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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238화 (238/522)

# 238

더비 매치 (3)

8시 방향.

8시 방향에는 제5군단이 배치되었으며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으로는 용병왕 알렌의 ‘믿음직한 뒤’인 부관, ‘워커’가 맡게 되었다.

워커는 말 수가 적었다.

하지만 적은 말 수에 비해 알렌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은 빈틈이 없었고, 그 덕분에 워커는 알렌이 믿고 등을 맡기는 ‘믿음직한 뒤’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두두두두!

워커는 자신이 이끄는 기마 부대와 함께 선두에 달렸다.

자신이 배정받은 곳은 막사에서 가장 먼 구역인 8시 방향.

마실라에게 듣기로, 어차피 성녀의 수호 성법 때문에 화살이나 마법 포격 같은 위협으로부터는 안전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겁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워커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기마 부대를 이끌고 본대보다 훨씬 더 빨리 8시 방향의 탐색전에 나섰다.

-푸르릉.

성벽 어귀에 도착한 워커는 말머리를 잡아끌어 자리에 섰다.

그리고 자신이 이끌고 온 기마 부대와 함께 성벽에서 빼곡히 포진해 있는 연합군들을 보았다.

“…….”

워커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두 눈에 오러를 씌워 안력을 강화한 뒤, 이쪽 방향을 담당할 지휘관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지휘관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워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자신의 부관에게 손을 내밀며 짤막하게 말했다.

“1번 창.”

“예.”

워커의 부관, 휘슨.

그는 등에 10자루가 넘는 창을 메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휘슨이 사용하는 창은 고작 한 자루에 불과했다.

말인즉,휘슨이 사용하는 한 자루를 제외한 나머지 창들은 모두 워커를 위한 것.

휘슨은 워커의 요청에 익숙한 모양새로 첫 번째 창을 건네주었다.

워커는 첫 번째 창을 건네받았다.

그것은 창이라고 부르기에는 팔뚝만큼 짧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그가 건네받은 창을 잡고 걸레를 쥐어짜듯이 양옆으로 비트는 순간.

차자장!

거짓말처럼 창이 워커의 키만큼 길어졌다.

창을 늘린 워커는 말에서 내렸다.

그런 다음 그것을 오른손에 역수로 쥐고서 어깨 뒤로 힘껏 당겼다.

감겨지는 한쪽 눈.

반대쪽 눈의 시야가 한층 더 선명해진다.

워커는 곧 숨을 짧게 끊어 삼켰다.

그리고…….

“후읍!”

짧은 신음과 함께 당긴 창을 제방의 성벽 위로 있는 힘껏 쏘아 던졌다.

부우웅!

창은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내며 대기 사이를 갈랐다.

그리고 창이 던져지자마자, 창 안에 응축시켜 두었던 워커의 오러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츄주중!

팽창된 오러는 창을 더욱 더 길게 만들었다.

마치 하나의 선이 되려는 듯 창은 끊임없이 늘어났고, 오러로 길이가 늘어난 창은 창날이 성벽에 채 닿기도 전에 늘어난 오러가 먼저 성벽에 닿을 듯했다.

이윽고 창날이 내뱉은 오러가 성벽에 닿으려던 찰나.

챙캉!

맞은편에서 뻗어진 또 하나의 기다란 오러에 의해 창날의 궤적이 뒤바뀌었다.

후우웅!

그것은 간단한 터치였다.

맞은편에서 뻗어진 오러가 1번 창을 건드린 순간, 성벽을 향하던 창날은 그보다 더 높은 창공으로 향하게 됐다.

궤도를 이탈한 창날은 끊임없이 뻗어졌다.

마치 용이 하늘로 승천하듯, 짤막한 화살과는 달리 궤도가 뒤바뀐 창날은 끊임없이 바람을 일으키며 그 기다란 몸뚱이를 연합군의 병사들에게 자랑했다.

“음?”

이에 워커의 시선이 창날의 궤도를 비튼 남자 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미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일반 병사들과는 달리 비교적 가벼운 무장을 하고 있었고, 검신이 얇은 롱소드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남자는 바로 반이었다.

반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방향으로 창을 던진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좀 전에 자신의 볼을 스쳐 지나간 창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을 내놓았다.

“귀여운 재주를 부리는군.”

이윽고 창공을 가르던 창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만큼 창이 뿜어낸 오러의 길이는 몹시 긴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종류의 형태 변형을 쓰는 남자가 바로 반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시선을 교환한 두 남자는 본능적으로 저 자가 자신이 상대해야 할 핵심 인물이란 것을 깨달았다.

“곰이 재주를 부렸으니 나도 돈 몇 푼 정돈 던져 줘야겠지.”

말을 마친 반은 곧 어깨에 걸친 롱소드를 들어 올렸다.

그런 다음 봉긋이 솟은 성벽의 가장자리에 발을 올렸다.

이에 반을 보좌하는 부관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반은 붙잡았다.

