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247화 (247/248)

아리아스필의 성벽이 독특하다는 건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라인하르트의 영애로서의 삶과 용사의 책무에 짓눌려 스스로의 감정을 가면을 쓰고 있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레오나르도는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고 그녀가 책임져야할 일을 최대한 나누어지었다.

그 결과, 아리아스필은 1회차 때보다 천진난만해졌지만 레오나르도는 이를 큰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는 무릇 그래야하는 법이라 레오나르도는 생각했으니까.

오히려 어린 나이에 4년 동안 신전에서 묵묵히 훈련하고 성장한 것만으로 칭찬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설마... 이정도로...’

아리아스필의 성욕이 이정도로 과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라도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건 당연히 존재했다. 사랑한다 해도 상식이나 자존심을 넘어서는 범위의 요구는 거부감이 존재하는 게 인간이었다.

목숨은 당연했고 자신의 존재를 동등하게 대우받는 건 엄연히 존재할 욕망.

당연한 욕망일 텐데.

“그럼 제가 선임 노예로 해도 괜찮은 거죠?”

자신이 항상 사모하고 있던 고결한 용사에겐 그런 욕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매도를 갈구하고 하대를 고수하고 싶은 열정까지 피부에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아리아가 이렇게 변태였다고?’

아리아스필은 상상 이상의 변태였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천재적인 성욕을 지닌 치녀.

그런 욕망을 자신에게만 지닌 기묘한 순정을 내보이는 처녀였다.

‘...그럼 1회차 때에는 왜 그렇게 차가웠던 거지?’

지금도 레오나르도는 기억난다.

그때 아리아스필의 차가운 시선이.

약한 자신에게 경멸하고 깔보는 감정이 지금도 여실히 느껴진다.

자신조차 스스로가 싫었으니까.

“...그 혹시 선임은 안 되는 건가요?!”

그런 레오나르도의 정신적 갈등에도 아리아스필은 선임 노예가 되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애초에 레오나르도가 흑아리아와 백아리아의 본성격에 대한 의문으로 머리가 차있는 걸 아리아스필으로서는 알아차릴 재간이 없었기도 했고.

“...그러면 차라리 애...애완동물로서는 어떤가요?!”

이건 아리아스필조차 부끄러웠는지 말을 더듬으며 붉게 익어버린 얼굴을 연신 부들거렸다.

노예면 몰라도 애완동물은 아예 인간이라는 개념을 버린 것이었으니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제안이 아리아 자신이 직접 말했다는 시점에서 이미 레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이정도 수치심은 포상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다는 걸 증명한 거였다.

“...잠시만요...! 아가씨...!”

레오나르도는 평소와 달리 바로 싫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이 제안이 비상식적인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단호히 거절하지 못했다.

‘...레...레오 주인님... 왕... 밥 주세요...! 멍...!’

순간적으로 레오나르도의 머릿속에 아리아스필이 강아지귀와 꼬리를 단 채로 애교를 부리는 걸 상상해버렸기 때문이다.

뜨거운 침이 살짝 흘러나오는 채로 자신을 핡으며, 머리와 배, 엉덩이를 쓰다듬어주면 애교를 부리며 자신의 충실히 말을 듣는 아리아스필.

이성이 나오기도 전에 건강한 남자의 본능은 그런 미래를 육감적으로 머릿속에 구현시켰다.

“...그런 건 우선 자중해주세요.”

“...아...그렇죠. 아무래도 용사로서 체통도 없고... 사람으로서도... 여자로도 기분 나쁘겠죠?”

아리아스필은 지금까지의 레오나르도를 떠올린다.

가문에 처음 왔을 때 받은 블랙카드를 유흥비로는 한번도 쓰지 않은 채, 본인의 수련용으로만 쓴 레오나르도의 절제력을.

여자는커녕 술과 담배 같은 유흥에 손도 대지 않은 레오나르도의 금욕적인 모습을 떠올리니 지금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런 건... 최대한 자중할게요. 아인이의 엄마기도 한데... 이렇게 체통없는 모습을 보여서야 교육에도 안 좋을 테고...”

“...예?!”

하지만 아리아스필도 레오나르도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예 안 하는 건 아까운데...!’

레오나르도는 정신적 강도와 회복력이 강할 뿐, 엄연히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인간이었고.

평범한 남성이 아리아스필처럼 능력있고 육감적인 미인이 자신에게 저렇게 순종적이고 관능적인 건 최고의 쾌락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려한다는 건 옳은 판단이었지만, 아예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레오라는 수컷에게 있어 아깝고 아쉽게 기회를 버리는 거였다.

“저도 당연히 좋죠...! 애...완동물 말고요! 그런... 마음가짐은 남자로서 많이 좋긴 해요...!”

