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164화 (164/522)

# 164

눈치 싸움 (4)

“거인의 우박.”

까드득, 까드득!

헨리가 주문을 외우자 허공 위로 또다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생겨났다.

이번에는 좀 전에 떨어뜨린 것보다 두 배 정도는 더 큰 크기의 얼음덩어리였다.

“스핀.”

위이잉!

헨리는 거인의 우박을 맹렬하게 회전시켰다. 그런 다음 알프레드의 마차를 향해 회전하는 우박을 투척했다.

콰아앙!

우지끈!

경고사격은 세 발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스핀을 집어넣은 우박 덕분인지 멈출 줄을 모르던 마차는 그제야 자리에 멈춰 섰다.

‘됐어.’

혹시 몰라 지형까지 바꾸어 가며 저택의 위치를 은신시켜 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하는 것이었다.

마차가 멈춰 서고 마차 안에 있던 알프레드와 토리안이 튀어나왔다.

이에 헨리는 몰아치는 눈보라를 더욱더 강하게 일으켰다.

휘오오오!

살게라의 기후는 헨리의 완벽한 통제하에 있었다.

이것은 아크 메이지만이 부릴 수 있는 위대한 권능들 중 하나로, 헨리는 날씨를 조종해서라도 어떻게든 알프레드를 속일 생각이었다.

“엘라곤.”

-뀨!

헨리가 엘라곤의 이름을 부르자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엘라곤이 날갯짓을 하며 천천히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엘라곤의 가슴팍에는 헨리의 왼쪽 팔뚝에 넣어 두었던 ‘진화의 알’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엘라곤을 보고 떠올린 묘책은 의외로 간단한 술수였다.

그것은 바로 오베르의 죽음과 알프레드가 가장 원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엘라곤에게 덧씌워 알프레드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조잡한 도박일 수도 있었다. 이 작전이 실패하면 마땅히 대체할 만한 술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토리안의 명품 연기와 시야를 방해하는 살게라의 척박한 기후, 그리고 엘라곤의 희귀성, 마지막으로 헨리의 다양한 서포트까지.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싸구려 연극조차도 뛰어난 뮤지컬로 보이게끔 승화시켜 내는 것이었다.

“엘라곤, 아까 전에 말한 거 잘 기억하고 있지?”

-뀨!

아무리 엘라곤이 헨리의 의지를 잘 파악한다고 해도 복잡한 작전을 내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헨리는 엘라곤에게 간단한 놀이를 제안했다.

제안한 놀이는 술래잡기. 술래는 마차 안에 있는 알프레드라고 일러 주었다.

더불어 헨리는 술래가 충분히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엘라곤의 가슴팍에 ‘진짜 진화의 알’까지 심어 두었다.

다행히 진화의 알을 가슴에 심어 두었다고 해서 엘라곤이 갑작스레 진화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사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진화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내심 기대도 해 보았으나, 역시 이런 평범한 방법으로는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헨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 날아오른 엘라곤의 몸집이 천천히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뀨?

갑작스레 높아지는 시야에 엘라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엘라곤의 덩치가 모체인 엘리라곤보다 훨씬 더 거대해지자, 헨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정도는 돼야 주의가 끌리지.”

이외에도 헨리는 헤이스트를 비롯한 각종 보조 마법들은 엘라곤에게 시전해 주었다.

엘라곤은 술래를 충분히 뒤흔들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후, 후작님! 저깁니다!”

한편 마차에서 튀어나온 토리안이 헨리에게 교육받은 대로 협곡 위를 가리키며 덜덜 떠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에 알프레드의 시선이 토리안이 가리킨 곳으로 옮겨졌다.

‘저건……!’

눈보라가 거세긴 했지만 실루엣은 뚜렷했다.

협곡 위에 얼핏 보이는 저것은 분명한 물의 최상급 정령, ‘엘리라곤’이 확실했다.

휘이이잉!

눈보라가 거칠어 시야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정령사 집안의 대가주로서 알프레드는 실루엣만 보아도 저것이 엘리라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꿀꺽!

이에 알프레드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정령계에서 소환된 존재가 아닌 인간계의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최상급 정령.

