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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02화 (202/248)

신이라는 존재는 도저히 인간의 영역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일개 피조물이 창조주의 원리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난 모독적으로나마 그 신이라는 존재를 이해해보고자 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신은... 시스템이였어...’

신은 법칙이라는 점이었다.

* * *

“그게... 무슨...”

경악스러운 진실과 추측을 전부 한 시간에 말하니 다들 뭐라 제대로 말하지도 못한 채로 말을 더듬기 바빴다.

마탑의 최고 지성인 마탑주들조차 이 모든 정보를 이해하는데 과부하가 걸릴 정도였다.

마왕이란 존재를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이나 고차원적인 부분이었다.

“...인간으로 격하된 것이라면... 오히려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약화된 것 아닙니까?”

생물 마법과 학문에 능통한 백탑주 아스피는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개념이 인간으로서 격하되었다면 지금이야 말로 마왕을 뿌리조차 뽑아낼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현자를 포함한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 긍정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아는 것처럼.

[맞아. 약화했을 거고, 그때 만났을 때도 약해졌어.]

적탑주에게 빙의했을 때에도, 렌의 복제된 육체를 사용했을 때도 위협적이었으나.

당시 하늘을 뒤덮을 법한 재해 그 자체와 비교하면 조악하기 짝이 없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현자는 알고 있다.

[그래도 문제인 거야.]

그건 알에서 갓 태어난 유충에 불과하다는 걸.

변태를 시작할 고치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게 눈에 선했다.

[이미 그건 빛의 신이 간섭하지 못할 여권을 얻은 거나 다름없어.]

“...하지만 주님께서 마왕에게 아예 간섭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빛의 교리를 믿는 루미네로서는 그런 상황에 쉽사리 납득치 못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의 눈속임에 빛의 신이 그렇게 방관할 리가 없다 신뢰하고 싶었다.

[차라리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빛의 신이 마왕한테 어떻게든 간섭하게 하려고 내가 판을 짠 걸 생각하면...]

{잠깐 현자, 판을 짰다니요?}

앤젤라는 짐짓 당황한 듯 마탑 마법사가 있는 자리에서 바로 질문했다. 마탑 측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게...]

현자는 대답하려다가 이내 앤젤라에게 눈짓하며 헛기침을 내었다. 어린 몸이기에 약간의 위화감은 있었지만, 다행히도 의심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녀석은 본래의 힘을 끌어낼 거야. 그 몸의 완성도를 늘려가면서.]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하다는 거군요.”

몸의 완성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라인하르트 때 습격했던 때보다 레오의 고향에서 상대한 놈이 그 간극을 증명해냈으니까.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한 건 인류였다.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이야기였지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것의 연장선도 같은 의미입니다.”

정신을 가다듬은 에일린은 현자의 말에 뒤로 제쳐진 본론을 끌어올렸다.

“현재 마도 처형자들은 이단심문관의 협력을 통해 그 존재의 본거지를 찾아냈습니다.”

그 한 마디에 라인하르트, 현자, 성인마저 경직되었다. 방금 했던 마왕 이야기보다도 중요했기에, 마왕의 정보 때문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바로 돌입을...!”

“처음부터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해야한다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에일린도 마음과 같아선 정보를 얻은 바로 즉결 숙청하고 싶었다. 평소 냉정과 이성을 중요시하던 그녀도 판단을 그르치고 돌입 지시를 내릴 뻔했으니까.

“그 정체가 마왕이니 말이죠.”

하지만 감정에 휩쓸려도 알 수 있다.

그 존재가 인지를 초월했다는 걸.

마도 처형자 전원이 참여해도 몰살당할 만큼 위협적인 적이라는 걸 납득해야했다.

“...황실 쪽엔 이미 병력을 불러온 참입니다. 라인하르트 가문의 조력도, 용사와 성검의 힘이 필수적인 전투가 될 겁니다.”

상대는 마왕인 만큼 용사와 성녀, 그리고 현자의 조력이 절대적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마왕을 쓰러뜨릴 존재는 그들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레오나르도 본인에겐 이 모든 사실은 극비로 진행해야합니다.”

일행들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뜸을 들였다.

저들은 레오의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했기에 저런 제안을 한 거지만, 라인하르트는 레오가 얼마나 전략적인 이점을 지녔는지 알고 있다.

‘...본인 성격을 생각하면...’

게다가 레오나르도가 가만히 속을 성격도 아니었다. 기억상실이 아니라더라도 어떻게든 알아내서 악착같이 쫒아올 것이 눈에 선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부터 그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처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상정한 계획입니다.”

“...왜죠?”

이 계획이 주축이 될 용사이기에 아리아스필이 가장 먼저 질문했다.

늘상 실리를 추구하는 에일린이 그런 인도적인 계획을 짜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 존재의 육체는 레오나르도의 어머니, 복제까지 한 걸로 봐선 그 육체만이 가장 온전히 힘을 보존할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겠죠.”