“군단장님! 지금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난 지금 답장을 해주려는 것뿐이니까.”

“예?”

반은 짤막한 대답과 함께 곧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런 다음 손에 쥔 롱소드를 역수로 쥔 후, 오직 손에 쥔 검에만 오러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흡!”

츄아앙!

반이 짧게 숨을 토하자, 쥐구멍이 뚫린 둑처럼 폭발적인 물줄기 같은 오러가 뿜어졌다.

그것은 얇고 긴, 하지만 몹시 강력한 힘을 지닌 오러의 줄기였다.

뿜어진 오러는 곧 지면에 닿았다.

그리고 닿은 지면을 주춧돌 삼아 반을 끊임없이 하늘 위로 솟구치게 했다.

후우웅!

덕분에 반은 고속으로 승천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비상하는 매와도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발아래의 성이 주먹만큼 작아졌을 때, 반은 지면으로 출력시키던 오러를 거두었다.

허공에 떠오른 반.

반은 이내 곧 뽑아 든 검을 어깨선에 맞추어 길게 뻗었다.

그리고 다시금 오러를 출력시켰다.

츠츳, 피유웅!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오러가 뿜어졌다.

이에 모두가 고개를 들어 반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반이 뿜어낸 오러는 곧 하늘의 절반을 가르는 푸르른 은하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은하수의 끝을, 반은 두 손으로 붙잡고서 도끼질을 하듯 머리 위로 순식간에 치켜들었다.

부우웅!

이에 은하수처럼 뻗어져 있던 반의 검 줄기가 구름을 갈랐다.

그리고 반은 다시 그것을 아래로 휘둘렀다.

후우우웅!

하늘을 갈랐던 은하수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허공에선 얇디얇았던 은하수가, 지상으로 낙하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몸집을 불려 냈다.

그리고 마침내 길이만 은하수였던 반의 오러는, 지상의 워커에게 닿기 직전 진짜 은하수처럼 몹시 넓어져 있었다.

‘은하수 내리기!’

콰아아앙!

반의 결전기.

반의 ‘은하수 내리기’가 워커와 기마 부대를 향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작렬했다.

* * *

‘시작됐군.’

마실라는 성탑 위에서 자신이 계획한 대로 전장의 퍼즐이 짜 맞추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오차는 없었다.

다섯 방향으로 나눈 다섯 개의 군단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자신이 맡아야 할 방향에 도착해 각자의 기개를 내뿜고 있었으니까.

마실라는 고개를 돌려 4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주군이자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 용병왕 알렌이 있었다.

알렌.

그는 특수도시 페이실링의 수장이자 현 용병왕으로 불리는 사내였다.

마실라는 그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용병계에서 꽤 오랫동안 용병왕의 자리를 지켜 낸 사내였으니까.

그래서 다른 곳은 몰라도 4시 방향만큼은 굳건히 믿고 있었다.

이에 마실라는 시선을 위로 올려 4시 방향의 성벽 외곽을 바라보았다.

누가 됐든 간에 알렌의 상대는 되지 못할 것이란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선을 옮기던 끝에 마실라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익숙한 얼굴.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서, 마실라는 눈을 비빈 후 다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마실라가 본 것은 정확했다.

“바할드?”

전 기사왕이자 초대 제국 십검 중 일검 자리를 꿰찼던 인물인 바할드 제라칸.

그런 그가 지금 알렌과 맞서 싸우기 위해 성벽 위에 나타났다.

“바할드가 여기서 왜 나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할드라니?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십검의 자리를 내놓고 초야로 사라진 인물이 아니었던가?

이에 마실라는 현기증에 두통이 이는 듯했다.

이는 전혀 계산에 없던 경우의 수였기 때문이다.

“위, 위험해……!”

현 제국 십검인 킹턴조차도 우습게 여겼던 그녀였다.

그만큼 알렌이 가진 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바할드는 달랐다.

그는 킹턴 같은 가벼운 놈이 아닌 ‘진짜’였기 때문이다.

* * *

“여긴가?”

알렌은 자신의 휘하 병사들과 배정받은 제국군, 그리고 평화교의 태양 전사들을 이끌고 제방의 4시 방향으로 접근했다.

자신감은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 위로 무수한 마법 포격들이 쏟아졌지만, 마법의 대부분을 성녀가 막아 주고 있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까.

‘연합군이라더니 고작해야 성채 하나……. 마실라 말대로 그리 어렵지만은 않겠어.’

알렌이 아서스의 제안을 승낙하기 전까지 꽤나 많은 회의가 있었다.

기존의 제국이 무너진 틈을 타 페이실링도 슬슬 하나의 독자적인 나라가 되어보면 어떻겠냐는 주변 지인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 번씩 가볍게 제안을 던졌을 때, 마실라만큼은 기를 쓰고 반대했다.