알프레드는 어쩌면 또 하나의 최상급 정령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자연 발생령을 만나다니.’

정령사는 각자가 가진 친화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정령계의 정령을 소환하여 계약을 맺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령과 교감하는 정신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정령을 불러들일 수 있는 친화력이 부족하다면 그 사람이 가지는 정령사로서의 한계는 명백한 법이었다.

하지만 인간계의 자연에서 발생한 자연 발생령의 경우엔 달랐다.

그들은 이미 인간계의 자연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정령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친화력만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계약을 성립시킬 수가 있었다.

물론 자연에서 태어난 날것이기에 소환령보다 훨씬 더 많은 대화와 교감을 나누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최상급 정령을 둘이나 가지고 있는 알프레드에겐 문제 될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알프레드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펄럭!

‘온다!’

이윽고 거대하고 시커먼 실루엣이 움직였다. 그 실루엣은 눈보라 사이에서 자신이 날아오르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윽고 그것은 나비처럼 날아 마차를 향해 벌처럼 쏘아져 왔다.

“노이어!”

위협을 감지한 알프레드는 본능적으로 정령술을 산개했다.

목표는 마차를 부술 듯이 쏘아져 오는 엘리라곤의 저지!

알프레드가 양팔을 앞으로 내뻗는 순간, 대지의 최상급 정령 노이어가 바닥에서 거대한 돌기둥을 뽑아 올렸다.

꽈앙!

간발의 차이로 엘리라곤과의 충돌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굉장한 힘이었다.

쏘아져 내려온 엘리라곤은 노이어의 돌기둥을 순식간에 박살 내 버린 뒤 다시금 허공으로 치솟았다.

‘굉장한 힘……!’

알프레드는 온몸이 전율했다.

고작해야 물의 정령인 주제에 대지의 정령만큼이나 강력한 파괴력을 가졌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힘찬 자연 발생령이란 말인가?

게다가 돌기둥을 부순 직후, 알프레드는 자신의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간 엘리라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확실해! 저놈은 분명한 엘리라곤이다!’

전율과 함께 심장이 뛰었다.

게다가 알프레드가 저놈을 붙잡아야 할 이유는 자연 발생령이라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저놈이 바로 오베르의 진화의 알을 훔쳐 간 유력한 용의자라는 이유도 있었다.

-뀨!

하지만 엘라곤에겐 그저 단순한 놀이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보다 몸집이 비대해져 모든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집이 커졌을 뿐만이 아니라 속도도 매우 빨라졌고 몸도 몹시 가벼워졌다.

게다가 돌기둥에 부딪혀도 전혀 아프지 않은 것이 마치 무적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엘라곤은 더더욱 신이 났다.

-뀨!

‘온다!’

다시 날아오른 엘라곤은 술래와의 놀이를 즐기기 위해 다시금 거대한 장난을 준비했다.

이에 알프레드는 수비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역습을 가하기 위해 재빨리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실디아!”

휘이이잉!

바람의 최상급 정령, 실디아.

사자의 형상을 한 상급 정령 실라이온과는 달리 실디아는 거대한 매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키오오오!

바람의 매가 울부짖었다.

그러자 거대한 풍압이 일어나며 휘몰아치던 눈보라를 삽시간에 저만치 밀어냈다.

시야의 확보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실디아가 눈보라를 걷어 낸 그 순간, 알프레드는 공중으로 날아오른 엘리라곤으로부터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진화의 알!’

엘라곤의 가슴팍에 선명히 박혀 있는 그것은 진화의 알이 확실했다.

그런데 분명히 전에 보았던 것과는 달리 그 크기가 몹시 비대해져 있었다.

헨리가 마법으로 엘라곤의 덩치를 키워 내자 진화의 알 또한 그 영향을 받아 그 크기가 몹시 커졌던 것이다.

그러나 알프레드는 그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엘리라곤이 그것을 채 소화시키지 못해 어쩌다 보니 저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너무 많은 것들을 따지기엔 엘리라곤과 진화의 알이 너무나도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선은 잡고 본다!’

알프레드의 두 눈에 욕망이 이글거렸다.

