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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114화 (114/522)

# 114

승리, 그리고 (2)

파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후작 승작식이 거행되었다.

승작식은 연회가 성대하게 치러졌으므로 소소하게 이루어졌다.

“그하하하하! 이 내가 후작이라니!”

그 덕분에 아이젠의 어깨는 기세를 모르고 나날이 치솟았다.

그리고 아이젠의 기분이 고취될수록 쇼난 저택의 사람들에겐 다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대로라면 칸 왕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서스가 작정하고 납치를 시도했을 테니 시종들도 어찌하지 못했을 터. 차라리 이렇게 물 흐르듯이 넘어가는 게 낫다.’

무의미한 문책은 오히려 사기를 낮출 뿐이었다.

헨리는 이를 알고 나중에라도 아이젠이 그것을 문제 삼을 것을 대비해 미리 그에게 못을 박아 두었다.

“알겠다. 네가 그리 말하니 당연히 그래야겠지.”

동시에 헨리의 권위 또한 더더욱 높아져만 갔다.

사실 이번 토벌에서 대부분의 공로를 따낸 것은 다름 아닌 헨리였으니까.

그 덕분에 아이젠에게 있어 헨리는 절대로 없어선 안 될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물론 헨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아이젠이 자신에게 의지할수록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대외적인 권력 또한 높아져만 갔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괜찮겠느냐? 네가 내 가신이라고는 하나, 아직 변변찮은 작위 하나 없지 않느냐?”

“괜찮습니다. 저의 기쁨은 오직 후작님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시는 것뿐. 저는 지금도 충분히 후작님의 비호 아래에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습니다.”

“쯧쯧, 착해 빠진 녀석 같으니라고. 네가 꼭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 내 이름을 빌려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네 마음대로 누리도록 하여라.”

“감사합니다, 후작님. 저…… 그래서 말인데,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오, 그래! 드디어 갖고 싶은 것이라도 생긴 것이더냐?”

부탁이 있다는 말에 아이젠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헨리는 그 수많은 공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포상을 요구해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헨리가 겸손한 어투로 대답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실은 제가 예전부터 운영해 오던 자그마한 상단이 하나 있는데 이번 기회에 그 규모를 좀 키워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상단? 네가 무엇이 아쉬워서 상단을 운영한다는 말이더냐? 혹시 돈이 부족한 것이더냐?”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제가 쇼난의 이름으로 상단을 키우고 싶어 하는 까닭은 이제 쇼난 가문도 ‘군부’에 대한 권력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해야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흐음, 확실히 오베르 그놈도 문어발처럼 이것저것 일을 벌이긴 했었지. 흠흠, 하지만 모양새가 빠지지 않느냐? 대후작씩이나 되는 내가 그런 일을 한다고 하면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비웃을 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후작님. 오히려 이번 기회에 다방면에서 활약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신다면 분명히 다른 귀족들이나 제국민들 또한 후작님의 왕성한 활동력에 감탄할 것입니다.”

“그럴까?”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후작님께 득이 되는 것들만을 골라 조언해 드렸으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나에겐 그러한 재능이 없으니 그러한 종류의 일들은 모두 너에게 위임하도록 하겠다. 그리하면 되겠느냐?”

“감사합니다, 후작님.”

“그래. 그리고 변방의 반란군을 제압한 포상으로 한 달 정도의 휴가를 받았으니 너도 그동안 편히 쉬고 오거라.”

세력을 등에 업고 몰래 일을 진행하는 것과 미리 허락을 받아 두고 확실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한 달의 여유를 획득하였으니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모두 해결하면 될 터였다.

휴가를 받은 헨리는 즉시 비발디 타운으로 이동했다.

* * *

“오셨습니까, 헨리 공.”

저택에 들어서자 깍듯이 인사를 해 보이는 텐.

전보다 훨씬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간 듯 보였다.

이제는 어색하지도 않았다. 헨리는 익숙하게 텐의 인사를 받은 다음 서둘러 사람들을 소집했다.

물론 소집이라고 해 봤자 텐과 반, 그리고 헤글러가 헨리의 사람 전부였지만.

이윽고 테이블에 모여 앉은 사람들에게 헨리가 말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아이젠 백작이 후작으로 승작했습니다.”

“역시……!”

텐의 얼굴에 희열이 스쳤다.

“그리고 더불어 토벌에 대한 포상으로 저희 ‘밀리언 상단’은 이제부터 ‘쇼난’의 이름을 등에 업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예쓰!”

자리에 벌떡 일어나 주먹을 꽉 쥐어 보이는 텐.

그러나 자신에게로 시선이 몰리자 부끄러움을 느낀 텐이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흠흠,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런 소식도 있고 앞으로 한 달간의 휴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미루어 왔던 일들을 할 예정인데, 먼저 밀리언 상단이 정식으로 쇼난가의 이름을 획득하게 되었으니 우선적으로 정기적인 거래처부터 확보할 생각입니다.”

이에 반이 말했다.

“생각해 둔 곳은 있고?”

“몇 군데 생각해 둔 곳은 있긴 합니다만, 우선은 샤하트라와의 교류를 약속받았습니다.”

“뭐? 그 꽉 막힌 샤하트라와?”

“그렇습니다.”

“하하…… 이거, 헤라리온이 너를 정말로 좋게 본 모양인데? 그래서, 샤하트라와는 무엇을 거래할 생각이지?”

“거래 품목은 첫 교섭에서 상의해 볼 생각입니다만, 아무래도 공물로만 들여오던 사치품들을 매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치품?”

