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스필은 자신이 레오나르도에게 전혀 떳떳하지 못하는 걸 자각하고 있다.
철이 들기 전부터 레오나르도에게 항상 큰 도움을 받기만 했고, 어른스러운 레오에 비해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늘 마음 속에 있는 질투심 때문에 계속 민폐만 끼쳐 마음 속에는 미안함이 응어리져 있었다.
자신은 사실 레오를 전혀 사랑할 자격이 없는 거 아닌가, 종종 의심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회귀가 밝혀진 뒤로 죄책감이 드러나 폭발하고 있었다. 1회차의 참상이 들어나면 날수록 폭발한 죄책감의 불꽃은 감정에 옮겨붙어만 갔다.
그리고 지금.
[잘 알지도 못하는 새끼가 멋대로 내 사진 품고 히히덕거리는 걸 내가 왜 좋아해야하는데? 미친 놈이라고 여자 안 가리는 줄 아네.]
서큐버스 퀸과 레오나르도의 문답만으로 이미 죄책감의 불씨는 화약 구덩이에 집어던졌다.
“...아리아... 너무 그러지 마. 레이널드 님이 그럴 사람 아닌 거 네가 가장 잘 알잖아.”
평소 아리아스필의 질투심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평소처럼 여성이 접근한 것에 불쾌감을 느낀 거라 착각했다.
정말 아리아가 아무것도 캥기는 게 없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질투할 자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설마 레오는...’
아리아스필은 신전에서 아무도 몰래 자행해온 추잡한 욕망을 떠올린다.
4년 동안 끝나지 않은 길고 고된 신전의 수행 속, 과한 금욕 생활과 사춘기에서 비롯된 성욕은 아리아의 깊은 곳에 봉해진 음습한 욕정을 끌어내었다.
‘...변태 같은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어하는 건가?!’
그게 지금 눈앞의 서큐버스와 자신과 다르게 무어란 말인가.
오히려 자신은 용사인 주제에 이런 더러운 욕정을 몰래 표현했으니 죄질은 더 악하다고 매도당해도 무방했다.
[그런가요? 그런 것치고 당신의 얼굴은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꿈의 여왕은 눈을 자색으로 물들이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기억의 편린이지만 보는 이들조차 현혹될 마안.
[깊게 잠드세요. 제 꿈에서 당신은 영원히 행복해질 테니까요.]
꿈의 여왕은 그대로 레오를 껴안은 채로 망토로 몸을 덮었다. 음란하다거나 정신력이 약하다는 걸로 매도할 영역이 아니었다.
순간 모두가 저 몽마가 자애롭다 생각했으니까.
바로 옆에 2명의 성인이 있음에도 기억의 매혹에 걸려든 것이었다.
[하나도 안 괜찮으니까 넣어둬.]
눈을 천천히 감던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얼굴을 직시했다.
영상에 없는 이들조차 놀란 눈치로 두 레오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어...억...떻게...?]
[불면증이 심해서.]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하며 검날을 그녀의 배에 천천히 박아넣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벅지에 꽂힌 단검은 레오가 일순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 날 쉬게 하고 싶었으면 이 불면증을 악화시킨 미친 직장 사장한테 휴가를 협상 쳤어야지. 지 멋대로 사랑하는 걸 내가 왜 받아줘야하는데.]
아리아스필은 자기 멋대로의 사랑이라는 구절에 가슴이 온통 헤집어지는 걸 체감했고.
에일린은 문장 전체를 듣자마자 정신력이 아예 죄책감에 잡아먹힌 걸 체감했다.
“...난 용사이면서...”
“괜찮으니까 진정 좀 하라고. 어?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
아리아스필의 눈빛이 돌아갈 기세로 부들거리자, 레오나르도는 황급히 성을 내듯 격려를 했다.
저러다가 진짜 첫사랑의 팔다리를 다 잘라버려야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극심히 들었으니까.
“...난... 사회의 쓰레기...”
에일린도 아리아스필에 만만치 않게 자괴감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1회차의 에일린은 2회차보다도 냉정하고 냉혹했으니까.
그건 레오나르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까 새삼스럽게 말하지 마라.”
그렇다고 용서하는 건 별개였지만 말이다.
에일린은 반사신경적으로 싫은 레오였다.
“...그래서 이 녀석은 죽였다고?”
“예... 유사한 형태의 몽마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성숙한 형태는 아니었는데...”
분명 에일린의 기억엔 마도처형자 어둑시니가 유사한 몽마 개체를 사냥하기는 했다.
다만 여왕으로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허접한 실력을 지닌 몽마였기에 확신에 망설임을 줬을 뿐.
