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248화 (248/522)

# 248

전력 강화 (1)

어디까지나 헨리의 추측이긴 했지만 드라칸이 샬롯 고원에 있으니 아서스도 분명히 그 근처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은 감이 뛰어난 편이니 의심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칸의 키메라 군단이 아니라면 아서스는 이 대륙에서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있는 곳이 없을 테니까.

‘샬롯 고원이라…….’

헨리는 대륙 지도에서 샬롯 고원을 살폈다.

남부의 샬롯 고원이라 함은 산맥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넓은 평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덥고 습한 기후, 그리고 밀림과도 같은 빼곡한 수림 때문에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이라는 것이다.

말인즉슨, 괴물 같은 키메라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무언가를 작당하기엔 딱 좋은 장소란 뜻이었다.

‘정석대로라면 포위망을 좁혀 나가야겠지, 하지만…….’

마음 같아선 군대를 동원하여 밀어 버리고 싶지만 핌과 림 형제도 그렇고, 킬라이브에서 만난 베이브를 덮치려던 키메라를 생각한다면, 현재로써는 제국군의 일반 병사들은 키메라를 처리함에 있어 전혀 도움이 안 됐다.

도리어 쓸데없는 죽음만 늘어날 뿐.

그러므로 키메라 군단의 제압에 필요한 인물들은 소드 마스터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인재여야 하며 마법사로는 아크 메이지급 인물들이어야만 했다.

‘결국은 소수 정예인가?’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더군다나 저쪽에는 자신과 같은 7서클 대마법사도 있으니 이번 전투는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쯤, 헨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침대에 몸을 뉘였다.

푹신하다.

하지만 편해도 편한 것이 아닌 게 현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남았으니까.

헨리는 눈을 감았다.

그런 다음 생각에 잠겼다.

‘아서스 그놈,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거지?’

어쩌다가 아서스와 철천지원수 사이가 되었을까?

헨리는 사태를 수습하기에 앞서, 여태껏 일이 이렇게 벌어진 것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떠올려 보기로 했다.

헨리는 기억을 되새겼다.

헨리가 기억하기로, 전생에서 헨리는 아서스와 딱히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아서스가 대귀족이 되고 권력을 손에 쥐기 시작하면서부터 놈은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권력욕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개국공신파의 대척점에 서는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어 천천히 권력을 잠식해 나가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놈은 결국 대공작의 자리를 얻어 냈고, 마지막엔 황제까지 밀어낸 후 자신만의 제국을 손에 넣는 데까지 성공했다.

평범한 과정이었고 평범한 결과였다.

이 모든 건 ‘권력’이라는 욕심에 의해 벌어진 일일 테니까.

하지만 얼마 전, 놈은 제국 따위에는 조금도 미련이 없다는 듯이 홀연히 황궁을 버리고 종적을 감추었다.

‘대체 왜?’

헨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토록 큰 노력을 들여 제국을 손에 넣었으면서 단순히 헨리를 피해 제국 전체를 내던진 채 줄행랑을 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것은 헨리는 여태껏 놈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한낱 평범한 인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놈은 보란 듯이 알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해 헨리의 일격을 회피했고, 여유까지 부리면서 헨리를 조롱했다.

그리고 이젠 감히 정령왕조차도 간섭할 수 없는 스칼마저 아서스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서스, 넌 대체 정체가 뭐냐?’

이것만큼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그러니 아서스를 쓰러뜨리되 무슨 이유로 그런 일들을 저질렀고 대체 어디서 그런 힘을 얻었는지 반드시 알아내겠다고 헨리는 다짐했다.

똑똑-.

그때였다.

생각의 정리가 다 되어 갈 때쯤, 누군가 헨리의 방문을 두드렸다.

이에 헨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손수 방문을 열어 주었다.

“뭐해?”

방문자는 다름 아닌 로난이었다.

로난은 가벼운 복장으로 헨리를 찾아왔다.

이에 헨리가 가벼운 미소로 로난을 맞이하였다.

“그냥 쉬고 있지. 무슨 일이야?”

“일은 무슨…… 그냥 차나 한잔 얻어 마시러 왔다.”

“싱겁긴.”

헨리는 가볍게 로난의 방문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곧 손수 차 두 잔을 준비해 한 잔을 로난에게 내밀었다.

호록-.

차를 마시는 로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헨리가 물었다.

“로난.”

“왜?”

“너 무슨 고민 있냐?”

“……티 많이 나냐?”

