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174화 (174/248)

나는 갖은 저주와 흑마법에 걸려봤다 자부할 수 있다.

약화, 고통, 질병, 광기, 망각... 아마 흑마법사과 마인보다 내가 흑마법와 마기에 정통하거라 확신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질 나쁜 저주는 단연 몽마의 저주다.

상대방의 심층 심리를 읽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꿈을 실현시킨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이에게는 부유한 행운을,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이에게는 사랑넘치는 일상을,

명예가 없어진 이에게는 기회와 힘을 불어넣어준다.

대략 30년 전만 하더라도 몽마의 저주 따위는 본인의 능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 거지 같은 시대에서는 이야기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꿈이 달콤한 것 이상으로 현실이 지옥이나 다름없으니까 저주를 파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특히나 나에게는 몽마의 저주와 상성이 나쁘다.

약화의 저주보다 날 약화시키는 저주가 바로 몽마다.

***

정적이 짧게 흘렀다.

그건 레오의 팔에 자해를 해서도,

검은 신성력이 다시 몸을 뒤덮어서도 아니었다.

그 경악스러운 사실보다 충격적인 현실이 지금의 레오나르도에게는 있었다.

“...저기, 레오 기사님...! 설마 기억이...!”

“그래, 루미네. 시작은 네가 좋겠지.”

레오의 도약에 지면에 홈이 파인다.

{피하십쇼! 루미네 수...!}

“원래 서포터부터 패는 편이 빠르거든.”

레오나르도의 일격이 그대로 루미네에게로 꽂힌다. 분명 넝마가 된 오른팔에 일격임에도 루미네는 충격에 몸이 일순에 넝마가 되는 것을 느꼈다.

“레오나르도, 네놈...!”

“자자, 너무 서두르지 맙시다~”

마르켄의 검이 휘둘러진다. 분노를 하면서도 검날 부분이 아닌, 등 부분으로 휘두른 것은 어디까지나 제압의 의도라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마르켄 단장님, 늙으셨는데도 혈기만큼은 저보다도 항상 나으셨죠. 어지간한 젊은이도 마르켄 당신 앞에서는 애송이니까요.”

카앙!!

레오나르도의 과도가 그 대검을 막아내었다. 과도는 바로 금이 갔지만

회한이 서린 어투, 레오나르도는 흥얼거리기도 하면서도 애처롭게 옛추억을 상기했다.

“저도 늙어봐서 하는 말인데, 그 혈기는 줄이는 게 좋았을 겁니다.”

레오나르도는 과도는 틀며 검등을 쳐낸다. 쨍그랑, 소리가 울리며 과도는 깨부서진다.

당연했다. 본래 무기로 쓸 것도 아닌 물건, 오히려 마르켄의 대검을 받아낸 것이 기적이었다.

“...늙은이가 괜히 나대면 젊은 친구들이 고생하거나 나태해지거든.”

레오의 오른 주먹이 마르켄에게 뻗어진다. 마르켄은 거리를 벌리며 회피했다.

우드득...

‘어떻게...!’

그럼에도 주먹은 마르켄의 턱에 적중했다. 분명 한 뼘 정도의 거리는 있었을 텐데, 레오의 정권은 적중해있었다.

우득...!

“꿈이여도 젊은 몸은 역시 좋아. 스펙은 낮아도 컨디션은 언제나 숙취 없는 위스키를 마시는 기분이지.”

탈골되어 리치가 늘어난 팔은 다시 접골되었다. 검은 신성력이 팔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다시 재생시키고 있었다.

“정신 차려라! 레오...! 이건 환상이 아니라, 현실...!”

“아~ 흑암님~! 우리 귀염둥이 크리스티나티나티나 흑암님~ 그런 귀여운 말씀은 제가 30대일 때나 먹혔죠~”

이윽고 레오의 주먹은 크리스에게로 향해졌다.

“...그게 무슨...! 아니...!”

