 듯한 고통을 집어삼켰다.

“으아아아아!”

콰아앙!

로난의 비명.

그리고 그 비명 끝에 킹턴의 검격이 로난에게 적중했다.

적중된 검격은 그 크기가 너무 거대한 나머지 로난을 집어삼키고 난 후, 남은 검격의 일부가 뒤편의 훈련장을 거칠게 찢어놓았다.

…….

자욱해진 먼지.

킹턴이 숨을 몰아쉬며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자욱해진 먼지 사이로 침착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설마?’

제아무리 오러를 조절했다고는 하나,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는 로난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대련에 심취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게 된다.

애석하게도 지금이 바로 그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킹턴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만에 하나 자신의 실수로 로난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헨리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먼지가 걷어졌다.

그리고…….

파츠즈즈즛!

“……!”

귓전을 때리는 선명한 소리.

사그라들었던 오러가 맹렬하게 불타오르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러한 투지의 소리와 함께, 걷어진 흙먼지 사이로 두 발로 지탱해 서 있는 로난이 보였다.

“후우, 후우, 후욱……!”

매 대련 때마다 기절했던 로난이, 드디어 두 발로 지탱한 채 킹턴의 검격을 버텨 낸 것이었다.

로난은 마치 꺼지기 직전의 촛불을 연상케 했다.

가장 크고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꺼지기 직전의 불꽃.

하지만 말 그대로 그 불꽃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몹시 위태로웠다.

그러나 킹턴은 느낄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저 위태로운 모습이 바로 그동안 숱하게 기절하며 쟁취하고자 했던 로난의 오랜 염원이었음을 말이다.

“흐, 흐흐흐…… 버……텼……어……!”

털썩!

킹턴의 검격을 버텨 내고 새로운 오러의 불꽃을 피워 낸 로난.

드디어 로난에게 최상급 소드 마스터만이 가질 수 있는 비기, ‘궁극기’로 향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