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의 체포와 구금 실로 간단하게 끝났다. 광전사를 처리하는데 가장 큰 세운 공신은 아무 반항도 없이 수갑을 차고 호송되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경악했다.
마탑 측에서는 소탑주 레오나르도의 급변과 흑마법의 사용, 그리고 광전사에 대해 정보를 완벽히 파악한 것에 경악했고.
신전 측에서는 레오나르도의 괴이한 신성과 금제, 그리고 광전사의 살해, 용사의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아무런 반항 없이 호송된 것에 경악했다.
황실 측에서는 2대 현자 후보로 둔 레오나르도의 행태에 경악하며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논의해야했다.
.라인하르트는 이 모든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걱정했다.
자신들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본인만을 걱정했다.
자신들의 실책으로 상처받은 그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용사의 자손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모두를 구한 은인의 마음을 배신하게 된 자신들이 진심으로 한심했다.
* * *
넓은 감옥 속 레오나르도는 구속을 찬 채로 누워있다. 구속이라고 해도 철창에 갇힌 채 발 한쪽에 족쇄를 찼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본래라면 전신에 감싸는 구속복에 갖은 고문이나 앉을 수도 없는 좁은 독방에 갇히는 게 일반적일 터였지만.
<...의외네. 신전에도 나 같은 걸 옹호하는 미친 녀석들이 있을 줄이야.>
신전에선 레오나르도를 근본없다 혐오하는 신도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남은 동료들을 살려준 은인이라 생각하는 성기사들도 있었고, 광전사를 쓰러뜨린 공을 생각해서라도 사형은 철회해야한다 주장하는 사제들도 있었다.
이 비교적 온건한 수감 방식도 그에 대한 배려이자 일환일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입 한 번 대지 않았지만 감옥의 식사조차 부족하지 않게 꼬박꼬박 내주고 있으니까.
[...]
현자는 대답이 없었다.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지만 레오나르도는 알고 있다.
<듣고 있는 거 알아. 오러 없어서 일부러 아까운 신성까지 쓰고 있구만.>
저 인간은 분명 대화를 듣고 있다.
단지 모습을 드러낼 힘도, 염치도 없을 뿐.
<사실 독방에 갇힌 것도 당신과 대화하는 걸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거든.>
라인하르트 저택에 있는 한 현자와 방해받지 않고 대화할 방법은 없다. 무엇보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뭘 물어보고 싶은데?]
현자도 스스로 부끄럽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현자도 마찬가지로 레오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으니까.
가능한 대답할 수 있는 건 전부 대답하고자 했다.
<신은 자결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로 만든 걸까, 아니면 죽지 못한 상태로 만든 걸까?>
현자는 침묵만으로 경악을 드러냈다.
대답하지 않아도 답변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구태여 질문의 영역을 좁혔다.
<다르게 물어볼까?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난 행동불능 상태였어? 아니면 다 죽은 시체였어?>
[...그래, 네 생각대로야.]
현자의 대답에 레오나르도는 기가 찬다는 듯이 낄낄대었다.
아이러니했다.
마왕의 모든 것을 쓰러뜨리고자 했던 금제가 오히려 그릇이 될 초석이 될 줄이야.
웃을 수밖에 코미디였다.
[...원망해도 좋아. 난...]
<그딴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한 가지 더.>
어차피 원망은 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매한가지로 적용되는 전제였다.
지금부터 중요한 건 두 번째 질문이었다.
<어째서 나지? 왜 나를 선택한 거야?>
지금조차 레오나르도는 납득할 수 없었다.
역설적인 모순과 의문과 풀려가는 와중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였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현자의 말에 레오는 모습도 없는 그를 흘겨보았다. 무슨 헛소리인가.
자신에게 현자의 돌을 꽂아넣은 게 본인이면서.
[너도 선택받은 게 아니고.]
현자도 이걸 깨닫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레오나르도를 만나기 전부터 사색에 빠졌던 고민의 해답이었다.
[네가 선택한 거지.]
자신과 동등한 마법사로서 도달했으니까.
“레오나르도 님, 재판 시작입니다. 나오십쇼.”
이윽고 레오나르도는 어두운 감옥 밖으로 나가 재판장으로 향한다.
* * *
신전은 마인, 흑마법사, 마기에 관한 재판에 있어서는 황족보다도 더한 권한을 갖는다.
그건 제국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부터 빛의 신이 악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켰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신전의 인물들만이 레오나르도의 재판에 참여하는 건 아니었다.
라인하르트 뿐만 아니라 황실, 마탑에서도 재판에는 참여한다.
