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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49화 (149/248)

“아인아!”

레오가 병실로 찾아간 것은 아인이 깨어난 지 약 5분 뒤였다. 사역마와 계약한 마법사는 서로에 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아버지.”

아인은 퉁퉁 불은 눈으로 레오를 보며 인사했다. 옆쪽에 있는 아리아는 그런 아인을 안은 채로 들어온 레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괘...괜찮니?”

레오는 깨어난 아인을 붙잡은 채로 몸을 살펴보았다. 눈가가 부은 것 외에는 아인의 몸에는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감정을 진정시켜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다.”

레오나르도는 아인을 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쪽에 있는 아리아도 같이 껴안는 형상이 되어 세 가족 모두 하나가 되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걱정 끼쳐서...”

“...아니야. 내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아인의 감정 변화를 알았더라면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사실 아인의 감정을 몰랐더라도 인격체로서 배려했더라면 이렇게 슬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 다 또 자책한다니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잖아.”

“어머니 말씀대로군요. 자중하겠습니다.”

“그래, 엄마 말을 잘...”

이내 레오나르도는 당황한 듯 아인과 아리아를 힐끗거리며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머니...?”

놀란 건 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설득해도 그 호칭은 고집스럽게 쓰지 않았던 아인이기에.

“...지금 어머니라고 한 거야?”

이 호칭에는 의의가 있었다.

“네, 호칭을 변경했습니다.”

“...왜...왜?!”

“저와 아리아스필 님의 유대 관계가 발전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리아는 그 말에 아까 한 말을 떠올린다. 그 말이 그렇게까지 아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혹시 호칭이 불쾌하시다면, 다시...”

“아니야!!”

아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아인을 와락 껴안았다. 레오도 아리아의 팔에 깔리듯 함께 껴 안겨졌다.

“우리 딸 장하네! 다시 한번 불러볼래?”

“어머니.”

“역시 우리 딸이야!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알았으니... 우선...”

레오나르도는 그 갸날픈 팔뚝에서 나온 우람한 결박을 풀어내며 말했다.

“...우선 못 다한 이야기를 이어서 할게요.”

“저희 미래에 관한 이야기로군요.”

...뭔가 맞는 이야기이긴 한데, 어감이 몹시 이상했다.

***

우선 대외적으로 아인과 레오가 쓰러진 까닭은 정신적 타격으로 인한 공명 및 실신이라고 발표되었다.

아인의 실신은 예상치 못했지만, 덕분에 오히려 추가적으로 작전을 수립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번 축제에 일이 벌어질 겁니다.

이번 축제에 일은 벌어질 것이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축제가 그들에게는 적기일 것이다.

[...그럼 아예 축제를 막는 건 어때?]

아리아는 입으로 묻지 않았다. 그렇다고 텔레파시 같은 고등 마법을 배워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레오나르도가 예전에 사용했던 오러의 진동을 이용한 대화, 아리아는 그걸 레오가 한번 시연한 것을 완전히 학습해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천재들이란...’

저 재능이 놀라다 못해 무서워지기까지 한 레오나르도였다. 자신은 이 기술을 떠올리고 실현시키는데 3개월은 족히 걸렸는데 말이다.

[그건 당장 힘들 거예요.]

마탑과 아카데미의 축제는 단순한 놀고 먹는 잔치 같은 것이 아니다.

다양한 마법 연구를 촉진하고, 신입 학생을 들이며 동시에 마법에 관심이 있는 귀족와 왕실 일원들에게 후원을 얻기 위한 시연회.

그게 마탑 축제에 숨겨진 또 다른 이면이었다.

[...하지만 일이 터지면 겉잡을 수가 없잖아.]

[...사람들은 위험을 알면서 당장의 이득 때문에 일을 그르쳐왔습니다.]

그건 레오나르도가 살아왔던 100년의 세월이 담긴 정수와 같은 말이었다. 미래의 안위를 망친 인간들은 대부분 위험한 적군이 아니라, 우둔한 아군 때문이었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게 바빴고, 자기 동아줄부터 잡는 게 우선이었기에 미래에는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우선은 축제를 즐긴다는 걸 빌미로 마탑에서 예정보다 오래 있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태까지 있었던 일의 피로를 푼다는 명목으로 자연스럽게 마탑에 있을 명분이었다.

덕분에 의심을 사지 않은 채로 마탑에 남을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현재는 정보를 습득하는 게 먼저입니다.]

지금부터는 정보전이다.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쪽이 선취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다.

