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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37화 (137/248)

루미네는 그 이단심문관 둘과 함께 신전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저 둘의 징계 및 성황에게 여태까지의 일을 보고할 필요가 있었고

‘전 그 검은 신성력을 조사해보겠습니다.’

그 검은 신성력에 대해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대신전이라면 그런 신성력에 대한 기록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시리카와 글라디오는 습격으로 인해 생긴 일의 뒷수습을 맡기로 했다. 이 일로 다른 기사단은 물론, 사교계 전체에 불순한 소문이 오가고 있었으니 빠르게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크리스와 마르켄은 추가적인 습격이 올 것을 대비하여 기사단의 경비를 한 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리오스와 아인은 두 구의 시체를 경비하면서 추가적으로 조사할 방법이 있는지 모색하기로 했다. 덕분에 서재에 박혀서 계속해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리고 레오나르도와 아리아스필은 시내 숙소 쪽으로 향했다.

“...안 따라오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힘들어 보이니까요. 역시 현자님이 안 계셔서...”

“그건 오히려 정신 건강에 편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레오나르도는 없어진 현자의 빈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영체를 복구하려면 그게 제일 빨라. 잠깐 갔다온다.]

검은 신성력의 폭주 때문에 현자는 마경의 결계에 있는 돌로 다시 돌아간다고 했다.

아마 아리아에게 성검을 맞았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이 검은 신성력 때도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았다.

아니, 사실 지금이 더 심각한 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당한 것이 아닌, 내부에서 폭주한 신성이 현자의 마법을 갈가리 찢어놓은 거였으니까.

혹시 모를 폭주에 대비해 이렇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안전하고 본인이 인증하기도 했고.

- [몇 주일 동안은 돌아오지 못할 거야. 혹시 모르니 결계 상태도 점검해놔야겠어. 그 흡혈귀가 날뛰는 것도 그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현자는 떠나버렸다. 그렇게 바라던 자유였는데, 가슴 한편이 허한 이유는 오랜 기간 곁에 있었기에 생긴 정 때문이겠지.

“괜찮아...요?”

아리아스필은 그걸 어렴풋이 눈치챘기에 계속해서 레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렌의 복제품, 어둠 신성의 폭주. 현자의 부재까지.

레오나르도의 정신은 한계로 몰아지고 있었는데, 자신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되는 아리아였다.

“...괜찮은데, 왜 자꾸 존댓말로 하시는 거예요?”

레오나르도는 계속되는 존댓말 세례가 더 신경쓰였는지, 그 건에 대해 지적했다.

“하지만... 해주신 게 있는데...”

아리아 입장에서는 70년 동안 자신을 떠올려준 레오에게 고마워 미치겠는데, 그걸 표현할 방법이 없어 답답할 지경이었다.

차라리 레오 쪽에서 뻐기고 생색이라도 하면 좋을련만, 레오나르도는 늘 자신이 낸 실책만 생각하느라 그런 공조차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그런 걸 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고요.”

따지고 보면 레오나르도는,

[아리아와 제대로 맞수를 겨뤄보고 싶어서 회귀했다.]

라고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겸사겸사 적절한 보답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준다고 혼자만 맹신하는 중이었고.

‘...그런 걸 받으려고 한 게 아닌데... 쓸데없는 부분에선 바보같이 착하다니까...’

‘...그래도 뭐라도 받으려고 하라고... 왜 이런 데에선 바보같이 착한데...’

쉽게 말해 서로의 감정이 엇갈린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반말로 해주세요. 할머니하고... 형한테는 회귀를 숨겨야하니까요.”

“...괜찮겠어...요...?”

“...그게 오히려 괜찮아요.”

딘과 아누스에게 회귀 사실을 들키면 어떤 형태로든 그 둘은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딘과 아누스가 일에 관련되어 있다면, 그 이상으로 철저히 숨겨야하는 것이 회귀였다.

둘이 내통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그럴 리 없어요. 레오 가족이잖아.”

