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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65화 (165/248)

레오나르도 일행과 적탑주가 조우하기 몇 분 전.

[...찾아냈어요.]

아인과의 시야 공유를 끝낸 레오나르도는 텔레파시로 상황을 공유했다.

[누구지? 지금 청탑주는 내 시야에 있으니...]

[적탑주입니다.]

적탑주라는 말에 정적이 흘렀다.

그 보고는 현재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가장 상정하지 않았던 최악이로군.]

[어째서... 적탑주님이...]

다들 믿기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배신에 있어 가장 목적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인물이 적탑주였고, 상대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인물이 제인 나르샤였다.

[괜찮습니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그럼 폐저택을 향해...]

계획대로 레오나르도와 아리아스필이 마탑을 벗어나려던 순간,

“끄아아아아악!!”

떠나려던 마탑의 광장에서 큰 비명이 울렸다. 상황적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살려줘!! 괴물이...!!”

“제발...! 끄아아악!!”

비명과 괴성이 각각의 마탑마다 끊이지 않고 울렸다.

피부를 사포로 긁는 듯한 열기,

코끝에 흐르는 혈향,

그리고 시야에 보이는...

“그워어어어어...!”

“...괴물...?!”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되, 사람의 외모를 지니지 않은 괴물.

백색의 피부를 지니고, 맹수와 같은 어금니를 지닌 비대한 괴인이 민간인들을 향해 돌진했다.

“왜...! 이런 괴물이...!”

아리아의 성검이 백색의 괴인을 목을 쳤다. 예전에도 마탑에선 이런 경험이 있었다.

“...점토사 때의 괴물하고 비슷해...! 이건...”

베어낸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인간으로 만들어진 괴물, 멋대로 헤집어져 변형된 실험체였다.

“...이미 마탑 전체에 뿌려진 것 같습니다...! 어느 사이에...!”

레오나르도도 광장에 있는 괴인들을 검으로 베어낸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발록을 능가할 만한 강적, 상대하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대규모 기술을 사용해 일소하면 빠르게 끝낼 수 있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얼른 대피하세요...!!”

“...사람이 너무 많아...!”

지금 마탑 내에 있는 이 중에 민간인이 너무 많았다. 성검으로 광선을 날리거나, [무예와 마법의 아리아]로 대규모 공격을 사용하면 민간인들도 한번에 죽을 것이다.

[...선배!! 괜찮으십니까?! 지금 이곳에도 괴인이...!]

[당장 경보부터 울려!! 각각 에리어마다 경비를 추가하고!!]

텔레파시가 연결되자마자 레오나르도는 불호령으로 후배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브라이언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은 마탑 내의 최대 위기였다.

현재는 축제로 인해 외부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왔다. 라인하르트의 연회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마탑 내부에 들어차있었다는 의미였다.

그것도 위기 상황과 전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이 말이다.

‘...지금 이럴 시간도 없는데...!’

지금 저 괴인들에게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아인은 적탑주에게 직접 공격당하고 있을 것이다.

당하는 것은 초 단위의 시간 문제, 한시라도 빨리 가지 않으면 아인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었다.

“크루아아아!!”

“젠장!! 수가...!”

하지만 괴인들의 수도, 피해자들의 수도 끊이지 않고 비례해 늘어났다.

마탑의 마법사인 레오나르도도, 모두를 구할 용사인 아리아스필도 이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초조한 소탕이 무력하게 이어질 때,

[아이스 블레이드]

[아이스 랜스]

[아이스 할버드]

얼음의 병장기들이 발리스타에 발사되듯 괴인을 향해 투척되었다. 스스로의 의지를 지닌 것처럼 얼음의 무구들을 곡선과 직선의 움직임을 내보이며 적들을 도륙해내었다.

“늦어서 미안해!! 아우들!!”

마탑 옆의 작은 첨탑 지붕에 서있는 리오스는 유쾌한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오빠!!”

“리오스 님!!”

평소 그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아리아스필마저 리오스의 증원에는 밝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파지지직!!

이번에는 전격이 흘렀다. 순수한 전격이 아닌, 전격으로 신체를 강화시킨 인간이 중심으로 뛰어들며 민간인들을 대피시켰다.

