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220화 (220/248)
  • 금제

    자신이 원하는 욕망 중 하나를 신의 이름으로 금지시키는 것으로 그에 맞는 신성을 갖는 능력.

    신성이라는 힘에서 알 수 있듯, 포기해야하는 욕망은 기호 수준으로 끝나선 안 된다.

    그 인간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욕구.

    욕구를 잘라내야만 신성의 크기는 사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그렇기에 금제를 사용한 신도들은 자살한 이들 뿐이었다.

    욕망에 미련이 없어지는 것조차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욕망이 약해지면 금제도 약해지지만.

    그만큼 신성이 사라지니까.

    “...신이시여...”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사제들은 신을 입에 담았다.

    신도 이전에 인간으로서 근본적인 욕구가 생존이다.

    그렇기에 자결을 금한다는 건 인륜적으로 납득되지 않을 것이다.

    “말도 안 된다! 애초에 그런 인간이 왜...!”

    뒤에 나올 말이 나오기 전에 레오나르도는 그 사제를 노려본다.

    포박된 몸 상태로도 느껴지는 증오와 살기는 사제에게 공포를 심어주는데 충분했다.

    “그런 자살 마니아가 어째서 마인들과 왜 직접 싸우는가? 그게 궁금하겠지?”

    침묵했지만 모두 앞다퉈 부정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저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금제로 써도 될 만큼 죽음을 원하는 작자가 어째서 앞다퉈 마기의 적들을 도륙낸 이유를.

    “내가 자살하고 싶은 욕구보다 그 마기에 쩔은 새끼들을 족치는 욕구가 더 세거든.”

    아무리 레오를 반대하는 입장들조차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여태까지 레오나르도가 마인에게 가차없는 태도를 내보인 것도, 그가 쌓아올린 마기의 시체들도,

    하물며 광전사를 쓰러뜨린 것조차 레오나르도의 존재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것마저 싫증났어. 너희들 덕분이야. 아주 고맙게도 내 마음 속의 분노와 증오를 너희들이 무의미하게 만들어줬네.”

    그 말에 모두가 일제히 이단심문관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의 때문에 레오나르도가 저렇게 되었다 생각하는 거일 테지.

    하지만 그런 책임 전가조차 레오나르도에겐 같잖다.

    레오는 신도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에 신물이 났으니까.

    “...같잖구나! 네놈의 금제가 진실이라는 증거가 어딨지?!”

    분위기가 뒤짚힐 것 같은 불안감에 레오나르도 반대파 추기경이 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내 등판에.”

    물론 그것마저 레오나르도에겐 수없는 재판에서 경험한 패턴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그것마저 신뢰할 수 없다!! 정신 감응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성황님!”

    정신 감응이라는 말에 모두가 웅성거린다.

    특히나 그 내용을 아는 다른 반대파들조차 그 혼란에 섞여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도가 지나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황님! 안 됩니다!! 레오나르도 님은 흑마법을 섰을지언정 죄인도, 마인도 아닙니다!! 하물며 미치시지도 않으셨고,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까!!”

    루미네는 다른 때와 달리 급박한 목소리로 추기경에게 언성을 높였다. 다른 상황이면 몰라도 심문용 정신 감응은 정상인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도리였다.

    “성인 루미네의 말대로입니다. 추기경, 격조를 지키십...”

    “재밌네. 해봐.”

    성황이 추기경의 흥분과 추태를 말리려 하자 레오나르도는 오히려 그 행동을 부추겼다.

    이렇게 끝나면 쇼가 너무 싱겁지 않은가.

    그리고 혹시 모른다.

    이게 가능한 인간이 있다면...

    “레오나르도 님!! 안 됩니...!”

    “당사자가 동의하면 정신 감응은 사용이 가능해. 그게 심문용이여도 말이지. 그리고 오해하는 게 있는데.”

    레오나르도는 광대까지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로 웃음을 내보였다.

    “난 미친 거 맞아. 단단히 미쳤지.”

    마치 광대와 같은 광소였지만 아무도 그 미소에 화답하지 못했다.

    “아,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추기경은 떨리는 표정으로 레오나르도를 바라보았다. 10년 추기경 인생 동안, 저런 태도로 신성재판에 응한 죄인은 본 적이 없다.