아리아는 레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이상으로 그의 감정이 피폐해지는 것을 가만두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고마워요.”

자신보다 가족을 믿는 아리아의 확신을 보며 레오는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생각해보면 항상 이런 그녀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늘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리아 덕분이었지.’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더는 망설여서는 안된다.

‘...레오 손 따뜻해... 굳은 살 박혀있는 것도 우람해서 느낌 좋고... 하... 평생 잡고 있어도 되나...’

물론 아리아의 속마음은 몹시 다른 방향에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아리아스필은 솔직히 말해 레오가 회귀한 것을 명분으로 더욱더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으면 하는 바람도 아주 조금은 있었다.

“...도착했네요. 이제부터는 반말로 해주세요.”

“아...알았어...”

평소보다는 어색해진 반말투로 아리아는 대답했다. 레오나르도는 평소보다 굳은 표정으로 여관 문을 두드렸다.

“...레오냐?!”

딘은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큰 소리로 외쳤다. 이윽고 우당탕거리며 뛰쳐나오는 소리가 울리더니 문이 덜컥거렸다.

벌컥!

“괜찮아!? 너 다쳤다며!!”

“...보다시피.”

레오나르도는 붕대로 둘둘 싸매여 있는 배를 보며 주며 피식 웃어보였다. 그 미소는 쓰디쓴 약을 마신 것처럼 쓰라려 보였다.

“아누스 촌장님은?”

“그게 네가 먹을 도시락 싸신다고 장을...”

이내 딘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진다. 계속해서 코끝이 떨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너...이거 설명해...”

“...설명할게. 하지만 그 전에...”

딘은 레오나르도의 멱살을 잡아 쥐었다. 레오나르도는 오러 없이도 밀쳐낼 수 있음에도 순순히 벽 쪽으로 내몰렸다.

“왜 너한테서 렌 씨의 피냄새가 나는데!!”

“진정하세요!! 레오도...!!”

“닥쳐!! 너도 마찬가지야!! 왜...!”

“역시...”

레오나르도는 딘의 후각이 어느정도 날카로운지 알고 있다. 숲 바깥에서 오는 렌의 냄새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딘의 후각은 예리하고 정확했다.

늑대 수인으로 태어나 사냥감을 냄새로 탐지하는 실력이 발달한 딘이라면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도 아니었으면 했는데...’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아니었길 바랐다.

홍등가에서 그런 것은 딘의 착각이길 바랐다.

하지만 이런 때의 짐작은 언제나 불행한 확신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 딘...! 레오...!”

장보기를 끝낸 아누스는 식료품 봉지를 떨어뜨리며 급히 달려왔다. 정령술을 쓸 정도로 급박히도 말이다.

“...긴 이야기가 될 거예요.”

레오나르도는 울고 싶은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침착히 말했다. 70년이 지나도 가족의 부고는 그리도 무겁고, 울적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

렌에 대한 이야기는 건조히 진행되었다.

아리아는 나가 있으라 말할까도 고민해보았지만, 결국은 함께 설명하게 되었다.

아리아도 그때 곁에 있었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녀 또한 이를 같이 짊어주기 위해서도 이유였다.

아누스와 딘의 반응도 지극히 상반되었다.

딘은 처음에는 화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차갑게 표정을 일그러뜨려 절망했다.

사실 저 반응이 제일 인간적인 게 아닐까, 레오는 딘이 가진 늑대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누스는 연장자답게 같은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눈의 떨림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사실 레오를 손자처럼 생각한 시점에서, 렌은 자신의 딸처럼 생각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지금 그 시신은 두 구 모두 라인하르트의 영안실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말도... 아니... 너무하잖아... 렌 씨가 뭘 잘못했는데...”

“진정해. 형.”

“진정?!”

딘은 격앙했다. 격정의 분노보다는 절망의 절규에 가까웠다.

자신이...

맛있게 밥을 먹는 동안,

편안히 잠을 자는 동안,

즐겁게 유흥을 즐기는 동안,

렌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저 용병으로서 죽었다고 무덤이나 만들고서 멋대로 납득하고 있었다. 그걸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넌 네 엄마가...! 그렇게 됐는데... 아무렇지도 않을...!”