동시에 자신의 선배에게 배운 기술대로 지면에 박힌 얼음의 병장기를 차례로 사용해 괴인들에게 견제 공격을 사용했다.

“선배!! 증원하러 왔습니다!!”

오브라이언이었다. 외부와의 연락이 이미 끝내놓았기에 이제 직접 지원하는 것에 전념해도 되었다.

“에일린 님!!”

“알았다!”

이번에는 에일린이 나섰다.

민간인들은 모두 안전한 곳에 피난시켰다.

복잡한 계산 없이 대형 마법을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대량 살상에 적합한 화염 마법이 차례로 지면에 때려박힌다. 폭발이 울리며 화염이 타올라 괴인들의 육체를 완전히 소각했다.

“으워어어어...!”

하지만 괴인들의 수는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외부 광장은 몰라도 건물 내에도 이미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이런...!”

“레오!! 아리아!! 여긴 우리가 맡을게! 너흰 아인이를 구하러 가!!”

건물 정문과 창문으로 나오는 괴인들을 순차적으로 얼음 마법으로 날려버리는 리오스는 마탑 바깥으로 나갈 길을 터주었다.

“...하지만...!”

말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레오나르도의 눈을 보자 알 수 있었다.

망설임 따위나 걱정은 사치스러운 상황이라는 걸, 아리아스필도 깨닫고 있었다.

지금 해야할 일은 맡은 일을 수행하는 것 뿐이었다.

“...알겠어!!”

“...가죠!!”

아리아스필과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면에 있는 괴인들을 해치우곤, 민첩히 튀어올라 마탑 정문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이제...”

리오스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건물 내부를 포함한 마탑 외곽까지 괴인들이 포진되어 있는 상황.

마탑주 수준의 광역기가 발현되지라도 않는 이상 사상자 없이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협동할 건데, 너무 싫은 표정 하지 맙시다?”

“입 다물어라. 다른 때였으면 너 같은 푼수와 말을 섞지도 않았을 테니까.”

이 자리에 있는 두 마법사는 전투에 한해서는 마탑주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표정을 푸는 것도 쉽진 않겠지만요.”

농이 섞여있는 어투를 집어넣은 채 리오스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한시가 늦으면 한 사람이 더 많이 죽는 상황.

점토사가 출현했던 당시와 다를 바가 없는 지옥도가 이어진다.

“...시작하지. 리오스 라인하르트.”

그렇기에 해결할 방법은 당시와 일치했다.

에일린의 대형 지팡이의 수정이 번개와 같은 빛이 뿜어냈다. 템페리우스의 차기 당주인 그녀다운 고압적인 마력이 기류를 뒤흔든다.

‘이런 식으로 고유 마법을 사용한다라...’

그녀의 고유 마법은 [템페스트(Tempest)]

특기인 바람 계열의 마법을 극한으로 증폭하고 응용시킨 기후 조작 마법.

그 자체로도 충분히 학문적으로도, 병기적으로도 강한 마법이었지만, 이 기술은 직접적인 살상에 적합하지 않았다.

기후를 조작하는 것 자체는 이론적으로 위협적이었으나, 대자연을 잠시라도 발아래에 두는 것은 에일린 템페리우스랄지라도 지나친 연비 낭비였다.

그게 광역 기술이 필요한 현 상황일지라도, [템페스트]로는 적들만 핀포인트로 찝어내어 공격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협력 상대가 리오스인 걸을 제외하면 최고의 수로군. 영입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 상황만큼은 달랐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폭풍이 휘몰아치며 구름이 한 방향으로 서서히 응축되어간다. 구름이 먹색으로 물들고는 있지만, 급하게 물을 조종할 마력의 씨를 던져넣어서는 일을 그르친다.

오브라이언과 다른 마도 처형자들이 벌고 있는 시간을 헛되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지금!’

리오스의 지팡이에 작은 덩어리가 응축된다. 지금 들고 있는 지팡이는 현자가 마탑에 남긴 유산 중 하나인 현자의 지팡이, 효과 자체는 단순하다.

‘...마탑 전체로...’

마법의 술식 고속화 그리고 범위 증가.

이 두 가지만으로도 마법 하나하나의 격은 극단적으로 상승한다.

‘...이해 종료...’

