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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46화 (246/248)

적탑주의 인계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미 암묵적으로 레오나르도는 마법사의 최강자 반열에 오른 경지였고, 마탑주들에게 인정은 이미 받아놓았다.

그리고 적탑주 후보들을 단체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준 만큼, 레오나르도에게 적탑주의 자격이 없다 주장할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현 적탑은 전대 적탑주의 마왕의 내통으로 인해 마탑의 명예를 운운할 수 없었고, 레오나르도와 같은 능력자의 도움은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중태였다.

그렇게 적탑주의 문제는 계획대로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그... 아리아 아가씨...?”

하지만

“...네?! 네에... 레오나르도 님...”

연애 문제에 관해서는 간단하기는커녕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마왕의 문제 뿐만 아니더라도 이들의 연애는 보는 사람들이 답답해 욕할 정도로 느리고 달콤한 오해로 가득차있었다.

“...괜찮...으신가요?”

“네네! 괜찮죠!! 당연히 괜찮아야죠!”

인파를 피해 레오의 방으로 피신을 온 둘은 어색히 대화를 이어갔다.

차라리 회귀를 몰랐을 때가 한결 편안했으며, 레이널드였을 때가 더욱 자연스러울 정도로.

처녀와 청년의 대화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서로 더 정중하기 대하기 위해서, 그리고 상대가 더 편하길 바라는 마음에 대화가 딱딱히 굳어있다.

‘...레오나르도 님께서 설마... 아직도...’

아리아스필은 방금까지 기자들에게 했던 갑작스러운 대답을 떠올린다.

이번에는 자신이 연인 관계라 주장했고.

레오나르도 쪽에선 주종 관계라 되새겼다.

분명 자신이 한 말로 인해 받은 충격을 떨쳐내지 못한 것일 터.

‘...하지만 이제는 전속기사라고 하기도 황송한데...’

현자의 제자이자 차기 적탑주인 레오나르도에게 전속기사라 부르는 건 장난을 넘어 모독이었다.

물론 레오나르도는 아리아스필이 그리 생각하는 것에 큰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지만.

아리아스필 본인은 이에 대해 극한의 죄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리아가 연인이라고 말한 거지...? 분명...’

자신이 처음에 그렇게 말했기에 맞춰준 걸 수도 분명 그렇게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기억을 잃기 직전에도, 레이널드일 때도.

적어도 아리아스필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게 한심할 정도로 이성적 호감은 확실히 존재했다.

‘...하지만...’

자신은 마왕의 그릇이 되어버린 몸.

언제 폭주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한폭탄이다.

아리아에게 괜스레 여지를 주게 되면 분명 상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진짜 왜 저렇게 귀엽지...?!’

레오나르도도 한 명의 남자였다.

고고하고 고결했던 용사 가문의 영애가 가련하고 쑥스럽게 얼굴을 붉히는 걸 보고 아무 감정이 들지 않은 만큼 무감각하진 않았다.

1회차에는 홀로 정점에 있는 걸 즐겼던 그 아리아스필이 소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만으로 레오의 굳은 결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 축하해요.”

어색한 공기 속 서로의 속마음이 크게 동요하던 치던 찰나, 아리아스필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아리아스필은 곤란해하는 님을 망설이게 할 만큼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예?”

“적탑주가 되셨잖아요. 게다가 마법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셨으니 축하해야죠.”

지난 4개월 사이에 아리아스필은 4년 동안 신전에서 겪은 훈련보다 더한 성장을 해냈다.

신전에서의 수련으로 현 성기사를 넘어 역대 성전사 모두를 넘어선 신성과 실력을 손에 넣었고,

레이널드와 함께 동행하는 것으로 레오의 성혈투술과 지금까지의 모든 기술들을 한 단계 진화시킬 경험마저 몸에 녹여낼 수 있었다.

그런 아리아스필이기에 체감할 수 있다.

“이젠 저보다도 강하실 거예요.”

지금 자신은 레오나르도보다 약하다.

레오나르도는 지금 분명 1회차 때의 전성기를 초월했을 테니까.

“...이제 회귀자로서 조금은 뻐겨도 되겠네요.”

아리아의 풀죽은 표정을 보자 레오나르도는 나름의 유머를 보이며 기류를 바꾸고자 했다.

아리아스필은 아직 용사로서의 자신감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본인이 원해서 용사가 된 것이 아니기에 그에 대한 죄책감과 중압감은 상상조차하기 힘들 것이다.

레오나르도가 자신이 더 낫다는 게 고려된 지금, 용사의 자격이 있는 레오가 성검을 갖는 게 낫다는 족쇄는 쉽게 떨쳐낼 수 없을 테다.

