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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43화 (143/248)

“...그게 무슨 말인가요?”

루미네는 멍한 표정으로 귀를 만져보았다. 피로로 인해 생긴 이명으로 현자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일까 청력을 확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마법의 전음으로 들린 말이 잘못 들릴 일은 없었다.

[아직 추측이지만... 이론상으로 아귀가 맞아.]

{잠시만요. 근거가 뭔가요? 당신이 만든 사역마도 레오나르도 군을 인간이라 말했지 않았습니까.}

분명 그랬다. 아인이 흡수한 피에선 분명 레오나르도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 말하고 있었다.

유전자부터 출생까지.

극단적으로 정상적이고 평범해서 오히려 의심될 정도였다.

[맞아. 지금 레오나르도는 인간이었지. 분명 태어났을 때도 인간이었을 거야.]

“...그렇다는 건... 설마...”

루미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새롭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생각하지 못했고 하고 싶지 않았던 발상이었다.

“...레오나르도 군이 마인이라는 건가요...?”

마인, 인간으로서의 영혼을 버리고 마기를 받아드려 새로운 육체가 된 종족.

그 방법만이 사실상 현자의 말을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말도 안돼... 당신의 제자가 마인이라는 겁...}

[아니. 그건 아닌데. 어휴 무섭게 왜 그래.]

전음으로만 전해지는 것인데 어째서인지 얼간이 같은 현자의 표정이 떠오른다. 동시에 현자의 시선에도 둘의 짜게 식은 표정이 들어오는 건 덤이었다.

[...하지만 반 정도는 맞췄어. 결 자체는 비슷해.]

현자는 다시 진중한 어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늘 무거운 본론을 하기 전에 얼빠진 감상이나 비유를 대어 상황의 무게를 빼버리는 버릇을 내보인다.

아까 한 이야기도 사실상 저 둘의 긴장을 풀기 위한 것에 가까웠다.

{...그렇다는 건... 인간의 종을 벗어난 건... 맞다는 거군요.}

같이 다닌 기간이 긴 만큼, 앤젤라는 현자의 말을 이해한 눈치였다.

[...그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상하더라고.]

레오나르도가 부순 골렘, 수호자 케테르는 분명 현자의 돌을 수호하기 위해 만든 특제품이었다.

{...그렇게 강한 골렘인가요? 절대 못 부술 정도로...}

[아니, 세긴 센데... 그렇게 병적으로 센 건 아니지. 그럼 그걸 왜 방호용으로만 쓰겠어.]

수호자 케테르는 마법이라면 더 쉽게 공략이 가능했고, 물리 공격을 통해 부수는 것은 힘겨울 뿐, 절대 못 부수는 것은 아니었다.

관절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연료인 마나의 순환을 무너뜨린다면 파괴할 수 있는 부위는 존재했으니까.

현자가 포인트를 잡은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내가 있는 동굴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야.]

마경 경계에 있는 이차원인 만큼 현자의 동굴은 철저한 위험 지역이었다.

애초에 수호자 케테르와 현자 본인은 생물체가 아니기에 그런 유기적인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했으니까.

[...산소도 제대로 없고, 유독 물질은 득실거려. 상식적으로 그렇게 넝마가 된 인간의 몸이라면 즉사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레오 기사님이 그런 상태였는데 왜 아무런 조치를...”

[아, 죽이려고 했거든.]

“...예?”

다들 으레 착각하는 거였지만, 현자는 갑자기 침입한 레오나르도를 대화도 없이 죽이려고 했다.

현자의 돌을 노린 침입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편의를 봐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어쨌든 레오 본인에게도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전혀 모르는 눈치더라고.]

레오나르도는 그 공간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던 눈치였다.

사실 이미 차원을 찢고 들어갔을 때부터 빈사 상태였으니 그런 걸 신경쓸 겨를도 없기는 했다.

[...그래서 생각한 거야.]

현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른 추측을 설명했다.

[...신성력이 레오나르도의 육체 자체를 변화시킨 거 아니냐고.]