욕망과 절제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레오나르도는 최대한 예의를 지키면서도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리아스필이 이런 식으로 피지배적인 욕구를 내보이는 건 사디스트가 아니더라도 쾌락적인 제안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공개적으로 문제 없는 관계인 건 확실히 명시하자는 이야기에요. 대외적으로 저희가 이어졌다는 건 확실히 해두면 좋잖아요.”

“확실히... 그 편이... 좋긴 하겠네요.”

납득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몇몇 눈치없고 과욕을 부리는 귀족들은 아직까지도 레오와 아리아에게 추파를 보내었다.

물론 거절하고 정도가 지나치면 확실히 응징했지만 그게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둘이 연인이 되었다는 걸 공표하면 그런 문제는 생길 여지도 없다.

하물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진실은 설명하는 게 입아플 정도로 자명한 진심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제 연인인가요?”

“그건...”

아리아스필의 질문에 레오나르도는 또다시 굳어버렸다.

당연한 순서의 질문이었다.

관계를 공표한다는 시점에서 그 관계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정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의견을 제안한 레오나르도가 먼저 생각할 의무가 있었고.

‘...내가... 그래도... 되는 건가...’

단순히 감정이나 죄책감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 차도 아리아의 사랑 앞에선 따위로 취급될 것이다.

하지만

‘...언제 마왕이 될지 모르는 내가...’

아리아스필은 엄연한 용사, 그리고 자신은 의도치 않았다 해도 마왕의 그릇이다.

만약 마왕의 술수에 넘어간다면 자신은 바로 용사의, 아리아스필의 적이 되어버린다.

언제 아리아스필의 목을 베어버려도 이상할 게 없는 적대자가 된다는 말이다.

‘...만약 연인이 된다면...’

죽이지 못한다.

그 이상으로 아리아스필은 자신에게 죽을 것이다.

레오 자신이라도 그럴 것이다. 아리아스필이 마왕에게 조종당하고 죽여한다는 선택에 선다면 분명 제대로 싸우지 못할 것이다.

이미 아리아스필을 뛰어넘긴 자신의 몸에 마왕까지 깃든다면 분명 아리아만으로 끝날 문제로 남지도 않을 거다.

“...레오나르도... 님.”

아리아스필은 레오나르도의 망설임에서 잔혹한 현실의 고민을 엿볼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 자신이라도 그럴 것이다. 레오나르도처럼 마왕의 그릇에 강제적인 선택을 받는다면 어떤 미래도 꿈꿀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미래가 곧 세계의 파멸로 이루어진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선택을 강요한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본인들에게 잘못이 없는 상황임에도 둘은 서로에게 사죄하였다.

어쩌면 마왕이 기억을 되찾아준데에는 이런 속내가 있지 않을까.

아리아스필과 레오나르도의 관계를 흔들고 뒤틀어놓기 위한 이간계.

서로가 서로를 더 소중하게 여기기에 일그러질 수밖에 없는 모순의 상황.

그런 악의에 사랑하는 두 사람은 절망에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꼬르륵...

“...아...”

하지만 절망도 식후경이라는 듯, 아리아의 배는 눈치없게도 자기주장을 해대었다.

주인인 아리아스필 본인만 민망하게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 때 망연자실하지 말고 밥이라도 제대로 챙길 걸 그랬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 배가 고프다는 소리를 어떻게 하냔 말이다.

“...죄...죄송...”

“헤... 하하, 마침 저녁 먹을 시간도 됐는데 간단하게 뭐라도 만들까요? 저도 배가 고프던 찰나였거든요.”

정작 레오는 그런 아리아스필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는지 근심도 사라진 표정으로 웃었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마왕 빙의에 걱정하기보단 오늘 먹을 저녁을 걱정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우연치 않게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괘...괜찮으세요? 민폐라도...”

“이제와서 예의 따지기엔 너무 가까운 사이 아닌가요? 전 아가씨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지만 싫으시다면 제가 먹을 거만 따로...”

“먹겠습니다! 주시는 게 개밥이라도 맛있게 먹을게요!!”

노예근성으로 다져진 아리아스필이 레오나르도가 만든 수제 요리를 거절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제 요리가 개밥인가요?”

“아...! 아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너무 맛있어서 먹다가 죽어도...!”

“그럼 독약?”

“...으으... 그건...”

장난기 넘치는 레오나르도의 질문에 아리아스필은 곤란한 나머지 어린 아이처럼 울먹이기에 이르렀다.

자신은 항상 레오나르도의 앞에 있으면 정말로 어린 아이가 되는 것만 같다.

“농담입니다. 재료 중에 치즈를 산 게 있으니 그라탕이라도 할 텐데 괜찮죠?”