“사막 소금이라든지 샤하트라 특유의 향신료나 향수 같은 것들 말입니다.”

“굳이 사치품을 사들일 필요가 있나?”

“사치품이니까 매입하는 겁니다. 어찌 됐든 상단의 주목적은 자산을 늘리는 것. 게다가 공물로만 들여오던 샤하트라의 사치품들은 하사품으로만 공급되는 데다가 모든 귀족들이 탐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치품만큼 유명세를 떨치기에도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넌 돈 욕심이……. 알겠다.”

평소답지 않게 반이 교역에 대해 깊이 파고들려 하자 헨리가 조용히 눈짓으로 그를 진정시켰다.

그렇다. 사실 교역품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헨리가 샤하트라에 발을 들이려는 이유는 교역을 핑계로 헤라리온과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교역품은 그냥 덤일 뿐이지.’

게다가 사치품만큼 입소문 나기에 좋은 것도 없다.

밀리언 상단이 아무리 쇼난가의 이름을 등에 업었다고는 하나 경쟁력 있는 품목을 취급하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상단들에게 도태될 것이 뻔했으니까.

헨리는 사치품의 매입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생각이었다.

“그럼 다른 거래처는 또 어디지?”

“칼리번 요새입니다.”

“칼리번 요새? 거긴 군부지라 사역이 불가능할 텐데?”

“정식으로 계약된 곳 이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기는 하나, 그 점은 염려치 않아도 됩니다. 제가 그곳에서 군 생활을 했으니까요.”

샤하트라 다음으로 생각해 둔 거래처는 다름 아닌 칼리번 요새였다.

‘개인이었다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이젠 어느 정도 힘을 갖추었으니 본격적으로 마물의 숲에서만 나는 재료들을 수집할 수가 있다.’

헨리가 칼리번 요새에 다시 관심을 둔 까닭은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칼리번 요새에서만 나는 특수한 마법 재료들의 수집 때문이었다.

‘1년의 복무 기간은 너무나도 짧았지.’

긴듯하면서도 짧은 것이 군 생활이었다.

게다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적인 사리사욕을 채우기에는 당시에 헨리가 가진 신분이 너무나도 애매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랐다.

요새의 권력자가 자신의 뒷배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가 칼리번 출신의 장교가 상단주로 나섰으니 적어도 칼리번 요새 내에서 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병단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용병단을?”

“그렇습니다. 사실 말이 용병단이지 엄밀히 말하자면 제 사병들이라고 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텐?”

“예, 헨리 공.”

“전에 일러 두었던 건 어떻게 됐지?”

“말씀하셨던 대로 믿음직한 실력자들을 수소문해 두었습니다.”

“잘했어. 그럼 형님께서 저 사람들을 포섭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제가 직접 나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제가 몸이 둘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리고 실력자는 실력으로 포섭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 않습니까?”

“흠, 그렇긴 하다만은……. 알겠다. 그 정도야 내가 나서 보도록 하지.”

“그리고 헤글러.”

“예, 단장님.”

“넌 계속해서 살게라를 신경 써 주면 돼. 그리고 너한텐 개인적인 숙제를 하나 내주도록 하지.”

“숙제…… 말씀이십니까?”

“그래. 앞으로 남은 한 달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스터의 경지를 이뤄라.”

“마, 마스터 말씀이십니까?”

“슬슬 마스터로 오를 때도 됐잖아? 그렇지 않나요, 형님?”

“흠, 아직 한참 부족한 녀석이긴 한데……. 사실 몰아붙이면 못할 것도 없지.”

“스, 스승님!”

당황하는 헤글러. 이에 헨리가 말했다.

“헤글러, 난 너의 가능성을 보고 내 사람으로 들인 것이다. 난 앞으로 더욱더 몸집을 불려 나갈 텐데, 너도 언제까지 현재에 만족하며 머무를 순 없잖아.”

“그렇……습니다.”

“자신감을 가져라. 앞으로 용병단도 확장될 텐데 뒤늦게 들어온 후배들한테 밀려날 순 없잖아.”

“그렇습니다.”

“아 참, 그리고 형님께 개인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음? 나한테?”

헨리는 품속에서 자그마한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서류를 받아 든 반은 천천히 서류를 읽어 내려갔고 곧 헨리와 똑같은 미소를 짓게 되었다.

“이런 부탁이라면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 둬라, 영입하러 나가기 전에 가벼운 유흥거리로 즐기기엔 딱인 것 같으니.”

텐과 헤글러는 그 서류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몇 번 정도 물어보았지만 두 사람은 끝끝내 알려 주지 않았다.

“자, 그럼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가 끝난 직후, 반과 헤글러가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텐은 여전히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헨리가 말했다.

“텐.”

“예?”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 들뜬 마음은 알겠지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에게는 유능한 경영자가 필요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후후, 알겠습니다.”

유능한 경영자.

아직은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시작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텐 또한 그 말의 의미를 곧잘 알아듣고 지긋이 입꼬리를 당겨 올려 보였다.

‘그럼 이걸로 된 건가.’

한 달이었다.

앞으로 남은 한 달간.

헨리는 최대한 시간을 활용하여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생각이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오긴 했지만 힘이 부족하면 결국 호랑이 밥만 될 뿐이다. 그러니 우선은 힘부터 갖추도록 한다.’

준비를 마친 헨리는 휴식도 취하지 않고 곧바로 샤하트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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