    “다만, 안하는 걸 추천은 할게.”

    “...뭐?”

    “경고하는 거야. 꼬마야. 어린 상태로 트라우마 남으면 오래 가니까.”

    “...꼬마...”

    추기경의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그의 얼굴을 일그러졌다.

    확신했다. 저 녀석은 흑마법에 오염되어 제정신이 아닌 햇병아리에 불과했다.

    “누가 꼬마인지 확인해보지.”

    정신 감응.

    상대방의 정신과 연결하여 대상의 정신적인 부담과 고통을 줄여주는 신성술이었지만.

    이를 심문에 사용하면 극한의 공포를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 정보를 지닌 마인이나 뵈는 게 없는 광인에게나 쓰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저 추기경은 최후, 최악의 심문법을 지금 많은 인명을 구한 은인에게 쓰고자 한다.

    “...으...으아아아아악!!!”

    심문을 사용하자 비명이 울린다.

    당연한 수순이다. 공포의 근원을 자극했는데 멀쩡할 인간은 없다.

    다만.

    “내 몸이...! 내 몸이 불타고 있어!!! 살려줘!! 누구든 좋으니까!! 제발!!! 끄아악!!”

    “아이고, 하필 10위권 안을 고르셨네. 운도 없어라.”

    레오나르도가 아니라, 레오에게 정신 감응을 사용한 추기경이 그대로 엎어진 채로 비명을 내질렀다.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전신이 산채로 불타는 것처럼 바닥에서 발버둥쳤다.

    추태도 저런 추태가 따로 없었다.

    “네 녀석!! 또 흑마법을...!”

    “믿음으로 먹고 사는 놈들이 뭐 이렇게 쓸데없는 의심이 많아. 애초에 날 묶은 사슬이 마기에 마나까지 차단하는 재질이잖아.”

    레오나르도의 말대로 그를 포박한 사슬은 마기와 오러까지 차단하는 재질, 거기에 신전 내부에도 같은 술식이 적용돼 있으니 마기는 절대 쓸 수 없었다.

    “역사 좀 공부해라. 감정 공명도 몰라?”

    감정 공명이라는 단어에 또다시 모두가 웅성거린다.

    다른 이들은 의미도 모르고 떠는 거겠지만, 적어도 신도들은 그 단어의 무게를 알 것이다.

    그건 다르게 말하면 본인들의 믿음이 레오의 아픔보다 못났다는 의미니까,

    그러자 추태에 보다 못한 샤를리안이 외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갓 추기경이 된 이가 극한의 광신도에게 정신 감응을 썼을 때나 생기는 일이다! 덕망 높은 카리안 추기경님께서...!”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발광하는 카리안인지 모를 추기경을 보며 레오나르도는 혀를 찼다.

    “너희 기준에서 덕망이 높으면 뭐하냐? 어차피 편안한 곳에서 좋게 살면서 얻은 안일한 선의에 믿음일 텐데.”

    “그게 무슨 망발이냐?! 우리가 사치를 부렸다는 건가!?”

    신전에서는 사치품은 엄금한다.

    술은 의식용 와인밖에 허락되지 않고.

    의류도 부드럽고 화려한 것으로 써서는 안 된다.

    식사도 자극없이 최소한으로 먹어야 하며 간식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장신구 또한 써서는 아니된다.

    근데

    “전장에선 사치지. 너희 정말 편하게 수련하는 거야.”

    레오나르도 기준에선 그건 고생의 축에도 끼지도 못했다.

    어차피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차라리 깨달음을 제대로 얻는다면 그런 쯤 얼마든지 사치를 부려도 상관없었다.

    “그러게 의심 좀 하지.”

    “...네놈! 주님을 의심하라는 거냐!? 이 신저...!”

    “신 말고 멍청아. 너희들 말이야.”

    입씨름하는 것도 귀찮았는지 레오나르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신도들이 마인이 된 이가 많았다라면 망설임 없이 두들겨 팼을 텐데, 종국에 가서는 대부분 자살한 게 이런 식으로 피로와 짜증을 유발했다.