하지만 어떻게 되든 레오나르도는 상관없었다.
애초에 이들에게 제대로 엿을 먹이기 위해 1회차부터 거대한 감옥에 살아남으니까.
“...오랜만이네요. 성황님.”
구속된 채로 레오나르도는 피고석에 섰다. 경비병들은 행여나 레오가 마왕으로서 신전을 기습하지 않을까 의심하며 각자의 손에 창을 들었다.
“무례한 놈! 성황님께...!”
“창을 거두시죠. 그저 인사입니다. 아직 죄인이라는 확정도 나오지 않았죠. 정숙하세요.”
성황의 말에 레오나르도를 겨눈 경비병의 창을 거두었다. 한편의 만담을 보는 것과 같은 광경에 레오나르도는 킥킥대었다.
그 행동에 몇몇 사람들은 저 극단적인 변모에 두려워하거나 경악했고, 다른 사람들은 레오나르도의 표면적 행태에 치를 떨었다.
레오나르도는 그런 소리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라인하르트 일가는 물론, 마탑 측에서도, 보기만 해도 어색한 황실에서도, 이 장소를 친히 제공해준 신전의 고위 신도까지.
왔으면 하는 사람들은 정말 빠짐없이 와주었다.
라인하르트 쪽으로 눈을 마주치자 그들의 우울한 표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크서클은 기본에 마주칠 때마다 떨리는 시선.
감옥에 갇힌 보람이 느껴질 정도의 유열이 느껴졌다.
“그럼 피고 레오나르도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유일하게 동요를 일으키지 않은 성황은 정적인 목소리로 재판을 시작했다.
어떻게든 처벌하고자 하는 이들도, 최선을 다해 무죄를 입증하고자 하는 인물들도 각자의 준비된 수단을 준비했다.
레오나르도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평소처럼, 적을 죽일 때처럼.
“피고는 마왕의 직속 마인과의 전투에서 참여해 적을 쓰러뜨렸지만, 미문의 흑마법을 사용했고 스스로 마왕의 그릇이라 자칭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용사의 살인미수 혐의가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고 사실입니다만.”
이죽거리듯 레오나르도는 그리 대답했다.
레오를 변호하려던 측 중, 내막을 모르는 이는 정말 이해가 안 되었는지 머리를 싸매었고, 비밀을 아는 인물들은 저 무례의 진실에 무력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레오에겐 정말 어찌 되든 상관없었으니까.
“...그럼 이단심문관 측부터 변론하시죠.”
성황의 말에 따라 이단심문관 중 한 명인 갤러위드가 나왔다.
팔과 다리가 없어진 걸 영광으로서 과시하듯 붕대를 칭칭 감고 커다란 목발을 짚고 나오는 것은 속이 안 봐도 뻔하다는 걸 알렸다.
“존경하는 성황님, 레오나르도 기사는 수많은 업적을 단시간에 쌓아올리고 이번 전투에서도 많은 인명을 구한 인재였습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걸로 봐선 이단심문관의 의견은 굳이 듣지 않아도 예상되었다.
참 일관적으로 멍청했다.
“하지만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지 말아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 레오나르도는 흑마법 사용 및 금제를 사용한 불경한 신성술을 사용했습니다. 거기에.”
갤러위드는 아리아스필과 레오나르도를 바라보았다.
“직위와 상황을 이용해 용사님을 시해하고자 했습니다.”
콰앙!!
이단심문관들의 방종을 참을 수 없었던 아리아스필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황님, 반론해도 되겠습니까?”
“하십시오. 용사님.”
아리아스필도 준비는 마쳐놓은 상태였다.
최소한 용사를 시해하려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개소리만큼은 물러낼 수 있었다.
“먼저 저에 대한 살인 미수는 오해이자 모함입니다. 오히려 레오나르도는 과도한 성검 사용으로 제가 완전히 탈진해 죽지 않도록 절 멈추었습니다. 그러니...”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 부정에 또다시 모두가 경악했다.
아리아스필은 부정을 예상치 못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미리 추가적인 증거와 변론까지 예상해 대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론한 이가 예상에서 한참 벗어난 게 문제였다.
“...레오나르도 본인, 변호를 부정하는 겁니까?”
성황도 약간, 레오를 이단으로 몰아가던 이단심문관들조차 당황스러워했다.
아리아스필과 레오나르도의 평소 관계를 생각하면 저 둘의 불협화음은 쉽사리 납득할 수 없었다.
