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
라인하르트라는 성씨를 들었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단어다.
실제로 용사가 활동했던 기간은 대략 10 년내외, 그리고 그 공백은 300년이 넘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현재까지도 뚜렷하다.
그 인식을 만든 장본인은 아리아스필이 아니다.
그녀의 전대, 그리고 세계의 초대 용사.
“...루벤 라인하르트...?”
루벤 라인하르트, 그가 만들어낸 인식이었다.
그 살아있는 전설이 앞에 아리아스필은 멍하니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존재는 분명한 용사였다.
명확한 논리는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마치 같은 종의 생물이 서로를 알아보듯.
용사로서 내려진 신성은 눈앞의 존재가 같은 용사라 외치고 있었다.
“...정말 당신이신가요?”
의심한 의도의 질문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만 해도 현자에 성녀까지.
300년 전 인물들이 차례로 나타난 마당에 용사인 루벤이 나오지 않는 것은 오히려 어색한 부분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지.]
검은 용사의 갑주가 움직인다. 거친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 그런 마찰에도 용사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컥...!”
[중요한 것은...]
용사의 검은 건틀릿은 그대로 아리아의 목을 쥐었다.
용사의 푸른 눈은 공허하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마치 사람이 벌레를 응시하는 눈빛이었다.
[네가 결국 패배했다는 점이지.]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건 반론할 말이 없어서가 아닌, 용사의 손아귀가 아리아의 목을 꺾을 기세로 조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능, 집안, 혈통까지... 타고났으면서.]
아리아스필이 본 것은 실망 정도의 감정이 아니었다.
[아주 한심하게 실패했어.]
명백한 혐오, 살의가 담겨있는 수준의 경멸이 용사의 말에는 담겨있었다. 그 영문 모를 살의에 아리아스필은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역시 넌 용사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아리아스필.]
아리아는 발버둥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방금의 전투로 이미 마나도, 체력도 완전히 바닥났다.
[이래서야 실망할 것도 없군. 역겨울 정도로 예상대로야.]
반격하기엔 이미 충분할 정도로 약화된 상태였다.
[너 때문에 레오... 레오나르도 그 남자도 기구하게 됐어. 너만 없었더라면...]
“닥쳐...!”
하지만 저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만큼 나약하지는 않았다.
퍼억
아리아의 다리가 유연히 직각으로 꺾이며 용사의 어깨를 내리쳤다. 갑주가 조금이지만 찌그러지며 그 충격 덕에 아리아는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멋대로 레오 말하지 마.”
[...하...]
검은 용사는 자신의 한쪽 팔을 쥐었다. 방금 충격은 생각 외로 위력적이었다.
분명 탈진했을 터인 아리아에게서 저런 힘이 나온 것은, 아리아스필 본인도 놀란 눈치였다.
“...레오는 아직 죽지 않았어. 나도 아직 패배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았고.”
아리아스필은 허릿춤에 있는 성검을 뽑아들었다. 성검의 힘은 발현되지 않았지만, 검으로서 역할을 있도록 날은 예리하게 빛났다.
“당신이 초대 용사건, 조상이건 이제 와서 훈계질하는 인간한텐 그딴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일갈을 끝으로 자세를 잡는다.
이길 거라는 확신은 없다.
그럼에도 아리아는 검을 쥐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검은 갑주의 용사는 그 말과 행태에 기가 찬다는 듯이 웃음을 내질렀다. 그 웃음은 가히 광소라 표해야 옳을 정도로 광기에 차있었다.
[...그 멍청한 꼴에는 진절머리가 난다.]
이윽고 그 광기는 차게 식는다. 검은 용사의 흥분도 진정되었는지 방금보다 냉정하게 보였다.
[네가 어째서 이곳에 있다 생각하지? 그보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아나?]
그 질문은 사실 아리아스필이 방금부터 묻고 싶은 내용이었다.
자신은 분명 폭주한 레오를 신성으로 강제로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신성력과 생명력의 고갈에 기절했다고 생각했을 찰나.
눈을 떴을 때는 처음 보는 장소에 와있었다.
“...”
[그 멍청한 낯짝을 보니 알만하군.]
