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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31화 (131/248)

{...그...그걸 왜 말을...}

[하면 너희들이 퍽이나 보내줬겠다. 광녀야.]

현자는 떠올린다. 루벤도 그렇게 말렸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다른 동료들도 말릴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걸 기록으로 남기면 분명 어줍지 않은 마법사나 흑마법사가 동굴에 어떻게든 처들어와서 현자의 돌을 찬탈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니 그런 불상사를 막고자 현자는 자신의 기록을 어떻게든 말소하고자 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결국 전부 못 숨기고 퍼진 것도 있었지만, 덕분에 대략 300년 정도는 사람의 출입을 허락하지는 않게 되었다.

{누가 광녀입니까?!}

[그럼 광자라 불러주랴? 얘, 광자야~ 마침 성자랑 라임도 맞네.]

{지금 말장난합니까?!}

[했다! 어! 이번 기회에 깃털 뽑아서 튀김옷 입혀줄까?!]

둘은 유치한 말다툼을 나누는 걸, 보는 라인하르트 일가의 표정이 점차 묘하게 일그러진다. 아마 지금까지 뇌리에 환상이 실시간으로 깨부서지고 있는 중일 테지.

“...레오나르도 님... 실례지만...”

“믿기 싫겠지만 저분들 진짜 현자랑 성녀 맞아요. 그보다 존댓말은 그만두세요.”

글라디오는 입을 떡 벌리게 되었다. 저분들이 정말 초대 용사를 도운 전설의 현자와 성녀란 말인가.

지금 다섯살배기 아이들도 안 할 말다툼을 하는 저들이.

순간, 왜 루미네와 레오나르도가 현자와 성녀의 존재를 함구했는지 암묵적으로 이해가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특히 리오스에게는...’

레오나르도는 리오스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농담처럼 보여도 리오스가 현자를 존경하는 건 의심할 것 없는 진실이었다.

게으르고 빈둥대는 걸 좋아하는 그 리오스가 무가인 라인하르트에서 마법을 추구한 것도 그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으니까.

‘...왠지 모르게 순애의 향이...’

예상 외인지, 예상대로인지는 몰라도, 리오스는 추태에 충격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코끝을 간지럽히는 순애의 향기를 신경쓰기를 바빴다.

[어쨌든 오해는 풀렸냐? 허 참... 누가 보면 내가 잘못한 줄 알겠네...]

이 자리에 모든 이들은 현자가 조금이라도 생색냈으면 그럴 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놓은 일이 너무 대단한 나머지, 차마 누구도 지적하지 못했다.

“...그럼 정리 좀 해주세요. 너무 감정적이어서 정보 요약이 안 됐어요.”

그나마 레오나르도가 이야기의 진행을 도왔다. 한 짓을 따지고 보면 현자랑 그다지 차이는 없었지만 말이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회귀 전 나는 기계로서 마경의 게이트를 막고 있었고, 지상의 흑마법사하고 마인들이 환경 파괴하듯이 결계에 빵구를 내서 결국은 결계가 와장창 해버렸다는 거지.]

“...설명 좀 교양있게 하세요. 사람들 보고 있는데.”

[뭐 어때? 이미 내 이미지는 끝났어.]

그렇게 말하며 자포자기를 하는 현자였다. 그래도 자기 원래 이미지가 시궁창이라는 아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하지만 앤젤라님은 전 회차를 어떻게 기억하시는 건가요? 분명 전에는 그런 말씀이 없었는데...”

{사실... 전 회차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다만 전 회차의 정보가 천계에 있기에 정보를 떠올리는 것은 가능해진 것이었죠.}

이윽고 현자가 덧불이길, 천계는 시간의 흐름에서 분리된 차원이기에 회귀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말했다.

다만 현자 또한 회귀는 자신이 모르는 법칙이 너무 많은 기적이었기에, 확신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과거를 역행한다는 것은 여러 모순을 발생시킬 수 있는 괴현상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이는 건 덤이었다.

“...그럼 검은색 신성력은 정확히 뭐죠?”

레오나르도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회귀 전에 썼던 금제의 신성력은 분명 백금색의 빛깔을 띄고 있었다.

이단에 허접해도 분명한 빛의 신성이었단 말이다.

하지만 아까 그건 분명 흑마법...스러운 신성력이었다.

[...사실 나도 몰라.]