이제 오베르나 추방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알프레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눈앞의 엘리라곤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노이어!”

대지의 최상급 정령, 노이어.

녀석은 거대한 덩치의 곰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뀨우!

바람의 매와 대지의 곰.

그리고 물의 드래곤.

이에 엘라곤은 몹시 반가움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저들이 자신과 같은 최상급 정령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헨리는 은신 마법으로 몸을 숨겼다.

알프레드가 소환한 실디아로 인해 더 이상 눈보라로 시야를 방해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눈보라의 기세를 조금도 줄이지 않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최소한 실디아의 능력만큼은 잠시 묶어 둘 수 있었으니까.

펄럭!

눈보라가 걷힌 창공에 거대한 엘라곤이 날개를 퍼덕이며 그 자태를 과시했다.

-콰오오오오!

엘라곤의 크라잉!

덩치가 거대해진 만큼 성대 또한 거대해져 드디어 드래곤다운 크라잉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물론 헨리의 귀에는 그저 ‘뀨’라고 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엘라곤, 워터 브레스!’

-뀨!

헨리의 의지가 엘라곤에게 전달되었다.

이에 엘라곤은 헨리의 명령대로 입안 가득히 물 대포를 머금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미약하기 짝이 없는 물 대포였다.

아직 엘라곤은 워터 브레스 자체를 쏘아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모체가 물의 최상급 정령인 엘리라곤이었기에 엘라곤 또한 워터 브레스가 어떠한 것인지는 본능적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엘라곤의 입이 벌어졌다.

‘아쿠아 버스트!’

콰과과과과과!

엘라곤의 입안에 자그마한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곧 엄청난 수압의 물 대포가 알프레드를 향해 뿜어졌다.

-뀨?

물론 엘라곤 또한 워터 브레스를 뿜어내긴 했다.

하지만 좀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엘라곤은 태어난 이후 난생처음으로 워터 브레스를 사용해 본 것이었기에, 침 줄기 같은 물줄기를 뱉어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엘라곤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그저 단순한 ‘쇼맨십’일 뿐이었다.

“노이어!”

쿠릉!

그러나 알프레드가 그 사정을 알 리가 없었다.

알프레드는 당장에 쏟아지는 아쿠아 버스트를 막기 위해 거대한 대지의 방패를 산개했다.

콰과과과과!

격돌하는 대지의 방패와 아쿠아 버스트.

그러나 아무리 대지의 방패가 뛰어나다고 한들 상성으로는 헨리의 아쿠아 버스트가 한 단계 더 위에 있었다.

콰득! 콰드득! 콰지직! 퍼엉!

부서지는 대지의 방패.

그러나 헨리의 아쿠아 버스트는 여전히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콰과과과!

“안 돼애!”

제국 유일의 비공식 아크 메이지의 힘은 대단했다.

헨리의 아쿠아 버스트는 기어코 대지의 방패를 뚫어 버린 뒤 마차까지 박살 내고 말았다.

그리고 온 힘을 기울여 정령술을 펼치던 알프레드에게까지 그 위용을 뻗어 냈다.

그 순간 실디아의 강풍이 엘라곤을 덮쳤다.

도저히 노이어로는 감당할 수 없어 눈보라의 저지를 포기하고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한참이나 늦어 버린 뒤였다. 아쿠아 버스트가 실디아에 의해 저지당하기 전에 알프레드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사방이 물바다가 됐다.

헨리가 퍼부은 폭포수로 협곡은 순식간에 진눈깨비 천지가 되었고, 알프레드는 그 위로 볼품없이 내구를 수밖에 없었다.

-뀨뀨뀨!

엘라곤은 즐거웠다.

헨리의 아쿠아 버스트가 마치 자신의 워터 브레스인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뿜은 워터 브레스로 인해 주위가 홍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엘리라곤의 압도적인 힘.

생각했던 것보다 엘리라곤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하자, 저만치 떨어져 나간 알프레드는 그만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줄행랑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더 엘리라곤과 맞서 싸우기엔 눈앞에서 포효하는 녀석의 위용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뀨뀨!

헨리의 묘책이 멋지게 먹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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