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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13화 (213/248)

광전사

내가 상대했던 전사 계열의 적 중에 가장 위협적인 녀석이다.

아니, 어쩌면 전사라는 단어는 그 괴물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름값에 맞게 그 녀석은 평범한 마인과는 다른 거구에 마수보다 강한 근육과 골격을 지녔다.

분명 전사와 같은 육탄전을 벌여댔지.

하지만 그런 건 광전사의 진짜 힘을 모르는 겁쟁이들이 무서워하는 점이다.

광전사의 진짜 힘은 다수에서 싸워야할 정도로 위협적인 적임에도 절대로 다수로 싸우면 안된다는 점에 있다.

그 녀석 앞에선 일반 병사들은 이젠 동료가 아니게 될 테니까.

***

광전사의 입가에서 붉은 김이 흘러나온다. 단단한 갤러위드의 팔다리는 턱의 송곳니에 갈리고 갈려 이미 체내에 흡수됐다.

잔인한 광경일진 몰라도 마인이 식인을 하는 점은 그리 놀라운 행동은 아니었다.

식인은 마인이 가장 단순하게 힘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인간은 먹혀지는 감각에 있어 단순한 죽음보다 더한 절망감을 창출해낸다.

거기에 대해 인체에 있는 마나까지 체내에 흡수할 수 있으니 비윤리적인 이점이 넘쳐났다.

[...저게... 말이 돼...?]

외부에 내부를 감지하며 보조하고 있던 아메리는 본인도 모르게 실언을 했다.

전황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이고, 오히려 사기마저 떨어뜨릴 수 있음에도 아무도 지적할 수 없었다.

“...말도 안돼...!”

외부, 그리고 내부에 있는 모두도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으니까.

“...부족하네...”

방금보다 비대해진 광전사의 몸에선 신성이 빛났다. 광전사의 두 역안 사이로는 마기가 번들거리고 있음에도.

상식을 벗어난 모순이 광기로서 존재를 과시했다.

“...맛은 있지만...”

광전사는 지금 내뿜는 마나의 맛에 만족하지 못했다. 감질나서 참을 수 있다.

“더 먹고 싶어...”

주변에 있는 먹잇감들은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 최고급뿐이다.

멸망한 세상에서 먹었던 어중이떠중이들에 비하면 완벽하게 자라난 숙성체, 아마 극상의 미식과 양질의 영양을 맛볼 수 있을 거다.

후웅...!

광전사가 움직였다. 몇몇 사람들은 시각이 따라잡지 못했지만 움직였다는 건 인지할 수 있었다.

도약과 전진만으로 풍압이 일었다. 본디 함께 존재할 수 없는 마기와 신성이 융합은 폭발적인 신체 강화를 이룬다.

콰아아아앙!!

돌진한 방향은 치명상을 입은 갤러위드 쪽, 사냥에 있어 부상당한 먹잇감을 노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것도 머리와 몸통 같은 기름진 부위가 남아있는 먹이라면 더더욱.

“가까이 오지 마라...!!”

샤를리안은 급히 방패와 메이스를 겹쳐들었지만.

콰가아아아아!!

한순간에 방패를 든 오른팔이 뒤틀려뜯긴다. 분명 막은 감각은 있었다.

정석적으로 오러와 신성을 배합했고, 방패가 밀리지 않은 힘과 각도를 주었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럼에도 당한 것이다. 그 절망감에 신성조차 약해진다. 저 괴물자식이 신성을 쓰는 모습을 보는 순간부터 이미 감정은 흐트러지고 믿음은 약해졌다.

“...음...”

갤러위드의 머리는 먹지 못했지만, 이번에 먹은 여자의 팔을 야들야들한 마나의 식감이 좋았다.

“...신성 말고...”

이내 광전사의 시야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자신을 향해 뿜어지는 마법들의 폭격, 화염, 전격, 빙결, 암석까지 갖은 폭발이 일자 시선은 자연히 그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도...”