    “신을 믿는다 주장하는 너희 자신, 너희 자신들을 몇 번이고 의심했어야지.”

    그 말에 성황의 표정이 변한다.

    섣부르게 확신하지 않고 관찰하던 성황은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신성은 마법이나 오러랑은 전혀 다르다고.”

    레오나르도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태인지 성황이자 인간으로서 알게 되었다.

    “아픔 없는 깨달음이 얼마나 가볍고, 철학 없는 믿음은 무식이랑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았어야지. 멍청이들아.”

    레오나르도는 전혀 미치지 않았다.

    “네 이놈...!!”

    간신히 무례를 참고 있던 맹신의 경비병은 레오나르도를 향해 창을 날렸다. 신전과 신도를 바보 취급한 것에 도저히 자신의 믿음이 용납지 못했다.

    카아앙!!

    “용사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리아스필은 성검으로 그 허식 뿐인 창을 막아내었다. 절제된 움직임, 분노했을지언정 흥분하지는 않은 적절한 방어였다.

    “경비병! 아직 판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멋대로 심판하지 마시죠!”

    “하지만 용사님!! 저 자는...!”

    “레오나르도는 제가 보지 못한 어둠을 보고 왔어요!! 제가 편히 빛의 세상에서 웃고 있을 때요!! 제 계시는 어둠과 만나 거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아리아스필의 연설은 다른 때보다 무게가 있었다.

    용사로서 토벌에 나섰을 때, 어설프게 사기를 높은 말과는 진정성이 달랐다.

    아리아스필이 말이 끝맺히려는 순간.

    “난 안 도와줄 거라니까.”

    레오나르도는 일부러 찬물을 끼얹었다. 이렇게 용사의 영웅담으로 끝나서 2인자 체면이 말이 아니니까.

    “레오...! 제발...! 우리가 잘못했어...!”

    “알면 가. 왜 그래. 구질구질하게.”

    “제발...! 고모 아직 치료도 제대로 안 끝났는데 오셨단 말이야...! 용서 안 해도 상관없으니...”

    “...잠깐...”

    레오나르도의 시선이 크리스에게로 향했다. 루미네의 치료가 있음에도 그녀의 오른팔은 붕대로 칭칭 감겨 가려져 있었다.

    저 부위는 분명 광전사에게 당한 부위였다.

    “...레오나르도...! 정말 미안...!”

    레오가 시선이 팔린 사이 아리아스필이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만졌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피했겠지만 지금 레오나르도는 크리스의 팔에 정신이 팔렸다.

    “나한테 손 떼!! 아리아...!!”

    이미 아리아스필은 레오의 몸을 만졌다.

    아직 몸에는 감정 감응의 술식이 있다.

    『온몸이 찢긴다/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다/머리, 눈, 인중, 명치, 입, 복부, 위장, 대장, 생식기, 다리, 발목까지 빠짐없이 썰린다/죽고 싶다 비명을 질러도 의미가 없다/내 몸은 다시 치료된다/죽고 싶다 비명을 지를수록.』

    “...허억허억...”

    레오나르도는 급히 아리아스필을 걷어찼다. 이미 추기경보다 자신을 만졌다.

    신성이 더한 강한 아리아스필이 공명한 만큼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상당할 것이다.

    아리아스필은 힘겹게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고 있다. 정신력은 이미 저런 추기경따위를 상회한지 오래였다.

    “...레오나르도...!”

    “...미안, 지금 너 힘든 거 아는데, 물어봐야할게 있어.”

    “..,물어...보세요...”

    아리아스필은 숨을 고른 후 레오나르도의 질문에 집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런 표정으로 하는 질문이 안 중요할 리가 없었다.

    “...크리스님 오른팔, 피부 전체가 멍든 것처럼 파랗게 물들고 전체적으로 거칠어지지 않았어?”

    “...네 맞아요...! 하지만 그나마 통증은 줄었다고 말씀하셨...”

    통증이 준 시점에서 최악이다. 광전사에게 드래곤의 비늘이 있었던 걸 간과했다.

    자신이 안일했다. 이따위 장난질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망할!! 이거 풀어!!”

    레오나르도가 다급히 외쳤다.

