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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64화 (164/248)

마법사 중 최강을 논한다면 누구를 말할까.

물론 단연 1위는 현자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를 전설 속의 인물로서 생각하기에 선택지에 넣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강한 마법사는 누구일까.

후보는 많지만 마법사 본인들은 대표적으로 한 사람을 꼽을 것이다.

‘...적탑주 제인 나르샤.’

적탑은 본디 마법의 힘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탑.

모든 마법을 전투에 연관 지어 개발하는 학문적 전사.

전투 마법에 한해서는 그녀보다 정통한 이는 현존하지 않았다.

‘...최악이다.’

아인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렇게 생각했다.

본래 아인이 예상한 인물은 백탑주 혹은 청탑주였다.

자신을 해부하는데 동의했던 이들이 그 둘이었으며, 동시에 키메라 제작에 능숙할 만한 마탑주들은 그 둘이 적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탑주만큼은 적으로서 만나고 싶지 않았다.

화륵...

옷깃에 묻어있던 작은 불씨들이 꺼지지 않는다. 아무리 주변을 구르고 뛰어다녀도 불씨는 줄어들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남은 불씨도 조심해야지? 안 그런가?”

딱,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퍼어어엉!!

화염이 몰아친다. 열기 자체는 로브의 특성으로 막아낼 수 있었지만 폭발의 충격을 경감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낙법을...!’

인간의 몸으로 하는 전투법은 레오나르도에게 기초적으로 단련되어 있다.

설사 그게 렌의 모습이라 해도 낙법 정도를 취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상하군. 아무리 너희들에게 마나를 무효화하는 성질이 있다 해도 방금 그건 마법이 아닌 물리적인 화염일 텐데.”

아인도 알고 있었다.

적탑주가 처음 사용했던 화염은 마법이지만, 지금 것은 바람 마법을 응용한 폭발 기술.

잔류한 열기에 먼지를 바람을 도화선 삼아 폭발시키는 응용기였다.

시작은 마법이었어도 마지막은 진짜 불꽃이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었나?”

사실에 근접한 추측에도 아인은 동요하지 않았다.

일부러 말을 장황하게 내뱉는 까닭은 자신을 동요시켜 정체를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니까.

지금 할 일은 동요도, 적탑주와 교전도 아니다.

“...후...”

짧게 내쉰 숨, 0.1초 뒤에 이어질 전력질주를 위해서라도 산소를 아껴야했다.

지금부터 아인은 이 저택 주변을 최대한 뛰어다니며 적탑주와 시간을 끌 것이다.

레오나르도와 아리아스필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으니, 최소 2분만 버티면 해결되는 싸움이다.

“이거 계속 내 쪽에서만 이야기하니 민망하군. 다른 사람이 오는 걸 기대하고 싶지만...”

적탑주가 웃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 때문에 그럴 일은 없겠군.”

끄아아아악!!

공기가 찢어지는 것과 같은 육성, 귀가 있다면 그게 사람 목소리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원군이 자네에게만 있을 거라 생각했나?”

“[...현재 마탑 내에 원인불명의 괴인 출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마탑 내에 원인불명의 괴인 출...!]”

마탑에서 울리는 급박한 목소리의 경보음, 그 소리의 두절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인은 식어가는 땀을 흘리며 깨달을 수 있었다.

“한눈을 팔면 쓰나?”

퍼엉!!

속사에 가까운 화염 폭발, 아인은 급히 달려 폭발을 회피했다.

주변지형이 뒤틀릴 정도의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저택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아갔다.

‘...연기가 자욱해서 앞이...’

연기가 자욱해서 시야가 가려진다. 열기로 인해 망막에 통각이 전달된다. 통각에 두려움이 없다고 해도 이 이상 눈을 떴다가는 시력 자체를 장시간 못 쓸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쿨럭...”

가장 큰 문제는 폭발에도, 시야에도 있지 않았다.

‘...몸이 안 움직여... 산소가...’