시식하겠다는 감각으로 광전사가 뛰어든다. 단순한 돌진임에도 막을 수가 없다. 이동 궤적이 보여도 이미 강한 멧집과 재생력에 더한 신성이 추가되었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제발...!! 난 이럴려고... 마탑에...!!”

마법사들은 머리부터 으스뜨려 씹는다. 지식인들은 머리에서 더한 맛과 마나가 축적되어있다.

“...안 돼...”

에일린은 마법사들이 죽자 그렇게 말했다.

마법사가 죽는 것에는 절망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이 자리에 온 이들이었다. 절망하는 것이 더한 수치일 뿐.

하지만

“...그것만은...!”

마법사를 잡아먹은 건 전혀 다른 절망감을 내비쳤다. 저들의 희생으로 승리로 갈 발판으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무력감을 자아낸다.

[파이어볼]

광전사에게서 1서클의 화염 마법이 발현된다.

1서클이지만 분명한 마법진이 형성되어 사출된다.

1서클이지만 1서클이라 생각할 수도 없는 크기로 화염이 날아온다.

이제는 바보라도 알 수 있다.

“뇌세포에 주름이 많고, 크기도 커. 그래서 마법 상태가 좋은 거군.”

광전사는 식인을 할 때마다 성장한다.

식인 당한 인간의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에일린 템페리우스! 정신 차려라!!”

파이어볼이 날아간 궤적에는 에일린도 있었다.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절망에 빠지면 안 되었다.

절망에 빠진 나머지 피할 수 있는 공격마저 막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까.

파래래래랙...!! 크리스는 에일린을 물세운 채 쌍검을 회전시킨다. 오러가 담긴 쌍검은 회전하며 화염을 그대로 분산시킨다.

레오와의 훈련으로 성장시킨 쌍검의 방어 요령, 아마 평소 요령대로 했다면 적어도 팔 한쪽은 불탔을 거다.

“...크리스 라인하르트...”

퍼억!!

이윽고 화염을 막은 크리스는 그대로 에일린의 얼굴을 걷어찼다. 차인 에일린은 벙찌고 부은 얼굴로 크리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주저앉지 마라!!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안 보이나!!”

에일린만큼 절망한 사람은 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절망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동료의 죽음에 대한 혼란, 자신들의 상식을 벗어난 존재의 위협

그럼에도 싸우는 인간은 있다.

절망에 굴하지 않는 인간은 싸운다.

라인하르트의 용사부터 마탑주, 신전의 성인까지.

그리고 그들을 신뢰하며 싸움에 나선다.

“저 괴물은 마왕도 아니다! 저런 괴물들조차 끝도 없이 싸워나가 이긴 사람을 너도 알고 있잖나!!”

크리스의 일갈에 에일린의 눈에 다시 초점이 생긴다.

에일린도 알고 있다.

어떤 마인도, 흑마법사도 같은 파훼법을 찾아내어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은 어둠의 처형자를.

“...그래, 레오나르도라면 싸우겠지. 추태를 보였군.”

“알면 싸워라. 이제...!”

광전사는 괴성을 내지른다. 이미 죽은 시체를 먹어치우는 것으로 몸은 이미 체구를 넘어섰고 감각도 그에 비례해 강화되었다.

그리고 그런 괴물의 청각은 이런 난전에 현장에서도 한 단어를 똑똑히 감지했다.

그 단어, 그 가증스러운 이름만큼은 잊을 수 없다.

“레오나르도오오오!!!”

광전사는 그대로 에일린과 크리스에게 돌격했다. 레오나르도의 이름을 부른 것만으로도 그 광기는 분노를 연료삼아 폭발되었다.

“레오나르도는 어딨지?!”

레오나르도가 없는 걸 마왕에게서 확인했음에도 광전사는 충격파를 만들며 그렇게 외쳤다.

근본적인 적은 용사와 라인하르트지만, 광전사에겐 레오나르도만큼 증오스러운 적은 없었다.