{장난합니까!? 제대로 설명하세요!!}

[까놓고 너도 잘 모르잖아. 새로운 형태의 신성력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가설이라는 말에 다들 눈을 토끼 같게 띄였다.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에 가설은 뭐란 말인가.

현자도 그런 반응은 금방 눈치챈 것인지 바로 살을 붙여 설명을 시작했다.

[신성은 흔히 빛의 신의 힘을 믿음의 형태로 뽑아낸 거잖아. 흑마법의 반대 개념으로 악의를 에너지로 악마의 힘이나 제물의 생명력을 훔치는 거고.]

그건 으레 들어 알고 있었다.

계산과 순수한 마나만을 이용해 하는 것이 마법이라면, 흑마법과 신성술은 감정이라는 추가적인 재료를 추가해 효과를 급진시킨 기술.

때문에 마법과는 골자의 차이가 컸다. 흑마법보다도 신성술이 어려워진 것은 덤이었고.

[근데 묘하지 않아? 악의와 제물을 통해 악마와의 계약이 가능한 흑마법, 믿음과 기도를 통해 신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신성술. 묘하게 반대되면서도 비슷하단 말이지.]

그 논리에 마법사인 리오스와 레오나르도는 수긍하게 되었다. 그 말대로 감정이라는 골자를 섞는다는 점에서 흑마법과 신성력은 몹시 유사했다.

적어도 과정적인 면에선 지극히 닮아있었다.

그에 비해 신실한 사제인 루미네와 앤젤라는 현자의 말에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성력은 흑마법과 달리 사용하기도 까다롭고, 거기에 도출해내는 결과도 극단적으로 상반되었다.

그걸 같다고 표현하는 건, 성직자로서 불쾌한 설명이 따로 없었다.

{그런 말은, 성직자에게 무례하다 생각되지 않습니까?}

[미안하게도 난 학자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민폐가 직접적이지만 않다면 연구하는 주의여서.]

그렇게 비꼬듯 현자는 말을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성녀는 현자의 공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기에 그 이상으로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인공 신성을 개발하고자 했어. 좀 더 쓰기 편하고 범용성이 높은 신성을 말이야.]

신성의 단점인 ‘믿음’과 ‘신’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에 의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믿음은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감정이었고, 신이라는 개념은 학자인 현자에겐 너무나 아득한 관념이었다.

그랬기에 현자는 새로운 물질이자 에너지나나 다름없는 인공 신성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처음에는 정령을 이용한 상호공유적인 신성이었는데, 이건 정령의 마나 총량에 한계가 분명해...]

현자는 갑자기 설명에 열이 붙었는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주요적인 이야기에서 헛돌며 세부적인 곁가지만 설명하는 것이 실로 일행들에게는 지루했다.

“...저 죄송합니다만, 현자님. 그 어둠의 신성을 먼저 설명해줄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그게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하... 거참, 안 그래도 설명하려고 했어.]

그렇게 뻔뻔스레 말하며, 현자는 정말로 중요한 내용을 꺼내들었다. 다들 갑자기 시작된 마법 강의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곤 있었지만, 글라디오의 제지 덕분에 진정한 본론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마지막에 생각한 게 흑마법과 신성의 융합이었지. 원리나 방식은 나름 비슷하다고도 생각했거든.]

{이런 파렴치한...! 당신이 그 정도로...!}

[싸가지 없게 말 자르지 말고 들어. 흑마법의 원리를 착안한다는 거지, 누가 흑마법을 쓴다고 했어?]

현자의 일갈에 또다시 앤젤라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아까 간신히 생색을 낸 것이 그녀의 감정에 심히 영향을 준 것 같았다.

“그래서 성공한 건가요?”

[그랬다면 지금도 쓰이겠지. 대차게 망했어.]

흑마법과 신성력의 조합은 본질적으로 말해 실패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 큰 하자가 있었다.

[마기와 신성은 서로 반발하는 체질이야. 만드는 원리를 착안한다 쳐도 섞이는 건 불가능해. 그래서 효율성은 매한가지로 바닥이었어.]

마기와 신성은 산과 염기와 같다. 서로 닿는 순간, 서로를 중화시키는 체질.

그렇기에 신성술과 흑마법은 섞이는 것 자체가 불가했다.

아무리 이론에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신실한 믿음을 유지하며 누군가를 제물로 바치지도, 악마와 계약도 하지 않고 완벽한 비율의 마기를 만들어낼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근데 저는...”

