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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41화 (241/248)

금제는 신의 속박과도 같다.

마기를 얻는 계약나 의식과 유사한 형태를 뜨이지만, 그에 대한 제약은 허접스러운 악마의 것과 격이 달랐다.

인간이 쓸 수 있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신과의 계약을 파기할 방법이 없다.

다만 시간의 제약을 넘어서면 그 제약마저 되돌릴 수 있었다 레오는 생각했고.

기억이 증발했을 때에 되돌아온 금제는 다시 사라질 거라 사람들은 추측했다.

“...금제가 아직...”

그리고 그 추측은 지금 레오의 등으로 틀렸다는 게 증명되었다.

레오의 몸에는 지울 수 없는 흉터처럼 새겨진 붉은 문신은 흉흉한 신성을 내보이며 빛이 났다.

[...마왕 녀석... 일부러...]

방금까지만 해도 장난기가 있던 현자는 이내 혀를 차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기억을 돌려넣을 정도의 힘이라면 금제도 당연히 지울 수 있을 터, 그럴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건 마왕이 레오의 금제를 일부러 유지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굳이 그런 행동을 한 거죠? 레오나르도 님이 신성을 지니면 오히려...}

앤젤라는 차마 뒤의 말을 덧붙이지 못했다.

레오의 금제로 얻은 신성을 전력적 이득이라 주장하는 건, 본인에게 무례한 부담을 주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레오 본인을 포함한 다른 이들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금제로 신성을 쓰는 건 마왕에게 있어 위협이 되면 됐지 유리할 상황을 조성하지는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손해인지, 이득인지 판별하기 어려우니 정보와 상황을 분석해보죠.”

레오나르도는 이내 상의를 다시 제대로 입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주제가 진중해진 탓일까, 방금 전까지 창문에서 보였던 흥분은 사그라들고 평소처럼 냉정을 되찾았다.

“우선 제 몸에 정밀 검사를 할 필요가 있겠죠. 마인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해결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겠죠.”

현자가 아무리 몸을 확인했다 해도 전문 설비로 검사하는 것보다는 당연히도 정밀도가 떨어질 거다.

마왕이라면 아주 희소한 케이스의 마인화 부작용을 섞어 수작질을 부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마탑 쪽에 한번 들리는 게 낫겠어요. 적탑주 사후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확인할 필요도 있고요.”

레이널드가 된 기간에는 마탑에 한번 찾아가지 않았다.

1회차에는 아예 마법과 이론적 학문에는 담을 쌓고 살았기에, 자연스레 마탑과 같은 교육시설로는 향할 이유는 없어졌다.

하물며 레이널드인 상태로는 마탑에서 만들어낸 천재 소탑주 레오나르도의 이미지가 일그러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마법에 무식한 건 둘째치고 말하는 것부터가 무례하고 흑마법이라는 금기를 건드리기까지 했으니까.

“에일린 씨께 연락을 한번 드려보죠.”

“연락이요? 잠시만요...”

병상에 있는 레오를 대신해 리오스는 마법사로서 텔레파시 마법을 사용했다. 이런 경사를 하루라도 빨리 마탑 일행과 아메리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리오스 라인하르트.]

우연의 일치였을까 리오스가 텔레파시를 시도했을 때, 마찬가지로 전음을 시도한 여성이 있었다.

“[에일린?]”

[그 태도로 봐선 리오스 라인하르트가 맞군.]

두서없이 자신을 이름으로 부른 리오스에게 짐짓 불쾌하다듯 에일린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전음을 연결했다.

리오스가 짜증나서만이 아닌 현재 마탑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한 피로로 인해 말투가 평소보다 가시가 돋치게 된 것이었다.

[용건이 있어 연락한 것일 테지만, 내 쪽에서 먼저 할 말을 전달하겠다. 미안하게도 사정이 예상 외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예? 지금 이게 더...]”

[우선 들어라.]

