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130화 (130/248)

레오나르도는 본인의 학살을 추하다 생각했다.

격정에만 휩쓸려 타인을 생각하지도 않고 복수를 이행했다. 라인하르트의 이름을 멋대로 써 분노를 분출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래에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입혔다.

그건 분명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오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우선 진정하시고요...! 왜들 이러...”

“죄송합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보다 왜 계속 존대를 한단 말인가. 그것도 극존칭으로.

“우선 리오스 님은 만세부터 그만하세요...!”

“예예...! 순애의 화신이시여...!!”

갑자기 호칭이 순애의 화신이 된 것인가.

그보다 여기에서 왜 순애가 나오는가.

“크리스 님도 우선 진정하세요. 다들 왜 그렇게...!”

“시...시정하겠습니다...! 지고한 회귀자님...!!”

아니, 그니까 왜 자꾸 다들 존대를 하냔 말이다. 평소처럼 대해도 모자를 판에.

“...마르켄 님은 이쪽 좀 보세요. 아니, 다들 왜 그렇게...”

“...미...미안합니다.... 그게 면...면목이 없는지라...”

그건 알겠는데, 왜 마르켄마저 자신에게 극존대를 한단 말인가.

“시리카 님은...”

“...으...흑... 죄송해요...! 무능하게... 저렇게 상처만...”

“괜찮으니까 우선 눈물부터 닦으세요.”

시리카 님은 그나마 이해라도 했다. 자신이 죽는 걸 보고 맨정신을 유지하는 건, 고통의 극치 중 하나였다.

레오도 자주 경험하였기에 이를 이해하는 게 가능했다.

“...아리아 아가씨...”

“네..네엣?!”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저런 복잡한 표정은 전생에도 본 적이 없었다.

‘...나만 저렇게 생각해준 거야...?! 고마운데...!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아리아는 기이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적색의 홍조를 띄었다. 이런 복잡한 심정은 아리아도 처음 느껴보았다.

동시에 가슴이 이렇게까지 난리를 치는 것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흉터가 있는 부분이 욱씬거릴 정도로 간질거렸다.

“...루미네 님... 다들 왜 이래요?”

“...레오나르도 기사님.”

루미네는 차게 식으면서, 동시에 안타까운 시선으로 레오나르도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트라우마와 자기혐오에 찌들면 이런 형태로도 변할 수 있는가를 루미네는 그날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시는 게 어때요?”

{상식적으로 본인들을 위해 복수해줬는데, 역정을 내는 게 더 이상한 겁니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레오나르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아...지고해라...”

이렇게 치켜세우고...

“...저런 사람이 한때 내 제자였다니...”

감동할 일인가...?

[...넌 생색내는 법 좀 배워라 인마.]

현자의 지적이 이어지며, 계속된 흥분은 고양된다. 진정시키는 데 30분은 족히 걸렸으니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이 될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것만이 아니었다. 사실 이게 본론으로서도 중요했다.

“...우선 진정하시고요. 여러분.”

그러자 다들 일순에 조용해진다.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레오나르도는 정말 공포를 느꼈다.

왜 정말 다들 이러는 것인가?

“예, 말씀하시죠.”

리오스는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대답했다. 무슨 신을 대하는 사제도 아니고, 불편해서 마주보기도 힘들었다.

“...제발 반말로 하세요. 평소대로.”

“아니, 제가 어찌...”

리오스는 무슨 어전의 앞인 것마냥 고개도 숙연히 숙이고 있었다.

“제발 부탁이니까요.”

부담스러워 미칠 것 같으니까.

“...알겠어...요?”

“...하... 우선 이야기부터 시작할게요.”

레오나르도는 이 난잡한 이야기 속에 정리를 위해 입을 열었다.

“아...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질문을 윤허해도 되겠습니까?”

쓸데없이 정중히도 크리스는 레오나르도에게 질문했다. 보통은 허락이라 하는데, 왜 윤허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인가.

“...말씀하세요. 그보다 존댓말은 그만두시고요.”

“...아니, 이렇게 많은 은혜를 입었는데 어떻게 그런 무례를...”

그렇게 따지면 회귀 전에는 자신은 크리스의 제자였는데, 그럼 자신이 존대하는 게 맞는 논리 아닌가.

“...어쨌든 질문하세요. 대답해드릴게요.”

“...그...현자님과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레오나르도는 한편으로 안심했다. 생각보다 정상적인 질문이여서 그나마 대답하기가 수월했다.

[갑자기 주거침입했지 뭘.]

물론 현자가 훼방을 놓긴 했다만 말이다. 그 한 마디에 다들 기가 찬 건지, 어이가 없는 건지 입을 벌렸다.

“그런 식으로 범죄자마냥 설명하지 마세요.”

따지고 보면 레오도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것이 아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그렇게 된 것일 뿐이었지.

