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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12화 (212/248)

레오가 깨어나기 4시간 전.

이미 적의 거처에는 연합군은 돌입을 시작했다.

군사 비율은 라인하르트 3, 황실 기사단 4, 신전: 2, 마탑: 1으로.

숫자만 봐선 황실이 가장 비율이 높았지만, 그것마저 질을 대면하지는 않았다.

아마 한 업계에 일류로서 인정받는 실력자들은 황실이 제일 적을 터.

‘...이건 라인하르트, 신전, 마탑, 황실 순이겠지. 적어도 마탑에 타격이 적었더라면 더한 마법사를 쓸 수도 있을 텐데.’

에일린은 적탑주의 배신을 회상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배신자가 있는 것 자체가 문제였지만, 만약 돌이킬 수 없다면 적어도 적탑만은 아닐 바랬다.

전투 마법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적탑에 있었으니까.

가장 전투원들이 시급한 지금, 그런 손실은 뼈가 아플 수가 없었다.

‘...일부러 적탑주를 노렸다면 진심으로 무섭군. 하지만...’

콰아아아아앙!!

에일린은 정면으로 돌진하는 승전의 용사를 바라보며 그런 우려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한번 성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미궁 내부의 지면이 갈라진다. 신성의 광선이 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검격과 그에 잇따른 풍압만으로 칼날의 지진이 일며 정면의 마수와 마인이 낙엽처럼 스러진다.

“전진하세요!!”

아리아스필은 적탑주 때 이후로 성장했다.

경험이 쌓인 정도가 아니다.

사자에게 날개가 달린 것처럼 아리아의 모든 기술은 한 단계 진화해있었다.

평소 아리아의 단련과 실력을 알고 있는 성기사나 이단 심문관들조차 그 위력에는 경외감마저 느꼈다.

‘...아리아 뿐만이 아니야.’

다른 라인하르트들도, 특히나 직계들의 실력들도 발전되어있었다.

본래부터 라인하르트의 기사들은 격이 다르다 평을 받았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따라갈 수 있 거라는 감각이 있는 범위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미 은퇴해야할 노장 마르켄마저 괄목하단 표현을 쓸 만큼 경지가 올랐다.

‘...이길 수 있어.’

에일린은 불안했던 전장에서 희망을 찾았다. 오산이 있긴 해도 대처해내고 있었고, 오히려 아군 측에는 감사할 정도의 마저 존재했다.

승기가 닿을 정도로 보인다.

‘...이상해.’

정작 최전위에서 활약하는 용사 아리아스필은 기시감을 체감했다.

분명 전황은 유리하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상대하는 마수들은 게이트에서도 드물게 나오는 고위급, 지성이 있는 마인과 흑마법사들도 상급에 육박했지만.

“황실기사단의 긍지를 내보여라!!”

“신의 앞에선 무력하다. 우린 용사와 성자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

“마탑에서의 설욕이다!! 마법의 힘과 지혜를 가르쳐라!!”

이 자리에 모인 연합군은 그런 마인과 마수조차 수없이 상대해온 전문가이자 실력자들.

아무리 고위급이라고 해도 저들에게는 힘겨운 수준 일뿐,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은 없었다.

‘...그래서 이상해.’

그래서 아리아는 위화감을 지울 수 없었다.

위화감을 형성한 건, 레오의 훈련에서 느낀 경험과 육감.

마치 힘겹지만 ‘이길 수는 있다’라는 그대로 드러낸 것만 같았다.

자연스럽지만 작위적으로 형성된 것처럼.

‘...제대로 된 복제품도 아직 안 나왔어.’

렌의 얼굴을 한 키메라는 나오고는 있었지만, 벨 때마다 아리아스필의 확신은 굳어갔다.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것들은 실패작에 가깝다. 외견이나 능력은 괜찮을지도 몰라도 그릇으로서는 못 쓸 엉성한 덩어리일 뿐.

‘...그래도 싸워야하만 해.’

뒤쪽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레오를 위해 싸우는 가족들, 용사를 위해 싸우는 성인 루미네와 앤젤라 그리고 신전의 신도들, 마탑의 설욕과 소탑주의 복수를 위해 용사인 자신의 뒤를 따랐다.