당황한 크리스티나에 날아간 것은 침대 옆의 서랍이었다. 크리스는 급히 토막내어 잔해를 피하지만, 그 틈을 레오는 놓치지 않았다.

“아, 꽝이네.”

하지만 주먹은 잔상을 헤집을 뿐이었다. 오러의 충격으로 래오가 멈칫한 사이, 리오스가 나섰다.

“아우! 미안해!”

얼음의 창들이 레오의 주변에 꽂히며 에워싼다. 작은 창살 감옥으로 레오는 갇혔다.

“미안할 게 뭐가 있습니까. 리오스 형님~ 저희 사이에 그런 말은 섭섭하죠.”

이윽고 레오나르도는 광소를 내지으며 너덜너덜한 오른팔을 휘둘렀다.

[성혈투술]

팔이 휘날리 때마다 혈액의 철권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얼음의 창살들은 그대로 부러지며 혈액 덩어리는 주변에 흩날렸다.

“이렇게 예쁜 도구들을 주셨는데~!”

부러진 얼음의 창들은 레오의 양손에 쥐어졌다.

“...아우, 그 이상 하면 나도 봐줄 수가 없어.”

리오스의 마법진이 얼음창에 마법을 주입했다. 본래라면 형상이 재조형되어 레오를 포박했을 것이다.

“...‘어? 왜 마법이 안 되지!?’라는 표정이네요? 그 표정은 정말 완성도 높아. 흑마법을 수도 없이 봐온 내가 하는 말이야.”

하지만 레오나르도의 피가 묻은 얼음들은 조종은커녕 오히려 마법이 사라지고 있었다.

‘...피에서 신성이...’

혈액에는 신성이 녹아있었다. 그 검은 신성이 마법을 아예 소멸시켰다.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고. 가짜 자식아.”

이윽고 피가 묻은 얼음창이 리오스의 양손을 꿰뚫었다. 그대로 직진한 창은 그대로 벽에 꽂혀 리오스를 고정했다.

“끄아아아악!!”

“와우~ 비명에 대한 조예도 깊으셔라. 정말 형님이 낼법한 비명이잖아.”

푸우욱...!

레오의 다리에 크리스의 단검이 박힌다. 절단할 수 있음에도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위해 검은 박는 수준으로 투척했다.

“...먼저 찌른 건 너다. 찔릴 각오는...”

“당연히 했습니다. 스승인 당신 가장 먼저 가르쳐준 거였으니까.”

레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진다. 진심으로 진절머리가 난 얼굴이었다.

앞쪽에서 크리스의 분신이 공격한다. 단검을 던진 것은 후면에 시선이 팔리도록 하기 위한 함정이었다.

“...근데 내가 독학으로 배운 야매 기술이 있거든. 댁이 진짜였으면 좋아할 법한 거야.”

이윽고 발목에 흘러내리는 혈액이 폭발하듯 분사되었다. 그 추진력에 날아간 레오나르도는 공중에 뛰어들었다.

“...본체야 뻔하지.”

이윽고 날아간 레오나르도가 날아간 방향에는 시리카가 있었다.

우드득...

“그러게 적당히 퀄리티를 유지했어야지. 성격까지 구현하면 어떡해.”

“...이런...!”

그대로 본체인 크리스는 시리카를 지키며 발차기에 직격했다.

“레오나르도...!”

“아~ 이젠 화가 나는 단계인가? 가주님.”

글라디오 가주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만약 무기가 있었더라면 레오라 할지라도 구타를 참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말이야. 내가 진짜 궁금한데.”

레오도 구타를 참지 않았다.

“내가 더 화가 나지 않았을까?”

퍼억

가드를 올렸음에도 둔중한 일격이 글라디오에게 충격을 내었다. 일격만에 가드는 풀려버렸다.

“난 공식적으로 말했어.”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팔목 혈관을 뜯어내었다.

“날 죽이는 건 상관없어. 갖은 방식으로 약화시키는 것도 이해하는 바야.”

