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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00화 (200/248)

누나

친족이 아닐 경우, 남남끼리 나이가 적은 남자가 손위 여자를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단어.

레오의 진짜 나이를 몰랐을 때는 한번 정도는 듣고 싶었던 호칭이었다.

하지만 레오의 회귀를 알고는 그 소망은 곱게 포기했다.

상식적으로 수십 살은 연상인 레오가 자신을 누나라 부르는 행위는 노망이 나지 않은 이상 일어나지 않을 기적이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가...! 레오가...! 지금...! 날...!’

지금 그 기적이 돌연히 일어났다.

아마 평생 못 들을 고결한 칭호의 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친다.

극상의 행복감이 전신에, 특히 레오가 껴안은 허리에 짜릿하게 전율되었다.

어떤 침대나 이불을 덮는다 할지라도 이 우람한 팔뚝에서 느끼는 이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감촉을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강골한 팔에서는 이윽고 다급한 오러가 전달되었다.

<아리아! 말 좀 맞춰줘! 저 년 진짜 오늘따라 왜 저래...!?>

말을 부끄럽게 했을 뿐, 레오는 저런 에일린의 부드러운 태도에 오금이 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차라리 자신이 싸우는 전장에 강산성비를 내리게 하던 당시가 덜 무서울 정도였다.

“...우리 레오가 많이 무서웠구나.”

아리아스필은 이런 기회를 걷어찰 만큼 멍청이가 아니었다. 수치심에 잠긴 레오를 자애롭게 품에 안은 채로 건장한 몸을 곱게 쓰다듬었다.

그 행동을 보자 에일린의 표정은 울적한 걸 넘어 암울한 절망에 짓눌렸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 자신의 완패였다.

“아무래도 본인은 선택한 것 같군.”

“알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미소 사이로 공간의 균열을 만들 신경전이 오갔지만 다행히 내면에 삭혀둔 살의가 바깥으로 표출되지는 않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만,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까?”

청탑주는 어린 아이처럼 안겨있는 레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하다면 적탑주 대리 건으로도 권유하려 했건만...’

가장 이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인물이 저렇게 되니 현 마탑 대표로서는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죽고 싶은데... 왜 또 이렇게 포근한 건데...’

그런 청탑주의 걱정이 허무할 정도로 레오나르도는 자살 욕구과 성적 욕구가 극심히 꼬인 채로 연기하기 바빴고.

‘...레오가 누나라고 했어! 레오가 나한테 누나라고 했어! 나한테 레오가 안기면서 누나라고 했다고!!’

아리아스필 쪽에서도 만만치 않은 욕구를 참아내기 위한 인내심을 최대한 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회의의 본론에 가는 것조차 멀고도 험한 일이였다

글라디오는 미간을 누르며 그리 생각했다.

* * *

“...하... 한시름 놨네.”

연기를 그만둔 레오나르도는 본래 어투로 말할 수 있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느꼈다.

회귀 전 본인은 어떻게 이를 악물고 어린 아이부터 시작해 유능한 청년에 신사까지.

위선자라 욕한 자신이 잠깐 부끄러울 정도로 미래의 본인이 존경스러울 정도였으니까.

[고생 많았어요~ 미취학 아동 레오 어린이~ 쉬는시간이니까 아리아 누나한테 많이 우쭈쭈 받으렴~]

현재 마탑 일행과 라인하르트 쪽에선 잠시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다.

레오나르도가 상황 적응을 못 한 것도 배려하고, 이 상황을 받아들일 마탑 일행을 위해서라도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필요했다.

“아가리 닥쳐. 애늙은이, 진짜 심장 뽑아서 버리기 전에.”

다만 현자와 함께 있는 이상, 레오나르도에게는 이 시간이 결코 휴식이 될 수 없었다.

작은 소년 모습으로 히죽거리며 깝죽거리니 조롱의 공격력이 몇 배는 증폭되어 레오의 귀를 맴돌게 했다.

하지만 레오에게도 저런 현자를 막을 수단을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인아.”

“넵.”

방 밖에 있음에도 레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인은 바로 방 안으로 돌격했다. 단순히 불렀음에도 즉각적으로 돌진해오는 그 모습은 마치

[야! 지금은 때리...쿠엑...!]

어린아이의 모습임에도 자비 없이 아인의 고사리 같은 손은 철퇴처럼 현자의 영체를 무너뜨렸다.

이제는 익숙한 걸 넘어 요령까지 생겼는지 현자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헤드록을 건 뒤 안면을 철저히 구타해내었다.