    어떤 고문에도, 하물며 사형에도 조소와 조롱를 내보인 레오나르도는 공포에 질린 것처럼 다급했다.

    “자, 잠시만요...! 지금...!”

    “안 됩니다.”

    나선 건 성기사도, 사제도 아니었다.

    “용사님, 아직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지금 레오나르도를 풀어놓은 건 규율상으로도, 안전상으로도 위험합니다.”

    제국의 청룡기사단장이 아리아스필을 말렸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사단장마저 용사 아리아스필의 행동을 말리고자 했다.

    중립에 있는 그들이 중요시 하는 건 규칙 그 자체니까.

    “...이거 풀라고!!! 일분일초가 급해!!”

    “재판이 끝나고 무죄라고 판결되면 보내드리죠.”

    “저 인간 수명 반절 줄 때까지 기다릴래?!”

    콰앙!! 우드득...!!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손을 내리쳐 으스러뜨렸다. 수갑이 빠질 만큼 손이 골절되자 레오나르도는 그대로 손을 빼내넣었다.

    한결 자유로워진 팔은 그대로 쇠사슬마저 끊어내며 그대로 레오나르도의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이까짓 쇠사슬 정도는 근력과 요령만 있으면 완력만으로 끊어낼 수 있었다.

    “도망친다!! 잡아라!!”

    도망친 게 아님에도 반대파는 그리 외쳤다. 레오나르도는 부러진 손을 미약한 신성으로 어설프게 고친 채로 크리스에게 뛰어든다.

    “...레...레오나르도 님...! 왜...!”

    “팔 걷어. 붕대 풀라고!”

    “...갑자기 왜...!”

    “닥치고 팔부터 보이라고!!”

    심각한 표정에 크리스는 대답 대신 팔을 풀어 상처를 내보였다.

    행여나 레오와 병사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걱정되어 루미네에게 치료를 받은 뒤 가린 상처였지만.

    지금 보여주는 게 올바른 판단이라는 걸 인지했다.

    “...통증이 많이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피부 쪽에 문제가...”

    “아니, 충분히 심각해.”

    레오나르도는 덜 치료된 자신의 손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로 크리스의 팔을 바라보았다.

    틀렸다. 자신이 감옥에서 농땡이를 치는 사이, 크리스의 육체와 용의 인자는 융합을 끝내가는 참이다.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눈치챘다면 절단하는 걸로 끝냈을 텐데, 또다시 오만하고 어리석게 실수를 저질렀다.

    “당장 수술해야 해!! 상태가 심각하다고!”

    “이게 무슨 짓이지?! 피고 레오나르도!!”

    크리스의 팔보다 죄인인 레오나르도에게 시선을 쏟은 채로 성기사들은 레오에게 칼날을 겨눴다.

    “자리로 돌아가라. 지금 돌아가면 죄는...!”

    “정숙하세요.”

    그 날붙이 사이를 걸으며 레오나르도에게 향하는 걸 가로막은 건.

    “...성황님...”

    현 시대의 성황이었다. 그는 신을 진심으로 믿으면서도 아직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레오나르도 기사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성황은 레오나르도의 손을 붙잡았다. 신성이 있는 이에게는 분명 정신 감응이 될 것이다.

    “...이봐! 손 떼!! 당신 진짜...!”

    “...그렇군요.”

    성황의 주름진 눈에는 물기가 고인다.

    아직 손을 대고 있음에도 그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는다.

    오직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어째서 처음 봤을 때 바로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이렇게까지 많은 상처를 홀로 끌어안고 있는데.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셨군요. 저희가...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이미 레오나르도의 손은 치료되었다.

    “그딴 거 별거 아니니까! 얼른 수술해야한다고! 비켜!!”

    레오나르도는 성황의 손을 급히 뿌리치며 크리스의 팔 상태를 살피기 급급했다.

    지금 시대의 장비로는 한계가 명확했기에 생긴 조바심이었다.

    “이 놈이 정말!!”

    샤를리안은 성황의 팔이 뿌리쳤다는 이유만으로 레오나르도에게 창을 집어던진다.

    창이 직선으로 레오에게 날아간다.

    {그만두십시오. 병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 순간, 천사가 강림했다.

