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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21화 (121/248)

많은 걸 바란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당연히 바라는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과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었다.

...

그마저도 나에겐 과분한 것이었나.

***

“...”

레오나르도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몸만이 서있을 뿐, 고개가 아래 방향으로 젖혀지고 있었고, 짐승과 같은 포효를 내지르지도 않았다.

마치 서있는 자세 그대로 기절한 것처럼도 보였다.

“...레오?”

“...설마 흡혈귀를 죽였기에 자아가 돌아온 건가...?”

다들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대로 레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아까의 전투 방식도, 전투 자체의 힘도 충분히 두려움을 자아낼 만한 위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현자의 계획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살기...’

살기와 유사한 한기가 아직 레오에게는 느껴졌다. 의식적인 살기라기보다는 물체 하나 하나에 기계적인 경계로도 보이는 한기.

“...!”

그리고 그 경계는 실로 옳은 판단이었다.

•치기 제7형 타(打) 정권 치기

“...윽...!?”

글라디오가 나가떨어진다. 시간이 잠시 끊겼다 이어졌다 착각할 정도로 빠르게, 레오는 글라디오에게 정권을 날렸다.

반사적으로 주먹이 도달했을 때, 방패에 오러를 두르지 않았더라면 주먹이 그대로 방패를 관통시켜 복부를 꿰뚫었을 것이다.

“...저건... 분명...”

저 체술은 완벽한, 아니... 평소보다 위력적인 기본의 심화였다. 그 증거로 글라디오의 방패는 찌그러진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지능을 회복했다.

까드득...

하지만 이성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메리 라미아의 추가적인 정신 공격으로 이성의 회복은 더더욱 더뎌졌다.

방금 전까지는 반사적으로 모든 걸 살육하는 짐승이었지만, 이제는 보이는 걸 파괴하는 기계나 다름없었다.

“으윽...”

글라디오는 방금 충격으로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떨리는 것은 그저 놀라서가 아니었다.

“끄아...악...!

한팔은 한순간의 충격을 흘려내지 못하고 부러져 있었다. 반대팔도 부상으로 부어오르고 잘 움직이지를 못했다.

스릉...

레오나르도는 이미 지면에서 낙뢰창을 집어들지 오래였다. 창날에선 스파크가 튀면서 다음으로 공격할 대상을 향해 날끝을 겨누고 있었다.

“...멀뚱히 있지 마라!! 크리스티나!”

마르켄은 자신의 딸을 옆쪽으로 밀치며, 짐승에서 살육 기계로 변해버린 자의 창격을 빗나가게 했다.

“정신 차려라!! 이 돼먹지 못한 놈!!”

마르켄은 화청을 휘두르며 화염의 검기를 날려대었다. 압축된 열기의 검격은 가히 폭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피한다라 할지라도 폭격의 충격으로 움직임이 잠시 멈춘다면 제압이 가능해질 거라는 노익장의 관록 있는 판단이었다.

퍼어엉!! 퍼엉! 펑!!

매캐한 연기와 함께 일어나는 폭음, 레오나르도를 노리면서도, 주변인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섬세히 마나를 다뤄낸 무기술의 예술이 이어졌다.

아마 평소의 레오나르도라면 통각 때문이라도 순간적으로 몸에 정지가 올 것이다. 인간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파악...!

“...아버지...! 뒤를..!!”

레오나르도는 이미 뒤에 와있었다.

하지만 지금 레오는 통각마저 무시하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닌, 몸의 형질이 아예 통각을 정보로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레오의 왼쪽 팔은 이미 폭발을 피하지 않았기에 뒤틀렸고, 불길을 가로질렀기에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럼에도 레오는 멈추지 않았다.

꾸드득...

팔은 괴이한 소리를 내며 팔의 형태를 다시 맞추고 있었다. 검은 돌로 형태를 잡고, 검게 물든 신성으로 내부를 즉시 재생해내었다.

콰지지지직...!!

시작되는 뇌격의 낙뢰, 간신히 반응해낸 마르켄은 거울의 방패를 들었다. 하지만 그건 성급한 오판이었다.

지금 써야할 것은 방패로 방어하는 것이 아닌, 화청으로 상쇄하는 것이었다.