아마 현자에 대한 존경심이 하늘로 치솟고 있던 대표 마법사들이 이 꼴을 봤다면 자신의 마도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게 될 것이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시느라 힘들었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아. 괜찮아야지...”

레오는 칭찬 덕에 아인 앞에서도 그런 추태를 내보였다는 것을 되새김질할 수 있었다.

마치 ‘힘내요 아빠.’라고 아이에게 동정을 들은 한 가장의 애환을 느낀 것만 같았다.

“그보다 밖에서는 뭐 하다 온 거야? 20분 정도는 안 들어와서.”

평소 아인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의 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혹시 바깥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레오는 넌지시 질문했다.

“어머니와 함께 리오스 외삼촌이 밀회를 하는 것을 잠시 구경했습니다.”

“...아, 그... 푸흡...!”

연기로 목이 타 물을 마시던 레오의 입가에서 분수가 뿜어졌다. 이런 난전과 같은 상황에서 소녀의 입에서 밀회라는 단어가 나오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상대가 리오스라면 더더욱.

“...뭐?! 리오스가?! 누구랑?!”

“아메리 언니와 정원에서 밀회를 나누더군요. 인식 저해 마법을 걸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어머니께서 바로 눈치채셨습니다.”

다른 기사들이나 마법사면 몰라도 용사의 육감은 탐지견 수준으로 예민하다.

오히려 인식 저해 마법을 건 것이 아리아에게는 위치를 추적을 할 좌표를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도 한번 가봐야겠는데?”

“안 됩니다. 만약 다른 마탑주님, 혹은 에일린 님께 들킨다면 의심을 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아인의 말은 정론이었다. 레오나르도가 이곳에서 계속 나가지 않고 쉬는 이유는 마탑 일행에게서 들킬 접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행여나 바깥에 나가 대화나 행동에 어색함을 보인다면 의심을 살 위협이 다분했으니까.

“위험한 건 알고 있지만, 나도 생각은 있어.”

이윽고 레오나르도는 자리에서 일어난 뿜어낸 물을 천천히 닦아내기 시작했다.

자기가 엎지른 물을 자기가 수습하는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었기에 현자도, 아인도 딱히 말이 바닥을 닦고 있는 레오를 보고만 있었다.

“...없어졌습니까?”

아인 스스로도 기묘한 질문.

하지만 탁자 밑을 닦던 레오가 갑자기 사라지자 아인은 풍부해진 감정에 따라 그런 의문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쪽이다.”

“예? 오...”

아인이 고개를 돌렸을 때는 레오가 아인의 볼을 검지 손가락으로 누른 뒤였다. 탁자 밑에서 숨고 있었다고 생각한 레오는 이미 배후에 있었다.

“...신성술입니까?”

마법을 못 쓰는 상태일 테니, 아인의 상상력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은 그곳뿐이었다.

이런 특수한 이동법은 신성술 외에는 고려하기 어려웠다.

“비슷하지만 다르지. 이건 신성으로 마나를 차단한 뒤 사각으로 가 은신한 것일 뿐이니까.”

신성을 몸에 둘러 은신하는 방법과 달리 체내의 마나까지 송두리째 몸에 담아둬 인기척 자체를 죽이는 암살자의 은신법이었다.

[...이런 식으로 숨는 거라면 괜찮긴 하겠네.]

마법이나 신성에 의존한 은신술과 달리 이 은신법은 아리아의 귀신 같은 육감에도 노출되기 어려웠고, 설사 들킨다 해도 은신한 것조차 고의성을 찾기 어려워 추궁할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은신마저도 숨기는 은신술.

[근데 굳이 남 사생활 보는데 그런 걸 써야겠어?]

다만 쓰는 목적이 지극히 사적이고 쓸데없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었다.

“그 자식은 남들 연애사 다 들쑤셨는데 할 말 없지. 게다가...”

레오에게도 이 정보를 알아내 간직할 이유는 절실했다.

“나도 흑역사나 비밀 정도는 쥐고 있어야 오늘 일을 조리돌림 안 당한다고.”

단지 이기심의 극치에서 우러나온 절실함이었을 뿐.

현자는 행여나 맞을까 속으로 [쓰레기 새끼]라 되내였다.

* * *

레오는 은신을 사용한 채로 복도를 걸어갔다. 발걸음은 제법 속력이 있음에도 보법이 영향 덕에 발소리는 조금도 울리지 않았다.

걸음 끝에 정원으로 다다르자 굳이 찾을 것도 없이 아리아가 숨어있는 장소가 바로 눈에 띄였다.