에일린의 고유 마법 이해는 끝났다. 먹구름에는 고유 마법의 술식이 퍼져 뿌리를 내렸다.

‘...파악 완료...’

마탑의 범위 파악, 적과 아군의 파악은 마나가 섞여 쏟아지는 비를 통해 끝났다. 10초만 더 있다면 비의 강수량을 3배로 더 늘릴 수 있었다.

‘...술식 정립...’

마법의 술식은 두 가지.

수분을 흡수한 적들의 체내를 붕괴시키기 위한 술식, 그리고 외부에 있는 부상자들과 민간인들을 치료하기 위한 응급처치의 술식.

수분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광역 형태로 두 가지의 마법 효과를 발현할 수 있었다.

“마법 사출 시작...!”

먹구름에서 내리던 빗줄기가 거세진다.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물방울의 안개가 마탑 전체에 감싼다.

“...몸이... 아물고 있어...”

루미네와 협공을 썼던 것처럼 성수와 같이 월등한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출혈을 막는 정도로 비의 액체 성분을 조절하는 것은 가능했다.

“분수대 쪽으로 사람을 모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오브라이언은 아예 치료받을 수 없는 잔류 부상자를 모두 분수대 둔치에 두었다.

리오스가 아무리 세밀한 조절을 한다고 해도 지금 벌이는 공격을 병행하며 특기도 아닌 치료 마법의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크루어어...아아아...!”

이 고유 마법의 합작은 치료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콰뜨드드득...!

괴인들의 몸이 점차 뒤틀리며 팽창해 쓰러졌다. 체내에 있는 수분은 모두 점차 상태를 변화시키며 몸의 내부를 뒤틀어놓았다.

퍼엉...!하고 살점의 폭주이 지면에서 터뜨려진다. 괴인들만 골라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이어졌다. 살점조차 수분이 모두 기화되고 자갈과 같은 형태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탑주들이 나설 것도 없이 이미 외부에 있는 모든 괴인들은 일소되었다.

“...정리는 다 된 것 같군.”

살점과 핏물로 아예 바닥이 본래 색을 못 찾아볼 정도로 붉게 물들자 에일린은 리오스에게 마나 포션을 던져주었다.

“먹어둬라. 조금이라도 오래 유지해야 유리하니까.”

지금 이 상황에 승패를 쥔 것은 리오스였다. 이 소나기를 조금이라도 오래 유지하는 것이 괴인 견제는 물론, 적탑주의 주특기인 화염 마법을 견제하는데도 유용했다.

“...주사기로 주고 먹으라는 건?”

포션이 담은 병이 주사기 형태였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말이다.

“남는 게 그것밖에 없군. 안타깝게 됐어.”

“...너무하네... 레오한테는 잘만 하면서 나한테만 그런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리오스는 주사기를 찌르는 대신, 주사기의 뚜껑을 열어 입에 털어넣었다.

“...이제 내부만 정리하면...”

[리오스 선배. 지금 내부에서 잔류한 인원이 파악되었습니다.]

때마침, 오브의 목소리가 전음으로 울린다. 침착하면서도 절망감이 무겁게 내리앉은 낮은 목소리로 전음은 울려퍼졌다.

이윽고 전음에서는 구출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들이 차례로 마탑에 남은 인물들에게 호명되었다.

이리나 리테이, 라니엘 이반시아... 낯선 이름들이 차례로 호명되는 와중,

[오브, 왜 그래? 전음이 끊겼어.]

[...아...]

침을 삼킨 듯한 뜸이 이어지며, 오브라이언은 끝까지 이름을 호명했다.

[...황자 레굴루스 펜드래곤님 그리고 아메리 에스프... 이 두 분이 마지막입니다.]

아메리라는 이름에 리오스의 표정은 차갑게 식는다.

냉정한 판단이 어려울 무렵,

콰아아아아아앙!!

폐저택 방향에서는 거대한 폭발이 기둥 형태를 이루며 치솟았다.

구름마저 가를 정도의 화력이 리오스의 감각에 불안을 심어주었다.

자신의 판단 하에, 사랑하는 이들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깊게도 베여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랜만입니다. 긴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설날 동안 글을 잘 쓰라는 덕담을 받았고, (친척을 포함한) 가족 사이에 비밀 따윈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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