“예, 전 명백히 아리아스필을 죽이고자 흉부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니까 살인미수 맞습니다.”
“레오...! 그게 아니잖...!”
“아무래도 용사는 사적인 감정으로 절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것 같은데, 전 그다지 동의할 수가 없군요.”
아리아스필에게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다.
성검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자신을 가사 상태에 빠뜨렸다고 본인 입으로 두 용사에게 주장하지 않았나.
성검도 레오의 행동에 경악했는지 빠르게 떨렸다.
“...죄를 인정한다면 이야기는 빠르겠군요. 그럼 처벌로서 사형...”
“그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번에는 에일린이 나섰다. 마탑 측에서도 깊은 논의 끝에 레오나르도를 믿고 변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 레오나르도는 전술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그가 없었더라면 그 광전사에게 모두 몰살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오나르도가 알고 있는 정보, 그리고 내린 판단과 책략은 이 재판에 참여한 이들의 과반수를 넘겨 살리기까지 했다.
실리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레오나르도는 상을 주지 못할망정 죽여서는 안 되었다.
“하물며 레오나르도는 현자의 돌을 체내에 지닌 현자의 후계자입니다. 그런 남자를 함부로 죽이게 되면 마탑과 어떤 결과를...”
“그것도 아니지. 에일린 템페리우스,”
이번에도 레오나르도가 뱉은 반론이었다.
변호해주는 걸 레오나르도는 전부 자충수로서 논파해냈었다.
“...레오나르도...!”
“어차피 살려줘도 전 이제 댁들 안 도와줄 겁니다. 이젠 진짜 진절머리가 나거든요. 그리고 그 잘난 현자의 돌 말입니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가슴, 그 안에 있는 심장에 시선을 주었다.
“그냥 적출해서 죽이십쇼. 아마 옛 검은 심장의 악마를 죽일 때 썼던 적출기를 쓰면 현자의 돌에는 상처 하나 안 나겠죠.”
“...레오나르도 그게 무슨...”
에일린은 자신의 지식으로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
지금 레오나르도는 저런 모함과 수치까지 그대로 떠안고 그대로 죽겠다 말하고 있다.
라인하르트의 충성을 다하던, 아리아스필을 위해 싸우던 레오나르도가 말이다.
“지긋지긋하거든. 마인이든, 인간이든.”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에일린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에일린 너는 불확실한 윤리보다는 안정적인 실리를 택하잖아. 왜 마왕의 그릇 같은 나를 살리고자 하는 거지? 납득이 안 되는군.”
에일린은 적잖이 당황스러운 태도였는지 뭐라 딱히 반응치 못하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변론을 거부하고 극형을 원하는 경우는 재판 역사상 처음이었다.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건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황실이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레오나르도 반대파들은 급히 재판을 끝내고자 했다.
저 놈이 왜 갑자기 광증이 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 쪽에서는 거절할 필요는 오산이었다.
“잠깐, 거기 애송이. 몇 가지 오해 좀 정정합시다.”
다만 그들은 오산 범위를 너무 적게 잡고 있었다.
애송이라는 말에 갤러위드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레오나르도를 노려보았다.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자신을 애송이라 부른 것인가.
시선만으로 그 의미가 전달되었다.
“...무례하군. 막상 판결이 된다고 해서...”
“애송이는 맞지. 명색의 이단심문관이라는 작자가 실력 없어서 팔다리 좀 잘린 것 가지고 징징대면서 알아달라는 듯이 붕대 칭칭 감고 쇼하는 꼴도 추하고.”
이어지는 레오나르도의 폭언.
아리아스필과 에일린의 변호에 반론한 게 약과로 보일 정도로 날카롭고 독기서린 단어 하나하나 갤러위드에게 박힌다.
“...어리석군. 이 상처는 용사 아리아스필님을 구한 영광의 증표다. 그런 게 어찌 흉이 되고...”
“대신 아리아스필은 네가 팔다리 없이 짐덩이가 됐을 때 적어도 200번 정도 구해줬겠지만.”
레오나르도의 폭언에 다른 이단심문관들은 성황을 바라보았다. 얼른 저 무도한 행위를 멈추라는 듯 응시했지만 성황은 아무 말 없이 이 상황을 관찰했다.
“전장에서 전우를 구하는 건 칭찬받아야 마땅할 일이긴 하지만, 자기 입으로 그렇게 생색내는 건 추하지. 게다가 네가 광전사에게 팔다리 먹힌 탓에 그 돼지가 신성으로 강해진 걸 생각하면 더더욱.”