혈관에서 나온 피가 칼침의 형상을 이루었다.

“근데 몽마의 저주만큼은 걸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을 텐데... 너흰 꼭 맞아야 말을 듣더라?”

레오의 눈에는 광기가 들어차있었다.

대화는 애당초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지도 않는 눈빛이었다.

“걱정하지 마. 이딴 걸 난도질하는 게 내 특기거든. 취미는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카앙!

그대로 내지린 칼날은 그 청명한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이제 그만해. 레오.”

“드디어 메인 메뉴가 납시는구먼.”

아리아스필의 성검이 레오의 칼날을 잘라냈음에도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올 게 왔다는 듯 당연하게 광소를 내지었다.

“이건 현실이야. 저주도 아니고, 악몽도 아니라고.”

“아니지. 현실은 원래부터 저주에 악몽이야.”

카앙! 캉!

레오나르도의 주먹이 연속해서 질러진다. 아리아의 성검과 부딪치면서 레오의 손에는 상처가 늘어난다.

그런 고통에도 레오나르도의 얼굴에는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제발 그만하자. 그 이상하면 진짜 죽을지도...”

“죽으면 오히려 감사한 일이지. 다시 아시면서 뭘 아마추어처럼 그래? 너도 그래서 자살한 거 아니였냐?”

그 말에 아리아의 품새에 빈틈이 생겼다.

“넌 어째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리아를 구현하는 게 가장 어렵다지만 정도가 있잖아.”

파악...!

레오에게 발사된 피의 칼날들이 아리아를 난도질한다.

“으윽...!!”

아리아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장비도 갖추지 않았고, 유리하게 챙긴 것은 성검 뿐이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전투를 상정한 상황에서 싸운 것과 아닌 것은 극단적인 차이를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갑자기 날뛰는 레오를 안전히 제압하다는 것은 더욱더 문제를 실패에 다가가게 만들었다.

“그 안면근육에 얼음장 집어넣은 용사년이 그런 표정 짓는 것부터 실수야.”

레오의 독설이 발차기만큼이나 고통스럽게 아리아에게 박힌다.

“내 라이벌을 모욕하지 말라고. 징글징글한 것들아.”

이윽고 복부가 걷어차이며 아리아마저도 제압되었다.

“자, 겁먹을 거 없어. 너희 살점 좀 갈라서 저주의 촉매제만 찾아서 끝낼...”

쓰러진 가짜들을 보며 천천히 해주할 방법을 찾던 레오는 소스라치게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기척을 죽였지만 분명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기억이 가물가물할 나이여도, 암기력은 괜찮거든.”

그리고 정면을 다시 바라보자 자색의 눈을 지닌 소녀가 레오를 가로막고 있었다.

“넌 뭐야. 내 기억에는 너 같은 꼬맹이는 전혀 없거든.”

레오나르도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있었다.

평소 아인을 부르는 목소리에 괴리까지 느껴져 두려움이 더욱 가중되어 들리는 심문이었다.

“...기억나지 않으시다면 안타깝습니다. 레오나르도 님.”

아인은 레오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라 부르고 싶어도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인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야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제 이름은 아인입니다.”

“그래서? 기억이라도 하라는...”

아인이 도약해 다가온다.

“당신이 지어준 이름이죠.”

“그러셔?”

레오가 뽑은 것은 크리스의 단검, 공중에선 아무리 솜씨가 좋아도 근거리 검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직...!

그래서 아인은 피하지 않았다. 레오의 검격에 따라 아인의 반신이 검격에 잘려나간다.

“...너... 안 죽었어?”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아인은 죽지 않았다. 내부에 핵만 안전하다면 아인은 24토막을 낸다 해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아프군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마음의 상처를 뒤로하고, 아인의 형태는 뱀으로 변했다.

“샤악...!”

반신을 포기한 대가로 아인은 레오의 목죽지를 물어뜯었다.

“...각오는 인정하마. 꼬맹아.”