전투에는 괴물급 재능을 가질지언정 자신 앞에선 아리아의 은신술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아리아...!”

레오가 슬며시 아리아의 등을 만지자.

“꺄아...!”

아리아는 예민한 부위를 자극당한 것처럼 신음을 내었다. 레오가 입을 막지 않았더라면 아마 정원 너머에 있는 리오스와 아메리 본인도 눈치챘을 것이다.

“...레, 레오...? 왜 밖으로...”

“혼자만 재미 보게? 같이 보자고. 안 그럼 순애 광신도한테 다 말할 거니까.”

“그게 무슨 억지...!”

레오와 아리아가 소곤대면서도 투닥대는 사이, 인지 저해를 쓴 정원 안에서 리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툼을 멈출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리아와 레오의 신경은 그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래서 정말로 미안해. 가능하면 설명하려고 했는데...”

“안 했지. 결국에는.”

다른 때와 달리 아메리는 무신경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일관했다.

평소 아메리를 모르는 레오는 리오스는 기센 여자를 좋아한다 생각했지만, 아리아는 아메리가 처음 보이는 태도에 약간이지만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게 그러니까 현자님은...”

“내가 지금 현자님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아?”

팔짱을 낀 마법사의 안경에 비친 시선은 빙결 마법이라도 섞은 것처럼 싸늘했다. 레오와 아리아 모두 리오스가 폭력도 없이 맥도 추지 못한 채 쩔쩔매는 건 처음 보았다.

“...그럼...?”

“그럼? 지금 그럼이라고 했어?”

아메리를 리오스 몸에 손을 대지도 않은 채로 화를 쏟아내는 것으로 그를 몰아세웠다.

“네가 갑자기 내 앞에서 순간이동해서 나타선 적탑주랑 상대하고는 피를 잔뜩 흘리고 쓰러졌어.”

그 화의 근본에는 걱정이 바탕으로 되어있었다.

“근데 네가 깨어났을 때 넌 고백만 했지 전후사정은 제대로 설명했어? 적탑주가 처음부터 배신자인 거 안 거, 그게 레오 군 부모님이랑 연관된 거, 그리고 현자님까지. 뭣 하나 설명하지 않았잖아.”

리오스는 도저히 부정할 수 없었다.

아메리가 그저 언성만으로 압박하고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으니.

리오스 본인이여도 저런 태도로 걱정했을 테니까.

“...그...건 네가 더 안전했으면 해서...”

“안전이라고? 결국 위험할 뻔도 했잖아. 이런 이야기들을 전부 다른 사람들한테 들었어야 하는 기분 알아?”

적탑주에게 위협당한 이후,

흑탑주는 은퇴를 선언하고 아메리는 흑탑주의 정식 후계자이자 대리인으로서 갖은 정보와 업무를 수행해야했다.

대학원생 생활로 다져진 과로로 업무 자체는 버텨낼 수 있었지만, 그게 결단코 쉽다는 의미를 대주는 것은 아니었다.

“...미, 미안...”

“끝까지 듣고 사과해! 아직 말 안 끝났어!”

리오스가 기세눌려 사과하는 것이 성의 없어 보이자 아메리는 목청을 높여 리오스에게 일갈했다.

리오스는 사육사에게 조련당하는 짐승처럼 그대로 아메리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게 뭔지 알아?”

“...”

학습한 덕분일까, 리오스는 무모히 대답하지 않았다. 답변을 원한 질문이 아닌 만큼 아메리는 그대로 리오스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가며 본심을 드러내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너한테 고백받았다고 속으로 뛸 듯이 좋아했던 점이야.”

“...어...예?”

예상치 못한 사랑을 드러내자 리오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병상에서 일어났을 때, 간신히 좋아한다 고백받은 아메리의 반응은 생각보다 초연했다.

거절하진 않았기에 조금은 안심했지만, 혹여나 아픈 자신을 배려해 받아준 것이 아닐까 리오스의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다.

“마탑이든 어디든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네가 나한테 관심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고, 지위적으로 가장 멀리 있는 내가 너와 같이 있어도 될까 늘 무서웠어!”

아메리의 진심은 그런 불안의 싹에 박힌 뿌리마저 뽑아낸다.

“막상 고백을 받으니까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당황해서 얼어버렸고, 내가 고백을 받으면 라인하르트 측에서 곤란할까 봐 전전긍긍하기 바빴다고!”

아메리의 눈동자는 촉촉하게 고여있었다. 좋아하는데, 화를 내야하는 이 감정은 눈물샘을 북받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가장 화나고 짜증나는 건...!”