그녀가 반대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녀다운 논리적인 근거들이었기에 알렌은 아서스를 도와 기존의 특수도시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보면, 마실라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은 꽤나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평화교와 제국군이라는 끔찍한 놈들을 적으로 돌려야만 했으니까.

게다가 대륙 정벌이 끝나고 난 후 아서스가 자신들에게 약속한 처우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후한 편에 속했다.

아서스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알렌과 동료들에게 작위를 포함한 막대한 재산들을 약속했으니까.

성벽 앞에 도착한 알렌은 말에서 내린 후, 익숙한 모양새로 포위진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병사들에게 공성 사다리 같은 공성 병기의 배치를 명령하기 전에 허리춤에 찬 칼집 위로 손을 얹었다.

그리고 손끝에 오러를 실어 있는 힘껏 칼을 뽑아 냈다.

치이잉!

알렌이 오러와 함께 검을 뽑아 들자, 얇디얇은 칼집으로부터 거기서 꺼냈으리라곤 전혀 상상이 안 되는 무지막지한 두께의 태도(太刀)를 꺼내들었다.

이것의 이름은 마검, ‘바실리포’.

알렌을 용병왕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은 일등 공신들 중 하나였다.

알렌은 바실리포를 꺼내 든 직후, 마치 숏소드를 휘두르듯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휘휘 내저었다.

감탄이 나오는 완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장정이 바실리포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최소 다섯 명은 달라붙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렌은 숏소드를 휘두르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태연하게 바실리포를 휘둘렀다.

그런 후 알렌은 마치 기다란 방망이를 잡듯, 두 손으로 바실리포의 손잡이를 붙잡은 후 한쪽 다리를 앞에 고정시킨 후 반대편으로 허리를 틀었다.

그리고 동시에 바실리포 또한 뒤로 당겼다.

“바실리포, 부탁한다.”

알렌은 마치 검이 살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바실리포에게 점잖은 부탁을 했다.

그런데 알렌이 바실리포에게 점잖을 떤 그 순간, 검은 마치 알렌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의 심장 박동 같은 두근거림을 표하며 요동쳤다.

두근-

두근- 두근-

손끝을 통해 묘한 두근거림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마침내, 알렌이 원하는 타이밍과 바실리포의 두근거림이 교차된 순간, 알렌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전방을 향해 큼지막한 태도를 휘둘렀다.

부웅!

허공을 가르는 짧고 굵은 파공음.

이윽고 바실리포로부터 얇고 푸른 초승달 하나가 쏘아졌다.

검격이었다.

그리고 검격이 허공을 가른 지 2초 정도의 시간이 지난 순간, 쏘아진 검격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저적!

흩뿌려진 물이 차가운 대기를 견디지 못해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리는, 마치 그러한 형상이었다.

그러나 얼어붙은 검격은 얼어붙은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검격은 점점 더 넓게 산개됐다.

그리고 넓게 산개됨과 동시에 기다란 얼음의 길을 만들어 냈다.

수 갈래로 나뉜 얼음의 검격.

나뉜 검격은 이내 곧 성벽 전체를 휘감았으며 휘감은 성벽 전체를 꽁꽁 얼려 버렸다.

“휘유! 수고했어, 바실리포.”

알렌이 이마를 쓸어내리며 바실리포를 칭찬했다.

그러자 바실리포 또한 기분이 좋은지 두어 번 진동한 후 이내 다시 잠잠해졌다.

장관이었다.

알렌이 쏘아 보낸 검격은 허공에서부터 기다란 얼음 다리를 만들었고, 곧 성벽 전체를 덮쳐 감싸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장을 생성해 냈다.

이윽고 알렌은 허리춤 뒤 쪽에 동여매 놓은 어른 머리통 크기의 손망치를 꺼내들었다.

알렌은 이것에 오러를 실어 꽁꽁 얼어붙은 성벽에 내리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성벽 전체가 얼음과 함께 박살이 나며 순식간에 함락되어 버릴 테니까.

‘빙상 부수기.’

알렌은 이러한 행위를 빙상 부수기라고 불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알렌은 꽤나 오래 전, 어느 이름 모를 조각가가 자신이 만든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힘겹게 조각한 자신의 빙상을 망치로 깨부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기술이 바로 빙상 부수기.

그리고 대부분의 적들은 알렌의 주특기 중에 하나인 빙상 부수기에 대부분 유명을 달리하였다.

이윽고 알렌이 손망치, ‘부르칸’을 들어 올린 순간.

츠즈즈즛!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자신의 얼음들을 볼 수 있었다.

“녹아?”

알렌의 바실리포가 얼린 얼음들은 보통의 얼음이 아니었다.

마검 특유의 형용할 수 없는 마력과 더불어 알렌의 오러가 어우러져 얼려 낸 극한의 빙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빙상을 순식간에 녹여 내다니?

얼음이 녹자 곧 머리 위로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에 알렌은 고개를 들어 올려 열기를 뿜어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검도 뽑지 않은 채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원조 기사왕, 바할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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