“...그럼 그때 것도 영상으로...”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현자는 단칼에 거절했다. 사실 그건 레오도 동의하는 말이었고, 동시에 할 말이기도 했다.

“어째서...죠?”

[정확히는 틀어줄 수가 없다가 맞겠지.]

그렇게 말하며 현자는 한숨을 내쉰다.

[얘, 코어가 완전히 부서진 채로 차원을 뚫었거든.]

“...예...?”

다들 순간 경직했다. 그게 무슨 의미를 하는지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레오나르도도 그때를 떠올린 건지 사뭇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확히는 게이트를 찢는 도중에 부분 골절, 마나 코어가 파열까지 됐어. 아마 몇 시간만 가만히 있어도 죽었을 걸.]

“...그러니까...”

현자의 단도직입적이다 못해 단도주입적인 설명에 모두 이해를 간신히 하는 표정이었다.

“...마나 코어가 없는 채라, 영혼마저 기억을 못하는 뜻입니까?”

“...그렇게 되는 거죠.”

다들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를 못한 눈치였다. 시리카도 그 말의 의미는 알고 있었다.

“...그러고... 살 수가 있어요?”

코어가 터진다는 건, 마나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는 의미다. 보통은 나쁘게 끝나는 게 죽음, 좋게 끝나는 게 폐인이라 생각될 정도로 중상이았다는 의미였다.

“...죽어가는 도중이었죠.”

죽어가는 도중이었기에 더욱 격렬히 싸웠는지도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죽을 생각이었는데, 골렘이 쓸데없는 말만 안 했더라면 그냥 죽었을지도 모른다.

“현자의 돌이 몸을 강화시켜 치료해준다고 해서, 금제가 발동하지만 않았더라면요.”

지금도 떠오른다. 갑자기 침입자를 배제한다면서 주먹질을 하면서도, 묻는 말에는 여과없이 대답하는 목석 같은 골렘의 말투가.

-설마 그걸 모르고 들어온 건가? 현자의 돌을 사용하면 바로 치료할 수 있다만?

-...차라리 몰랐으면 했다. 그걸 왜 말해... 쿨럭... 씨발...

살 방법이 있는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금제를 어기는 행동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레오는 싸움에 응하게 되었다.

덕분에 떡이 될 때까지 칼춤이고 주먹다짐을 하게 되고 말이다.

“...그럼 어떻게 현자의 동굴에... 간 겁니까? 그보다 현자의 돌은 현재에도 존재하는 겁...니까?”

사실 일행들도 그게 제일 의문스러웠다. 이곳에 미래에서 과거로 온 현자가 왔다면, 현재에 그 동굴에는 현자의 돌이 남아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되면 현자는 한 시간대에 두 명니나 된다는 것인데, 이는 모순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안 샘솟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설명해줘야지...]

그렇게 말하는가 싶더니 이내 현자는 루미네 쪽으로 눈을 흘겼다. 정확히는 루미네의 등을 지키고 있는 한 천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전에 너.]

{너? 너라고 했습니까?}

호칭 하나에도 견제가 들어가는지 앤젤라의 눈썹이 구부러지며 현자를 노려본다. 너라는 호칭은 레오가 생각해도 심한 표현이었다.

[그래, 너. 너도 말할 게 있을 텐데? 전 성녀이신 천사 앤젤라 루키페르 씨.]

{글쎄요. 무슨 말씀이신지.}

앤젤라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설프게 논지를 흐리는 것은 분명한 확답과 도발의 의사이기도 했다.

[네가 전 회차에 무엇을 했는지 난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거든.]

분위기가 살얼음판처럼 얼었다. 그 말대로 앤젤라 또한 전 회차에는 존재했다. 하지만 앤젤라 루키페르는 한 번도 레오나르도에게 나타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루미네도 그에 대한 말은 하지 않은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그리고 그 검은색 신성력, 그 건에 관해서도 설명해줄 필요도 있잖아.]

{...확실히 당신 말대로이긴 합니다.}

하지만 앤젤라의 표정은 동의하는 말과 달리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평소에 현자와 싸우는 것과는 사뭇 다른 무게의 어투였다.

{하지만 당신이 먼저 말하는 게 순서입니다. 전 아직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뭔 자격으로 용서하고 마는데? 그리고 그런 게 한두 가지...]

{당신의 옛 동료로서요. 어째서 말도 없이 떠난 겁니까?}

순간 침묵이 뒤덮였다.

경박한 현자마저도 입을 다물 만큼 날카롭고도 차가운 말투였다. 사실 여태까지 투닥거린 것은 그저 평소의 습관적 장난으로 보일 정도로 앤젤라는 차게 격분해있었다.

앤젤라의 말대로 현자는 용사 일행에게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들도 현자는 사실 실존인물이 아니거나, 성녀처럼 여러 인물이 사용한 직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존재하고 있는 현자는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루벤한테는 분명 말을 해뒀을...]