“애초에 제 알맹이는 다 늙은 노인네라고요. 아리아 아가씨 정도 나이의 손녀가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연장자죠.”

하지만 레오나르도만큼은 생각이 달랐다.

자신의 장기간의 경험이 압축된 실력을 단숨에 따라잡은 재능, 아마 10년만 더 있어도 자신을 뛰어넘는 건 물론이고 지금 마왕조차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있다.

오러 마스터와 대마법사는 체내의 마나 덕에 노화가 늦어지니 이 이상의 성장은 자명한 과정이자 결과였다.

“그렇게 주눅들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제 쪽에서 여태까지 어린 꼬맹이와 비등비등했던지라 주눅들어던 차였거든요.”

“...딱...딱히 주눅들진 않았어요...! 정말로 축하하는 거였다고요!”

레오나르도가 능글맞게 아리아스필을 놀리듯 위로하자 아리아스필도 나름의 기운을 차리며 반박해냈다.

레오의 의도를 눈치챈 것도 있었지만, 자신을 아직 꼬마로 본다고 말한 것이 분해 본인도 모르게 성을 내게 된 거였다.

“그렇게 화를 내봤자 귀엽기만 합니다?”

“...네...네엣?!”

작업과 같은 말에 주눅든 아리아스필의 얼굴이 가을철 사과처럼 익어버린다. 그런 표정을 보자 여유를 보이던 레오나르도도 아리아 못지 않은 홍조를 보인다.

자신이 한 말이 부끄러워서보단 붉게 달아오른 아리아의 표정이 깨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가슴이 두근거려버렸다.

‘...진짜... 나 같은 게 더 좋아하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데... 정말... 욕심내면 안 되는데...’

아리아스필과 레오나르도의 생각은 완전히 일치했다.

‘정말 못 참겠어...!’

사춘기에서 갓 벗어나고 성숙하게 영근 육체의 본능은 두 남녀의 감정을 점점 고조시켰다.

심장 박동이 커지고 체온이 땀을 흘러내릴 정도로 뜨거워지며 서로의 호흡음이 고요한 방 속 귓가에서 크게 울린다.

“...그...그때 저희 관계가 어떤지 말씀하셨잖아요!”

숨소리에 점점 홀리는 걸 같자 레오나르도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흠이 있다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예민한 주제로 화두를 돌렸다는 거였을 뿐.

“...아...네...! 그랬...죠...! 그랬어요...!”

어색한 공기가 남국의 뜨거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지금도 떠오른다.

주종관계와 연인관계로 갈등하는 남녀의 자아갈등의 향연이.

생각만 해도 이번에는 수치심으로 양쪽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리아스필은 자신의 통제할 수 없는 이상성벽에 수치스러워했고, 레오나르도는 마왕 때문에 망설이는 찌질한 자신의 실수에 수치심을 느꼈다.

“그게... 관계가...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지금도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계약에서 상대를 홀리거나 적을 상대로 블러핑칠 때는 목숨이 위기여도 입을 술술 움직였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입에 풀이라도 칠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게... 제가 잘못했어요...!”

마찬가지로 말이 더듬던 아리아스필은 수치심에 못 이겨 사과를 내놓았다. 죄책감에 짓눌린 것도 모자라서 수치심에 불타는 건 아리아여도 버틸 수 없는 고문이었다.

“...아...! 아뇨! 갑자기 왜 사과를 하세요!?”

잘못한 걸로 놓자면 자신에게 더 책임이 크다 생각한 레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거야... 제가... 레오나르도 님께 먼저 주종 관계라고 멋대로 말했으니까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전 명목적으로 아직 전속 기사에서 퇴임한 건 아니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요! 레오나르도 님이 고작 전속 기사에만 있을 인재가 아닌데!”

레오의 쓸데없는 겸손에 아리아스필 쪽에서 역으로 발끈해버렸다.

본인이 그렇게 과소평가당할 인물이 아님에도 레오는 항상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이미 성격과 생활력만으로도 바로 100점짜리 신랑감인데 말이다.

“...그...그럼 주종관계는 무슨 의도로 말씀하신 건가요?”

침이 깊게 삼켜진다.

아리아스필이 연인 관계라 정정한 시점에서 짐작 정도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정말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것인지 레오나르도는 쉽사리 인정할 수 없었...

“...전 레오나르도 님의 노, 노예니까요...!”

지만, 아리아스필은 항상 레오나르도의 예상을 초월하는 천재였다.

물론 남자를 화나게 하는데도 충분한 천재였다.

레오나르도는 필사적으로 하반신에 솟는 혈액을 성혈투술로 퍼올리고 있었다.

“...무, 무슨 말이야! 그게!! 보통 이런 흐름에선 연인이잖아!”