마치 마기가 마인을 만들 듯이.

“...하지만... 그러는 일은 없었잖아요. 제 입으로 말히긴 그렇지만 성인인 저조차...”

루미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천사가 된 앤젤라조차 인간의 육신이 죽고 영체가 승천해 형성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희도 잘 아는 사람이 있잖아.]

루미네도, 앤젤라도, 그리고 제국민이라면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남자.

[루벤 라인하르트, 루벤이 내 추측의 증거야.]

{...설마...}

“...용사님이...!”

용사의 백발과 벽안은 300년이 넘도록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이는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

“...그럼 갔다올 건가?”

글라디오는 워프 게이트 앞에 선 일행들을 보며 물었다. 레오에게 귀족 작위를 내리는 것은 당장 말하지는 않았다.

레오나르도의 성격을 생각하면 혹여나 거절할 수 있으니, 철저히 준비를 하고 서명하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은인을 허술하게 대접할 수는 없지.’

그가 없었더라면 라인하르트는 몇 번이고 무너지고 망가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에 응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순리적으로도 올바랐다.

“예, 사태가 사태인 만큼 최대한 빨리 오겠습니다.”

레오나르도는 드디어 존댓말을 그만둔 일행들을 보며 마음을 놓았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회귀에 대해 눈치채면 곤란하다는 이유와 오히려 정 없는 것 같아 듣기 안 좋다고 설득한 것이 나름 효과적인 것 같았다.

“그럼... 가시죠...! 에취...! 순애의 화신 님...! 쿨럭...!”

물론 리오스는 계속 존댓말하는 것이 함정이었지만 말이다. 참고로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선 레오를 극존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몸부터 챙기시고 헛소리 하세요.”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쏘아붙이면서도 리오스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콧물을 질질 흘리는 걸로 봐선 척봐도 감기에 걸린 게 분명했다.

“...고마워요... 역시 사랑의 힘은 대단...”

“그 얼굴로 사랑 얘기하니까 더 기분 나빠. 오빠.”

리오스가 질척커리는 코를 팽하고 풀어내는 것을 보니, 아리아는 레오와 보낸 뜨거운 사랑의 시간이 차게 식는 것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아까운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기서 문을 잠그고 거사를 미리 치를 수 있었다면, 레오나르도의 마음은 따놓은 당상이었는데 말이다.

‘...차라리 그때처럼 레오한테 먹여주는 건...’

이내 아리아는 본인은 고개를 연신 돌렸다. 그 단계까지 갈려면 레오나르도와 이미 격렬한 교미를 나눈 후여야만 하니까.

아직은 일렀다. 아직은.

“가족들은 걱정하지 마라. 본가 저택에서 직접 호위할 테니까.”

딘과 아누스는 가문에서 직접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고향으로 가는 사이에 암살이나 납치를 당할 수도 있었고, 딘의 후각으로 가문에 오는 적의 냄새를 판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해요.”

예전이라면 생각도 못 할 풍경이었다.

가출해서 만날 기대를 아예 접었던 가족들이 한참은 망가졌던 가문에서 보호받는다니.

꿈이 아니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게 몇 번인지를 모르겠다.

“아뇨...! 저희 쪽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잖나!”

크리스는 당황한 채로 경어까지 섞어가며 레오의 감사를 받아내었다. 사실 저런 울 것 같이 아련한 표정을 보고도 가만히 있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럼... 갔다오겠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탑에 가는 이는 총 4명으로,

레오나르도 본인과 마법사인 리오스, 사역마인 아인과 용사 아리아스필이었다.

리오스는 마탑에서 졸업한 마법사이기도 하고, 이 상황에 대해 증언해줄 수 있는 지식인이었기에 갈 필요가 있었고.

아인은 이 시신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사역마이기에 동행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가씨... 역시 같이 가는 것보다는...”

“아니. 나도 같이 갈래.”

