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는 마법으로만 놓고 보면 적당히 강한 수준에 불과하다.
압도적인 마력으로 찍어누르는 것도, 고속 연산과 마나 감응력으로 초월적인 마법을 난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적탑주 후보들이 레오나르도를 견제하는 이유는 그 이류 수준의 마법을 본인의 검술과 완벽히 조합해 사용하기 때문.
어중간하다 모욕받은 마검사란 경지를 전설로서 성장시켰다.
근거리 격투전부터 원거리 화력전까지 방심할 게 없었던 난적.
그만큼이 레오나르도라는 마검사는 전례없고 강한 난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들도 생각이 없던 건 아니지.’
그에 대한 전략은 이미 정립해둔 지 오래였다.
전방에 두 마법사의 육체에 강화 마법이 걸린다.
근접전을 벌일 레오나르도가 파고들어 압살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을 이들.
마검사에 비하면 당연히 밀릴 테지만 후방의 마법사들이 영창을 쓸 시간을 벌 정도면 충분했다.
[크루르르르...]
[콰르응...!]
두 명의 전투 정령사의 그 사이 자신의 사역마를 소환한다.
지면에서 소환된 것은 땅의 정령과 불의 정령이 융합된 마그마 골렘,
하늘에서는 바람의 정령과 번개의 정령이 결합한 폭풍의 사역령이 등장한다.
두 원소를 융합시키는 정령술로 근접 마법사를 보조하며 레오를 공격할 것이다.
레오의 마검술로도 저 융합 사역마를 단숨에 토막내는 건 불가능할 터.
쉬이이이익...!
연이어 다른 두 마법사는 독안개와 독으로 이루어진 함정을 준비한다.
레오나르도는 해독술은 물론 치료 마법 전반을 사용하지 못한다. 시간을 버는 사이 천천히 독에 중독시킨다면 사역마인 아인마저 제압 가능할 거다.
“완벽하군.”
“마법사를 다수로 상대한다는 시점에서 오만한 거지.”
최후방에 있는 두 명의 마법사는 최고위 마법을 준비한다.
준비되는 건 적탑의 전매특허인 고화력, 고범위의 원소 마법.
레오나르도가 저 삼중고를 버틴다 해도 6서클의 헬 파이어와 썬더 볼텍스를 정면으로 받아낼 재량을 없을 것이다.
마법과 무술 결합시킨 레오나르도의 공략법은 완벽했다.
쿠와아아아앙!!
“괜찮은데?”
레오의 검술 한 합에 그 공략법은 바람 앞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붕괴된다.
근거리전에선 마탑주에게도 비견될 터인 두 근접의 마법사는 일격에 나가떨어진다.
분명 레오가 사용한 건 기본의 심화에 무예와 마법의 아리아를 덧댄 마검술.
화염을 오러로 검에 덧대 이루어지는 마법진은 확실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마법진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레오의 검은 돌의 대검은 육중한 크기만큼 마법진을 형성하는 섬세한 움직임이 어려웠다.
다르게 지금 이 폭쇄는 그저 고유 마법에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근거리전을 시도하려한 마법사는 그 폭발력의 이유를 가장 가까이 봤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도저히 납득치 못한 눈치로 그 진실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성을...!”
레오나르도의 마검술엔 신성까지 깃들어있었다.
마탑의 마법사가 신전의 성직자가 사용하는 신성을 그대로 고유 마법과 융합시켰다.
마검사와는 경우가 다르다.
전설이나 낭설에나 가끔 들리는 기적.
그 기적이 지금 현실로서 등장했다.
‘...생각 이상으로 위력이 좋아.’
신성과 마법이 섞는 경우는 전례가 거의 없기에 확신이 없었지만, 지금의 일격으로 자신할 수 있었다.
다루기 자체는 까다롭지만 금제의 신성과 자신의 마법은 상성이 좋다.
본래 마력이 부족해 이론적으로만 생각했던 고유 마법의 최대 출력을 직접 쓸 수 있었다.
코어와 서클의 한계가 확실했던 레오에게 신성이라는 추가적인 마나는 절대적으로 화력을 높여줄 수밖에 없다.
확신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은 전성기 때보다 강해졌다.
[헬 블레이즈]
헬 파이어의 상위 호환 마법, 마나 소비량이 너무 많아 마법진을 완성해도 쓰지 못했던 최상급 폭렬 마법이 발현된다.
“위험해!!”
결투에 참여하지 않은 리오스와 아리아가 외친 말이었다. 대검으로 저렇게 보이지 않을 속도로 대마법이 형성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급히 방어벽을 만들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어?”
하지만 리오스와 아리아 및 여타 방어벽을 펼치려 한 마법사는 이내 또다시 경악한다.
분산되는 듯 보였던 거대한 폭발은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이더니 응축되어 정확히 근접전을 하려는 마법사를 날려버린다.