죽지 않는다 해도 반신을 날릴 각오를 지닌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했다. 자신조차 그런 고통은 망설일 정도였다.

“하지만 방식이 나빴어.”

레오의 손아귀에 피철갑의 뱀이 쥐여진다.

“난 만독불침이야. 꿈 속이라도 독에는 면역이 있다고.”

레오나르도가 아는 ‘레오나르도’는 그랬다.

어떤 독도 레오의 신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아니요. 천독불침일 겁니다.”

레오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어?”

“그리고 레오나르도 님에게 적합한 마취독을 전 알고 있습니다.”

시야가 점차 감긴다. 신성으로 정화했다면 기절은 면했을지도 몰랐지만, 방심 때문에 몸에 힘이 빠진다.

무엇보다

“...이런 젠...장... 어떻게...”

저들에게서는 살기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 방심을 만들어내었다.

“...가족이니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는 그대로 기절했다.

* * *

나른한 감각이 점점 풀린다. 몸에 마취가 풀리며

“...괜찮...십니까...”

“...괜찮아요. 치료는...”

몇몇 말 몇 마디가 울리며 레오의 정신을 점차 현실로 끌어올린다. 정말 익숙한 목소리지만, 어언 30년은 넘도록 듣지 못한 목소리였다.

“...그보다 설명을 어떻게...”

“...그러게요... 기억이 전부 사라진 거라면...”

목소리에 따라 레오의 눈꺼풀이 떨렸다. 몇 번의 진동 끝에 레오의 시야는 완전히 열렸다.

“...이, 일어났어...?”

“...이게 무슨 장난질이냐?”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처지를 일어나자마자 파악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알 수밖에 없었다.

“이젠 숨길 것도 없다 이거야?”

레오나르도는 양손과 양발이 포박된 채로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애초에 숨긴 게 없는데, 없는 건 또한 뭐겠나.”

마르켄은 방금 얻어맞는 부위를 어루만지며 레오를 노려보았다. 사정을 이해한다쳐도 아픈 것은 아픈 것이지 않겠는가.

“...왜 그 늙은이 띠꺼운 말투까지 똑같을까? 이쯤이면 아주 그냥 작품의 경지야.”

마르켄의 주먹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안 그래도 화를 삭히고 있는데, 저 자는 게속해서 뺀질대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

아리아와 레오의 눈이 마주쳤다.

레오는 그 눈을 마주보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니, 이제야 기억이 나네.”

“...정말이야?”

아리아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 말에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레오의 정신력이라면 이 문제도 극복하지 않을까, 그런 가냘픈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것이 이들이었다.

“몽마의 여왕이 친히 납셨는데, 못 알아볼 리가 있나.”

급조된 희망은 끊어져 깊은 절망이 되었다.

“...모...몽마의 여왕이라니?!”

“발뺌하지 마. 내년의 방식은 잘 아니까.”

자기에게 묻고 본인이 답하듯, 레오나르도는 코를 킁킁대며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 훌륭한데 마음가짐에 실수가 있었네.”

레오는 조금 잔류한 신성력을 눈에 집중시켜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졌다. 신성만큼 이걸 확인하는데 적합한 판별 장치는 없었다.

“나를 상대할 때에는 발정한 감정을 잘 숨겼어야지. 이 암캐야.”

“...아...암캐애...?”

“시치미 떼지 말라고 했지. 이 정도 감정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

모두가 추리에 입을 다물었다.

역시 예상대로였군.

“서큐버스 퀸 정도가 아니고서 이정도로 날 따먹고 싶어서 미친년은 본 적이 없어.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군.”

“...그...그게 그러니까...”

“그럼 그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천하의 아리아스필이 날 갖고 발정이라도 한다는 거냐?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군.”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아리아는 절망감보다 수치심에 죽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근데 이렇게 되면 레오는 미래인인가요? 아니면 과거인인가요?

어렵네요.

[연참입니다. 자주 휴재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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