그 조건이 마나가 없어야하는 존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을 겁니다. 본체는요.”

추측이었지만 아무도 바로 반박하거나 질문하지 못했다.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극단적으로 갈리게 될 테니까.

[근거는?]

가장 빠르게 질문한 이는 현자였다. 팔짱을 낀 채로 한숨을 쉬는 모습은 마치 이 일을 예견하기라도 한 것만 같았다.

“...시체가 썩지 않는다는 연구에서부터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유기체가 공기 속에서도 썩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도 어떤 마법적, 약품적 처리를 하지 않은 인간의 시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에일린은 추측했다. 말도 안 된다고는 생각했으나 마왕마저 되살아난 지금 상식은 사치였다.

“...흑마법사의 거처에서 추가적으로 찾은 기록입니다.”

에일린이 자료의 페이지를 알려주자, 모두 일제히 침묵으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된 벽의 글씨는 피로 그려져 뭉그러져 있었지만 한 문장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불사신이다.]

애초에 죽었음에도 썩지 않았다는 시점에서, 살아있을 때 본체는 더했다는 걸 유추했어야 했다.

“처음부터 죽지 않는 존재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살아있을 겁니다.”

“...하지만 본체는 나타나지 않았지 않았나?”

마르켄의 말대로 본체는 고의적으로 숨기기라도 하듯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레오나르도에겐 알리면 안 되는 겁니다. 공습할 장소에 있을 확률이 너무 높으니까요.”

아무리 레오나르도가 유능하고 냉철한 인간일지라도 어머니 본인과 대면하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위험과 변수를 지녔다.

직접 대면하는 건 물론 정보를 숨기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만약 대면한다면.”

그녀가 마왕이 되살아날 방편 중 하나라면.

“어떻게든 제압해 봉인해야합니다.”

“...봉인이라니... 지금 레오 어머니를 죽이자는 거예요?!”

에일린의 냉혹한 처사에 리오스가 소리쳤다.

레오나르도가 사회로 나오게 된 것도, 라인하르트에 오게 된 것도 전부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 어머니를 상봉도, 살아있는 것도 알리지 않은 채 매장하는 건 레오를 존중하지 않는 걸 넘어 기만하는 것이었다.

“그럼 마왕의 부활 수단을 방임해야하나?”

“...그건...”

하지만 그들은 이성적으로 선택해야했다.

자신들의 선택에 인류의 존망이 걸렸으니.

조금이라도 안전한 선로를 골라야했다.

“현자님의 말씀대로라면 마왕이 완전해지면 인류는 끝입니다.”

그게 인륜을 저버린다 할지라도.

“...그럼... 어떡하라는 거지? 그 이성적인 판단에 칭찬이라도 해야하나?”

마르켄은 불만을 감추지 않고 여실히 적의을 내보였다.

아무리 합리적일지언정 용사의 가문으로서 그런 행위를 달갑게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했다.

“라인하르트의 노여움도 받아들일 것이고 동의도 받아야하지만, 동의가 없더라도 해야합니다.”

청탑주도 에일린과 같은 의견을 내보였다.

아무리 윤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그라도 아인의 경우와는 형태도, 대가도 달랐다.

마왕이라는 시점에서 방관 자체가 죄업이었다.

“통보가 되어버려 죄송하지만...”

“...전 찬성이에요.”

모든 이들이 그 대답이 이 회의장에서 가장 경악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 대답 자체가 아니라, 그 답변을 가장 먼저 낸 인물에게 경악했다.

“...자네가 동의할 줄은 몰랐군. 아리아스필.”

용사 아리아스필, 레오나르도를 가장 사랑하는 처녀가, 가장 사랑받는 여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리아...”

“레오나르도가 몇 번 말했거든요. 라인하르트는 더러워질 각오가 없다고.”

아리아스필은 집행기사단에서 받은 자료를 되새겼다.

그 내용대로라면 자신은 마왕에게, 레오의 어머니에게 죽게 된다.

하지만 그건 다르게 말하면.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

자신도 레오의 어머니째 마왕을 날려버렸다는 의미다.

“레오나르도는 충분히 싸웠잖아요. 이젠 닦을 수 없이 더러워질 정도로.”

각오를 다진 아리아스필의 표정은 차가웠다. 레오가 이제껏 말한 냉혹한 1회차의 어떤 얼굴을 지었는지 2회차의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이번엔 저희 차례에요.”

상처를 입어도, 더러워져도, 미움을 받을 각오를 다졌을 때 아리아는 저런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알았다.”

가주 글라디오마저 그 각오를 보자 결의를 내렸다.

가주의 동의가 떨어진 이상, 더는 무를 여지는 없었다.

“...동맹의 전투는 언제 시작하죠?”

“1주 뒤, 정예 병력이 전부 소집되고 돌입할 예정이다.”

“알겠어요.”

