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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72화 (172/248)

“허억...! 켈록...!”

복수를 끝마치고 나서 레오나르도는 그대로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긴장이 놓였기에 힘이 풀렸다기보단

“...이... 영감탱이가... 자기 몸 아니라고...!”

아까 사용한 ‘진짜 마법’에 대한 부하를 견디지 못해 몸에 축적된 피로가 폭발되었다.

[미안, 근데 그런 몸으로 용케 싸운다?]

불쾌하게 들리는 어투였으나 현자는 레오의 몸을 조롱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역으로 레오의 정신을 높게 칭찬한 것에 가까웠다.

현자가 레오를 조종한 것처럼 보였지만, 현자가 한 것은 어디까지나 ‘보조’에 지나지 않았다.

현자는 소프트웨어인 영혼으로서 판넬의 이동 좌표와 값을 일일이 계산하여 전투법을 전달했고,

그걸 그대로 실행한 것은 어디까지나 실체가 있는 레오나르도였다.

“...덕분에 아주 죽기 직전이네요...!”

그래서 부하도 맨몸과 뇌로 받아내야했지만 말이다.

[알았으니까 네 아내나 불러. 혹시 모르니 치료하고 정화를 해야...]

현자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아리아!!”

레오나르도는 급박히 달릴 수밖에 없었다.

“...레오...!”

아리아스필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윽고 저들이 어째서 저리 다급하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적탑주의 목을 베었음에도 적탑주의 몸은 아직 남아있었다.

농밀히 퍼져있는 마기와 열기로 인해 감각은 둔해져 있었고, 아리아스필도 적탑주를 쓰러뜨렸다는 생각에 옅은 방심을 품고 있었다.

휘익!

적탑주의 팔이 아리아에게 휘둘러졌다. 그저 마법사의 육탄 공격임에도 아리아스필은 본능적으로 성검으로 방어를 취했다.

카앙!

금속체와 부딪친 경질적인 소리, 마법사의 육체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소리였다.

[...그녀는 생각보다 오래 버텼나보군.]

목이 없는 시체는 그렇게 말했다.

구강도 없는 존재가 말한다는 표현은 옳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소리가 울린다는 시점에서 그걸 신경쓰는 것은 무의미했다.

“...네가 흑막이구나.”

아리아스필은 성검을 고쳐쥐며 저 꼭두각시 시체를 조종하는 인형사를 바라보았다.

마기의 농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적탑주의 화염에 섞인 마기의 본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그것은 그리 대답했다.

[...넌...]

그 존재를 보자 현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표정은 오랜만에 보는군.]

현자와 그것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탑주의 시체를 빌려 눈이 없기에 옳지는 않은 표현이었지만, 시선은 일치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구지...? 분명... 본 적이...’

레오나르도에게도 저것은 낯이 익은 존재였다.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본능적인 감각으로 저 존재에게서 익숙함이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존재는 아리아스필에게 내리찍은 팔을 치웠다.

[너무 약해졌어.]

촤악!!

이윽고 내리찍어지는 검은 손길, 드래곤의 팔이라 생각될 만큼 육중한 일격이 레오에게 날아왔다.

“...언제 봤다고 아는 척이지?”

레오나르도도 밀리지는 않았다. 부하가 온 몸으로도 전해지고 있음에도 레오의 검격은 시체의 둔중한 타격을 이겨내고 있었다.

[레오, 중심부에 있는 심장을 노려. 거기가...]

<거기가 핵이 있는 거겠죠.>

하물며 핵을 노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유리한 것은 레오 측이었다.

저 시체는 이미 죽은 마법사의 것, 근접 전투에는 맞지 않을뿐더러 이미 저 시체로는 장기간 조종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한두 번 본 사이는 아니지 않나. 그보다 용사.]

목이 없는 시체이기에 시야가 어디로 향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리아스필은 그 보이지 않는 시선이 자신에게 쏘아져 있는 감각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답지도 않은 암살은 그만두는 게 어떤가?]

뒤에서 기습하려던 아리아에게 발차기가 이어진다.

카아앙!

‘아까랑은 몸의 경도가 달라...!’

방금만 해도 성검으로 적탑주의 목을 쳐내기에 알고 있었다.

저 몸은 이미 흑마법사를 넘어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없다.

본래라면 더한 맹공도 검격으로 전부 흘려칠 수 있었지만,

화륵...!

‘...적탑주의 불꽃...?!’