[그래, 이론상 존재하지만, 현존하지는 않는 새로운 신성을 만들어냈어. 만든 건지, 발견한 건지는 헷갈리지만 말이야.]

“...제가요?”

[너가요. 아마 내가 자아를 회복한 거나, 회귀의 이유도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현자의 말대로 이건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의심스럽게 연결되는 구석들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그런 특이체질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야.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썩 많지 않아. 설사 확인한다 해도...]

현자는 슬며시 자신의 동료의 후손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회복하기는 했지만, 레오나르도가 폭주해 날린 공격의 멍이나 흉은 아직 조금씩 남아있었다.

[억지로 그 힘을 끄집어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당장은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야. 그보다...]

현자는 길어진 설명을 뒤로하고, 다른 의미로 급한 문제인 ‘마나가 없는 존재’를 떠올렸다.

[네 엄마가 어떤 상황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렇죠.”

레오나르도의 표정이 일순에 어두워졌다. 진짜든, 가짜든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을 본인이 직접 죽였다.

그로 인한 상심이 얼마나 클지, 라인하르트의 일가는 물론, 현자와 성자들마저 애도의 마음을 금치 못했다.

“...혹시 네크로멘서가 순애신 님의 어머님을...”

“그럴 가능성은 없을 거에요. 그런 것치고는...”

리오스의 질문에, 루미네는 떠오린다. 분명 목이 베이고, 복부가 뚫려 죽은 그 ‘존재’들은 흡혈귀만큼이나 강했지만, 흡혈귀와는 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다.

“흡혈귀처럼 햇볕에 타지도, 재생력이 뛰어나지도 않았으니까요.”

“...확실히...”

렌과 같은 시체는 다른 흡혈귀와 달리 소멸되지도, 증발하지도 않은 채 남아있었다.

지금 검사를 위해 이단심문관들과 전문 마법사를 불렀으니 검사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제 유전자 감식 결과로는 전례가 없는 생물입니다. 인간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인은 레오나르도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보자 자신의 처리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 레오나르도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적도, 학습한 적이 없었기에 그런 것이라고, 아인 스스로는 생각했다.

그 순간,

똑똑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알프레드인가?”

두드리는 박자와 소리를 듣고, 글라디오는 습관적으로 그게 알프레드라 추측할 수 있었다.

알프레드의 노크는 유난히 크게 울리고, 박자가 느렸기 때문이었다.

“예, 지금 손님이 왔습니다.”

“손님이라면...”

“신전의 이단심문관들입니다. 아무래도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온 것 같습니다.”

글라디오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방문과 레오를 번갈아보았다. 동시에 현자와 성녀를 훑어보는 것은 덤이었다.

“...혹시 괜찮다면, 레오나르도 님은 현자님과 대기해줄 수 있겠습니까?”

“...대기 말인가요?”

레오나르도는 존댓말을 지적하는 것도 힘들었는지, 이젠 굳이 딴지를 걸지 않은 채 대화에 순응했다.

“아무래도... 부상도 회복되지 않았고, 현자님도 보이시는 건 곤란할 테니...”

“...아, 알겠습니다. 그럼 염치는 없지만 조금 자두겠습니다.”

“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오나르도 님.”

레오나르도는 글라디오의 말을 뭘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물론 레오나르도의 상태를 걱정한 것도 있었지만, 행여나 현자가 실체화되어 이단심문관과의 소통에 지장이 생기면 곤란했기에 글라디오는 힘겨운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하면 우선 존댓말부터 그만두시고요.”

일행들은 들은 것인지 못 들은 것인지, 아예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꺾으며 밖으로 나갔다.

레오나르도는 한숨 잠이라도 잘 겸, 눈을 감았다. 마음 속에 있던 짐을 덜어둔 덕분일까, 잠은 편안히 레오의 정신을 눕혀주었다.

그리고 이 달콤한 수면은 대략 40분 못 자 끝나버렸다.

분노한 아리아스필이 대련을 빙자해 이단심문관들을 두들겨팼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녀가 했던 말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내 레오한테 내통자니 부족한 인간이니 뭐니 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참고로 이단심문관 중 한 명은 아인을 보며 ‘사역마 주제에 인간을 흉내내는 걸 라인하르트에선 허락합니까?’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고, 그래서 매우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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