독선적인 주장이었지만 리오스는 그 고압에 더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나쁜 소식은 빨리 들어야 더 충격적이었지만, 좋은 소식은 나중에 들어도 좋을 테니까.

[지금 적탑 쪽에 반발을 시작으로 레오나르도에 대한 음해가 시작되었다.]

첫 문장부터 불운이 느껴져는 소식에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미 리오스는 텔레파시를 정신이 아닌 소리로 주변으로 울려퍼지는 형태로 전환시킨지 오래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은 조용한 방식을 택할 걸, 라며 리오스는 속으로 후회를 곱씹었다.

‘...순애의 신님, 아직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불쾌한 소식을 직접 듣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작 레오나르도 본인은 썩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말이다.

[마왕의 그릇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가고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목격담이 퍼지면서 소문이 점점 커지고 있어. 이미 소형 신문사에선 기사로까지 다루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위에 두 소문은 근거가 있고 실제로 반 정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잃을 게 적은 중소 언론에선 그런 황색 언론을 가십거리로 다루는 일이 허다했다.

대중들은 유명인이 시련을 딛고 성장하는 것 이상으로 같잖게 몰락하는 꼴에 더한 자극을 느끼는 법이었으니까.

[...무책임한 말이지만 내 선에선 더 퍼지는 걸 막는 게 한계다. 직접적인 해명이 없다면 이미 퍼진 소문은 그대로 믿을 가능성이 농후해.]

템페리우스의 에일린도 현 사태를 수습하는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미 적탑주의 배신과 죽음만으로 마탑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으니까.

[그래서 대안이다만... 면목 없지만...]

곤란한 말이었는지 잠시 숨을 들이켜며 뜸을 들이는 게 반복되었다.

이 부탁은 에일린이기에 더더욱 껄끄러운 내용일 수밖에 없었다.

[레오나르도... 레이널드 씨께 직접 해명을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네.]

레오나르도 본인이 직접 멀쩡한 모습과 제대로 된 해명을 한다면 이미지 회복과 분란은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본디 레오나르도의 대중적 인상은 전체적으로 호감적인 편이었으니까.

“[어... 그건...]”

[알고 있다. 염치가 없다는 건... 내 쪽에서 대본이나 장소는 마련할 테니 의견이라도 물어보면 안 되겠나? 지금 상황에선 도저히...]

에일린의 간곡한 부탁에도 리오스는 망설이는 듯 우물쭈물하기 바빴다.

그건 에일린이 부담스러운 부탁을 해서가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금 레오나르도 상태에 대해 먼저 설명할 걸 그랬다는 의미의 망설임.

좋은 소식이라고 뒤로 미뤄둔 탓에 대답하기가 약간 껄끄러워진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에일린 선배.]”

이 곤혹을 끝냈던 중급 마법 텔레파시를 사용할 수 있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마법과 마법을 이어 연결하는 것으로 레오나르도는 에일린에게 직렬로 말을 전달할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그 전음에 에일린의 곤혹스러운 목소리에는 경악과 의문이 더해진다.

분명 레이널드로서 레오는 흑마법을 약간 쓸 줄 알았을 뿐, 마법적 지식이 전무한 전사였다.

하지만 지금 전음의 형태는 상당한 실력자의 마법사가 참여한 것이었다. 그것도 술식으로 봐선 목소리의 원주인이 직접 연결한 것.

그렇다는 건.

“[오랜만에 연락하네요. 에일린 선배.]”

에일린은 그 호칭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이 연이어 일어난 철야로 인해 생긴 달콤한 악몽일까, 잠시 카페인으로 찌든 머릿속을 확인하기 바빴다.

“[상황은 도중에 들면서 파악했습니다. 마침 저희도 갈 일이 생겼으니 잘 되었네요.]”

그렇게 말하며 레오나르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컨디션은 몰라도 몸 자체는 루미네 덕에 깔끔히 회복되었다.

“바로 출발하죠. 빨리 가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레오나르도는 아공간 망토를 마치 공연을 하는 곡예사처럼 휘감더니 옷차림을 외출복으로 뒤바꿨다.