아리아는 레오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며, 강경히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지만, 그녀를 늘 봐왔던 레오로서는 저것이 기쁨의 웃음 따위가 아닌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동행하고 싶은 건데요?”

레오나르도로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었다.

사실 마탑에 가는 기간은 해봤자 이틀 언저리 정도인데, 그렇게 짧은 기간을 있기 위해 동행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민폐까지는 아니었지만, 인력적인 낭비라고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레오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아리아스필은 떠올린다. 그때 레오나르도의 떨림을.

내면이 100세가 넘는 노인이라 하더라도,

어떤 수라장을 겪고 넘어왔어도,

레오도 엄연한 사람이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부모와 예상치도 못한 최악의 재회, 통제할 수 없을 수도 있는 폭주.

이미 한계에 봉착했을지도 모른다.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그런 레오의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리아스필 밖에 없었다.

레오의 정신적 지주도 아리아였고, 폭주하는 레오나르도를 막은 것도 아리아였으니까.

“...그렇군요...”

레오나르도도 납득한 눈치였다.

아리아도 겉으로는 평소처럼 있으려고 해도, 내면으로는 많은 고민을 앓고 있는 것일까.

사뭇 무거운 그녀의 눈을 보며 레오나르도는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리아스필은 얼굴을 붉게 밝혔다.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것은 그녀의 부끄러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4년 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금방 헤어지는 건... 싫으니까.”

“...아...아가씨...”

레오나르도는 그 한 마디에 당황했다. 당황한 나머지 표정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입을 떨기 바빴다.

“...그럼 가족...분들은요?”

진심으로 당황했으니까.

그럼 4년 만에 만난 가족들은 금방 헤어져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그것도 그 가족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었으니.

안 당황하려야 안 당황할 수가 없었다.

“아, 가족은 언제 보다가 안 볼 때도 있는 거지.”

글라디오는 자신의 심장에 비수가 박히는 감각을 체감했다. 분명 그 비수의 이름은 ‘불효막심’일 것이다.

“...지금 뒤에 그 가족들이 있는 것, 알고 계시죠...?”

“어, 엄마도 계시잖아.”

시리카는 자신의 목에 로프와 같은 것이 묶여 조이는 고통을 느꼈다. 그 교살의 도구는 분명 ‘부도덕’이라 부를 것이다.

“...아...뭐... 괜찮으시다면... 제 쪽에서 할 말은 없는데요...”

“괜찮지! 레오만 있다면 무슨 상황이든 괜찮거든!”

아리아는 해맑게 말로만 마르켄에게 두개골을 도끼로 내리찍는 듯한 패륜을 체감시켜주었다.

그 예술의 경지에 오른 불효막심을 바라보며 크리스는 차마 무슨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도 사실상 아리아에게 여자로서 견제를 받는 입장이었으니, 무슨 말을 해 봉변을 당할 지 몰랐다.

“그럼 출발하자! 다녀올게요!”

“...아...그래... 다녀오렴...”

워프 게이트에 들어가는 일행과 자신의 친딸을 보며, 글라디오는 정신적으로 몇 번이고 각혈했다.

물론 마르켄과 시리카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리아의 안중은 오직 레오 뿐이었다.

그나마 저 부모들에게 위로가 되는 점이 있다면...

“...레오나르도 님!!! 드디어 오셨군요!!”

“선배...!! 드디어!! 마탑에 돌아오셨군요!!”

“소탑주 님!! 이쪽 한 번만 봐주세요!!”

“제 등에, 아니 가슴에 싸인해주세요!! 소탑주 니임!!”

앞으로 몇 시간 뒤에 날 일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정도였다.

당시 아리아는 몇몇 여성팬을 보면서 레오나르도에게 말했다.

레오, 진짜 내가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모티콘이 반려됐습니다...

처음에는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저런 노벨티콘이 제법 팔리는 걸 몇번 봤거든요.

하지만 형의 한 마디에 제 편협한 시각을 개심하게 되더군요.

‘그럼 그거 부모님한테 보여줄 수 있어?’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기어코 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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