갤러위드의 눈빛이 흔들린다. 분명 가증스럽고 천박한 언변임에도 왜인지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해도 자네의 죄가 씻어지는 건 아니지.”
“어떤 죄 말이지?”
“시작에서 말했는데 바로 망각했나? 우선 신성을 얻은 방식인 금제부터...”
그 말에 기가 차는 듯 레오나르도는 헛웃음을 내었다.
“성기사라는 작자들이 역사에는 관심이 없어. 그래, 금제 자체는 금지되었지. 사용하면 사형은 아니어도 처벌은 받아.”
“알면서...”
“성직자들한테는 말이야.”
레오나르도는 지금 이 자리에 누구보다 법안에 대해서는 박식했다. 특히나 이런 같잖은 이단 재판에서는 더욱 경험이 빛을 발했다.
“금제 사용자가 처벌받는 건 입교한 성직자가 사용했을 때일 뿐이야. 혐오할 수는 있어도 멋대로 처벌, 특히나 죽이는 건 안 된다고. 애송아.”
갤러위드의 얼굴이 울그락풀그락해진다. 이런 같잖은 허점을 찾아내서 어지럽히는 게 성기사로서 분노를 유발한다.
이번에는 다른 성기사도 발언했다.
“하지만 외경을 쓴 건 분명한 처벌 행위입니다.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처벌을 받아야합니다.”
“아, 그건 맞지.”
레오나르도는 경어 한번 섞지 않은 채로 바로 논파했다.
“그전에 외경을 유출한 배신자 신도를 잡아내고 날 처벌시켜야지. 율법에도 그렇게 되어있잖아.”
“...그게...”
급히 경전과 법전을 펴 내용을 살핀다. 틀린 말이 아니다. 본래 외경을 유출한 성직자를 먼저 잡고 레오를 심판하는 것이 순리였다.
“...하지만 네놈이 훔치는 걸로...”
“그러면 바로 들켰겠지. 적어도 그럼 외경이 보관된 장소에 문제가 있는 게 확인은 됐을 거 아냐. 나라고 그 정도로 만능은 아니라고.”
도덕과 윤리에 한해서 고명하다 전해진 성직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럼 흑마법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모두가 봤다! 네놈이 흑마법을 쓰는 모습을...!”
“그건 그렇지. 다만 내가 어떻게 흑마법을 얻게 됐는지 조사하고, 흑마법으로 얻은 이득을 없애야 내가 반성하고 처벌을 받지.”
흑마법으로 얻은 이득을 없앤다는 말에 모두의 간담이 서늘해진다. 레오나르도가 쓴 흑마법 중 얻은 이득은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내가 흑마법 쓴 덕분에 살아서 내 욕하는 주제에 변명이 너무 많아.”
“...”
천박하고 무례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반박할 말이 없다.
성직자에겐 이런 굴욕은 따로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처벌받고자 하는 거지?! 네가 그렇게 떳떳하다면?!”
지금 레오나르도의 죄는 해봤자 아리아스필의 살인 미수와 마왕의 그릇인 것일 뿐.
거기에 아리아스필이 선처와 합의를 요구하면 살인 미수는 당연하게도 사형까지의 형벌로 가지 않는다.
“떳떳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마왕은 내 몸을 그릇으로서 적합하다 느꼈거든.”
레오나르도는 그걸 안다.
알기에 저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안전상 죽여버려야 마땅하지. 나도 딱히 그릇이 되고 싶은 건 아닌데 운이 아주 안 좋게도 이렇게 되어버려서.”
“...그러니까...”
성황은 레오나르도를 바라보며 지그시 질문했다.
아무리 고명한 성황조차 인간이 저런 발상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마왕의 그릇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사형시키라는 말입니까?”
“그렇죠. 댁들 도와주는 건 싫은데, 마왕이 제 몸뚱아리에 들어가는 건 더 싫어서요.”
갤러위드는 걸렸다는 듯 꼬투리를 잡았다.
“웃기는군. 타인에게는 팔다리는 대수롭듯 말하면서 스스로 자결할 용기도 없나?”
“아, 애송이는 몰랐어? 난 자살 못합니다.”
레오나르도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바라보며 광소를 지었다.
“제 금제 내용이 ‘자결을 금한다’이거든요.”
침묵이 흐른다.
다른 이들이면 몰라도 성직자라면 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들의 우둔함마저 거울처럼 맞부딪치게 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떡하죠? 후기가 떠오르지 않아요...!
작품을 쓰느라 너무 집중해서 시간도 오버하고...! 중요한 후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