죽이지 않을 정도로 섬세히 위력을 조절하는 시점에서 레오의 경지는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젠장...!! 공격해!!”
중거리를 담당하는 전투 정령사 두 명은 각자의 사역마를 움직였다.
<우오오오오...!>
상급 사역수인 마그마 골렘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용암이 흘러넘치는 몸을 움직였다.
아마 평범한 무구로 공격한다면 녹아버리고, 강도가 높다고 해도 내부의 단단한 암석 뼈대에 공격이 막히고 용암에 집어삼켜질 것이다.
<콰아아앙...!>
뒤이어 나온 폭풍의 정령은 마그마로 덮혀진 기류를 태풍의 연료로 삼았다. 마나를 잔뜩 주입받아 융합된 두 정령은 닿는 것만으로도 마나만으로 적을 갈아버릴 수 있었다.
콰드드드득...!
“확실히 좋군요.”
그럴 터였다. 마그마 골렘과 폭풍의 사역령이 레오나르도에게 시선이 팔린 사이, 양손의 손톱으로 기습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분명 마나로 만들어진 고열과 격풍의 방어막으로 이루어 두 사역령의 몸을 생물의 손톱이 찢겨발겨놓는다.
“아버지께서 사용했으면 어머니마저 압도할 정도입니다.”
양팔과 양다리가 용의 비늘과 발톱으로 뒤덮인 아인은 그렇게 감상을 남겼다.
적으로 만난 광전사가 썼을 때는 그렇게 단단한 방벽이 따로 없었는데, 자신이 직접 사용할 때는 이보다도 더 유용한 창이 생각나지 않는다.
용의 비늘과 발톱은 마치 물이 밀어내는 우비처럼 마력을 밀어내고 마법을 흐트려뜨린다.
마나로 이루어진 지성체인 정령들에겐 최악의 무기가 되었다.
“...이게 무슨... 내 정령이...”
“...말도 안돼...! 소환한지 1분도 채...!”
작전은 이미 어그러진 지 오래였다. 황급히 정령들이 소멸하기 전에 다시 마나를 주입해 명령을 시도하려하지만.
“정령을 그따위로 쓰는 시점에서 이미 알만하군요.”
아인이 사역마들을 처리한 틈에 레오나르도는 그들의 배후에 세검을 휘둘렀다. 전격이 담긴 세검이 일순에 찔리자 그 둘은 반항치도 못한 채 쓰러진다.
사역마가 자의적인 판단도 하지 못한 채, 마나와 명령만 받든다는 시점에서 전투는 몰라도 정령술사로는 반푼이였다.
“남은 건 4명...”
나머지 4명은 치료 마법을 사용해도 바로 일어날 수 없도록 확실히 기절해놓은 상태였다.
“받아라!!”
함정과 약화를 담당하던 마법사들은 황급히 독구름을 레오나르도에게 있는 쪽으로 응축시킨다.
이미 레오나르도와 아인의 주변에는 이미 독액이 압축된 지뢰마저 설치되어있다.
이미 독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제법 섭취했을 터, 후방에 있는 두 마법사가 만든 고화력의 마법을 동시에 날린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 좀 하고 사용하시죠?”
그렇게 일말의 희망을 갖는 꼴이 어리석게 보였는지 레오나르도는 아예 검은 돌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독구름과 독지뢰를 걷어내었다.
본래라면 독에 중독되어 조금이라도 마비가 왔어야할 레오나르도는 아주 태연히 혼신의 독 마법을 걷어낸다.
“여기 기절한 사람들은 해독 마법 아예 못 쓰는 거 생각도 안 합니까?”
본인 걱정 대신 쓰러진 적들마저 걱정할 정도로 여유롭게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검은 돌에 빛나는 검은 신성은 색과 다름에도 독기를 맑게 해독해내고 있었다.
이미 체내에 감돌고 있는 신성 덕분에 중독되지 않았다.
성혈투술을 썼더라면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들을 상대로 그런 자폭기를 사용하는 건 지나친 사치였다.
<아인이 넌 괜찮아?>
[예, 용의 인자가 좋긴 하군요.]
회심의 일격이나 다름없는 독공이 무용지물이 되자 그들이 오히려 독을 먹은 채로 새파랗게 질렸다.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기술들이 전부 성공적이자 레오나르도는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자신이라면 전략없이 정면에서 아리아스필과 맞대결을 펼쳐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그렇게 여유부려도 돼? 아리아한테 빨리 간다며, 지금 애한테 사람들이 몰리잖아.]
그렇게 레오가 스스로에 도취되는 와중, 현자는 멀찍이 관중석에 있는 아리아스필을 가리켰다.
아리아스필과 그 일행들 주변에는 현자의 말대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다.
전부 남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레오나르도의 눈에는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놀고 있을 때가 아니네.”