손끝이 떨리며 다리의 감각이 무뎌진다. 뛰기는커녕 서는 것조차 어려워 몸이 널부러진다.

그렇게 쓰러진 아인을 바라보며 적탑주는 장황하고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을 테지. 주변에 있는 모든 산소를 연소시켰거든.”

아까의 폭발과 불꽃으로 공기 중에 있던 깨끗한 산소는 모두 소각되었다.

고의적으로 바람 마법으로 산소를 본인의 중심과 화염 쪽으로 집중적으로 모았기에 아인에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오호, 타입 디아트을 직접 미끼에 쓰다니.”

산소 부족으로 아인의 모습은 기본 형태로 되돌아갔다. 그건 다른 동물로 변형해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감싸더니 레오나르도도 냉혹한 면모가 있군그래. 결국은 사역마라는...”

퍼억...!!

조소가 이어지기도 전에 아인의 주먹이 적탑주의 안면에 적중했다.

퍼엉...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산소가 돌아온다. 적탑주의 몸을 감싸고 있던 공기막이 터져 주변에 흘러나온 것이었다.

“...멋대로 지껄이지 마.”

덕분에 호흡이 가능해지자 아인은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한 짓거리 때문에...”

머리가 뜨겁다.

연기나 외부의 열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신이 한 짓 때문에 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나 해?!”

처음으로 감정만으로 감각이 뒤집어진다.

자신의 아버지의 행복했던 유년기가 저 인간 때문에 무너졌다.

그런 이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존칭에 경어를 사용하다니.

배신감에 부아가 끓어넘치고 오장육부를 인두로 지지는 것 같다.

“...허...”

정작 적탑주 본인은 죄악감도, 조소도 표하지 않았다. 마치 유리통 속에 들어있는 실험쥐가 특수한 행동을 보여 흥미를 보이는 학자와 같은 표정을 보일 뿐이었다.

“안다고는 대답 못하겠군. 그렇게 감성적이지는 않아서. 그보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판단할 줄 알게 된다니, 사념을 연결함으로써 감정을 학습한 건가? 놀랍군!”

아인은 저 불쾌한 태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의 자신처럼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하물며 마인처럼 포악한 감성으로 본인의 잘못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무관심

흥미가 없는 일이었기에 관심이 없었다.

“...알겠다. 이제 됐어.”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늑대 형태로 된 발톱을 휘둘렀다.

화르르륵...

“하지만 그게 이점이 되어주지는 않는군.”

지면에는 이미 화염 기둥의 마법진이 완성된 뒤였다. 점화가 되는 것을 보자, 아까의 말이 의도적인 도발이었음을 아인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콰앙!!

짧은 폭발이었지만 적탑주는 직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늦었군그래. 미끼가 그렇게 소중하지 않았나?”

아까의 폭발은 적중하지 않았다. 맨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지금 주변에 느껴지는 마법은 폭발을 회피시킨 자가 누구인지 예상시켜주고 있었다.

“...괜찮니? 아인아?”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아인은 질끈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게 되었다.

“...아빠...”

피가 제법 묻어있는 옷차림으로 레오나르도는 아인을 감싸안고 있었다. 위기 상황이었지만 아인은 레오의 등장에 감정이 안심되는 것을 느꼈다.

“...죄송해요... 냉정해야했었는데...”

“...괜찮아. 들어가 쉬고 있어.”

레오나르도는 급히 아인을 아공간 망토에 넣어 보호했다. 아공간 망토에도 방호 마법이 내장되어 있기에 다른 곳으로 피난시키는 것보다 안전한 선택지였다.

“레오나르도, 자네를 직접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

“아가리 여물어. 이야기는 고문실에 가서나 해.”

아인이 들어가자마자 레오나르도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기류가 뒤바뀌었다. 계속해서 여유롭게 있던 적탑주도 일순 경직될 정도로 살기가 지독히 퍼져있었다.

“...이거 너무하는군.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함께 마법의 학문을 갈고 닦는...”