그녀의 주머니에서는 푸른 티켓 두 장이 드러났다.

“그런 너한테 마탑 축제 가자고 말하려고 했던 나야! 네가 적탑주 일만 설명했으면 사지도 않았을 테지만!!”

인식 저해 마법마저 흔들릴 정도의 고함, 아메리는 붉어진 얼굴에서 뜨거운 숨을 씩씩 대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거 가져가. 필요없으니까. 이제 변명이라도 해봐.”

더 짜증을 낼 체력도 없었는지 아메리는 그대로 티켓과 함께 리오스에게 차례를 넘겨주었다.

“...엄청 무거운 이야기잖아. 너 알고 있었어...?”

“...아뇨. 좋아하는 거 정돈 알고 있었지만...”

이 상황을 엿보던 아리아와 레오는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랑의 대화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럼에도 고개 한번, 시선도 한번 돌리지 않은 채로 저 둘의 이야기에 경청한 것은 그만큼 듣고 싶은 호기심도 컸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 있나?”

그 순간, 발소리도 없이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상황에선 가장 오지 말았으면 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에일린?”

“정원 입구에서 뭘하고 있지?”

갑작스레 나타난 에일린은 의심스러운 눈치로 레오와 아리아를 관찰했다.

사립 탐정도 명함을 접을 정도로 추리력이 뛰어난 그녀로선 정황이 의심되면 어떻게든 추궁을 시도했다.

“...아...그게...”

“...저는...그러니까...”

레오와 아리아 모두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에일린이 끼어들면 오해를 풀고 화해할 기회가 흐지부지하게 되어버린다.

어떻게든 타개하고 속여넘겨야했다.

저 야심 넘치는 의심병의 마법사를.

“...레오, 누나랑 같이 화장실 가자. 여기서는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아리아가 낸 기지는 에일린에게 있어 최적의, 레오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수였다.

“...우리 레오...? 많이 급하지?”

아리아는 최소한의 눈짓만으로 눈치를 보냈다. 레오는 저 굴욕적인 촌극에 동공에 갖은 지진이 일어났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으...응, 미안. 누나... 화장실이 어딨는지 몰라서.”

“그러면 안 돼. 다음에 혼자 가려고 하면 누나가 혼낼 거야.”

레오는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굴욕감을 삼켰다.

“...잘못했어... 누나...”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 알았네.”

떨떠름한 시선이 세 방향을 교차하며 떨어져 갈 때.

“...그게... 있잖아. 아메리...”

리오스는 변명 대신.

“나도 이미 사긴 했거든. 너랑 가려고...”

티켓에 담긴 진심을 꺼내들었다.

4장의 티켓들이 겹치자 아메리는 화난 표정이 눈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도 적탑주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어. 금방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오만하고 너한테 잘못한 거지...”

“...그래서?”

“...정말 잘못했어. 아메리... 뭐든 할테니까 용서해줘...”

리오스는 양눈을 떴음에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설사 지금 아메리가 자신을 찬다할지라도 받아드려야했다. 자신이 한 짓은 친구로서도 평생 매도받아도 할 말이 없었으니까.

“...그럼 내년에 같이 축제 가줘. 아침부터 새벽까지 같이.”

아메리는 리오스의 양뺨을 잡아올렸다. 시선부터 시작해 서로의 온기가 맞닿는 것을 통해 전달되었다.

“...어...? 그걸로... 괜찮아?”

생각보다 괜찮은, 오히려 자신에겐 감사하기까지 한 제안에 승낙도 못한 채 확인삼아 질문해야했다.

“대신, 그때 가면 제대로 고백해.”

“...제대로?”

“나도 흑탑주로서 너한테 제대로 고백받을 수 있는 여자가 될 테니까.”

“...어... 그게...”

얼빠지게 얼어있는 남자를 보며 아메리는 피식 웃었다. 저렇게 귀여워서 더 화내는 것도 고역이었다.

“대답은?”

“어...! 응...! 최선을 다해...!”

입술이 맞닿았다.

시선이 서로의 얼굴에 밀착하며, 입술과 입술이 부드럽게 포개 감싸안는다.

“그래, 기대할게.”

아메리는 그렇게 정원을 나갔다.

아무 말 없이 손을 흔들던 리오스는 생각했다.

자신은 정말 순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쓰다보니 분량이 너무 많이 늘어버렸군요.

내일, 아니 오늘 200화가 또 올라가겠네요.

특별편을 쓸까도 가끔은 고민되고, Q&A 공지를 올릴까 고민도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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