아공간 마도구과 마법 실력의 응용, 실력이 굳었다는 말이 기만으로 들릴 정도로 레오나르도는 마법사로서의 실력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 * *

일행들을 이동시킨 건 위프게이트가 아닌 리오스의 순간이동 마법이었다.

이미 리오스는 6서클로서 마탑 정도의 거리는 단체 이동도 무리 없이 실행시킬 경지에 이른 참이었다.

“아이고...”

물론 본인은 체력적으로나 마나적으로나 지치는 했지만,

눈에 뜨이는 워프 게이트의 이동보다는 한결 안전한 방식으로 마탑 내부로 올 수 있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 기억이 돌아온 건가...?”

“믿기 어려우시다면 마법진 원주율 소수점 이하 100000자리를 다시 한번 읊어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기억이 돌아...오셨네요.”

에일린과 아메리는 레오나르도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한 마디에 자지도 않고 해왔던 일들을 팽개치고 그를 만나러 뛰어왔다.

만나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레오의 기억을 확인하고자 문답을 이어갔다.

방식은 마법사로서 지식을 확인하는 시험에 가까웠지만, 소탑주 레오나르도에겐 그런 질문은 기초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왕이라니...”

에일린은 화색을 내보이고 싶었지만, 이 호재의 근원이 마왕에게 있다는 사실에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마왕의 그릇으로 확정된 것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로는 악재라고 봐야했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용사의 자격을 지니셨다는 거죠?”

또한 모순적이게도 용사의 자격까지 지녔으니 아메리와 에일린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다.

안 본 지 한달도 채 되지도 않았을 터인데, 또다시 상식을 뒤집을 정보를 끌어온 셈이었다.

“...추측이지만 근거가 없진 않아요.”

그렇게 되면 마왕과 흑아리아의 행동도 설명된다.

실제로 자신이 1회차였을 때엔 마왕에게 몸을 뺏기지도, 흥미를 갖지도 않았었다.

그게 만약 아리아스필이 공멸해 용사의 자격이 자신에게 충족된 것이라면, 마왕이 자신의 몸으로 그릇으로 쓰지 못한 의문을 해석할 수 있다.

“...어렵게 되었군...요.”

에일린은 미묘히 레오나르도의 눈치를 살피며 경어를 어설피 섞었다.

레이널드의 자아가 강했을 무렵, 그녀에게 내던 역정은 어느샌가 그녀를 정신적으로 조련시킨 형태로 남게 되었다.

사실 아메리도 말만 하지 않고 있을 뿐, 레이널드에 대한 인상 때문에 대화에 어색함을 느끼던 차였다.

“두 분께도 사과를 드려야겠죠.”

이에 대한 기류를 눈치챈 레오는 즉각적으로 머리를 숙이며 사죄를 내었다.

“레이널드일 때에는 죄송했습니다. 그때 일은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레이널드의 행동은 납득이 될지언정 합리적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격정적이었으니까.

“...아니, 아뇨...! 아니네... 충분히 이해가 되니 사과하지 않아도 되네.”

“그래요! 그런 세상에서 살면서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죠!”

에일린과 아메리 양측 모두 당황한 채로 레오의 사과를 받았다. 당황하긴 했으나 레오나르도가 평소처럼 돌아온 게 확인된 만큼 어색한 기류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럼 마왕이 기억을 전혀 건드린 느낌은 없는 건가요?”

“예, 옹호하는 의미는 아니지만 오히려 기억이 정리된 감각 같기도 합니다.”

엄마와 함께 지녔던 유년기 시절부터의 기억까지 빠짐없이 레오의 뇌내에 떠올랐다.

용량만큼은 100년치는 확실히 넘었을 텐데, 이렇게 명확히 기억나는 게 어색할 정도였다.

“...그럼 혹시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어느 정도 안심한 아메리는 우물쭈물하면서도 샘솟는 호기심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당시에 보였던 기이한 행적이 마왕의 목적이 연결되어있을지도 모르니까.