빈정거리는 말투로 비꼬아도 할 말은 없다. 실제로 레오를 걱정하고 있어도, 지금 이 장소를 빠져나와 레오에게 갈 방법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알려주마.]
검은 갑주의 기사는 이윽고 자신의 검을 뽑아든다.
“...그건...!”
그 검을 보자 아리아스필은 실체화된 모순에 입을 다물게 된다.
[말했을 텐데, 나도 너와 같은 용사라고.]
그녀가 든 검은 아리아스필과 동일한 성검.
하나밖에 없을 신이 내린 신물이 지금 두 자루 존재했다.
[놀랄 것도 없다. 여긴 성검의 안, 정신의 세계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 아리아스필의 반응이 귀엽기라도 한 듯, 용사는 한심하다는 듯 그녀를 내려보았다.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라.]
그녀의 걱정은 안 봐도 뻔하였다.
저 표정.
성검에 있는 동안, 레오나르도의 신변에 위험이라도 생긴다면 상대가 초대 용사든, 가문의 조상이든 베어 죽일 기세다.
[외부와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 이곳의 1년은 외부에선 1초처럼 흐를 수도 있지.]
그 말의 의미는 간단하다.
레오의 안전은 아직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
적의가 등등했던 아리아의 표정에 안심이 깃들었다.
[그와 별개로 넌 죽었지만 말이다.]
아리아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는다.
“...죽었다고...?”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까? 단순한 마나와 체력의 문제였다면 기절로 끝났겠지만, 그 검은 신성에 네 신체는 내부부터 파괴되고 있다.]
그 용사는 덤덤히 그렇게 선고했다.
그 선고에 아리아스필은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용사가 어째서 자신이 실패했다 말하는 것인지.
용사인 자신이 죽었다는 시점에서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죽어서야 민폐일 뿐이지. 네가 죽은 덕에 나올 수 있는 만큼.]
검은 용사의 성검이 그녀를 향해 겨누어졌다.
[지금은 협력해주마.]
주륵...
아리아가 이변을 깨달은 것은 성검이 가슴팍에 박힌 뒤였다. 피가 가슴골을 파고 흘러내려서야 아리아는 자신의 흉부에 성검이 박혔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네가 20살이 되는 날, 만월이 되는 날에 성검의 안치소로 가라.]
시야가 희미해진다. 찌른 검을 빼내자 몸은 맥없이 지면으로 쓰러진다.
[그곳에서 성검을 다시 뽑는다면 진실을 알 수 있을 테지.]
이윽고 귀의 감각이 둔해진다. 눈은 천천히 어둠으로 가려진다.
[...레오와 만난 건 분명한 불행이야.]
***
“...잠깐만...!”
아리아스필이 눈을 떴을 본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라인하르트 저택의, 그것도 자신의 방의 천장이었다.
“...아리아스필 님!!”
놀라는 것도 잠시, 익숙한 목소리가 깨어난 아리아를 불렀다.
“...루미네?”
아리아스필이 고개를 들자 4쌍의 날개가 눈에 들어온다.
한 쌍은 현대의 성자인 루미네 앙겔루스의 것이었고, 다른 한 쌍은 루벤의 동료인 역사의 성녀 앤젤라 루키페르였다.
[다행히 회복한 것 같군요. 괜찮습니까? 용사?]
저 둘을 보자 아리아의 머릿속에는 수십개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몇 날 몇 시인지.
적탑주는 어떻게 죽었는지.
마탑은 어떻게 된 건지.
적들의 정보는 얻은 것인지.
다른 피해자는 있는지.
저택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건지.
루미네는 어떻게 오게 된 건지.
방금 본 용사에 대해서도.
하지만 그 수십 개의 말과 수백 개의 생각을 뚫고 아리아의 목 밖으로 튀어나왔다.
“레오는요!?”
아리아스필에게는 레오나르도가 가장 중요했다.
자신이 이렇게 기절해가면서, 죽어가면서 무리를 한 것은 레오의 폭주를 멈추기 위해서였다.
{평소대로군요. 안심할 수 있겠습니다. 루미네 수사.}
다른 사람 같았으면 당황했을 테지만, 평소 아리아의 광적인 사랑을 아는 이로서 저 질문은 그리 갑작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레오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더라면, 마기나 검은 신성에 정신이 오염되지 않았나 심히 우려했을 것이다.