“...않을 리가 없잖아!!”

레오는 그 한 마디에 공명하듯 소리를 질렀다. 유년기부터 계속 결핍되어 곪아버린 부분이 최악의 형태로 터진 것이었기에.

참으려고 해도, 삭히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나도... 이해가 안 돼서 온 거야.”

“......미안... 난...”

딘은 자신의 털투성이인 얼굴을 발톱으로 쓸어넘겼다.

“알아. 사실 안 흥분하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사령왕의 사태에서도 그랬다. 죽은 이가 그런 식으로 되살아 행동하면 누구라도 흥분한다.

이걸 초연히 받아들이려고 하는 자신이...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단서를 잡으려고 여기에 온 거야. 형은 몰라도... 아누스 촌장님이라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냐.”

아누스는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죽인 게냐? 두 명 모두.”

“...촌장님...!!”

딘은 아누스의 질문에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레오일 테니까.

“대답해라. 대답하지 않으면 나도 말할 수 있는 것 없어.”

아누스의 말은 잔혹했다. 하지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레오가 어떤 심정으로 두 체를 모두 죽였는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죽였어요.”

그래서 대답했다.

“앞으로도 죽일 거예요. 그게 적이라면 망설이지 않고요.”

“...알았다.”

아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부터 얘기할 것은 원래라면 무덤 속까지 가져가야할 비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오의 각오를 봐서라도 아누스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레오나르도 넌 렌의 친자식이 아니다.”

“...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정확히는 렌의 배로 낳은 자식이 아닐 게다.”

“...아니... 그게 무슨... 얼굴이 판박이인데...”

당황스럽게 황당한 기류가 흐른다. 삼류 소설에서도 이런 반전을 쓰지 않았으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확실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엄마가 직접 말했어요?”

“아니.”

더 기가 차는 말이었다. 아누스의 태연한 반론에 레오는 항변이라도 하듯 반론을 꺼내들었다.

“...직접 본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고향에 있을 때에는...!”

“...넌 렌의 젖을 먹고 커왔니?”

“...그게 무슨...”

그 말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레오나르도는 불현듯 깨달아버렸다. 딘조차 그걸 이해해버렸다.

“...촌장님... 설마... 아니죠?”

“...아니, 맞다.”

아누스는 렌의 부탁을 떠올린다.

-레오나르도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애가 그런 걸 신경쓰는 것도 안 좋고... 제가 직접 말하고 싶으니까.

이내 약속은 깨부서진다.

“네가 아기였을 때도 렌한테서는 젖 한번 나온 적이 없어.”

아무리 보양식을 먹여주어도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너를 직접 낳은 게 아니니까.”

출산하지도 않은 부모에게서 모유가 나올 리가 없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레오의 호칭 정리]

“...근데... 레오나르도 님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가씨, 그냥 평소대로...”

“그건 절대 안 돼요...! 해주신 게 있는데...”

레오나르도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이내 아리아를 보며 웃어보였다.

“...그럼 편할 대로 해주세요.”

“그럼 아저씨?”

“화냅니다.”

동갑이었던 아리아에겐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다.

“농담이에요. 그... 그럼...”

아리아는 조금 얼굴을 붉히더니 입술을 슬며시 움직였다. 이 호칭을 가족이 아닌, 남자에게 쓰는 것은 레오나르도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유일한 낭군일 것이다.

“...오...오빠?”

“......”

레오나르도는 잠시 말이 없었다. 마치 이성과 본능이 진검승부를 벌이며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하지 말라고 하면 저 호칭을 평생 동안 못 들을지도 몰랐다.

“...그...죄송합니다.”

그랬기에 레오나르도는 고자스러운 선택지를 내었다.

“...그 호칭은 조금 부끄럽습니다...”

이라아는 생각했다.

레오는 부끄러울 때가 더 꼴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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