“네, 물론이에요. 어떤 거죠? 아메리 씨?”

이윽고 아메리는 떠올린다. 그때 청년이 보였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얼굴을.

“기억상실하고 나서... 처음 만나셨을 때 어린 아이처럼 말씀하신 건... 기억나시나요?”

그 순수한 질문에 레오나르도의 사고는 딱딱하게 마비되었다.

기억 못할 리가 있나, 그때 보였던 열 살 배기 레오나르도의 연기.

레이널드였을 때에도 충분히 굴욕적이며 또 굴욕적인 기억이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히 재생된다.

‘...그때는 언성으로 대충 얼버무렸지만...’

지적인 교양을 보인 지금, 이 순간에는 그런 원초적인 해결법은 쓸 수 없었다.

구조 요청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려보지만, 오히려 걱정스러운 마음에 레오가 먼저 시선을 아래로 떨군다.

[아~ 저런~ 기억이 안 나는 눈치인 것 같은데.]

현자 저 노인네는 또다시 건수를 잡았다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능청을 부렸다.

“아니니까 우선...”

[자자 내가 도와줄게~]

“아니라고! 이 양반아!!”

레오의 언성조차 먹히지 않은 현자는 한 남자의 인생을 망칠 검은 역사를 마법으로 끄집어냈다.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레오나르도이고.... 10살이에요...]

[저희 엄마... 괜찮을까요...?]

[아리아 누나...! 저 사람 무서워!]

또다시 펼쳐진 흑역사의 향연, 백발적안의 듬직한 청년은 순수한 얼굴과 청초한 말투로 아이의 심정을 완벽히 연기해내었다.

[아하하하학!! 크하하하학!! 허억...! 흐헤헤헤!]

자기 후계자의 인생을 시궁창에 던져놓고선 현자는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체통도 이미 시궁창에 불법투기한지 오래였으니까.

“...그렇게 재밌으세요?”

레오는 그대로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며 현자에게 물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 대가를 치러주겠다는 의미처럼.

[아이고! 당연하지야! 으헤헤헥! 귀엽기도 하네~!]

“그럼 당신도 경험해봐.”

이윽고 레오나르도는 손가락을 튕겼다.

[...으엉...?]

일순 피어오른 연기, 처음 느끼는 마법에 현자는 당황한 듯 이상한 비명을 내었다.

[...어? 어어어?! 내 몸 왜...?!]

“원하시는 것 같아서 젊게 만들어 드렸습니다.”

연기가 사그라들고 현자는 자신을 몸이 연이어 더듬었다. 이 몸, 익숙하지만 정말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연약한 상태가 불안하다.

{하... 현자아아~ 역시...}

이윽고 앤젤라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현자는 절망했다.

{최고네요... 그 모습♥}

현자는 어려진 건 물론, 고양이 모양의 인형 잠옷을 입고 있었다.

폭신폭신해보이는 모습에 앤젤라는 입가의 침을 닦은 팔로 안으려는 기색을 내보인다.

[이 개새끼아아아!!]

그러게 누가 남의 흑역사 들쑤시랬냐.

그보다 그런 인성으로 저런 여자가 좋아하면 포상인 줄 알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레오는 혀를 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적]

“...근데 아리아스필 님, 에일린 님과 의외로 관계가 괜찮아지셨네요?”

루미네는 제법 놀라운 듯 아리아를 칭찬하며 질문했다.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이었는데, 아리아스필 쪽에서 먼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대하고 있으니 성인으로서 놀랍다면 놀라울 일이었다.

“아, 이제 에일린 씨는 제 상대가 아니니까요.”

“...아...네?”

상대라고 한 거지?

적도 아니고 상대라고 한 거면...

설마... 연적으로...

생각이 끝나고 루미네는 자신이 새삼 남자로 태어난 것에 신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만약 하반신마저 여성의 것이었다면... 자신은 분명... 신의 곁으로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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