부담이 어깨를 누르고, 책임이 검을 무겁게 만든다.

여느때나 다름없는, 오히려 약하기까지 느껴지는 적이지만 가장 벅찬 싸움이었다.

‘...버티고 이겨내야해.’

그럼에도 싸워야한다.

용사니까.

부러지지 않고 희망의 활로를 여는 존재.

그게 용사의 역할이다.

[이곳이 마지막입니다!]

마법사의 텔레파시 소리가 울렸다.

외부에서 대기 중인 인원은 물자 및 치료를 공급하는 것 외에도 공간과 적수를 파악해내고 있었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이런 전투에 있어서는 결정적인 역할은 언제나 정보와 통신이다.

라인하르트, 황실, 신전, 마탑.

특성이 확연히 구분된 이 네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협동할 수 있는 건 그들의 덕분이 컸다.

[다른 방도, 숨겨진 장소도 전부 찾아내 처리했습니다. 남은 그곳 원형의 장소 뿐입니다.]

감지 계열을 익히지 않은 아리아마저 촉각으로 알 수 있었다. 성혈투술로 인한 신진대사로 감각은 극도로 강화되었다.

내부에는 적어도 마왕이 들어갈 만한 그릇이 있을 거다. 한 마리는 아닐 터, 적어도 4명에 남은 잔당도 있을 거다.

“돌입한다! 이 앞에 마왕이 있을 거다!”

마왕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위축된다.

어떤 맹장도, 대마법사들마저 그 단어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 존재는 한때 세계를 아예 종말로 몰아넣었던 악의 근원이라는 걸.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대기에 있는 정령들마저 떨고 있다.

지능과 자아조차 없는 마나의 덩어리마저 저 존재의 악의만으로 공포를 학습해버렸다.

‘...무서워...’

아리아스필마저 성검을 쥔 손이 떨리고 있다.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세상이, 레오가 지옥에 떨어진다.

용사의 실패란 그런 거다.

그렇기에.

아리아스필은 떨리는 손으로 성검을 치켜들었다.

“...이깁시다! 살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아리아의 목소리에 따라 함성이 인다.

이 말에 아리아의 마음 전체는 담겨있지 않다.

아리아도 무섭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말하지 못하면 더 무서워질 거다.

[왔군. 생각대로.]

돌입하자 마수의 파도가 밀려온다.

중심으로 들어간 용사 아리아스필이 해야할 일은 마왕과 대적하는 것.

글라디오와 마르켄이 방패를 들고 들이치는 압력을 밀어낸다.

크리스는 즉각적으로 분신을 만들어 빠르게 키메라들을 단검으로 저격한다.

마법사인 리오스는 텔레파시로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아리아에게 외쳤다.

“마왕은 맨뒤에 있는 녀석이야!! 전이시킬게!!”

리오스의 순간이동은 현자의 조언따라 타인만 이동시킬 수 있었다. 아리아에게는 섬광이 감돌며 마왕이 있는 위치까지 도달한다.

텔레포트의 시간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병력들이 벌어주고 있다.

빈정대었던 이단심문관 갤러위드와 샤를리안마저 격정적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가십쇼!! 아리아스필 용사님!!”

마도처형자 오브라이언은 마법진에 추가적인 계산과 마나를 불어넣었다. 지체될 터인 이동은 즉각 실행되었다.

[오랜만이군. 용사.]

마왕은 옥좌에 앉아있었다.

렌의 거죽을 뒤짚어쓴 채로 팔을 한쪽 괴는 여유까지 부리면서.

용사로서 알 수 있다. 저 그릇 안에 마왕은 존재한다.

[혼자 온 건가? 레오나르도는...]

“혼자가 아니야.”

카아아앙!!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

성검으로 미간을 찔러넣는다. 성혈투술로 이미 신체능력은 몇 배는 향상되었다.

신성을 이용해 피를 지속적으로 순환시킨다. 신성은 방출하지 않고 축적한다.

한번, 한순간 빈틈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신성을 압축해 때려넣는다.

그렇게 하면 영혼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성녀 앤젤라는 공언했다.

[레오나르도는 일부러 데려오지 않은 거로군. 그릇으로 쓰일까 걱정됐나?]

