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가 4년 동안 마탑에 있었던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4년 전 중급 마법 허가를 받기 위해 마탑으로 간 순간, 레오나르도와 현자는 수많은 흑마법사와 범죄 마법사들을 고발했다.
미래에 있을 다양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레오나르도의 작전이었지만, 이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인력이 부족했거든요.”
부정으로 쫒겨났더라도 그들은 엄연한 마탑의 연구자이자 마법사였다.
범죄 신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마탑에 담당하고 있는 인력이 빠져간다는 의미도 되었다.
덕분에 마탑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연구들은 크게 침체하게 되었다.
만약 그 상태가 계속 된다면 미래 정세 자체에 큰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가기로 했어요.”
미래의 지식과 현자의 지식을 합쳐 부족한 연구와 인력을 메꾸고자 했다.
물론 단순히 마탑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탑의 유망한 인재들을 자신의 편으로 돌리기 위한 계획 중 하나였다.
겸사로 마탑에서 마법을 단련하는 것도 레오나르도에게는 이득이었고 말이다.
“...그렇구나.”
아리아스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레오를 보기가 힘들었다.
‘...레오는 마탑에서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자신은 신전에서 훈련하면서 저런 성실한 기사를 꿈 속에서 음습이 탐했단 말인가.
‘...하지만 좋았는데...’
사실 꿈만이 아리아에게는 유일히 성욕을 풀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 외에 성적인 활동은 용사로서 그저 인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전에도 홀로 성욕을 푸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설명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얼른 결혼하면 좋을 텐데...’
결혼하면 어떤 성행위도 합법이다. 할 수 있는 플레이란 플레이는 다 하면서 레오와 함께 하나가 될 것이다.
지금도 상상된다. 꿈 속에서 레오와 함께 앙앙대었던 그 짐승 같던 교미가.
“...에헤...헤...”
“아...아가씨?”
아리아는 침을 진득히 흘리며 멍하니 그 아름다운 교접을 떠올리고 있었다. 덕분에 보는 사람들은 아리아의 머리가 다쳤는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고.
“괜찮아요... 놔두세요. 에취...! 순애의...”
“신이니 화신이니, 그딴 소리하면 다신 리오스 님하고 상종 안 하겠습니다.”
레오나르도 입장에선 리오스의 그 괴랄한 호칭이 기이하다 못해 불쾌감까지 느꼈다.
하여간 놀리는 것에는 도가 튼 인간이었다.
“...알겠어~! 아우!”
이윽고 리오스는 평소와 같은 톤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감사의 대상인 레오나르도를 배려하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지금 레오나르도 일행 앞에 마탑의 마법사들이 친히 마중을 나왔기 때문이었다.
“...어, 도착했네요!”
“아, 아...! 그렇네. 근데 왜 이렇게 사람이...”
아리아스필은 마탑의 입구를 보며 안면 근육이 삽시간에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사랑해요!! 레오나르도!!]
[우린 레오나르도의 시대에 산다!!!]
[우릴 가져요!! 레오나르도!!]
화려하게 빛나는 마도구 팻말을 든 채로 비명을 지르는 마법사들부터 시작해.
“레오나르도!!! 레오나르도!!!”
“저기 레오나르도 님이 오십니다!!! 팡파레를 연주하세요!!”
갑자기 악단이 연주를 시작하며 레오나르도를 환영하기 시작했다. 거의 레오나르도를 칭송하는 찬송가 수준의 노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말하지 않는 건데...”
저런 노래와 환대를 보며 레오나르도는 부끄러운 듯 옷깃을 올려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이 사태와 관련된 몇몇 관계자들과 간부를 제외하면, 다른 마법사들은 그저 레오나르도가 간단한 용무가 있어 마탑으로 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레오나르도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마탑에 있게 하려고 최고의 환영식을 내보인 것이었다.
“...자자... 모두들 진정하시고요...”
마탑의 정문에 도착한 레오나르도는 황당한 표정으로 ‘레오 찬송가’를 부르던 마법사들을 정숙시켰다.
하지만 흥분할 대로 흥분한 채로 관중들이 레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리는 없었다.
“꺄악!! 레오나르도 님이 나한테 진정하래!!”
