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아이젠 백작 (3)
비발디 타운으로 복귀한 반은 텐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의뢰를 나갔다고요?”
“그렇습니다. 살게라에 만날 분이 있다고 하시면서, 반 경께서 앙켈만으로 떠나신 바로 다음 날 헨리 경도 바로 살게라로 떠났습니다.”
‘설마 그때 말한 그것 때문에?’
헨리와 함께 앙켈만에서 비발디 타운으로 올라가던 날, 헨리가 반에게 추방된 식솔들의 행방을 물은 적이 있었다.
반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 주었고, 헨리는 반이 떠나자마자 즉시 식솔들의 추적을 시작하였다.
‘정말이지…… 행동력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구먼.’
자신이 떠난 바로 다음 날에 출발했다고 했으니 살게라엔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반은 고민 끝에 자신도 살게라로 떠나기로 했다.
“예? 살게라로 가신다고요?”
“저도 살게라에 만나 볼 사람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허허, 거참…… 만날 사람이 있으시다니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럼 언제 떠나실 생각입니까?”
“준비가 되는 대로 바로 출발할 생각입니다.”
“예? 반 경은 오늘 막 앙켈만에서 돌아오시지 않았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출발해야 먼저 간 이들과 마주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제 막 앙켈만에서 돌아오셨으면서…….”
“제 걱정일랑 마시고 외투와 건조 식량, 그리고 신전에서 파는 피로 회복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전에서 만든 특제 피로 회복제는 섭취할 경우 여독 정도는 금방 풀릴 만큼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피로 회복제로 여독을 푼다고 한들, 이제 막 앙켈만을 갔다 온 반이다. 그런 사람이 곧바로 살게라로 떠난다고 하니 반의 행동은 텐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뜻이 정 그러하시니 일단은 알겠습니다.”
반은 피로 회복제를 두 병이나 비운 후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다. 그런 다음 새 옷과 새 말을 구비하여 곧바로 살게라로 향했다.
* * *
쫓겨나듯 응접실을 나온 헨리는 베디칸의 안내에 따라 백작가의 보물 창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물 창고에는 각종 금은보화들이 산더미처럼 가득했는데, 이 또한 쇼난가의 재력을 자랑하기 위해 아이젠이 일부러 만든 장소였다.
이윽고 베디칸이 말했다.
“백작님께서 후한 포상을 내리라고 하셨으니 만족할 만큼 보물들을 집어 가도 좋다.”
마치 자기가 보물을 하사하는 양, 베디칸은 백작의 보물들을 가지고 자기가 생색을 냈다.
이에 헨리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본 끝에 짤막한 감상평을 내렸다.
‘쓸데없는 것투성이로군.’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두 눈이 뒤집어졌을 만큼 휘황찬란한 보물들뿐이다.
하지만 재물이라면 헨리 또한 썩어 넘칠 만큼 벌어 두었다.
흥미를 잃은 헨리는 바닥에 떨어진 금화 한 닢을 주워 들며 말했다.
“저는 이거면 충분합니다.”
“뭐, 뭐라고……?”
금화 한 닢이면 족하다는 말에 베디칸의 얼굴에 경악이 들어찼다.
이곳을 지키는 자신 또한 이곳에 들어올 때면 욕망과 맞서느라 고역을 치르는 곳이 이 보물 창고다.
그런데 고작해야 용병 주제에 돈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게 좀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알아서 나갈 테니 배웅은 필요 없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팁.”
당황하는 베디칸에게, 헨리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토닥여 준 뒤 방금 전에 주워 든 금화 한 닢을 그의 윗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이, 이놈이……!”
하지만 베디칸이 미처 화를 내기도 전에, 헨리는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었다.
* * *
국정 운영을 논하는 6개 대가문의 가주들은 언제든지 같은 대가문주들을 소집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비상소집의 경우, 대가문의 가주들은 반드시 소집에 응하여야 하지만 황제와 대공들은 응하지 않을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대공들을 소집시키진 못해도 황제만큼은 불러낼 수 있는 강력한 소집령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누군가가 역모를 꾸미거나 황제를 능멸하였을 때 그자를 고발하는 ‘고발령’이었다.
그리고 오늘.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고발령을 선언한 것은 다름 아닌 아이젠 쇼난 백작이었다.
황궁에서도 황좌가 있는 곳.
그리고 그 황좌를 마주 보고 있는 반달 형상의 탁자를 일컬어, 국정을 논하는 자리라 하여 ‘국좌’라고 불렀다.
국좌에 앉은 여섯 명의 대가문주들과 그들을 마주 보는 황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삼대가문 중 하나인 이더웨어가의 알프레드 이더웨더 후작이었다.
“아이젠 백작, 무슨 일 때문에 고발령을 소집한 겁니까?”
