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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66화 (166/248)

폐저택의 부근에선 격전이 이어졌다. 폐저택 부근이라는 표현이 우습긴 했다. 이미 폐저택을 포함한 숲의 3분의 1은 모두 황야로 갈아엎어졌다.

“...에일린과 리오스인가?”

적탑주는 쏟아지는 강우에도 멍하니 먹구름이 끼어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는 4서클 화염 마법 정도는 10초 안에 진압할 정도로 억센 빗줄기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 있을 만하군.”

이곳에는 리오스의 고유 마법이 공격으로 적용되는 범위가 아니었지만, 폭우의 수분만으로도 화염의 열기는 진압되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연사하는 화염구의 크기조차 빗줄기에 젖어 사그라들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화염 마법의 사용은 가능했지만 계속해서 강수가 지속된다면 화염 마법의 대부분이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마 멀찍이 떨어진 이곳조차 이정도 위력이라면 마법 시전의 중심부인 마탑에는 기상이변 수준의 폭우가 내리고 있을 터.

기껏 풀어둔 실험 실패작들은 리오스의 고유 마법에 직접적인 공격을 받아 모두 정리되었을 것이다.

“...어째서지?”

몇 번의 공격과 방어가 오가는 동안 이어진 침묵을 깬 질문이었다.

말을 꺼낸 레오나르도의 눈엔 생기라고는 한 줌도 남지 않았다.

눈가에 짙게 깃든 배신감은 언제라도 눈앞의 원수의 살점을 토막낼 각오를 보이고 있었다.

증오의 열기로 빗물이 증발한다 착각할 정도로 붉은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당신이 배신을 한 거냐고!!”

도저히 일갈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마탑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었기 느낄 수 있었던 배신감에 대한 일갈이었다.

실질적으로 가진 유대감은 없었지만, 같은 마법사로서 그녀를 공경하는 마음만큼은 존재했다.

마탑주라는 직책은 그저 비리나 부정만으로 올라갈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을 현자조차 인정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진상이 밝혀진 현재, 레오나르도는 가증스럽게 배신감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라...”

적탑주는 그런 레오나르도의 일갈에 진심으로 대답하고 싶은 것인지, 턱을 쓸으며 진심으로 생각하는 시늉을 내보였다.

지나칠 정도로 자연스러워 조롱으로조차 안 보일 행동이었다.

“그건 너의 부모를 실험한 것 말하는가? 아니면 흡혈귀와 협력한 것 말하는 건가?”

그 한 마디에 레오나르도의 눈에 살기가 깃든다.

아리아스필마저 분노한 나머지 검의 손잡이에서 마찰음이 울릴 만큼 성검을 쥐어들었다.

“자네가 착각하는 게 한 가지 있는 것 같군.”

그런 둘의 반응에도 적탑주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반성을 하는 것도, 하물며 조롱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학생에게 틀린 사실을 정정해주는 교수처럼, 태연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그 시체가 어머니라는 것은 나도, 흡혈귀 측도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네.”

레오나르도도, 아리아스필도 약간은 동요했는지 섣부르게 반응하지 않고 적탑주의 동태를 살폈다.

비가 내리는 현재, 유리하는 측은 본인들이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적탑주의 전황은 불리해질 뿐이었다.

“보아하니 자신의 부모가 어떤 이였는지조차 모르는 눈치로군? 안 그런가?”

그런 상황에서도 적탑주는 여유롭게 입을 놀리고 있었다.

눈앞의 저 청년의 존재에 대해서는 적탑주 또한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발이야. 레오. 그러니까...]

[알고 있어요.]

동요가 충분히 일어날 만한 말이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부모에 대한 진실은 각오하는 바였다.

저 년이 말하는 것이 전부 진실이라는 법도 없었다.

주절거리게 두는 편이 유리했다.

아리아스필도, 레오나르도도 제압할 공격을 갖추었다.

“그렇다면 모순적이기 짝이 없군.”

성검을 쥔 손에서는 마나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뿜어져 나온다. 그 마나는 전부 성검으로 주입된다.

아무리 강한 무기일지라도 저 용량의 마나가 들어간다면 풍선처럼 파열될 것이다.

그럼에도 저 무구가 단단하고도 강골하게 버티는 까닭은 성검이라는 특수성에 있었다.

이미 광선으로 방출될 만큼의 용량이었지만, 아리아스필은 압축에 최선을 다했다. 레오나르도와의 합을 위해서도, 저 가증스러운 마법사의 생포 때문이라도 공격 범위를 최소한으로 잡을 필요가 있었다.

검격 한 번이면 베리어를 몇 겹으로 놓든 동시에 뚫려 급소 부위를 날려버릴 것이다.

“필히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은 자네의 모친이 자네가 평범한 삶을 살라는 의미로 숨긴 것일 텐데.”