“...뭐?! 네놈이...! 지금 우릴...!”
고의적인 도발이 아니었음에도 저 말은 적탑주 후보들에겐 확실한 도발이 되어주었다.
저 말이 진심으로 자신들이 안중에도 없다는 걸 노골적으로 증명해주었으니까.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준비한 6서클의 폭염 마법과 폭뢰 마법이 거대한 구체로서 부상했다. 크기는 이미 일반적인 6서클 마법을 상회한 지 오래였다.
나름의 고유 마법으로서 자랑스러워하는 기색도 드러나고 있었다. 두 마법이 동시에 폭발하면 용사라도 무사하진 못 할 테니...
“딱히.”
레오나르도는 그리 말하며 피가 살짝 묻은 손가락을 튕겼다.
물 마법으로 핏방울을 옮겨 독구름 사이로 미리 진을 쳐뒀다.
[성혈투술-붉은 성역]이 발동되도록 말이다.
“...이게... 왜...!”
“발사가...! 아니...! 마법 그 자체가...!”
거대한 원소의 구체들은 발사되지 않은 채 붉은 성역 내부에서 소멸한다. 정확히는 개조된 붉은 성역이 6서클 마법을 역산하고 분해내고 있었다.
마법적 지식과 능력이 생긴 레오나르도의 붉은 성역은 1회차 때와 비교할 것도 없이 초월했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는 겁니다.”
레오나르도 본인은 마법을 전개시키려는 도중, 이내 마법진 형성을 멈췄다.
“...잠깐...! 레오도 마법을 쓰지 못해!”
그나마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적탑주 후보는 그 사실을 약삭빠르게 알아채었다.
이 붉은 성역은 아직 미완성이었다. 레오나르도도 마법을 쓰지 못하니 본인도 약체화시킨 것이나 다름없는 오폭이었다.
“그래서요?”
그렇다 해도 레오나르도가 불리해진 건 전혀 아니었지만 말이다. 단련된 레오나르도의 주먹은 연약하기 짝이 없는 마법사의 복부를 무참히 구타한다.
레오는 마법 없으면 전사로서 싸울 수 있지만, 마법사는 마법이 없으면 그저 똑똑한 민간인에 불과하다.
“아버지께 친하게 애칭으로 부르지 마십쇼.”
하물며 저들의 태도를 보건데 그리 유식해보이지 않았으니 승리는 이미 자명했다.
현자와 성녀의 구타로 다져진 아인의 격투술은 굳이 용의 힘이 없어도 ‘민간인’정도를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네놈...! 네놈이 정말...!”
마지막으로 남은 적탑주 후보는 엉덩방아를 찌면서 뒤로 기어간다.
레오나르도의 압도로 흥분하던 관중들마저 흥이 식을 정도로 추한 모습이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패배를 인정하면 그나마 명예라도 지킬 수 있을 텐데 그는 그럴 이성조차 증발해버린 상황이었다.
“어떻게...! 도대체...!”
“시간 아깝게 같은 말만 몇 번을 하는 겁니까?”
더 급한 일이 있었던 레오나르도는 시간을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납득할 만한 힘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레오나르도는 검은 대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반말하지 마.”
일순 일어난 폭발과 같은 검격, 흥이 식었다 생각한 관중은 아예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대검은 정확히 적탑주 후보에게 닿기 직전에 멈췄음에도 지면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갈라졌다.
그것도 정확히 관중석 직전까지만 베여내었다.
“이제는 내가 적탑주인데 알아서 받들어 모셔야지. 사회 생활 그따구로 할래?”
그렇게 말하며 레오나르도는 아리아스필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적탑 마법사의 목표인 적탑주는, 레오나르도에 있어 가벼운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십거리]
“아리아 아가씨!”
“레...레오나르도 님! 바로 오셔도 돼요?!”
두 사람의 어색한 대화가 제대로 이어질 틈도 없이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입을 연다.
개중에는 용사와 새로운 적탑주의 탄생을 알리고자 하는 기자들도 모여있었다.
“아리아스필 용사님! 한 말씀해주시죠!”
“아뇨! 잠시만...!”
“레오나르도 님! 이제 적탑주가 되신 건가요?! 소감 말씀해주시죠!”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잠시만요...!”
두 사람이 인파를 뚫고 만났을 때,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두 분의 관계는 어떤 관계입니까!?”
두 사람에게 가장 예민한 질문이 찾아왔고.
그 둘은 동시에 말했다.
“여...연인 관계에요!!”
“주, 주종 관계입니다!!”
이번엔 아리아스필이 연인 관계라 말했고.
레오나르도가 주종 관계라 말했다.
[환장하긋네.]
환장의 커플이었다.
그나마 아리아가 연인이라 말했을 때 레오의 입꼬리가 올라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후기가 항상 고비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