“...네...네에...”

앞치마를 두른 레오나르도를 다시 보자 아리아스필은 어째서인지 입가에 침이 고이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분명 먹음직스러운 상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것 외에는 무슨 원인이 있겠는가.

* * *

“근데 레오나르도 님은 요리를 잘하시네요. 손동작부터가 예사롭지 않아요.”

노예나 애완동물로서의 아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레오나르도의 조리 솜씨는 요리사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단 10분 만에 그라탕의 재료를 손질해 그릇에 넣고 즉석에서 바로 익혔음에도 내부 재료가 고르게 익어가고 있었다.

“1회차 어릴 때부터 요리는 제법 하는 편이었거든요. 저택에서 요리책도 종종 읽어서 할 수 있는 가짓수도 많이 늘었고요.”

어머니가 집에 없을 때가 많으니 자연히 홀로 음식을 먹는 건 다반사였고, 용병 생활 이후로 능숙한 조리 방식은 손에 익힐 수 있었다.

라인하르트에 있을 후로는 고급 식재료나 요리를 만들 일도 있어 자연히 실력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완성됐네요. 마법으로 익힌 만큼 예전 때보다 더 맛있을걸요?”

“...자... 잘 먹겠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그라탕과 레오나르도를 바라보며 아리아스필은 식사를 시작했다. 먹을 때마다 퍼지는 부드러운 식감, 포근한 온기가 목뒤로 넘아가며 허기에 안식을 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맛있어요! 항상 입맛에 맞는단 말이죠!”

“1회차 때 아가씨랑 결투를 해서 졌을 때는 벌칙으로 자주 요리를 만들어드렸거든요. 그때 아가씨 입맛을 확실히 알 수 있었죠.”

“벌칙이요?”

아름다운 식사에 감탄하던 백아리아는 흑아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호기심이 방향이 자연히 그쪽으로 쏠렸다.

생각해보면 백의 아리아는 흑의 아리아에 대해 명확히 아는 정보가 몇 없었다.

“네, 항상 자기가 이기는데 얻는 것도 없다면 너무하지 않냐면서 벌칙을 정하더라고요.”

“...좀 재수없네요... 그때 저...”

“당시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되새겨보면 좋은 추억이에요. 집사로 전직하라고 자주 놀리긴 했지만...”

옛추억을 되새기며 쿡쿡대는 레오는 자신이 만든 그라탕을 먹어보았다.

당시 흑아리아와 먹었을 때보다 완성도가 올라간 맛, 그러면서도 어째서인지 옛추억이 떠올르는 그리운 맛이 느껴진다.

‘...성검에선... 식사라는 개념은 없겠지.’

흑아리아는 아마 영혼의 형태로 성검에 자리잡았을 터, 식사는 물론 수면이라는 개념도 성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시라도 빨리 흑아리아를 데리고 싶은 마음에 레오나르도의 각오를 굳히게 만든다.

“...아리아 아가씨.”

레오나르도는 요리하는 동안, 관계에 대해서 정리하고 결정을 각오해놓은 상태였다.

중요한 건 아리아스필이 납득하는가.

본인의 설득력보다 아리아의 감정과 납득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

“전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이미 사랑하는 마음을 멋대로 고백했음에도 아가씨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죠.”

아리아스필은 그게 레오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걸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가 자책의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전 아가씨에게 비겁한 제안을 할 겁니다. 기만이라도 매도당해도 쌀 만큼요.”

“그럴 일여도 전 매도 안 할게요.”

아리아스필의 말 한 마디에 레오나르도는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

지금부터 시작한 조건적 연애는 라인하르트 일가에게 매도당해도 마땅할 모욕일지도 모르니가.

“...만약, 아리아스필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마왕이 된 레오나르도를 죽지 않고 막아낸다면 전 연인이 되겠습니다.”

“...계약이네요.”

“네, 계약이죠.”

정식으로 사귀는 대신, 마왕이 된 자신을 죽여서라도 막으라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연인이 된 상대에게 자신의 반려를 죽이라는 책임을 억지로 쥐여준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눈을 질끈 감지도 못하고, 시선을 피하지도 못한 이라이를 응시했다.

지금은 도망쳐선 안 되었다.

어떤 반응이라도 정면에서 받아드려야했다.

이제 아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조건을 걸게요.”

“...네? 어떤 조건을...”

“걱정하지 마세요. 첫번째는 저한테 추가적으로 거는 조건이에요.”

아리아스필은 레오나르도를 원망하지 않았다.

아리아스필은 그에게 꼬이는 여자를 질투해 폭주한 적은 있어도 레오나르도라는 존재를 경멸하고 원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럼 전 원하는 방법으로 레오나르도를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조건으로 연인이 될래요.”