“그렇게 어색하게 차를 홀짝이는데 못 알아차리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크흠흠, 그런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속 시원히 털어놓는 게 어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린 동기잖아?”

‘우리는 동기잖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말이었으나 오늘따라 유난히 더 그 말이 감동적이게 느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헨리가 평소와 다름없이 격 없는 동기 사이로 지내자고는 했지만 로난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헨리와 자신 사이에 벌어진, 보이지 않는 엄청난 격차를 말이다.

짐짓 감동한 표정을 짓는 로난을 보며, 헨리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을 해도, 제국의 대현자였던 헨리에 비하자면 로난은 손자뻘쯤 되는 어린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부드럽게 긴장을 마사지 해준 헨리가 다시 한번 용건을 물었다.

이에 로난이 받아 든 찻잔을 내려놓은 뒤, 본격적으로 용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은 부탁이 있어서 찾아 왔어.”

“부탁?”

“응.”

“뭔데?”

“강해지고 싶어.”

“응?”

강해지고 싶다는 로난의 말에, 헨리는 고개를 반쯤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로난이 강해지고 싶다면 헨리를 찾아올 것이 아니라, 최상급 소드 마스터에 해당하는 바할드나 맥도웰, 그리고 반 같은 ‘기사’를 찾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에 헨리가 반문했다.

“그런 문제라면 나 말고 다른 형님들을 찾아야지, 왜 날 찾아 와?”

“그 말도 맞긴 한데…… 사실 난 그분들과 친분도 없고 아직 좀 어색하거든.”

“……그러니까 네 말은 형님들께 검을 배울 수 있게끔 다리를 좀 놔 달라고?”

“응, 맞아.”

정직한 부탁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솔직한 부탁에 헨리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지금 네가 상급 소드 마스터인가?”

“응, 그렇지.”

“음, 내가 알기로 중급과 상급의 구분을 짓는 건 결전기의 유무라고 들었는데……. 너 대단하다? 난 아직 결전기는커녕 주특기에 대한 감도 제대로 잡지 못했는데 말이야.”

“대단? 너 지금 나 놀리는 거냐? 그까짓 결전기의 유무 따위, 실전에선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그게 왜 쓸모없어?”

“발락 때를 떠올려 봐.”

“발락? ……아!”

헨리는 기사들을 대동하여 봉인된 발락을 제압할 때를 떠올렸다.

당시의 로난은 발락이 체스트의 봉인에서 풀려나면서 던진 검은 형벌에 맞고 곧바로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로난이 약한 것이 아니었다.

발락이 너무 강했던 것뿐.

바빠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당사자인 로난은 그때의 상황을 몹시 수치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그뿐만이 아니야. 네가 전쟁을 중지시키기 전에 난 내 양아버지를 상대하고 있었다는 건 알아?”

“그건 진즉에 봐서 알고 있지. 하지만 헤라리온 전하에게 듣기로는 킹턴이 날리는 검격을 네가 모두 상쇄시켜 주었다고 하던데?”

“상쇄시킨 건 맞아. 하지만 그뿐이야.”

“그뿐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고작해야 상쇄였어. 그것도 급급하게 말이지. 난 내 양아버지였던 인간을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고 싶어.”

로난의 경지는 상급 소드 마스터.

그리고 킹턴의 경지는 최상급 소드 마스터.

동시에 제국 최고의 기사왕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로난은 그런 킹턴의 검격을 어찌 됐든 상쇄시켜 내 아군의 피해를 줄여 냈다.

이는 분명히 큰 재능이었다.

하지만 헨리를 보필하는 기사들 중, 킹턴의 검격을 압도하며 집어삼켰으면 집어삼켰지, 고작해야 검격의 상쇄로 그치는 기사는 없었다.

로난이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러한 부분이었다.

‘허허, 이놈 봐라?’

헨리는 그제야 로난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건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열등감과 욕심으로 이글거리는 로난의 두 눈을 보며, 헨리는 아끼는 손자의 열정을 발견한 것처럼 몹시 흥미로움을 느꼈다.

사실, 헨리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이후부터 과거보다 검에 대한 열정이 조금 식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헨리의 ‘검술’은 제국 검술과 헥터 검술의 장점들을 잘 배합해 나름대로 완성형에 가까운 검술을 이룩해 내었으니까.

또한 헨리가 가진 오러는 기존의 오러와는 그 성질이 많이 다르기에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서클이 증진될수록 오러의 밀도 또한 한층 더 단단해지니, 헨리에게 오러란 마법의 증진에서 얻게 되는 부가적인 ‘덤’ 같은 개념이 되었다.