실제로 레오나르도도 별 공략법 없이 맨정신으로 바로 죽였다고 보고했으니까.
“그럼 됐어. 저 녀석 지금 시대부터 살았던 녀석일 테고, 네가 말한 거니까 맞을 테지.”
다들 혼란스러워해서 대충 넘기려고 하는 건 아니었다.
마법사 에일린 템페리우스의 기억력과 추리력은 지금 자신과 동등하거나 이상일 터.
단순히 능력의 유사성만이 아니라, 변화하기 전과 외형과 형태까지 대조하고 어투나 행동거지까지 무의식적으로 계산하고 말한 것일 거다.
“...저 같은 쓰레기에게 그런 칭찬을...”
지금은 좀 정신이 나간 것 같지만, 어쨌든 훌륭한 지략가에 모략가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녀석이었다.
“...그럼 다음...”
레오나르도는 다음 기억을 보여주려던 순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에일린은 기계처럼 대답만 잘할 뿐 실질적인 정신은 나가버린 지 오래였고, 아리아스필은 바로 앞에 마왕을 둔 것처럼 온몸을 부들거릴 뿐이었다.
“역시 나중에...”
“괜찮아요!!”
아리아스필은 레오나르도의 팔을 붙잡으며 무마를 말렸다. 이윽고 자동적으로 재생된 영상은 모두에게 아리아의 질투심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설마...’
레오와 루미네만큼은 다른 걸 걱정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켁켁...켁...! 모든 마인을 죽인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쥐 수인처럼 보이는 마인이 기침으로 레오를 비웃는다. 방금의 몽마와는 달리 보기만 하는 걸로 역겨움이 몰려왔으니까.
[요즘 세상에 말이 되는 건 농담 뿐이지 않나?]
지금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레오나르도는 조소를 되갚았다.
[캬! 이거 명언인데!! 적어야겠어!]
조소를 하는가 싶더니 혼자 감탄하며 수첩을 꺼내 자신의 말을 그대로 적기 시작했다.
마치 한 명의 음유시인처럼, 아니면 하나의 광인처럼 적을 앞에 두고 메모에 집중하고 있었다.
[...소문대로 미친 건가...? 아니... 예상과는 다른 것 같기도 하고오...]
쥐 마인 뿐만 아니라 기억을 보고 있는 다른 이들마저 멍하니 두 레오를 번갈아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갓 기억을 잃었을 적에도, 레오나르도도 광인처럼 깔깔대며 이상한 농담을 즐겼던 것 같기도 했다.
[이런 막장 세상에서 나 혼자 진지 빨고 있는 게 힘들어서. 쓸 만한 거라고는 수명 뿐인지라 코미디 지론 겸 자서전이나 하나 내려고.]
[...자서전...?]
[불행 포르노, 맨발에서 2인자까지... 둘 중 하나로 고민 중인데? 어때 앞니가 회전문으로 된 쥐새끼 친구 의견도...]
촤악...!
못 들어주겠다는 듯 쥐 마인은 레오의 목을 향해 손톱을 날렸다. 레오나르도도 본인의 흑역사를 못 봐주겠는지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쥐며 손톱으로 찌르기까지 했다.
[...그거 아나? 난 너에 대해 마음 한켠 존경을 품고 있었다.]
쥐의 목소리가 변화했다. 목소리 뿐만 아니라 골격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점토사처럼 몸의 형태가 아예 뒤바뀌고 있었다.
[신화의 시대에 살고 있던 넌, 내가 동경했던 영웅의 긍지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쥐 마인은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고작 외형으로 모든 걸 평가하다니... 이런 녀석한테 용사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준비한 내가...]
서걱, 레오나르도의 발검 한 번에 공격했던 팔이 절단당한다.
현재 솜씨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속도였다.
[참 이상하지. 왜 너희 쓰레기들은 꼭 됨됨이로 평가받고 싶어 안달났을까, 어차피 드립이나 개그가 아니라 욕밖에 안 나올까 신경 안 쓰고 싶었는데.]
레오나르도는 분명 가면을 쓰고 있었다.
히지만 모두가 그 순간, 가면에 눈과 입술이 돋아났다는 착각을 했다.
[왜 자꾸 순수하게 살려는 코미디언한테 고인드립을 치고 지랄이지.]
[...이 자식...]
쥐 마인은 완전히 아리아스필으로 변모한 뒤였다. 여자인지조차 불분명한 괴물은 어느샌가 라인하르트의 미인 중 한 명으로 변신해있었다.
“...저게 쟤 능력인데 혹시 아는 사람...?”