[...연기를 해서 의심을 지워야죠.]

아인의 데이터가 같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현자 본인과 마법을 학습했기 때문이었다.

고로 당시 해부할 때 아인의 데이터가 키메라가 사용됐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은 레오나르도 본인뿐.

해부에 협력한 이들 중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에일린조차 레오나르도가 설명해주지 않았더라면 모르는 상태로 추가적인 조사에 착수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는 부검은 결과적으로 단서 없이 실패했다고 공표되었다.

그리고 그 시체는 현재 다시 아공간에 보관 중이고, 보호 중이다.

[그럼 뭘 하면 돼?]

[...휴식을 취하면 됩니다.]

다음날, 출장이 있는 마탑주들까지 모여 축제 전 총괄 회의를 열기 전까지는 휴식을 취하면 된다.

정확히는 그건 휴식을 취하는 척을 하는 것이고, 추가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보여야할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이곳에 분명 내통자가 있을 겁니다.]

마탑, 혹은 아카데미의 마법사가 내통했을 것이다. 그리고 응용 방식을 봐서는 상당한 고위 마법사가 말이다.

“그러니까 편히 쉬도록 하죠.”

[그러는 척을 하는 겁니다. 저희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연기를 하는 거죠.]

아리아도 상황을 이해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겠네.”

[그럴까? 헤헤.]

이윽고 아리아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진다. 레오나르도는 아리아의 그런 행동이 재밌었는지 슬며시 물어보았다.

“저랑 쉬는 건 싫으신가요?”

“아...아니야! 미안! 말이 헛나왔어!”

아무래도 능력을 사용하는 경험은 부족한 듯하다. 솔직히 자신도 처음에는 자주 했었던 귀여운 실수였기에 레오는 피식 웃을 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우선은 마탑 구경부터 해보실래요? 안 본 사이에 많이 달라졌거든요.”

“아! 레오 군!!”

그 순간, 반대 복도에서 한 여성이 뛰어오고 있었다. 병약한 얼굴인 편이 더 익숙했지만, 레오나르도와 아리아스필 모두 그 여성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메리 씨!”

“일어나셨군요!! 많이 걱정했어요!!”

아메리의 눈도 아인처럼 눈물로 퉁퉁 불어있었다. 거기에 다시 눈가는 검댕을 칠하기라도 한 것처럼 검게 다크서클이 그려져 있었다.

‘...이걸 보니 조금 미안해지네.’

사실 아메리에게도 사실을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미안해. 아우. 하지만 아메리를 싸움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게 아니더라도 아메리 또한 아인을 발견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내통자일 가능성은 있어.

-뭐라고요! 아리아한테 반으로 갈라지고 싶으세요!!

-여동생한테 의지하는 꼴이 무능해서 말이 안 나오는군.

-잘만 나불대는구만!

리오스는 아메리가 괜한 싸움에 말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에일린은 혹여나 하는 의심 때문에 사실을 전하지 않기로 정했다.

아메리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이는 현재로서 가장 안전한 선택지였다.

[...에일린 그 여자가 배신자일 가능성은?]

아리아는 에일린이 어지간히 싫었는지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에일린이 올곧고 선인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녀를 정말 적으로서 만나본 레오로서 그건 확신할 수 있었다.

[제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니, 그걸 이용해 기습해서 죽인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겠죠.]

만약 정말 죽이려고 했다면 키메라가 지닌 어머니의 외모를 사용해 목숨을 끊으려 했을 것이다.

예전에 있었던 추억을 말하는 것으로 통찰력을 더 흔들어놓는 것이 특책이겠지.

[...무서운 악녀네.]

[동료는 아니어도 좋으니까 적어도 적으로 만나기는 싫은 사람이거든요.]

상황이 바뀌어서 적으로 만났을 때는 거의 빈사 지경으로 가서 투항해야할 정도였다.

그것도 합리적으로 이유를 대어 레오나르도 쪽에서도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할 정도로.

[...협력했구나.]

아리아는 볼을 부풀린 채로 질투심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죽었는데 그년은 어째서 산 것인가.

회귀 전 자신은 바보인 것인가. 그런 년은 같이 길동무로 끌고 갈 것이지, 레오를 혼자 내버려두고 죽은 것인가.

“근데 아인 양은 어딨어요?”

“아인은 잠깐 쉬고 있어요.”

아인은 아공간에 따로 쉬고 있었다. 아인에게도 체력 한계는 있으니 휴식은 필요했고, 따로 부탁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준비한 물건을 시연해 봐도 될까요!?”