‘흐음, 이놈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 나도 좀 자극이 되는데?’

로난에게서 느낀 흥미는 곧 정체되어 있던 헨리의 열정을 자극하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찌 됐든 헨리와 로난은 과거에 수석과 차석 자리를 두고 다투던 동기 사이였으니까.

그렇기에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로난에게 좋은 자극을 받게 되자 헨리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흔쾌히 로난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좋아. 내 하나뿐인 동기가 원하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럼 이 기회에 형님들이랑 친분이나 좀 다져 둬.”

“정말이야? 고마워, 헨리!”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는 헨리에게 로난은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 * *

“……그러니까, 가르침은 받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우리한테 말은 못하고 너한테 부탁을 했다?”

“그런 셈이죠.”

헨리는 바할드와 맥도웰, 그리고 반을 소집해 로난의 바람을 전달해 주었다.

이에 맥도웰이 헨리의 말을 듣자마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흐흐! 그놈 그거, 그렇게 안 봤는데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었군그래. 확실히 우리가 좀 감히 친해지기 힘든 대선배이긴 하지.”

“그럼 승낙해 주시는 겁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리고 그놈, 듣기로는 너와는 군대 동기임과 동시에 킹턴의 양아들에다가 이셀란이 아껴 키우던 놈이었다면서?”

“그렇습니다.”

“이래저래 사연이 많은 놈이로군. 근데 킹턴의 양아들이었으면 그놈도 분명히 포람의 검술을 사용할 텐데, 전혀 다른 검술을 쓰는 우리가 그 애를 가르쳐도 될까?”

“뭐…… 이미 상급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으니 검술 쪽은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고, 중요한 건 결전기 이후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긴 그놈 저번에 발락한테 한방에 나가떨어졌을 때 좀 볼썽사납긴 했어. 좋아! 그럼 네 부탁대로 로난의 훈련은 들어주는 걸로 하고……. 헨리, 너는 좀 어떠냐?”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듣기로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헥터란 놈한테 수련을 받았다면서?”

“예, 그렇습니다.”

“이후의 진전은? 네가 가진 오러의 특징이 뭔지는 알고 있고?”

“하하…… 안타깝지만 제 오러는 보통의 오러와는 성질이 많이 달라서요. 지금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진 잘 알겠지만 제 오러와 관련된 건 저 스스로 깨우치겠습니다.”

“그래? 그것 참 아쉽구먼.”

맥도웰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능이 출중한 제자를 가르치는 것만큼 스승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것은 없었으니까.

맥도웰의 말이 끝나자 곁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반이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수련이라……. 그러고 보니 헤글러를 깜빡하고 있었군. 그놈도 마스터 경지에 다다른 이후로는 내가 신경을 못 써 줬는데.”

“그렇게 신경이 쓰이시면 헤글러도 함께 가르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마침 비발디 타운에도 전쟁이 끝나 헤글러도 한가할 테니까요.”

“음, 그럴까?”

“그러시죠. 비발디 타운까지 왕복할 수 있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드릴 테니 번거로우시겠지만 다녀오시죠.”

헤글러는 운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로난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잊혔을 테니까.

이에 로난의 부탁을 마무리한 헨리가 방을 벗어나려던 찰나, 바할드가 헨리에게 말했다.

“헨리.”

“예?”

“혹시라도 검의 정진에 문제가 생긴다면 나를 찾아오너라.”

진심으로 제안하는 바할드.

그리고 헨리에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할드는 성격상 제자 같은 것을 두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현 시점에서 바할드는 징벌왕 발락까지 쓰러뜨린 대륙 최고의 기사였다.

그런 바할드가 헨리에게 직접 수련 지도를 제안했으니 헨리로서는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8서클을 이룩하고 나면 작정하고 검 수련에 매진해 봐야겠군.’

이쯤 되자 헨리는, 자신의 오러를 단순히 서클 증진의 덤 정도로 썩혀 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언젠가 다시 8서클을 이룩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 작정하고 검의 극의를 한번 깨우쳐 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감사합니다, 바할드 님.”

헨리는 바할드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방을 벗어나며 헨리는 계속해서 ‘정진’이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그리고…….

‘정진이라……. 그러고 보니 나도 한참이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네. 상황도 대충 정리된 것 같은데, 샬롯 고원으로 떠나기 전에 나도 전력이나 좀 강화해 둘까?’

타이밍이 좋았다.

헨리는 로난에게 자극받은 김에 자신 또한 간만에 전력 강화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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