    천사의 날개는 이미 창 정도는 막을 수 있을 만한 방패가 되었다.

    “...애...앤젤라 님...!”

    “...천사님께서...”

    신도들은 모두 합장하고 있다.

    믿음의 무게는 각각 달랐지만, 적어도 그 믿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신의 사도를 거스를 만큼 무지하지는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 관용이 결국은 방임이 되어버렸군요.}

    “...아, 아닙니다...! 모두 저희들의 잘못입니다...! 회개하겠습니다...!”

    앤젤라는 레오나르도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저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알겠으니까 수술 좀 하자고! 루미네 좀 거들어!! 지금 신성이 없어!!”

    “아, 알겠습니다!!”

    루미네는 급히 레오나르도와 함께 크리스의 들처멨다.

    {잠시만요. 루미네 수사.}

    “...앤젤라님...?”

    앤젤라는 지금 한시가 급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행위였다.

    {갤러위드 이단심문관, 샤를리안 이단심문관. 잠시 앞으로 나오시겠습니까?}

    “...여, 여부있겠습니까!”

    “...앤젤라 천사님을 배알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두 부녀가 앞으로 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저 둘이 부럽다 생각했다.

    천사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일은 인생에 있을까 말까 한 축복이었으니까.

    {본인들의 죄는 자신들이 가장 알 거라 생각합니다.}

    “...예예...! 죄송합니다...! 방종을 회개하겠습니다아....!”

    “...사죄드립니다...! 감정을 잘 다스렸다야 했는데...!”

    앤젤라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두 환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신화의 그림처럼 성모의 자비가 그녀의 얼굴에는 그려져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죄는 잊지 않고 회개하는 것으로 씻어낼 수 있으니까요.}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그리고 그 둘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연이어 니킥을 날린다. 둘의 입에서 갖은 비명이 나오지는 앤젤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타한다.

    이미 신성으로 영체를 드러내고 외부에 충격을 주는 건 현자를 참고해 가능해진 상태였다.

    {역사적으로도 매가 회개의 약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십시오.}

    이윽고 앤젤라는 크리스의 치료를 돕기 위해 가버린다.

    [쟤, 아직 성질 안 죽었네.]

    어느새 나타난 현자는 그리 감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옛 추억]

    “근데 왜 앤젤라 님을 마조히스트라고 부른 겁니까?”

    성녀와 현자의 레슬링을 관람한 레오나르도는 의아하다는 듯 질문했다. 아무리 봐도 맞는 걸 좋아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 그건 치료할 때만 그래. 걔 치료할 때는 당사자의 고통을 전부 정신 감응으로 자기한테 돌리거든.]

    300년 전 치료 환경은 현대보다 당연히 열악했다. 소독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서 경우에 따라 전부 신성으로 정화해야했을 정도니까.

    “...마...마취 없이요?!”

    [당시에는 약품 마취제가 위험하고 귀했어. 앤젤라는 그래서 그냥 정신감응으로 때웠지.]

    “아니, 그걸 왜 마조히스트라고 부르는 건데요?!”

    현자의 인성이 정말 밑바닥으로 떨어졌는지 확신이 되는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아픈 걸 버티고 배겨? 근데 어떻게든 미소를 유지하려는 강박이 있으니까 신음하고 비명이 계속 나오고 몸 들썩거리니까 꼴이 꼭 발정난 것 같았거든.]

    “아니 그렇다고 마조히스트라고 불러요!? 완전 정신...!”

    [내가 환자 마취용 신성 술식을 짜줬는데도 그러니까 문제지. 곱게 말해도 안 들으니까 모질 게라도 말해야 덜 할 거 아니야.]

    “...예...?”

    지금 모든 치료 술식의 근본이 되는 마취용 술식이 현자에게 개발된 사실에 레오나르도에게 말문이 막힌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내가 한 거 없어. 난 재료만 알려줬고 레시피 만들고 요리를 한 건 본인이니까. 게다가.]

    현자는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꼭 날 치료할 때는 정신 감응을 쓴단 말이지. 신성 아낀다면서 묘하게 기분 나쁘게.]

    “...어...”

    이건 둔감한 레오나르도라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지 일이나 잘할 것이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