콰아앙!!

“크리스!! 대열을 유지해라!! 분신은 이미 없어졌다!!”

거울 방패로 간신히 광전사의 주먹을 막은 마르켄은 으스질 것 같은 손을 붙들었다.

공격은 분명 반사되었을 텐데, 저 괴물의 주먹은 그것마저 상쇄해 추가타를 꽂아넣는다.

글라디오마저 돕지 않았더라면 2초 뒤엔 샤를리안처럼 팔이 깡통처럼 구겨졌을 거다.

“...에일린 씨!! 고유 마법을 섞여야해요!!”

고유 마법을 발현시키는 리오스는 그렇게 도움을 청했다. 광전사에 덮여진 비늘은 자신의 마법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알겠다!”

대답과 함께 협공이 시작되었다.

“성인님!! 보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내상에 집중해 치료해야합니다!}

두 성인의 조력에 힙입어 아리아스필이 다시 정면으로 돌진한다. 성혈투술의 부작용은 아직 남아있지만 신성만 주입된다면 더한 격통도 견딜 수 있었다.

‘...분명 레오는 광전사를...’

레오는 광전사를 잡았다. 약화된 상태더라도 혼자서 일기토로 잡아내었다.

전략과 심리전에서 모두 우위를 잡아냈기에 가능했던 승리.

하물며 지금은 그때 봤던 전략조차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아리아스필은 발에 오러와 신성을 끌어모은다.

광전사는 대부분의 신체능력에서 초월적이었지만, 미약하게나마 속도는 자신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앙! 카아앙! 캉!

분명 공격은 전부 들어갔다. 인간과 유사한 신체에 따라 급소를 베어내지만 먹혀들어간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단단해...! 보통 마물 비늘이 아냐...!!’

성검은 이 세상 어떤 물질보다 단단하다. 아마 저 비늘의 경도조차 성검에는 비하면 무를 것이다.

그럼에도 공격이 먹히지 않는 건, 종이 한 장 차이로 무르고.

‘...베인 비늘마저 아물고 있어.’

비늘도 재생하고 있다. 저건 마기의 힘만 빌린 것이 아니다.

신성의 집중치유, 마법의 배리어로 상처 부위를 방어하는 태크닉을 발휘한 괴물적 결과.

레오가 고전하며 싸웠을 때에도 광전사의 살갗은 인간의 형태였다는 걸 고려하면 더더욱 승리가 멀어진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기술, 신성 방출로 몸 전체를 날려버리는 것.

설사 즉사는 실패해도 다른 이들이 치명상을 날릴 틈은 확실히 만들 수 있다.

콰아앙!!

하지만 그럴 틈조차 없다. 남은 살점을 찢어 먹을 때마다, 먹은 것이 소화될 때마다 저 괴물은 커지고 강해진다.

이미 저 거구는 처음 나타났을 때보다 3배는 불어났다.

“아리아!! 물러나라!!”

마르켄은 화청으로 불꽃을 방사하며 거인의 주의를 끌었다. 불꽃이 푸르지 않고 백색 빛에 머문 건, 손의 골절이 원인이었다.

“...화청...! 레오나르도...!!”

화청에 대한 광전사의 광노가 작열통을 이겨내게 한다. 지금 광전사의 몸은 푸른 불꽃조차 버틸 만큼 굳세고 강건했다.

“아버지...!!”

뛰어오는 광전사를 막기 위해 글라디오도 화청을 같이 쥐었다. 온도도, 범위도 이미 평소의 몇배를 상회했지만 저 괴물은 그 이상으로 버텨내고 있다.

“부숴버려주마아아!!”

그 괴수는 마르켄과 글라디오보다 화청을 부수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저 검에 지져지고 난도질당한 굴욕이 그의 광증을 자극했다.

“두 분 다 절 붙잡으십쇼!!”