레오나르도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그에 따라 더 좋은 인간이 되면 된다.

레오가 자신을 위해 성장했듯, 자신도 레오를 위해 성장해야한다.

“...아리아...”

“아직 두 번째 조건 말 안 했어요. 대답은 나중에 해주세요.”

아리아스필은 밝은 태양처럼 웃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밝은 얼굴은 죄책감이 없는 게 아닌, 극복해가는 의지가 드러났다.

“연인으로서의 고백을 조금 더 낭만있게 해주세요. 저도 용사이기 전에 여자인지라 낭만 있는 고백을 정당히 요구하고 싶거든요.”

“...그것 참 어려운 조건이네요.”

말과는 달리 레오나르도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용사로서 책무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노력해야... 아흐...!!”

문제가 해결된 순간, 아리아스필은 짧게 신음을 내었다. 마침 먹던 음식이 그라탕이라는 문제에서 일어난 불상사였다.

“...괘...괜찮아?!”

“괜찮아요! 그냥 숟가락에서 흘러내려서 그래요!”

아리아스필이 그라탕을 너무 움푹 펀 나머지, 대화에 집중한 사이 그라탕이 숟가락에서 흘러내렸다.

당연히 갓 만든 요리인 만큼 피부에 닿으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제가 닦을게...”

아리아스필은 손수건으로 닦으려는 순간, 이내 그라탕이 떨어진 부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골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흘러들만큼 아슬아슬 한 부위에 그라탕은 묻어있었다.

이래선 자신이 닦을 수...

“움직이지 마세요.”

다른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전혀 당황치 않은 채 천천히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평소에는 가슴에 팔꿈치만 닿아도 반응하는 레오가 직접 자신의 의지로 가슴에 손가락을 얹었다.

“...레...레오나르도 님?!”

손가락은 가슴의 곡선에 부드럽게 타고 내려가 그라탕이 있는 부분만 깔끔히 떼어내었고.

“어려운 조건이지만 그래서 좋네.”

그 손가락은 그대로 레오나르도의 입에 들어갔다.

“항상 아리아 네가 내 목표였던 건 잊진 않았지?”

“...네...네에...”

아리아스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체감했다.

지금 레오나르도가 한 매혹이 자극적인 탓도 있었지만.

‘...골에 들어갔으면...’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가슴에 아예 얼굴을 파묻지 않았을까.

그런 욕망이 아리아의 번뇌를 끝없이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효녀 아인]

“...근데 아인이는 어디로 갔어요? 분명 같이 있었는데...”

“...어머니와 오붓한 시간 보내라면서 가버렸어요. 그라탕 좋아하니까 많이 해놓긴 했는데... 루미네 님께 용인화의 문제가 있는지 검사해보고 싶다고 해서 빨리는 안 올 거예요.”

“가족 다 같이 먹고 싶네요.”

“네, 저도 그래요. 지금 데리고 오죠.”

<한편 그 시각>

[야야야!! 잡아당기...! 으악...!]

{놓으십쇼...! 그런 야만스러운 손길로...! 꺄앙...!}

“방금 놓았다가 두 분 전원 아버지의 방으로 잡입하려 했지 않았습니까.”

아인은 양손째로 두 영웅의 영체를 붙잡으며 단호히 말했다.

두 분께서 오붓이 계시는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시간을 늘려야했다.

“...그... 아인님?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루미네 성인님.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앤젤라의 후계자인 루미네는 아인의 그런 살신성인을 보며 차마 뭐라 지적치 못했다.

“아뇨. 제가 오히려 감사하죠.”

{루미네 수사! 그게 무슨 망발...!}

[야야야!! 네 배은망덕한 비둘기 여장 제자가...!!]

“조용히 하십쇼.”

이윽고 아인의 손으로 용의 것으로 뒤바뀐다.

마나를 밀어내는 성질이 있는 만큼.

[.........!]

{.........!!}

두 영체의 목소리마저도 막아낼 수 있었다. 벙어리가 된 두 영체를 뒤로 하고 아인은 루미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행여나 소리가 아버지의 방에 퍼질까 염려되어 조치를 취했습니다.”

때려서 영체를 부수는 방법도 있었으나 저 둘의 복구가 예전보다 빨라진 만큼, 그 방식은 이제 썩 효용적이게 못하게 되었다.

“아뇨아뇨. 오히려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용인화이 부작용이 없는 건 이미 확인 했고요.”

루미네는 그렇게 말하며 아인을 쓰다듬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앤젤라가 어려진 현자를 껴안은 채로 옆에서 웃는 소리를 참은 채 잠을 설친 루미네에게 있어서 아인이라는 소녀는.

자신을 구원해주는 성녀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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