오히려 더 흥분했지. 안 그래도 바쁜 상황에도 레오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으로 뛰쳐나와 환영과 환대를 준비한 이들이었으니까.
“...레오나르도 님!! 드디어 오셨군요!!”
“선배!! 드디어!! 마탑에 돌아오셨군요!!”
“소탑주 님!! 이쪽 한 번만 봐주세요!!”
“제 등에, 아니 가슴에 싸인해주세요!! 소탑주 니임!!”
존경이란 이름에 광기의 퍼레이드였다. 모두가 레오나르도에게 한번이라도 자신을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건 아리아스필도 마찬가지였다.
“저기 용사 님이다!!”
이번에는 아리아스필 쪽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리아스필이 용사라는 것은 계시가 내려오고 언론에 최소한적으로 보도가 되었다. 그랬기에 라인하르트 쪽에서도 축하 파티를 연 뒤에 황실과 함께 확실한 수여식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원로원과 흡혈귀 습격 사건으로 저택이 쑥대밭이 되었기에 그 계획은 흐지부지되었지만,
사람들은 아리아스필이 용사인 것과 그녀의 무용담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름...아름다워!!”
“꺄아아악!! 용사 님!!”
그야말로 흥분과 광기의 도가니였다.
그러자 마탑의 마법사임에도 제대로 환대 받지 못한 리오스가 그 자리에서 마법 술식을 펼쳤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흰 이 마탑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행복을 찾아 들어갑니다.”
이윽고 이 난동에서 탈출할 텔레포트 마법진이 레오 일행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대로만 가면 현자 연구부의 부실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오스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여러분도... 끄악 잡지 마세요!!”
“잡아!! 리오스가 또 레오나르도 님을 도주시킨다!!”
관중들이 생각 외로 더 광분해있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순간이동 마법진을 펼치면 그들이 알아서 피했는데, 지금 저들은 생각 이상으로 레오나르도 일행을 붙잡기 위해 난동을 피웠다.
그 결과...
“아, 술식이 잘못...!”
콰아아앙!!
마법진이 밝게 폭발한다. 섬광이 터지며 광분한 관중들의 시야를 암전시켰다. 그 빛에 말려든 일행은 그대로 순간이동하게 되었다.
콰당탕!!
아까의 방해가 지나쳤던 탓일까, 착지는 조금 실패한 것 같았다. 급하게 이동시키느라 도착 지점에서는 다들 엎어지게 되었다.
“어라...?”
리오스는 주변을 돌아보며 도달한 목적지를 살펴보았다.
“여긴... 아우의 기숙사...인데...?”
나간 지는 제법 되었지만, 가구와 구조가 그대로여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레오나르도가 마탑에서 생활하는데 사용했던 기숙사방이었다.
분명 자신은 현자 연구부실을 목표 지점으로 좌표를 설정했을 텐데, 어째서인지 아리아와 자신만이 이곳에 떨어지게 되었다.
“...우으...”
“아리아 너는...?”
여유롭게 말한 주제에 실수한 것이 부끄러웠는지 리오스는 급하게 다른 일행을 살폈다.
아리아도 사레가 들렸는지 몇 번 기침하며, 그대로 앉은 채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레...레오는?!”
어디에도 레오나르도가 없었다. 아까 난동으로 순간이동의 술식이 잘못된 것인지 레오나르도는 물론, 아인마저 보이지 않았다.
“...둘 다 어디로 간 거야!!”
아리아스필은 격앙된 표정으로 리오스의 멱살을 잡았다. 오러가 없음에도 아리아의 근력에 리오스의 목은 마치 경첩처럼 뻑뻑하게 흔들렸다.
“...멱살...! 놓고 말해...!”
덕분에 말을 못 할 정도로 목이 졸리게 되었고 말이다. 리오스는 손을 연신 아리아의 어깨에 치며 항복 신호를 내보였다.
“닥쳐! 오빠 때문에 큰일 난 거면...!!”
다만 아리아에겐 리오스의 고통을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남편과 딸의 안전이었다.
“...우선 놓고...! 어디에 있는지 아니까...”
안다는 한 마디에 아리아는 리오스를 잡아들던 손을 놓았다. 그러자 리오스는 힘겨운 숨과 기침을 내쉬며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졌다.
“...얼른 말해.”