{그래요. 둘이서만 이야기를 해뒀죠. 저는 늘 그렇게 빼놓고요.}

앤젤라는 떠올린다. 같이 사선을 넘어오고, 함께 극복한 위기에 축복했다. 하지만 늘 루벤과 현자 간에는 그런 비밀이 존재했다.

[너한테만 말 안 한 게 아니라... 그냥 루벤한테만 말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고,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눈치 없는 레오도 알 수도 있었다. 그건 절대 말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런 것보다’라고 했습니까?! 그런 것보다?! 예?!}

[갑자기 왜 그러는...]

어느샌가 주제는 앤젤라와 현자의 싸움이 탈바꿈되어있었다. 뭐라 끼어들기도 애매하고, 이번 기회에 둘이 이야기라도 제대로 해보라는 겸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제가 아직도 당신 곁에서 졸졸 따라다니던 어린 꼬마처럼 보이십니까!?}

[도대체 아까부터 무슨 말이...]

{당신의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단 말입니다!! 몇십 년을 함께 싸워온 동료였는데... 서로 믿을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앤젤라는 천사의 몸으로도 거친 숨을 몰아쉰다. 천사의 몸은 호흡도 필요없을 텐데, 그녀는 힘겨운 숨을 쌔액거리며 한꺼번에 내쉬고 있었다.

{그래요...! 당신과 용사님의 잘난 비밀 덕분에 세계의 존속은 유지되었죠! 그래서 납득하려고 했습니다!! 이 영혼이 천사로서 살아가게 됐으니...!}

[그럼 그걸 된 거 아닌...]

눈치는 수프에 말아먹은 발언이었다.

{그럼 제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제 심정은!! 어렸을 때부터 당신에게 밥 먹듯이 애처럼 무시당한 제 심정은!!}

[...아니, 내가 무시한 건... 그냥 놀린 거지... 인격까지 깔본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우선 지금은...]

왠지 모르게 현자가 몇백 년 동안 고자로 살아온 게 이해되는 문답이었다.

{으이이이익!!! 그래요!! 그럼 필요한 걸 대답해드리죠!! 전 회차요?! 현세에 개입할 여력이 부족해 정보는 고사하고 계시 전도만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루미네 수사가 중상을 입었을 때, 그 충격을 실명 정도로 완화시키느라 남은 신성을 전부 소모해버렸죠!! 근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이런 형체로나마 강림도 가능하더군요!!}

그 한 마디에 루미네는 크게 충격을 먹었다. 전 회차는 앤젤라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곁에 있었고, 도왔단 말인가.

{그리고 검은 신성력이요?! 예!? 당신의 제자가 어째서 현존하지 않는 어둠의 신성을 쓴 건진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못 봤거든요!! 이걸로 됐습니까?!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대답하세요!!}

모두 황당해 얼어있었다. 앤젤라가 고명한 성격인 것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여태까지 고상한 어투를 구사하는 건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자의 의심 하나로 지금 전 성녀의 밑낯이 철저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것도 용사의 후손들에게 낱낱이.

[...난 게이트의 원천을 제거하려고 마경에 갔어. 나 자신을 현자의 돌로 만들어서 마경을 단절시킬 결계를 만들었지.]

그건 레오나르도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사실이었다.

[이론상 하자는 없었는데, 문제는 지상에 있는 흑마법에 찌든 멍충이들이 계속 결계에 낸 손상이었지. 그러다가 완전히 쪼개지기 직전에 웬 마법사도 아닌 놈이 갑자기 거의 망가진 결계 틈을 비집고 들어왔고.]

그게 레오나르도였다.

또다시 출현한 초대형 게이트를 검술로 양단한다는 기행으로 우연히 현자의 동굴로 떨어지게 된 것이었다.

현자도 마법사가 차원문을 연 것이 아닌, 일개 검사가 그런 괴이한 방식으로 차원을 뚫고 들어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차원의 균열이나 다름 없는 게이트를 그런 식으로 막을 거라 생각하는 멍청이가, 그걸 실행시킬 미친놈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근데 원래는 내 자의식은 없고, 지식과 마법만이 남아야 정상이야. 근데 어째서인지 레오나르도에게 이식을 하니 자아가 돌아왔어.]

{...그니까 300년 동안...?}

[마경을 막은 셈이지. 분위기 깰까봐 말 안 했는데, 너 때문에 이게 뭐냐?]

....뭐라 말이 안 나오자, 유일하게 말할 자격이 있는 레오나르도는 간신히 지적했다.

“...현자님부터 생색 좀 내세요.”

[...네가 할 말이냐?]

저 고자들을 제외하고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둘 다 마찬가지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동굴에 있던 현자의 돌은 자비스고, 지금 현자는 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제 예고없이 휴재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성실히 연재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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