둘의 반응이 늦어지자 크리스의 분신들이 그 가장들의 회피를 도왔다. 분신이 미끼가 되는 사이에 본체 크리스는 얼터 블레이드를 수없이 복제해 투척한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자신의 검들은 비늘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도 놀고만 있는 건 아니다. 저 소나기와 같은 칼날 틈 사이로 유도된 어검 두 자루가 곡사로 양눈에 향한다.

파창!!

왼쪽 눈은 생채기는 냈지만 칼날은 박히지 못했다. 평범하게 찔러도 간신히 박힐 정도였기에 예상된 결과였다.

“이 검은...!!”

그 검에 광전사는 발작이라도 하듯 고개를 틀었다. 광전사의 고개 전환은 속도조차 이미 쾌속을 달렸고,

퍼억!!

그 힘이 합쳐져 오른쪽 눈에는 얼터 블레이드가 박힐 수 있었다. 적어도 사각이 생겼다는 시점에서 저 괴물도 틈이 생긴 거였다.

“...눈 따위로...!!”

괴수는 육중한 주먹으로 이쑤시개처럼 박힌 단검을 빼낸다.

“지금이다!! 리오스!! 에일린!!”

그 상처를 향해 에일린의 6서클 물 마법이 폭포와 같이 쏟아진다.

물 마법의 파괴력은 다른 원소에 비해 낮은 편에 속했지만 이 마법은 공격보단 창조에 중점을 두었다.

“제발...!!”

리오스의 고유 마법에 따라 폭포수는 하나의 창으로 압축되어 광전사의 오른눈을 찢어갈기며 몸에 돌입한다.

거대한 뱀이 몸을 헤집는 듯한 광경.

‘...됐어! 이대로 뇌를...!!’

하지만 그뿐이다.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저 액체 덩어리가 눈구멍에 잔류할 뿐이다.

‘...너무 단단해. 게다가... 재생하기까지...’

마기와 신성의 재생력으로 눈구멍에 비늘을 생성해낸다. 융합 마법의 이무기는 비늘조차 뚫지 못한다.

그렇다면 작게 분해해 흡수시키면 그만이다.

‘...혈류를 건드려 터뜨리면...! 터뜨리면...’

이것마저 안 된다. 분명 혈관 내부에 수분은 잠입했다. 이걸 증기, 혹은 고체로 변형시키면 어떤 생물도 즉사한다.

‘...말도 안 돼... 순애의 신님은 어떻게...!’

하지만 혈관은 그런 변형조차 하지 못하도록 혈액을 누르고 있다. 재생과 강화를 반복하며, 마치 성혈투술을 쓰듯이.

“...버텨!! 오빠!! 움직임만 느리게 해줘!”

그 전에 아리아스필이 돌격한다. 사각이 생기고 리오스의 고유 마법으로 움직임은 제법 둔해졌다.

푸욱...!!

아리아스필은 그대로 도약 저 괴수의 등쪽으로 올라갔다. 수직으로 내리찍은 성검은 그대로 등판에 얕게 꽂힌다.

강도만큼은 성검이 우위다. 모두가 만들어준 기회다. 버릴 수는 없다.

콰아아아아아앙!!

성검의 빛이 저 얕게 뚫린 광전사의 등은 점차 균열이 벌어지고 광선에 녹아내린다.

광전사는 발버둥치며 아리아를 떼내고자 한다. 크기는 마치 인간에 올라탄 고양이 수준이었지만 모든 감각이 저 용사의 사지를 찢으라 외치고 있었다.

‘이길 수 있어...! 이길 수 있다고...!’

몸이 갈려나가는 격통이 이어진다. 몸에 치료에 쓰는 신성마저 이 일격에 집중한다. 멧집과 재생력마저 극복하며 척추가 드러났다.

이길 수 있다. 승기가 눈앞이다.

“..............!!!”

포효가 울렸다는 걸 눈치챘을 땐, 고막에 이명이 생긴 후였다. 광전사는 척추가 들어나는 고통에 비명 대신 포효를 내질렀다.