“...너무한 거 아니야... 나 이래 봬도 너 오빠인데...”
“이게 오빠 순간이동 때문에 생긴 일인 건 알고 말하는 거지?”
“...나도 피해자거든... 원래 잘 됐다고...”
“마차 충돌 사고 내는 사람들도 그런 말을 하지.”
할 말이 없자 리오스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바깥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저기서 사람들한테 압사당하는 것보다야 낫잖아.”
“레오랑 같이 있으면 압사 당해도 상관없어.”
아무리 순애를 사랑하는 리오스라지만, 저런 말에는 차마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무서워서 팔뚝에 소름이 들었으니까.
저게 진짜 자신의 여동생이란 말인가.
“...다른 일행은 현자 연구부실에 있을 거야.”
현자 연구부실이 본래 그들이 이동할 장소였다.
거기서 다른 마법사들과 합류해 아공간에 넣어놓은 시신을 전달해줄 생각이었는데, 생각 외의 상황으로 일이 조금 꼬여버린 것이었다.
“어쨌든 얼른 가자. 다른 마법사나 사람이 찾으면 더 곤란해지니까.”
리오스가 말하자마자 아리아스필은 문손잡이가 빠질 정도로 힘을 주며 바깥으로 나갔다.
이때 리오스는 속으로 이곳이 레오가 썼던 기숙사라고 말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만약 그걸 실토하기라도 했다면 아리아스필은 분명 폭주해서 기숙사 내에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
분명 자신의 상상 이상의 기행을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잠깐! 같이 가!!”
지금도 일행인 리오스를 두고, 부리나케 레오나르도부터 찾으러 가는 것이 그 증거였다.
‘...레오...’
현자 연구부실을 향해 뛰어가는 아리아는 떠올렸다.
‘...감히 또 여자를 후려...!?’
70년 뒤의 미래도 그렇고, 이젠 마탑에 와서까지 여자를 후리는 것인가.
이건 빼도 박도 못했다. 분명 그 팬들 사이에는 여성들이 존재했었다.
‘...감히 가슴에 싸인해달라고 해? 나도 부탁한 적 없는데...!’
임자있는 남자를 주제넘게 넘보고 있었다.
본인 주제도 모르고 감히 레오나르도의 친필 싸인을 몸에 해달라고 가증스럽게 요구한 것이었다.
‘나도 그런 포상은 받아본 적 없는데...!’
물론 그 여성팬과 레오나르도가 뭔가 특별한 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리아스필의 질투심은 커질 대로 커져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그 기세에는 분명 불여시들이 꽂혀 꼬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저기구나...!”
[현자 연구부실]
허름한 간판의 상태로 봐선 예전에 가봤던 현자 연구부실이 확실한 것 같았다.
리오스도 너무 빨리 뛰지 말라고 투덜거리는 것 외에는 딱히 다른 길로 가려고 하지 않았으니 분명히 이곳이 맞았다.
“...그러니까 화장 안 해도 괜찮다니까요.”
현자 연구부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나왔다. 문을 연 쪽은 레오나르도였고, 다른 한 명은 레오나르도의 팔에 안긴 아인이었다.
“...레오나...”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건데...”
이윽고 뒤에 이어나오는 ‘여성’을 보자 아리아스필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때 보았던 엘프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르도...”
“...에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건강이 좋아지니까, 외모도 좋아지신걸요.”
외모도 좋아졌다, 그건 얼굴이 자기 취향에 맞게 예뻐졌다는 의미도 되었다.
“그건 사실입니다. 아메리 언니. 과도한 화장은 오히려 미모에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언니라고 했다. 그 호칭은 자신만 듣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 레오나르도와 아메리 그리고 업혀있는 아인까지, 신혼가족처럼 보이는 것은 자신만의 착각인가?
이윽고 아리아스필 일행과 레오나르도 일행이 마주치게 되었다.
“아! 아가씨! 무사하셨군요! 걱정...!”
“...레오.”
“...예?”
아리아스필은 성검의 손잡이를 잡은 채로 말했다.
“진짜 내가 미치는 꼴 보고 싶어?”
귀쟁이는 용서할 수 없었다.
남자든, 여자든, 설령 하프 엘프이든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리오스는 떨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무서운 게 많아서요.
물론 아메리도 떨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