“...그게 레오 기사님은 본인 방에서...”
이내 루미네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저런 중태에 빠진 아리아에게 레오의 정보를 흘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루미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죄송해요!! 먼저 가볼게요!!”
“잠시만요! 아리아스...!!”
아리아는 듣지도 않고 버선발로 이불 밖으로 뛰쳐나갔다. 잠옷 차림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고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 아리아!! 일어났구나!!”
문 바깥으로 박차고 나가자 마르켄이 저택 복도에 있었다. 심란한 노장의 표정은 활기차게 뛰어나오는 자신의 손녀를 보자 즉각적으로 생기가 생겼다.
“몸은 어떠니...?! 지금 막 일어나도...!”
“잠시만요! 할아버지!”
걱정어린 조부의 손을 뿌리치며 아리아스필은 달렸다.
“저기! 아가씨!! 그런 옷차림으로는...!!”
저택의 사용인들도 아리아에게 뛰어가 그녀에게 옷이라도 한 벌 걸쳐주고자 했다. 아리아는 실시간으로 원피스 잠옷째로 그대로 전력질주를 했다.
“동생!! 우선 진정...! 진정하자!!”
이번에는 리오스가 순간이동해 아리아의 앞에 섰다.
“비켜!!”
촤아악!!
하지만 눈이 돌아간 아리아에게는 그저 방해되는 인간일 뿐이었다. 아리아는 그대로 슬라이딩을 하며 리오스의 다리 사이로 지나갔다.
“...무슨 소란이지? 갑자기...”
훈련을 끝낸 크리스는 아리아가 리오스를 피하는 곡예를 보이며 그대로 폭주기관차마냥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
“...아리아! 이게 무슨 상황...!”
“죄송해요! 고모! 비켜주세요!”
“고모!! 아리아 잡아요!!”
두 조카가 상반되는 말을 내뱉자 크리스는 진심으로 갈등하고 고민했다.
“...우선 지나가라.”
“아, 고모!”
안타깝게도 리오스의 신뢰도가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닥이었다.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 그만두지 못 해!”
이 난잡한 소동을 정리한 이는 라인하르트 가문의 가주였다.
“...아...가주님...”
오랜만에 들은 호통 때문일까, 아리아스필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진정할 수 있었다.
“...병상에서 막 일어난 차림으로 어딜 가는 거지?”
아리아가 진정한 것을 확인하자, 글라디오는 다시 온후한 말투로 자신의 딸을 타이르듯 질문했다.
“...레오...레오는 괜찮나요?”
흥분을 가라앉혔다 한들, 걱정은 그대로였다.
자신이 혼나는 와중에도 그녀는 레오만을 걱정하기를 바빴다.
“...레오나르도는...”
가주 글라디오는 곤란하다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마탑에서 일어난 적탑주 사태만 해도 처리만 하는데 식사와 수면을 전패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였는데, 레오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마탑주들에게조차 현자에 등장과 레오의 관계을 설명하는데 한나절이 걸렸는데, 아리아에겐 레오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우선 가기 전에 설명을...”
“데려가죠.”
그런 상황에 결단을 대신 내려준 이가 있었다.
“...시리카.”
“미뤄봐야 서로만 힘들 뿐이에요. 당신도 잘 알잖아요.”
시리카의 말대로였다.
설명을 한다 할지라도 말로는 아리아가 전혀 납득할 리가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보여주어 이해시키는 것이 빠를 것이다.
아리아가 고통스러워할지라도 말이다.
“...따라오거라.”
한숨을 소폭 내쉰 글라디오는 아리아의 잠옷에 자신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그제서야 아리아스필은 자신이 잠옷차림으로 복도를 뛰어다닌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어머니.”
레오의 방으로 도착하자 아인이 레오의 침대 옆에 과일을 깎는 것이 보였다.
울먹이는 표정으로 접시에 갈변된 과일을 올리는 아인은 평소 냉정한 사역마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 왔냐?]
현자 또한 침물한 목소리로 아리아를 맞이했다. 그의형상은 여느 때보다도 흐리고 미약해보였다. 인간 형태의 영체는 작은 도깨비불처럼 작게 사그라들어 있었다.