“...준비한 물건은 조금 있다가 받아도 될까요? 지금은 점검만 할게요.”

새로운 무기는 이번 일의 조커가 되어줄 것이다. 아직 아무도 그 도구의 진가를 모를 테니까.

심지어 만든 아메리조차 그 도구의 진가는 완전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숨길 필요가 있었다. 와일드 카드로서 쓰기 위해 타인에게 숨겨야만 했다.

그 이유는...

“...네?! 왜요?! 그건 제 역작이에요! 확신하건데 그건 마탑 역사상으로...!”

“마탑의 역사가 어떻다고?”

그 한 마디에 모두가 놀랐다. 갑자기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리오스!! 피시스 씨!”

리오스와 피시스였다. 평상시에도 유쾌하고 활기찬 둘이 모이니 평소의 2배 이상으로 시끄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레오... 깨어났구나...”

하지만 이내 피시스는 깨어난 레오를 바라보자 목소리를 낮추며 안도했다. 사실 렌과 레오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아는 그녀로서는 기절했다는 사실은 쓰라리게 다가올 것이다.

“그냥 과로로 쓰러졌다네. 괜찮아. 멀쩡해.”

“멀쩡하긴! 얼굴이 완전히 반쪽이 됐잖아!!”

그렇게 말하며 피시스는 급히 레오와 아리아의 팔을 붙잡은 채로 둘을 학생 식당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잠깐 놓고...”

“너 그러다가 또 밥 거를 거지!”

고유 마법을 연구하던 기간에도 3일 동안 식사 없이 방에 틀어박혀 연구했던 적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피시스는 억지로 레오와 아리아를 끌고 갔다.

“지금 학생 식당 가면 또 사람들 많을 거 아니야...!”

잘못했다가는 도착했을 때처럼 대학생 난동회가 펼쳐질 것이다.

“...그건 그러네. 그럼 기숙사에 가서 먹으면 되지! 먼저 가 있어!”

“...잠깐! 아가씨는 왜 데리고 가는데!!”

“정령사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

“저번에도 해놓고!?”

“무슨 말씀을! 오늘이 처음이거든!”

피시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리아와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레오나르도의 표정은 돌처럼 굳어졌다.

“오브... 내 앞에서 사기를 쳐?”

순수히 선배를 존경한 한 후배가 불쌍해진 순간이었다.

***

“...”

레오나르도는 아무 말 없이 기숙사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피시스는 급한 일이 있어 아리아한테 좋은 음식을 보내겠다고 따로 전음을 전했다. 하지만 레오가 가진 혼란과 분노는 고작 음식으로 풀릴 것이 아니었다.

‘...아가씨가... 설마 오브랑...’

레오나르도의 손에는 어째서인지 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폭렬의 도끼가 아니라, 검은 돌이 레오의 감정과 공명해 만들 수 있는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이루어낸 것이었다.

‘...아리아가 뭘 하든 내가 간섭할 것은 아니지. 아닌데...’

거짓말을 친 후배는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지 않겠는가.

해준 것이 있는데, 하늘 같은 선배에게 사기를 쳤으니까.

그것도 자신이 모시는 용사님께 말이다.

“...레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도끼를 쥐락펴락하는 순간, 기숙사의 문이 열렸다. 레오나르도는 도끼를 팔찌로 바꾼 채로 바깥으로 나갔다.

“...아가씨, 오셨나요? 아까 피시스 님께서...”

“...이...이상해? 피시스 님께서 이걸 입으면 레오가 기운이 날 거라던데...”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아리아는 그렇게 말했다.

순간 레오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고 해서 할 말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기 1]

“근데 아리아스필 양이 있을 기숙사나 숙소는 구했어? 지금 성수기여서 교내에도 손님용 방이 찼을 텐데.”

“하하, 아메리, 아마추어 같은 말은 하지 말라고. 나 리오스야.”

“구했어? 역시 부잣집은 다르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리오스의 호탕한 웃음에 아메리는 정색한다.

“...야... 너 설마...”

정확한 답없이 웃기만 하는 저 순애 광신도에게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순애교를 믿어라. 아메리."

리오스는 리오스였다.

[후기 2]

전 때때로 글을 쓰는 게 학교에서는 안 퍼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생각했다고요.

노벨피아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전 학교에 친구가 없습니다.

네, 다행이라고요.

[삽화는 AI 일러스트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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