도중에 화염이 뿜어져나오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콰아앙!!

추가로 꽂히는 발차기, 아리아스필은 그대로 직선 방향으로 나가떨어진다.

[이제 천천히 이야기...]

푸욱...!!

반격을 하려던 적탑주, 아니 그 존재의 심장에 레오의 검이 꽃힌다.

“...하기 싫으니까 뒈져.”

감각으로 알 수 있다.

분명 심장은 찔렀다. 오러를 주입하는 것으로 파열되고 있다.

[...이런.]

[유체 재조정... 장전 및 일점 사출!]

현자의 명령에 따라 비행하고 있던 6개의 판넬들은 차례로 적탑주의 시신을 꿰뚫었다.

양손에 두 자루, 양팔에 두 자루, 양발에 두 자루까지.

여섯 자루 모두가 시신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있다.

[...난폭한 건 둘 다 여전하군. 전투에 있어서는 항상 용사보다도 저돌적이야.]

그 존재는 가소롭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 난도질을 받아드렸다.

본인의 몸이 아닌 것은 맞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공격을 받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놀랐다. 네가 ‘그릇’과 같은 피를 지닐 줄은 상상조차 못 했거든.]

검은 돌의 도신에 적탑주의 피가 흐른다.

피라기보다는 자색 불꽃이 검을 타고 오르는 광경으로도 보였다.

“...이 자식...!”

그걸 기다릴 레오가 아니었다.

검은 돌의 도신에서 냉기가 움직인다. 서리가 끼고, 흘러내리는 혈액이 얼어붙는다.

레오의 고유 마법은 이미 냉기의 형태로 검술에 적용되었다.

‘...이대로 통째로 얼려버리는 수밖에...’

[안타깝군.]

자색 불꽃은 냉기에도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화염은 냉기마저 집어삼켰다.

‘...젠장...!’

[마법을 풀어! 그건...!]

레오의 패착은 자색 현상을 단순한 ‘화염’으로 착각했다는 점이었다.

[이미 늦었어.]

그 말대로 마법은 이미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타고 온 마나마저도 함께 흡수된다.

[...자넨 그릇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마기였다.

순수한 마기가 응축되어 화염의 형상처럼 보인 것, 평범한 오러로는 도저히 도전할 수 없는 형상이었다.

[레오...! 떨어...!]

말을 할 시간은 없었다.

마나가 떨어지자 기껏 구성한 현자의 몸이 희미해진다.

그때 현자가 본 것은 한 가지였다.

[...검은 신성력...]

레오에게서 또다시 검은 신성이 빛났다.

***

날아간 지 1초 뒤, 아리아스필은 눈을 떴다.

쇄골과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지만, 움직이는데 문제는 없었다. 통증이 심하긴 하지만, 그런 것에 어리광을 부릴 시간은 없었다.

“...하악...”

거칠게 뱉어지는 숨, 정면에는 아직 레오와 적이 대치하고 있다.

찌르고 있는 쪽은 레오, 적탑주의 시신을 그대로 관통하고 있었다. 분명 레오가 유리한 상황에서도 아리아스필은 긴장에 감각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저건...”

그런 레오를 뒤덮은 것은 검은 신성력이었다.

‘...왜 지금...!’

왜 지금 다시 폭주한 것인가.

만약 지금, 마탑주가 제 몸을 못 가누는 이 상황에서,

검은 신성이 폭주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생존은 보장할 수 없었다.

‘할 수 있을까...’

지금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오빠도 부상으로 쓰러졌고, 에일린도 치료로 마나가 고갈됐을 것이다.

지금 레오를 막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후...”

망설일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온 목적은 레오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였다.

레오를 살릴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었다.

몸이 앞쪽으로 구부러지며, 도약음의 시작으로 돌진이 이어진다.

중요한 부분은 레오에게 신성력을 때려넣는 것, 저 적탑주의 시신을 날려버리는 것.

이 두 가지였다.

서걱

아리아스필이 먼저 벤 것은 레오의 검.

레오와 저 존재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고정된 검을 빼내었다.

적탑주와 계속 이어져 있는 건, 분명 저 폭주와도 연관이 있을 게 분명했다.

[...아, 이건... 예상 밖이로군.]

분명 그 존재는 당황했다. 저 말투는 덤덤했지만, 언어에서 감정이 드러났다.

놓치지 않는다. 저 존재를 소멸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말...! 욱...!]