덤덤한 척 말을 꺼낸 레오나르도는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상이 망했다고 정신줄을 놓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샤를리안 성기사가 무용담으로 자랑하셨던 ‘손톱 먹는 들쥐’라는 마인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분명 외형만 변한다고 듣긴 했는데...”
“...맞아. 별명 자체가 같은 놈인데.”
뭔가 점점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녀석들은 전원 이 시대 때에도 존재하는 쓰레기였고,
광전사는 분명 아리아스필과 마왕이 공멸하고서야 나타난 녀석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상했다. 그런 집채만 한 녀석이 2, 3년 안에 전조도 없이 나타나는 건 기이했으니까.
‘...1회차에는 상식 자체를 버렸으니 깊게 생각지 않았지만...’
성장 과정이 생략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 자식...]
[새끼, 생긴 것만 그 재수없는 년이지, 속은 무슨 신생아를 집어넣은 것 같잖아.]
완전히 아리아스필 외형으로 변한 쥐 마인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놓고, 레오나르도는 같잖다는 듯 하품을 내쉰다.
실제로 상대의 숨통을 끊기 위해 치명상을 마다하지 않던 레오의 몸은 아예 상처 하나 없으니까.
[...웃기지 마라...! 지금 내 몸은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 그 자체...]
[그래, 성형 전신으로 잘했더라. 그 몸뚱아리만은 그 쭉쭉빵빵한 재수탱이랑 똑같긴 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레오 스스로가 자괴감이 들었는지 홀로 구석에 앉아 쭈그려 앉았다.
때때로 홀로 곱씹는 게 더한 창피와 수치를 받는 법이었다.
레오가 자괴감의 늪에 빠진 사이, 아리아스필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저 말이 너무 자극적이라 생각한 자신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테크닉하고 경험은 복제는커녕 오히려 퇴화했어. 아마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처먹어서 경험이 개밥처럼 뒤섞인 거겠지.]
확실히 영상 속 쥐 마인은 지금의 아리아는커녕 13살 때조차의 기술조차 흉내내지 못하고 있었다.
난잡한 검술을 그저 힘으로 때우고 있었을 뿐.
[애초에 머리 크기랑 비슷한 젖탱이를 흔들면서 무게 중심은 유지하는 게 역학적으로 쉬운 줄...]
“으아아아아!!!”
차라리 직접 음담패설을 하거나 광전사랑 난투를 벌이는 것이 정신적으로 나았다.
아예 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의 헛소리를 다같이 시청하는 게 자살욕구를 촉진시키고 있었으니까.
안쓰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것만으로 그 고통은 배가 되었다.
[광선포도 제대로 못 쓰는 걸로 봐선 오러하고 마나가 제대로 회복되는 것 같지도 않고, 신성도 못 쓰니.]
레오나르도는 수직으로 도끼를 꺼내든 채 가짜 아리아스필의 머리를 향해 들어올린다.
[...잠...잠시만...! 네가, 아니 당신께서 아리아스필과 라이벌이라 하는 걸 익히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 저...저라면 당신을 만족...]
[지랄.]
그대로 폭렬 도끼는 폭발로 각도가 틀어져 목을 절단한다. 구른 머리는 어느샌가 다시 쥐로 돌아갔다.
[언제부터 아리아스필이 남의 손톱, 머리나 처먹으면서 히히덕거리는 변태 새끼였나?]
아리아스필은 바늘에라도 찔린 것처럼 몸을 들썩였다.
머릿속에서 레오의 말이 울린다.
분명 자신을 신뢰하는 감동적인 말씀이신데, 소리가 울릴수록 양심이 흔들려 뒤틀리는 것 같다.
[언제부터...남의 손톱, 머리나 처먹으면서 히히덕거리는 변태 새끼였나?]
생각해보면 그렇다.
상식적으로 남의 신체 일부가 타인에게 있는 건 불쾌할 것이다.
아무리 연인이더라도 남의 손톱이나 머리를 모으는 경우는 듣도 보지도 못했다.
하물며 부부더라도 마찬가지일 터.
그럼 자신은 분명한...
“자자, 다들 지친 것 같은데 지금은 쉬는 게 어때? 어!? 어?!”
“그, 그래요!! 너무 잔혹한 광경이 많으니 쉬어주는 것도 좋겠죠!”
아리아스필의 급변을 눈치챈 레오와 루미네는 급히 영상을 돌리고자 했다. 질투 이상으로 위험한 감정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레이널드 님, 왠지 규칙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확실히... 광전사라는 괴물과는 다른 느낌... 아니, 경험에 의존한 말이지만... 기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군.”
외부의 위기에 신경쓰지 않고 영상에 집중하고 있는 아메리와 마르켄은 위화감에 정신이 팔려 현실의 위기감이 둔해진 상태였다.