‘사람들이...!’

라인하르트, 일부 성기사와 사제, 방음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 외에 모든 이에게 이상이 생겼다.

“으아아아악!!”

“아악! 악! 끄아아각!!”

고막 파열이나 기절 같은 증상이 우습게 보일 정도의 정신 이상.

버티지 못한 자해부터 시작해 광증에 사로잡혀 동료에게까지 상처를 낸다.

“...안돼...!!”

집중이 흐트러졌다. 붉은 성역을 쓰면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눈을 팔아버렸다.

“네년은....! 곱게 안 죽일 거다...!!”

광전사가 그대로 뒤로 등을 찍어누른다. 체중과 중력에 몸이 찌부러질 것만 같다.

땅의 정령이 간신히 지면에 구덩이를 형성했지만 그것마저 임시방편이다. 등에 파인 살점이 재생해 빈 공간마저 매워지면 그대로 압사한다.

“목숨줄만 남긴 채로 모든 뼈를 으스러뜨릴 거다...!!”

광전사의 예고, 이미 마왕의 지시는 반쯤 광증에 먹혀버렸다.

‘어떻게’라는 단어가 이 폐소 공간에서 연신 울려퍼진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성검이...!’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

어째서인지 [이 상황이 몹시 익숙했다.]

광전사는 싸우지 않았어도 [마왕]과는 싸워본 적이 있다.

모든 걸 짜내 [성검에 담아라.]

[마나 뿐만 아니라 걸 수 있는 건 전부 걸어서.]

다시 광선은 방출된다. 이젠 신성도, 마나도 한계에 다다른다.

이런 굴 속에선 루미네의 조력도 받을 수 없다.

[광선에] 성혈투술을 쓰면 된다.

피가 담긴 광선은 적빛으로 타오른다. 메워지는 살점도, 점점 광전사의 몸까지 밀어올린다. 갈비뼈와 척주마저 녹아내린다.

‘머리가 이상해...’

체내의 혈류가 전부 신성의 촉매로 사용된다.

이긴다 해도 죽[지만 이길 수 있다.]

‘미안... 죄송해요...’

사과할 사람들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엄마, 아빠, 오빠, 고모, 할아버지, 루미네 성인님.

[“...미안해... 레오... 같이 싸우자고 했는데...”]

자신은 결국 죽어버린다. 레오를 멋대로 놓은 채.

멋대로, 혼자서... 고통스럽게... 죄책감만 남긴 채로...

“그딴 우는 소리로 사과하지 마. 들을 생각 없으니까.”

쐐애애애애애액!!

화살이 날아온다. 내부임에도 가히 대포를 연상하듯 군체로서 들어올려진 광전사가 밀려나간다.

“...레...오...?”

화살 뿐만이 아니다. 아메리가 만든 판넬들이 신성과 피를 잔뜩 머금은 채로 미쳐버린 병사 중심에 세워진다.

그 마도구의 중심으로 붉은 성역들이 형성된다. 마나를 뺏는 원리로 광증을 일으키는 마기마저 중화하고 흡수한다.

“레오나르도오오...!!”

“레오...!? 기억이...!”

무한의 화살을 지닌 활을 든 채로 레오나르도는 전장으로 들어온다.

“누가 레오나르도야?”

검은 가면을 쓴 채로 그는 그렇게 얘기했다.

“난 레이널드 그레이브야. 너희들 다 죽여버리기 전에 아가리 닥치고 그렇게 불러.”

현자는 아무 말 없이 레이널드라고 주장하는 레오에게서 눈을 돌렸다.

아인마저 차마 정정하지 못한 채 현자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인자 레오나르도는 가명과 별명이 많습니다.

같은 2인자이신 박명수 희극인님의 별명과 비슷한 정도죠.

게다가 1회차에는 말하는 어투나 캐릭터 연기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레오 별명에는 '육두문자의 명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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