“하...하지만 황송해서 어떻게 그래요!”

“예전에는 그런 티 팍팍 냈잖아!”

“그거야 레오나르도 님께서 저한테 그렇게 헌신한 걸 몰랐을 때고...! 저도 어렸단 말이에요!”

본능을 수긍하라 포효하고 있었지만, 레오의 이성은 최대한 이 먹음직스러운 상황은 합리적으로 되돌리려는 배부른 행동을 명령했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상대방이 감사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한들, 그 상대의 노예가 되는 게 합리적으로 옳지는 않으니까.

“...아...아니면 그것도... 민폐인가요? 노예 하지말까요?”

“...”

헝그리 정신으로 살아남은 본능이 점차 이성을 상대로 구타를 시작했는지 레오는 차마 아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잘 생각해라. 레오나르도.

노예제는 폐지됐어.

어린 아리아스필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지만...

있지만...

“...우선... 조금 이야기를 하죠. 노예든, 연인이든 확실히 정해야할 거 아니에요.”

결국 이성과 본능이 철저한 사투 끝에, 어느 쪽이든 이득이라는 결론으로 휴전을 맺었다.

아리아스필이 우선 자신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걸 본인이 직접 말했으니, 안심하고 대화할 수 있었다.

“...노예가 되겠다는 이유는 어떤 것에서 기인한 건가요?”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화를 풀어나가야한다.

“...제가... 그때 고해실에서 말했잖아요. 레오나르도 님께서 사죄드리기 위해서라도 시키는 건 뭐든 하겠다고. 그럴 바엔... 차라리 노예가 되는 게 낫지 않을가 싶어서...”

생각이 너무 극단적이다 못해 우주로 솟아날 만큼 수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울먹이는 아리아스필의 모습은 점점 레오의 본능에 성혈투술을 걸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다.

“...그러니까 저한테 죄책감이 있기에 그런 직책을 고수한다는 거죠?”

“...네...! 저한테 하고 싶은 걸 다 해도 돼요...! 화가 나시면 마구 때려도 되고...! 그냥 육변기... 죄...죄송해요...! 자꾸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채워서...!”

본인의 음탕함을 감추려는 아리아스필은 감찍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평범한 연인 사이였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셔츠와 치마를 찢어서라도 아리아를 덮쳐버렸을 거라 확신할 수 있다.

저정도로 음탕하다 생각하는 처녀가 귀여워서 진짜 이성이 끊어질 것만 같다.

“...그럼 제 부탁을 들어주시죠...! 사랑하는 사이로서...!”

“...네에엣...!”

아리아스필은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에 정신적 쾌감을 자극했다. 온몸이 진동하는 마도구처럼 부들거린다.

“...성검에 관한 내용이에요.”

우선 음란한 부탁은 최대한 다음으로 미룬다.

괜스레 지금 기대시키면 자신도 더욱 동요할 것이다.

“...아... 네...! 말씀하세요.”

아리아스필도 진중한 부탁이라는 걸 눈치채고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몹시 아깝지만 다행인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성검 속 아리아 아가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주세요.”

“...흑아리아하고요.”

아리아스필은 이내 약간 죽은 눈으로 레오를 바라본다.

어쩌면 지금 아리아스필은 자기자신을 질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네. 같은 자신이 다른 형태로서 존재하는 게 불쾌할 수는 있겠지만, 두 사람 다 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제가 일으킨 회귀 때문에 초래한 사태이기도 하니...”

“...레오나르도 님.”

아리아스필은 레오의 어깨와 허리에 손을 올린다. 따뜻한 손길이 부드럽게 레오의 몸을 쓸어내린다.

“...지금 있는 어떤 일도 레오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그건 가장 잘 알아요. 용사이기 전에 사람이자 여자로서 알고 있어요.”

용사의 온기는 마왕의 그릇이라 해도 따뜻하게 사랑의 온정을 나누어주었다.

이내 천천히 아리아스필은 레오나르도를 끌어안는다.

레오의 흉근과 아리아스필의 유방이 서로를 감싸 안으며 심박음으로 화음을 낸다.

“당연히 싸울 생각은 없어요. 지금 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되거든요. 명령이 없어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어요.”

“...가...감사합...”

아리아스필의 목소리가 귓가에 작게 속삭여진다.

“하지만 노예로서 제가 선임인 건 인정해주세요. 그건 제가 먼저잖아요.”

“...예?”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는 없는 아리아였다.

어째서인지 성검이 미묘히 요동치는 건, 가볍게 무시한 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담]

성검 속 아리아스필은 레오라면 노예가 되는 건 물론, 애완동물로 삼아도 괜찮을 정도로 죄책감이 있다.

단지 누군가의 후임이 되기 싫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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