“아니! 뭐 아리아도 힘들어보이는데...!”
“괜찮아요. 저한테 배려하실 필요 없어요. 감정보다 합리적으로 할 일에 집중해야죠.”
다른 이들은 질투로 비꼬는 거라 착각할 수 있겠지만, 레오나르도와 루미네는 알고 있다.
지금 아리아스필은 광전사 때보다, 성검에 기억 동화되는 때보다 극심히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아니, 그래도...”
어떤 때보다 둔해진 레오나르도가 검집을 들고 망설이는 찰나, 레오 본인은 검집의 기억에 공명되는 걸 느꼈다.
“...이건 안 되는데...!”
[아하하하핫!! 당신 정말 좋아!! 죠아아!! 어떤 남자도 나를 이렇게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레오나르도는 바람이라도 핀 감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아예 국부만을 검고 탄력 있는 천으로 감쌌을 뿐인 치녀가 드러나있었다.
[남자복이 어지간히 없었네. 소개라도 해줘? 루미네라고 성인에 봉사지만 여자맛, 남자맛 골라 먹을 수 있는 녀석 있는데.]
[난 당신이 가장 좋아!! 이렇게 강한 남자가 40살 넘도록 동정이라고!? 이건 못 참지!!]
레오나르도는 자신 인생 중 감추고 싶은 비밀 2순위가 모든 사람에게 들켰지만.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좆까. 강간살인귀 년아.]
[좆은 빨아주는 걸 더 잘해준답니다~! 어디가 좋으세요? 머리 쪽? 기둥 쪽이면...]
어느샌가 리오스는 아메리의 귀를 손으로 막았고, 글라디오는 급히 아인의 눈과 귀를 손으로 가렸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알 건 알았지만 말이다.
“...빨아준다... 빨아준다...”
“아...! 아리아! 진정해라! 그런 문제로 접근해서는...!”
다른 이들의 걱정과 달리 아리아스필의 분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해있었다.
‘...빨아준다는 건... 내가 한 거랑 똑같겠지? 책에서 읽은 걸 따라한 거니까...’
그리고 레오는 그 행위 자체에 경멸을 표하고 있다.
그 행위인지, 저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황으로 봤을 때는... 변태 같은 존재를, 그런 여자들을 아예 혐오하는 것 같았다.
[널 찢어죽이는 게 더 오르가즘이 올 것 같은데, 왜 그래야하지?]
[해보지 않았으면서 왜 그래앵~? 다들 극상의 경험으로 죽었다고~ 이건 강간이라고 할 수도...]
[그거 아냐? 난 진짜 갖은 범죄를 다 저질렀거든. 살인, 강도, 방화, 폭파, 테러, 인질극까지 정말 질리도록 해먹었지. 근데 그런 나도 안 하는 범죄가 딱 하나 있어.]
아리아스필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 범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레오의 평소 성격에 동정이라는 것 자체가 답을 떠먹여준 것이었다.
[난 강간은 절대 안 해. 의외로 살인은 변명의 여지가 많은데, 강간은 까놓고 전부 자기 욕심으로 하는 거잖아.]
아리아는 절망했다.
[그러면 재워서 면간하는 건 어떨...]
[강도랑 빈집털이 차이로 정당성이 차려지디?]
쨍그랑...!
“아리아!!”
어느샌가 아리아스필은 그대로 창문을 깨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여기 8층이야!!! 미친년아아아!!!”
참고로 크리스의 병실은 외부인의 출입이 덜하도록 신전의 가장 꼭대기 방을 쓰고 있었다.
퍼어어억...!!
놀랍게도 머리부터 가슴, 하반신까지 동시에 부닥쳤음에도 아리아스필은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흐아아아아아앙!!”
단지 울었을 뿐.
“이 미친년아!! 돌아와!! 너면 괜찮다고!!”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8층에서 뛰어내렸다.
낙법은 취했지만, 아무도 그걸 정상적이라 생각하지 않은 게 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회차 여담]
“어쩔 수 없네에... 정말 원하는대로 당신의 마음을 꺾어서라도 범하는 수밖에.”
“아서라. 짝사랑만큼 힘든 거 없다.”
“애초에 강간당하는 쪽한테 권리가 있을까?”
“나보다 센 여자면 그래도 상관없는데, 한 분은 강간당하면 정신나간 근친이 되니까 됐고, 다른 년은 아무 관계도 없는 것도 문젠데... 강간하는 쪽이 날 싫어하는지라.”
이것까지 봤으면 아리아는 안 나갔을 것이다.
오히려 하면 했지.
했네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