아리아스필은 한손을 내밀었다. 에일린은 그 손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무시의 의도는 아니었다.

단지 아리아스필이 자신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기에 바로 반응했다.

“악수하기 싫으신가요?”

“...아... 아닐세. 의외군. 정말...”

“상황 가릴 때가 아니니까.”

두 원수가 한 악수를 끝으로 회의는 끝났다.

그날따라 아리아는 성검이 따뜻하다 생각했다.

마치 이것만은 인정해준다는 것처럼.

***

“...그럼... 안녕히 가세요... 마법사님...”

“...그래, 다음에 또 봤으면 좋겠군요.”

아리아를 방패삼는 아역 연기를 빙의 수준으로 해내며 레오나르도는 가버리는 에일린일행을 배웅했다.

이윽고 마탑의 모든 사람들이 순간이동해서 가버리자.

“...혹시 누구 봉투 있는 사람...?”

“아... 여기요.”

시리카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했는지 두꺼운 종이 봉투를 레오에게 내밀었다. 레오는 창백해진 낯빛으로 황급히 종이 봉투로 입을 넣었다.

“우웨에에에엑...!!”

어떤 시체를 봐도, 어떤 부상과 저주를 겪어도 토만큼은 하지 않던 레오가 세차게 구토했다.

이것만큼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사람들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진짜 부탁인데... 이거 가지고 놀리지 마라. 에일린만으로도 충분히 멘탈이 가루가 됐다고...”

“...아... 알겠어요...”

레오나르도는 토사물이 담긴 봉투를 버린 채로 부탁했다. 격조는 없었지만, 애처로운 부탁에 차마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

애초에 비웃은 대가로 더한 훈련으로 괴롭히겠다 협박까지 받은 와중이었으니까.

“근데 회의에선 어떻게 된 거야? 건진 건 있었어?”

“...전체적인 동맹은 맺었어요. 신전 측과 황실 측하고도요.”

아리아스필은 거짓말은 하지 않은 채로 진실을 베일에 덮었다. 어느샌가 이런 행동마저 아리아에게는 익숙해졌다.

“...진짜 전쟁 때처럼 되가네. 하... 에일린과 동맹이라... 그 능구렁이를 어떻게 속이지...”

진심으로 막막했는지 표정부터 시작해 얼굴 혈색마저 창백하기 짝이 없었다.

아리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확정받았을 때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절망감이 안면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근데 칼렌 후손이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긴 매한가지였다.

정말로 철천지원수였다면 에일린과 2회차에선 협력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지금 레오가 느낀 행동은 마치 해충을 앞에 둔 것만 같은 경멸이 느껴졌다.

“어디 한두 가지여야 하지... 사람 선 가지고 아주 외줄타기 곡예를 하고 자빠지는 년이라고.”

그 말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현재 에일린은 제법 누그러진 편이었지만, 지금도 유사한 행위를 회의에서 서슴없이 내보였으니까.

[...가장 심했던 일이 뭔데?]

레오나르도는 해왔던 연기의 부담으로 공황 상태나 다름없었다. 마치 자백제라도 투여받은 것처럼 생각없이 질문 그대로 대답했다.

“...자기 딸내미를 나한테 팔아넘겼어.”

[...롸?]

현자는 대답을 듣자마자 직감했다. 이건 더 이상 캐물으면 안...

“...어떻게 팔아넘겼어요?”

하지만 아리아스필이 들을 시점에서 이미 늦어버린 지 오래였다.

“잠깐...! 레...!”

“...결혼시켜려고 한 거지. 나한테 목줄 차려고.”

늦어버린 걸 직감한 모든 라인하르트의 일가들이었다.

“...어... 아리아? 아리아스필...? 괜찮...”

“괜찮아요.”

아리아스필은 회의장에서 나섰을 때보다 밝은 미소를 내보이며 대답했다.

“우선 쉬도록 하죠? 많이 피곤해보시네요.”

“...어...그래...”

아리아스필과 레오나르도가 저택으로 가는 걸 보자 현자는 나지막이 말했다.

[쟤 진짜 심각한데...]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스필이 질투하지 않는 건,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그때 성검은 살짝 요동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혼담 분위기(?)]

“레오나르...”

“내 이름 부르지 마.”

“그러면 어떻게 부르면 좋겠어요?”

“죽어줬으면 좋겠어.”

“제가 죽으면 슬플 것 같지 않아요?”

“축제 열 건데?”

“축제 좋아하세요? 그럼...”

“축제는 좋은데 넌 존나 싫어.”

“저보다 싫은 것도 있어요?”

“널 낳은 네 애미.”

“말 나온 김에 어머니께 인사 드리러 갈래요?”

“가서 죽여버려도 되니?”

“그럼 좋아하는 이상형은 있으신가요?”

“나처럼 혼전순결에 비혼주의자인 여성. 그리고 넌 그래도 아냐.”

혼담은 파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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