고발령은 결국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것밖에 되지 않는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사용해선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발령을 선언했다.
모두의 얼굴에 떠오른 불편한 기색.
하지만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건 삼대가문의 세 가주들이 전부였다.
나머지 두 백작은 아이젠과 같은 위치이긴 했지만 나중에 대가문으로 합류한 자들이라 아이젠만큼 힘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황제는 어여쁜 궁녀를 옆에 두고 시시덕거리느라 고발령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황제가 관심을 가지게 하면 되는 것이니까.
아이젠 쇼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부터 고발령을 소집한 까닭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어이! 밖에, 들어와!”
아이젠의 부름에 밖에서 대기하던 병사들이 피떡이 된 사내놈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문케와 그 직원들이었다.
병사들이 그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아이젠이 다시 한 번 황제에게 소리쳤다.
“폐하! 혹시 폐하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이번 고발령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로 채택될 바이퍼 기사단원들의 시신을 이곳으로 들여와도 되겠습니까?”
“바이퍼 기사단?”
황궁 기사단의 이름이 들먹여지자 황제는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궁녀를 옆으로 밀어냈다.
“한번 들여 봐.”
“감사합니다, 폐하. 들여와!”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이젠은 병사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병사 몇 명이 딱딱하게 굳은 바이퍼 기사단원들의 시체를 문케 옆에 내려놓았다.
바이퍼 기사단의 시체가 등장하자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던 오베르 후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젠은 그런 오베르 후작과 눈을 마주쳤다.
그런 다음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린 후 다시 고개를 돌려 황제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폐하! 제가 오늘 고발령을 소집한 까닭은 저희 여섯 명의 대가주들 중 한 명이 지엄하신 황제 폐하의 어명을 어긴 것도 모자라 마음대로 황궁 기사단을 운영하여 국력을 낭비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젠은 국좌가 울리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고발령의 연유를 밝혔다.
이에 오베르 후작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고, 그것을 지켜보는 나머지 대가주들 또한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아이젠의 고발에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누가! 누가 감히! 어느 놈이 감히 내 말을 거역하고 멋대로 황궁 기사를 죽게 만들었는가!”
유라시아 제국의 황제, 실버 잭슨 에드워드.
그는 비록 무능하고 멍청한 황제이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이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황제였다.
무소불위의 권력.
멍청하고 단순한 자가 그런 힘을 가지게 되면 그 칼끝이 누구를 겨누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된다. 그 때문에 눈먼 칼이 무서운 법이다.
황제의 역정에, 아이젠은 다시 한 번 오베르 후작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바로 저자입니다.”
아이젠의 손가락이 오베르 후작을 가리켰다.
일제히 몰려드는 시선.
이에 황제의 표정 또한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라……?”
크림슨 가문의 오베르 후작.
크림슨 가문은 대대로 군사와 책사 같은 지략가들을 많이 배출해 내기로 유명한 집안이었다. 게다가 오베르 후작은 전생에 헨리와 더불어 가장 많은 정책들을 발제한 유능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황명을 거역하고 국력을 낭비시킨 인물로 지목되자 황제의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오베르 후작, 그게 사실인가?”
오베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이젠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명령만 내리고 모든 일은 살모라가 진행했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서면으로 보고를 받았다.
그 때문에 오베르는 페인트 상단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되 문케와 그 직원들의 얼굴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쩐지 보고가 늦더라니, 그런 일이 있었군.’
불현듯 오베르는 마지막 임무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시체들의 옷을 벗겨라!”
황제의 호통에 아이젠은 쐐기를 박기 위하여 죽은 기사들의 옷을 벗길 것을 명령했다.
부우욱!
병사들이 시체들의 옷을 찢어발기자 몸뚱아리에서 바이퍼 기사단의 심벌인 더블 스네이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흐흐흐, 어떠냐, 오베르?’
국좌 앞에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들이 나뒹굴었다.
게다가 문케와 그의 직원들은 개인 고문실에서 충분한 공포를 교육받은 상태.
이제 남은 것은 미치광이 황제를 계속 자극하여 홧김에 칼을 휘두르게 만드는 것이었다.
일이 잘만 풀린다면 오베르의 후작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테니까.
아이젠이 말했다.
“폐하! 오베르 후작은 폐하께서 살게라의 추방민들에게 하사하신 최소한의 생존 물자들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하게 횡령해 왔습니다.”
“뭐, 뭐라?”
“모든 게 사실입니다, 폐하! 오베르는 일부러 평민 상단을 고용하여 물자를 보내는 척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바이퍼 기사단의 단장과 내통하여 황궁 기사단을 도적 떼로 둔갑시켜 물자들이 약탈된 것처럼 폐하를 속여 왔습니다.”