“질까봐 말하는 사이사이에 영창 처넣는 건 여전하네. 왜? 후달리냐?”

아인과 대치할 때부터 적탑주는 말하는 중간마다 화염 마법의 영창을 섞어놓았다.

아인에게는 초고속으로 마법진이 구성이 되고 상급 마법이 발현된 것처럼 보였겠지만, 레오나르도에게는 지나치게 뻔하고 전형적인 행동일 뿐이었다.

“...마법사는 냉정해야하는 법이니 말이네.”

이윽고 지면이 불타오른다. 끼워넣은 영창은 부족했지만 마법진은 이미 구성된 지 오래였다.

허공에 도화선이 그려진 것처럼 다섯 갈래의 불꽃이 레오에게 다양한 각도로 휘면서 화염 기둥을 날렸다.

‘...유도탄 형태라면...’

레오나르도는 즉각적으로 폭렬의 도끼를 들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맞불을 놓듯 화염에 폭발로 대응했다.

도화선이 되는 마법이 있는 구간에 먼저 점화를 하는 것으로 유도하는 마법을 제거한 것이었다.

‘...빠르군.’

레오나르도의 반대손에는 이미 검은 돌의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횡으로 그어지는 흑색의 검격, 마법사의 육체 능력으로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화르륵...

그녀의 몸은 살아있는 화염처럼 갈라졌다. 이윽고 아예 화염의 정령처럼 전신이 화염으로 뒤덮이더니 연이어 휘둘러지는 검격을 통과해내었다.

“프로즌 블리자드.”

무예와 마법의 아리아는 이미 검격에 적용되어 있었다. 영창과 함께 울리는 발동되는 것은 빙결의 마법, 화염으로 변한 몸에는 냉기가 뒤덮인다.

[...역시 대응이 빨라. 이래서 자네를 적탑에 초빙하고 싶었는데.]

화염의 역풍이 냉기를 공중으로 밀어낸다. 수증기가 일며 팽창의 폭발이 레오나르도를 밀어낸다.

이윽고 다시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간 적탑주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하지만 상성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모닥불에 물 한 컵 붓는다고 해결되는지는 않잖...”

적탑주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측면에 보이는 별빛과 같은 섬광에 여유를 보이며 도발할 시간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콰과가가가가각!!!

섬광이 궤도에 있는 모든 것을 소각시킨다. 지면은 물론, 나무들과 폐저택 그 자체를 아예 신성의 검격만으로 소멸시켰다.

“...못 해치웠지?”

성검을 든 채로 때를 노리던 아리아는 레오나르도에게 뛰어오며 질문했다.

“...스치긴 했습니다.”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던 적탑주는 검게 그을린 왼손의 세 손가락을 바라보며, 아리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적탑주 제인 나르샤는 분명 용사인 그녀는 마탑에 있는 괴인을 처리 중일 거라 생각했다.

마탑 지하 내에 연구 중이었던 실험체들은 수십이 넘어가는 숫자였고, 한 마리 한 마리가 벰파이어들과 합작으로 만든 키메라에 비견될 정도의 위험을 지니고 있었다.

“...이거 의외로군. 마탑 쪽에 아무도 안 남을 줄이야. 천하의 용사가 민간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그 괴물들을 풀어놓은 작자가 그런 말을 해도 되나?”

아리아스필도 이젠 허접한 도발에 동요할 애도 아니었다.

신전에서 해왔던 수양은 그녀의 정신을 더욱더 견고하고 냉정하게 벼려내었다.

“...그리고 괜찮아. 마침 날씨가...”

밤이라는 시각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날씨는 먹구름으로 달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렸다.

오전의 맑은 날씨를 생각하면 부자연스럽다 못해 작위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많이 안 좋거든.”

말을 끝으로 폭우가 내렸다.

마탑에 있던 리오스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 웃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기가 맛집이라는 칭찬은 사실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고깃집 박하사탕이 예술이네!"

물론 저는 고깃집에 가면 박하사탕을 한 주먹씩 쥐고 가지만요.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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