하지만 아리아에게 가장 절망스럽게 다가온 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이였다.
“...레오...?”
레오나르도는 침대에 평온히 누워있었다. 검었던 머릿결은 희게 새어있었고, 피부 또한 건장했던 그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하게 혈색이 희미해졌다.
[검은 신성이 폭주한 뒤로 계속 식물 인간 상태야. 원인은...]
현자는 존재하지 않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리아스필과 레오나르도의 창백한 표정을 보자 스스로에게도 면목이 없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검은 신성은 처음부터 위험했습니다. 사용할수록 마기처럼 영혼을 변형시켰습니다.}
그래서 앤젤라는 현자에게 전했다. 절대로 레오나르도에게 검은 신성력을 쓰게 하지 말라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마기의 주입으로 인해 그런 경고는 전혀 의미가 없게 되었다.
“...아리아스필 님이 신성을 주입해둔 덕에 죽지는 않았지만...”
루미네도 더 이상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아리아에게 의미는 전해졌다.
“...레오...”
레오는 대답이 없었다.
“...일어나봐...”
그녀의 기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잘못했어...”
너무 늦은 사과였다.
“계속 쓸데없이 질투해서 미안해... 못 도와줘서 미안해...”
사과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제발 일어나...”
다시 죽어도 상관없으니 자신의 반려를 깨워주세요...
“...아까부터 왜 자꾸 사람을 깨우고 난리인 건데...”
순간 그 백발의 청년이 입이 움직였다.
“...레오...?!”
레오나르도의 몸이 점점 일으켜지며 아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천천히 다른 일행에게도 흝어졌다.
“말도 안돼... 3일은 넘게 차도가 없었는데...”
“...일어난 건가?!”
“보면 모르겠나? 글라디오...”
“다행이야... 아우...역시 사랑의 힘이...”
“...다행이군. 하... 레오 같은 강호가 쉽게 죽을 리가 없지.”
모두들 레오가 깨어났다는 것에 경악하며 동시에 안심했다. 상태가 안 좋아보이기는 했지만,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기적이라 칭할 만 했다.
“...이런 씨발.”
이윽고 레오나르도는 진심으로 분노한 듯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레오? 괘...괜찮아? 갑자기 왜...”
“...너희들은 양심도 없냐?”
레오나르도는 그대로 아리아를 밀쳐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라인하르트 일행들이 레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단 한 가지 뿐이었다.
“...이딴 짓거리가 재밌어?”
분노
“...그게 레오나르도, 화가 난 이유를 설명하면...”
“입 닥쳐. 지금 안 그래도 미칠 것 같거든.”
부스스한 머리를 마구 긁어대며 레오나르도는 아인에게로 걸어갔다.
“어이, 꼬마. 그 과일칼 좀 빌리자.”
“...예? 아... 알겠습니다. 아버...”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레오는 아인에게서 과도를 낚아채갔다.
“...그 레오 기사님, 우선 안정을...”
“안정은 지랄. 하... 쓸데없는 것까지 그 보추랑 똑같아서 열받잖아.”
레오는 분노와 경멸을 토해내며 과도를 휘둘렀다.
푹!!
“레오...!! 지금...!”
으득...!
자신의 오른팔에 계속해서 과도를 꽃아넣었다.
“...역시 이딴 통증으로는 안 깨는구만.”
피가 흥건히 흘러내리는 팔에는 레오의 광기가 엿보였다.
그 기행에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뭐 상관없어.”
유일하게 자유로운 행동을 보인 것은 레오나르도였다.
“내가 이딴 저주 한 두 번 걸린 것도 아니거든.”
레오나르도는 피가 흘러내리는 오른팔을 들었다. 그 핏빛의 손가락은 라인하르트의 일가들을 차례로 가리키고 있었다.
“쉰 살이나 처먹고 이러는 것도 민망하지만 말해두지.”
레오나르도는 엄지 손가락을 바닥으로 내렸다.
“자, 쇼타임이다.”
이윽고 검은 신성이 백발의 레오나르도에게 휘감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랜만입니다. 몸은 회복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죽을 병에 걸린 건 아닙니다.
살 빼면 낫는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