나불대는 적탑주에게도 마법이 연성되고 있다. 화염 마법처럼 보이는 마법진이지만 레오나르도는 알고 있었다.

저 마법은 고열의 전격 마법이었다.

아마 노리는 것은 성검의 신성 광선과의 상쇄와 동시에 비를 이용한 감전 범위 증가.

폭발 마법에 또한 정통한 그녀였기에 낼 수 있었는 선택지였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가족이 상봉해서야 그 노력조차 무참하지 않은가?”

귀담아들을 필요 없는 도발이었다.

레오나르도는 그에 대응할 반격을 준비했다.

준비하는 것은 무예와 마법의 아리아를 사용해 날리는 최상급의 빙결 마법.

아공간에서는 풀고르가 꺼내들어진다. 푸른 창의 도신이

현재 레오나르도가 쓸 수 있는 최속의 무구. 얇고 날카롭게 뻗어있는 창의 형태는 뇌운에서 떨어진 번개를 구체화시킨 것 같다.

풀고르의 전격을 전신에 최대 용량으로 순환시킨다. 파직거리는 전격창의 마력이 몸에 충전되듯 신경에 흘러들어온다.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듯한 감각.

평범한 기사라면 신경의 강제적 강화에 통각이 버티지 못할 것이며, 설사 버틴다 할지라도 강화된 자신의 몸에 적응하지 못해 걷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달랐다.

육체의 속력만 놓고 보자면 전성기 시절의 육체와 비등할 것이다. 오히려 강화하는 편이 레오나르도에게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검은 돌도 마찬가지로 창의 형태로 재연성되었다. 전면적인 공격은 아리아가 날릴 것이며 자신은 적탑주가 날릴 공격을 상쇄할 것이다.

“하물며 가장 완벽한 마인의 그릇의 자식이 용사의 기사라니, 보는 나조차 믿기지 않는 운명이로군그래.”

그 말이 무엇이냐 물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콰아아아아악...! 포탄이 터지는 듯한 폭음이 울려퍼진다. 아리아의 성검이 섬광을 터뜨리며 신성의 광명을 내뿜는다.

순간적으로 마나가 아니라, 하나의 빛으로 착각할 만한 속도.

적탑주조차 반응이 늦어 또 다시 공격을 몸에 허용할 정도였다.

콰자자자자작...! 반 박자 늦게나마 이어지는 뇌폭의 반격.

신성만으로 몸이 그을 리기는 했지만 뇌전의 반격은 유효했다. 이미 에너지의 분출만으로 주변에 있는 비들은 증발과 동시에 전류를 분출하게 되었다.

신성의 광선과 마법의 번개는 서로를 부딪치며 상쇄해나갔다.

차이가 있다면 전격을 사용한 적탑주 측이 현 상황에서는 더 유리했다는 점이었다. 이미 전류는 퍼져 다시 한번 아리아와 레오에게 폭발할 예정이었다.

꽈드드드득...

그 빙결의 소리가 잔류한 전류의 폭발을 저지했다. 레오나르도의 쌍창은 빙설의 냉기를 두른 채로 주변에 있는 전류를 저지했다.

수분이 어는 것만으로도 전류는 제 힘을 잃고 그대로 힘없이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뇌격의 열기 또한 빙결의 창격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빠르군.’

적탑주는 화수분과 같이 끝없던 수다가 이 순간만큼은 조용해졌다. 그녀에게는 창격을 일이 피할 만한 운동 능력은 없다.

마법사이기에 어쩔 수 없는 단점이었다. 하지만 그건 충분히 버텨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공간 도약이 일어나며 그녀는 창격이 닿지 않는 범위로 몸을 옮긴다. 순간이동의 속도와 좌표 위치 선정 모두 레오나르도도, 리오스조차 상회한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도 그것을 순순히 지켜보지는 않았다. 창격을 사용하고 있으나 레오나르도 또한 상급에 위치한 마법사.

단기 공간 도약 정도야 술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즉시 이동 위치를 계산해낼 수 있었다.

“왜 다시 한번 떠들어보지 그래? 고문실에서 떠들 목청 아끼는 건가?”

레오나르도는 점점 다급해지는 적탑주의 블링크를 보며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 이미 그녀는 입조차 고속 영창에 집중해야할 정도로 창격에 몰려있었다.

“아니, 자네를 불사를 마법을 준비 중이었지.”

그녀도 몰려있지만 않았다. 시전하고 있던 마법은 바람 계열, 주변에 수분을 덩어리의 형태로 압축해내고 있었다.

단순한 구형으로 압축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 물은 화염 마법의 열기로 열탕이 되어 있었다.

즉각적으로 완성되었음에도 그 형상을 보자 레오나르도는 그게 어떤 현상을 노리고 조립한 마법인지 이해했다.