마왕은 늘 질문하는 어조를 고수한다.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상대에게 대답을 요구한다.

‘...말려들면 안 돼.’

대화해서는 안 된다. 말에 놀아나면 마왕은 어떻게든 마음을 흔들 것이다.

싸움에만 집중하자.

그저 싸우는 거다. 레오가 싸웠듯.

처절하게.

[레오나르도의 성혈투술, 확실히 창시자인 본인보다는 네가 체질에 맞겠지. 정말 불공평하고 불합리하게도 말이다.]

들을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싸움에 몸을 날려야했다.

이미 저 마왕의 양손은 성검과 맞부딪칠 때마다 곤죽이 되어간다. 강도도, 재생력도 지금까지 만난 개체보다 뛰어났지만 아리아는 그 이상으로 성장했다.

마나가 없는 특성으로 신성에 대응한 것도 지금은 무의미하다. 방출이 아닌, 체내에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경감은 없애고 물리적인 힘을 극한으로 밀어넣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레오나르도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였어. 출생조차 모를 정도로 아래에 있었기에.]

하지만 마왕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상황은 계획대로인 것처럼,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 미소가 환해진다.

[레오나르도는 유용한 조커가 될 수 있었지. 안 그런가?]

“무슨 말이야...”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상관없는지도 몰랐다.

어차피 무대응으로 있어도 저 가증스러운 만악을 바라보니 감정이 동요된다.

한 세계를, 한 사람의 인생마저 완전히 망쳐놓은 노골적인 악의에.

“처음부터 네가 레오 부모님을 죽이고 레오를 끝도 없이 괴롭게 만들었잖아!!”

[죽여? 그럴 리가 있나?]

이윽고 마왕의 오른팔이 잘려나간다. 분노했음에도 아리아의 움직임은 냉철하고 정교하게 마왕의 그릇을 파괴했다.

[흡혈귀 사냥꾼 헬싱, 그 불사신을 어떻게 죽이지?]

고작 한 마디에 갖은 사념이 뒤섞인다.

전혀 모르는 뜻의 말들이지만 언뜻 익숙한 감각이 들었다.

그런 정신과는 별개로 아리아의 몸은 이미 적을 섬멸할 준비를 마쳤다.

“...그럼...!”

바뀌는 건 없다. 마왕을 죽이고 어머님의 몸은 봉인한다.

“어머님은 어디 있는데!!”

외침에 따라 검격이 광명을 일으키며 큰 폭으로 휘둘러진다. 사선으로 이번에는 어깨째로 왼팔이 절단된다.

[이곳에 있다. 용사 너의 말로도 이곳이다.]

양팔이 잘린 몸임에도 마왕은 위기를 자극했다.

[그거 아나?]

바스러져 가는 가슴의 균열 틈으로 검은빛의 빛이 흘러나온다. 모든 색채를 뒤섞어놓은 듯한 칠흑, 하나의 작은 게이트로도 보였다.

본능적으로 회피를 택했다. 한발 물러났음에도 벌어진 거리에 전혀 안심되지 않는다.

[너와 만났기에 레오나르도는 훌륭한 그릇으로 성장했다. 정석적일 정도로 훌륭하게.]

무덤에 바치는 꽃처럼 던져진 말.

그 말만으로 아리아의 움직임이 둔중해진다. 아리아스필은 심리전에는 일류가 아니었다.

동요는 정보를 인지하는 것만으로 일어난다는 걸.

스으으으으...

공기가 빨려드는 소리가 커져버린 균열 사이로 울린다. 흡입보다는 마개가 빠져버린 배수구에 물이 내려가는 것만 같은 광경.

“이...건...!”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거리가 있음에도 자신의 속도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저 검은 구멍으로는 빛조차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꾸어야한다. 인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 인력마저 이용한다.

“...기도합니다.”

이 일격이 헛되지 않기를.

아리아스필은 성검을 검은 세계의 창을 향해 꽂아넣는다. 방출되는 건 지금까지 모아두었던 신성력, 성검으로 남은 마나까지 치환돼 방출된다.

[한심하군. 고작 이 정도에 망설이다니.]