아리아스필의 성검이 시신을 난도질한다. 하지만 그 맹공은 이내 허무감 아래로 느려진다.

‘...비었어?’

저 시신 안에는 이미 존재가 비어져 있다.

신성에 정화되는 마기는 잔여물 뿐, 영혼을 베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마기가...’

아리아스필은 용사로서 알고 있다.

이곳의 마기는 짙었다. 마인이 있기 때문이다.

잔여된 마기가 아닌, 마인과 흑마법사에게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진한 마기가 폐부로 느껴졌다.

그랬기에 시신을 먼저 공격했다.

마기의 근원이 그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아리아스필은 그 존재를 제압하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

“...안 돼.”

하지만 아리아스필은 깨달았다.

“안 된다고...!”

깨닫고 말았다.

“...으...으르...르크...”

레오에게서 나오는 마기였다.

검은 신성력이 마기를 집어삼켰다.

“...레오...!”

“...크아아아아...”

레오가 마인으로 되어간다.

검은 신성 사이마다 농밀한 마기가 뿜어져 나온다.

분명 적탑주의 마기와 저 존재의 마기가 지니고 있던 마기였다.

‘...마기를 흡수한 거야?’

그뿐이 아니었다. 주변의 불꽃에 잔류한 마기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마기들도 레오의 몸에 흡수되어간다.

마치 무공을 연마할 때, 공기 중에 있는 마나 입자를 흡수하는 것처럼 레오의 몸에 마기가 빨아드려진다.

“켈록....크아...악..아악...!”

레오는 이내 머리를 쥐어싸매며 몸을 흔든다. 파괴적인 충동이 레오를 천천히 타고 올랐다. 필사적으로 막아내려고 해도 울리는 것은 비명 뿐이었다.

레오의 머릿발은 점점 하얗게 물들었으며 눈에는 마기가 서려 보랏빛으로 빛났다.

퍼지는 마기는 독기를 품고 있다.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감각.

“...내가...”

그럼에도 아리아가 해결해야했다.

용사로서가 아니라, 레오를 사랑하는 이로서.

“내가 해야 해...!”

결단은 끝마쳤다.

성검의 빛이 타오르며 주변의 마기를 정화해내었다. 작은 태양이 밤의 그림자를 밀어내는 듯한 광경, 이윽고 태양이 향한 곳은 깊은 심연 속이었다.

“크헉...!”

성검이 레오의 배에 꽂힌다. 공격처럼 보이지만 목적은 치료였다.

레오는 마인이 돼가는 것이지 마인이 된 것은 아니다.

저번처럼 신성을 때려넣는다면 마기만큼은 정화하고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커흡...”

아리아스필의 입가에서 각혈이 흐른다.

레오나르도의 마기는 아리아에게도 고통을 준다.

하물며 지금은 없는 신성까지도 짜내어 레오의 때려박고 있는 상황.

결심한 대로 목숨을 내던질 각오는 마친 뒤였다.

“...허억...”

아리아스필의 숨이 거칠어진다. 시야는 흐려진다.

‘...이런 식으로 죽는 거야?’

레오와 마음을 확인한 지 아직 하루도 안 되었는데?

아직 연인이 된 것도, 결혼을 한 것도 아닌 데.

“...켈록...”

억울함이 피와 함께 토해진다.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레오의 마기를 지워내는 것이 한계였다.

“...안 돼...!"

아리아스필은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방법도, 여지가 없었다.

생명력을 다 짜낸다고 해도 될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결국 너도 무능력하네.]

생각한 순간, 성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이 성검으로 팔린 찰나,

“...당신은...?"

아리아스필이 다시 앞을 보았을 때에는 처음 보는 이가 서 있었다.

주변의 배경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마치 라인하르트의 본가 저택을 보는 것 같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녹이 뚝뚝 서려진 검은 중갑을 두른 이, 중간마다 그려진 붉은 녹은 피가 고여 굳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모든 시간을 적의 처형과 장례에 치른 기사가 입을 법한 갑주였다.

[용사. 너보다 먼저 이 성검을 다뤘던 기사.]

그 기사는 그리 답했다. 마치 기계가 답하는 듯한 딱딱한 목소리였다.

[루벤 라인하르트다.]

투구 속에서 보이는 푸른 눈은 아리아와 같은 빛깔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근 연재가 불안정해서 죄송합니다.

간에 대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더군요.

본래라면 이틀 전에 연재했어야했는데, 검사 이후 통증 때문에 응급실에 가서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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