‘...수증기 폭발...!’

“이미 늦었네.”

액체는 고열의 기체로 승화되며 백색의 폭발을 일으켰다. 고압화가 진행되고 일순에 떠뜨려진 증기는 일반적인 화염 폭발을 상회했다.

폭발로 남아있던 폐저택의 잔재가 사라진다.

“...후...”

적탑주는 마지막 공간 도약을 마치며 자욱하게 퍼진 수증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은 엄연히 인간의 범주에 있었다.

저 폭발에 말려든다면 그녀 본인도 자멸할 위험이 있었다.

적탑주의 눈 앞에는 자욱한 수증기 안개가 보였다.

“...혹시 모르니 추가적으로 폭발을...”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최아악!

“...이미 늦었어.”

폭발을 일으킨 적탑주에게 응수하듯 내뱉은 말, 아리아스필은 수증기 속을 돌파하며 적탑주 제인의 복부를 베었다.

베리어 때문에 얕았지만 베인 감각은 있었다. 아리아의 광선과 레오의 창격으로 여유분의 방어막들은 모두 소진했다.

‘...레오나르도는...’

휘이이이익... 그 소리에 적탑주의 시선은 이윽고 위쪽을 향하게 되었다.

던지기 제10형 투(投) 조준 투척

퍼억!!

“...!!”

적탑주의 손이 그대로 풀고르의 뇌창에 꿰뚤어진다. 그대로 나아간 방향은 거대한 바위, 풀고르는 적탑주의 손을 꿰뚫은 채로 바위에 박혀있었다.

전류가 온몸에 감돌며 몸을 마비시킨다. 제대로 된 마법식을 짤 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파직, 무색의 섬광이 낙뢰처럼 번뜩였다. 그 자리로 떨어진 것은 레오나르도 본인.

찌르기 제5형 충(衝) 정면 찌르기

이번에는 검은 돌로 만들어진 창이 적탑주의 반대손을 꿰뚫어 찔러넣었다.

양팔은 창으로 완전히 고정되었고, 그 창을 쥐고 있는 것은 레오나르도였다.

“...이제 끝났어. 제인 나르샤.”

아리아스필은 그렇게 포박된 제인을 바라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양팔을 찌른 것만으로도 그녀는 잔재주를 부릴 수도 없었고, 풀고르에서 흘러나오는 공격적인 전류는 그녀의 몸을 완벽히 마비시키고 있었다.

저 상태에서는 아까와 같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강우도 거세졌다.

완벽한 승리였다.

“...당신, 왜 도주하는데 집중하지 않았지?”

격렬한 전투 끝에 얻은 승리였지만, 레오나르도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그녀를 구속하고 있었다.

본래 레오가 예상했던 배신자의 행동은 도주가 중심이었다.

아무리 괴인을 뿌리고, 혼란을 일으켜도 유리한 것은 레오 측이었다.

남은 마탑주들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을뿐더러, 설사 추가적인 배신자나 지원군이 있다해도 마탑에도 그에 비등한 전력이 있을 터.

전투에 관해 판단력이 높은 그녀를 고려하면 도주를 하는 것이 제일 신빙성 있는 선택지였다.

그랬기에 지금 그녀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그건 너무 바보 같은 질문 아닌가?”

처음으로 그녀는 레오나르도에게 조소를 표했다.

그녀의 몸에서 점점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었다.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마법 술식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오러와 같이 순환되는 형태의 마나도 아니었다.

“레오!! 위험해!!”

아리아스필은 그대로 레오나르도를 붙잡은 채로 달려갔다. 레오나르도의 손은 그대로 양쪽의 창을 뽑은 채로 딸라나가듯 자리를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아리아의 행동이 어떤 원리에서 나왔는지는 알 수 있었다.

‘...자폭...!’

적탑주의 육체 형태는 작은 거성을 이루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부풀어 있었다. 이미 사망했다고 착각할 만큼 마나의 열기는 팽창해 있었다.

아리아스필이 민첩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속도에도 한계는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급히 검은 돌의 창을 재형성해서 물리적인 보호막을 형성했다.

“어...?”

이때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그리고 보호막이 완전히 아리아스필과 자신을 감쌀 찰나.

레오나르도는 지나친 위화감을 또다시 느꼈다.

‘...적탑주의 마나가 한 명 더...’

적탑주 제인 나르샤가 한 명 더 있는 것 같다는 위화감이.

위화감을 확인할 새도 없이 자폭의 기둥이 뇌운의 창공을 꿰뚫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상황이 너무 무거운 나머지, 뭐라 드립을 치지 못하겠군요.

괜히 드립을 쳤다가 후기가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으면...

어...음...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그리고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몸이 계속 아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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