마왕이 말한 게 아니다. 이 경멸에 가득찬 목소리는 마왕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완전한 대칭점에 서있는 자의 것이다.

“...루벤...”

목소리 뒤에 울리는 건 충격파, 아리아스필마저 나가떨어질 위력이지만 그 덕에 마왕의 가슴팍은 그대로 원형으로 뚫려버린다.

[...죽여서도 존재하는 건가... 가증스러운 망령 같으니라고...!]

항상 여유가 있었던 마왕은 성검을 바라보며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릇이 이미 깨졌음에도 저 존재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생각이 바뀌었다. 아리아스필의 사지 정도는 먹어도 된다.]

마왕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광전사.]

아리아스필을 포함한 주변에 있던 사람들마저 그 말에 의문을 품었다.

이미 대부분의 마수와 마인, 숨어있던 흑마법사들까지 처리했다.

그럼 누구에게 저 말은 한 것인가.

콰직...!!

일순에 대답은 나왔다. 지면이 갈라지며 비대한 거인의 입이 마왕의 그릇을 집어삼킨다.

“...배는 차지만... 맛없어...”

지면에서 그 거구는 나타났다. 갈라지는 형상으로 봐선 지하에 따로 공간이 없음에도 저 덩치를 억지로 욱여넣은 것이었다.

“넌 맛있겠지...?”

광전사, 레오가 분명 싸웠던 적 중 한명이었다. 아리아스필도 알고 있다.

다만 생김새가 지나치게 이질적이었다. 레오와 싸웠을 때는 거인일 뿐이었지만, 지금의 형상은 악어 수인의 형질까지 더해져 있었다.

전신에는 파충류의 비늘들이 촘촘이 뒤덮여있었고, 벌어진 입에는 송곳니만이 들어차있었다.

“...피해야...!”

광전사는 이윽고 아리아스필에게로 돌진한다. 신성의 과용과 성혈투술의 부담이 몰려든다.

완전히 피할 수는 없...

“피하십쇼!! 용사님!!”

아리아스필을 갤러위드는 방패로 밀어낸다. 다른 상황이면 몰라도 이런 전황에서 용사의 부상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현명한 판단을 내린 이단심문관은...

우직...! 우드득...! 우지직...!

“끄아아악!! 아악!! 살려줘!! 팔이...!!”

방패를 든 팔이 통째로 물려 뼈째 연속해 씹혔다.

범인이라면 버틸 수 없는 극도의 고통, 추하다 생각될 정도로 잔혹하게 그의 팔, 이젠 다리까지 뜯긴다.

“아버지!!”

급히 샤를리안은 자신의 아버지를 그 괴물에게서 떼어낸다. 그의 우반신은 이미 팔과 다리가 없어져 죽기 직전까지 가있었다.

“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제발...! 으아아! 내 팔이...! 다리가아...!”

비명을 울리는 와중에도 광전사는 씹는 걸 멈추지 않는다.

아쉽고 감질이 났기에 반복하는 구강의 운동이었다.

아리아스필의 목숨을 뺏지 않는 것에 집중하느라 저 먹음직스럽게 숙성된 성기사를 완전히 먹어치우지 못했다.

“...아주 훌륭한 신성인데...”

이질적이었다. 분명 방금까지는 어눌한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아주 조금이지만 언어가 유창해졌다.

“...바로 쓰는 게 아까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경악한 나머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그건 고작 마왕의 부서진 그릇과 이단심문관의 팔다리를 먹어치워서도 아니었고.

그로 인해 체구가 점점 비대해진 것만이 이유가 되지 못했다.

“...어째서...”

모든 정보가 마인이라 단언할 수 있는 광전사의 몸에서 미약하지만.

아주 미미하지만.

“신성이...?!”

마기의 육체에 신성이 빛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네, 레오는 조커였습니다.

솔직히 전 조커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조커만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DC 유니버스의 조커를 생각한다는 거죠.

물론 그 캐릭터도 훌륭하나, 제 마음 속 조커는 단 한 명 뿐입니다.

가면라이더 조커

천장을 뚫고 떨어진 마지막 T2 가이아 메모리로 변신한 가면라이더.

그 간지를 본 초등학생 6학년 때 전 처음으로 바지에 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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