“오베르! 그게 사실인가!”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베르는 보급품을 약탈당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일부러 용병 길드에서 하급 용병들을 고용해 1년 동안이나 그들을 죽여 왔습니다. 폐하, 아무리 하찮은 평민들이라 할지라도 그들 또한 황제 폐하의 국민입니다. 오베르는 황제 폐하의 황명을 어긴 것도 모자라 폐하의 국민들을 학살하고 국고에서 나온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챙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고발령을 소집한 이유입니다.”
“오베르으 네 이노오옴!”
슬겅!
가지고 있는 열등감만큼이나 무시받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이가 바로 실버 잭슨 황제였다.
왕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옆에 서 있던 병사의 레이피어를 뽑아 오베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쑤걱!
분노로 이성을 상실한 황제가 오베르의 어깨와 가슴 사이에 검을 찔러 넣었다.
날붙이가 살갗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오베르는 끝끝내 신음하지 않았다. 그 대신 두 눈을 부릅뜨고 악착같이 고통을 삼켰다.
그에 황제는 더더욱 분노했다.
분노한 왕은 깡마른 두 팔로 매달리듯이 검 자루를 붙잡더니, 오베르의 살갗을 거칠게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흐으……! 흐으으으……!”
황제는 오베르의 핏물을 뒤집어써 가며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광전사 같은 눈빛을 하고서 오베르의 두 눈을 끝까지 노려보았다.
“오베르으……! 네놈이이……! 네놈까지 나를 모욕해애애애!”
분노는 때때로 가진 힘의 곱절 이상의 힘을 내게 한다.
황제는 쇳소리 같은 고함과 함께 살갗에 박힌 검을 있는 힘껏 아래로 내려쳤다.
좌아아악!
가슴 부근을 타고 내려온 검날은 오베르의 겨드랑이를 걸레처럼 너덜거리게 만들었다.
덕분에 눈처럼 새하얗던 오베르의 옷이 석양보다 더욱 붉게 물들었다.
찰그랑!
오베르의 살갗을 갈라낸 탓일까, 분노가 한풀 꺾인 황제는 피로 물든 검을 바닥에 내던진 후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흐으…… 흐으으…….”
듣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이 들게 할 정도로 광기 짙은 숨소리였다.
‘끝이다!’
아이젠의 눈동자에 희열이 가득 찼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황제를 자극하면 오베르의 목이 달아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그 순간, 오베르가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
그 자존심 높기로 소문난 오베르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오베르의 입에서, 핏물이 먹먹하게 맺힌 음성이 흘러나왔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폐하.”
“뭐어……? 방금 뭐라고 했느냐……?”
“현재 살게라로 추방된 추방민들은 모두 다 역적 가문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역적 놈들에게 폐하께선 따뜻한 인정을 베푸셨지만, 저는 끝끝내 그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역 죄인 헨리 모리스가 폐하께 자신의 목숨과 추방민들의 목숨을 흥정하던 때를 말입니다.”
지금 당장 혼절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몹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오베르는 끝끝내 고통을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돈된 모습을 보이며 또박또박하고 차분하게 스스로를 변호했다.
오베르의 말에 황제는 그제야 제정신을 되찾아 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다. 개국공신들의 식솔을 인질 삼아 헨리에게 맹독을 권하던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당시 헨리는, 이 독을 마시고 죄를 인정하는 대신 전우들의 식솔들만큼은 반드시 살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 그 자리에는 맹독을 권하던 황제뿐만이 아니라 마지막 개국공신의 몰락을 지켜보기 위해 네 명의 중앙귀족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감히 대역 죄인 주제에 폐하께 흥정하는 모습을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황명을 거역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폐하의 명예를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황명을 어긴 저를 죽여 주십시오, 폐하.”
오베르는 마지막 말과 함께 바닥에 이마를 붙이며 넙죽 절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프레드 후작과 아서스 공작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크크크, 저 미친놈.’
‘역시 오베르 씨, 연기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이에 아이젠을 제외한 나머지 두 백작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뻔한 거짓말에 속다니…….’
‘그럼 이젠 아이젠 차례인가?’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황명을 어기고 국력을 낭비시킨 죄인으로 몰릴 뻔했던 오베르는, 어느새 황제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충신 중의 충신으로 둔갑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오베르의 열연은 결국 황제의 마음을 뒤집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사제! 사제를 불러라! 오베르 후작, 내가 어리석었다! 내 그런 줄도 모르고 너를……!”
오베르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황제.
오베르는 황제의 품에 안긴 채 황제의 어깨 너머로 아이젠과 눈을 마주쳤다.
씨익.
오베르의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오베르는 피 묻은 손으로 황제의 등을 감싸 쥐며 뱀처럼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