[라이트닝]

1서클의 가벼운 전격 마법, 계산식은 고위 마법에 비하면 수수하고 볼품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살육에 있어 정답이었다. 위력과 파괴력은 풀고르가 대신해줄 거라는 걸, 저 이성을 잃은 가면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라이트닝의 마법은 그저 활로, 그리고 회선에 불과하다. 장애물을 우회해 대상을 뇌격으로 찢을 전류의 길이 필요했다.

“끄아아아아악!!!”

풀고르의 낙뢰는 그대로 꺾이고 휘어 마르켄의 배후를 찔렀다. 라이트닝으로 조작된 뇌격은 방패 앞에서 각 방향을 향해 퍼졌기에 반사도, 하물며 방어도 불가했다.

“아버지!!”

이번에는 크리스였다. 마르켄의 등에 전격을 오러만으로 잘라내며, 동시에 분신을 만들어 레오나르도에게 집어던졌다.

잔상이 만들어진다. 거기에도 함정은 있었다. 분신은 또다른 분신을 만들며 다시 한번 위로 집어던졌다.

잔상을 인해 시각에는 착각이 생긴다. 그걸 지금 레오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자신을 분열시켜 사용한 양동 작전, 마지막에 전부를 막는다면 본체인 자신이 회수된 마나를 사용해 일격을 날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충격으로 부디 정신을...!

“...”

레오나르도는 반응하지 않았다. 양동이든, 정면돌파든, 분신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고민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판단은 냉정했다.

아니, 사실 주객전도일지 모른다.

너무나 기계적으로 냉랭히 판단했기에 모든 상황에 더욱더 능동적이며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터엉...!

레오나르도는 창을 고쳐쥐었다. 찌르는 자세도, 휘두르는 자세도 아니었다.

파직...!

선이 그려지며, 섬광과 함께 뇌격이 하늘로 날아갔다.

푸욱...!

동시에 뚫리는 공중의 분신, 잔상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뇌격은 단순히 공격의 용도만이 아니었다. 하늘을 찌른 뇌창은 구름에 꿰뚫며 동시에 다시 지면으로 낙뢰했다.

“...흡...!”

크리스는 급히 쌍검으로 방어 테세를 구축했다. 하지만 레오가 향한 곳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콰아앙!!

“끄아아아악!!”

루미네였다. 간신히 버티기는 했으나, 흡혈귀를 녹이는데 신성을 사용해 더 이상의 치료도, 회복도 무리였다.

본능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무방비한 힐러이자 서포터를 제거해야한다는 것을 레오는 습관의 형태로 행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스릉

“...”

레오나르도는 마무리를 짓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대로 전격에 기절한 루미네의 가슴을 찌르기 위해 레오는 창을 들었다.

{그만두십쇼...}

빛이 퍼지며 레오나로드의 머리 속에 말이 울리기 시작했다. 루미네의 심장을 찌르려고 한 레오나르도는 그 빛에 가면을 썼음에도 눈을 뜰 수 없는 것을 느꼈다.

{...겨우 되찾은 인간의 삶을...다시 버릴 건가요?}

성녀는 설득하는 걸 너머 눈 앞의 존재를 애도하는 것처럼, 간절하게 레오에게 물었다.

마치 빛에서 눈물을 흐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으...으아...!!”

레오나르도는 다시 짧게 포효하며 눈앞의 천사를 향해 창을 던졌다. 성녀는 레오의 투창 때문인지, 검게 물든 신성 때문인지 이내 형체를 유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지금이에요!!”

리오스는 급히 물로 만든 감옥을 레오의 주변으로 휘감았다. 마나를 전부 짜내 만든 물의 마법이었다.

이대로 천천히 호흡을 정지시키고 고유 마법을 발현시킨다면 레오를 진정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잘했다!! 리오스!!”

크리스도 자신의 분신과 함께 레오를 제압하려고 했다. 아직 남아있는 얼음의 단검을 꽂아 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퍼어어엉!!

그건 신성이 포함된 성수여야 효과적이었다. 레오는 그 안에서 오러와 화염을 폭발시켰다. 오러로는 최소한의 방어를, 화염을 이 액체를 바로 수증기로 만들어 폭발시키기 위해서였다.

평범한 화염의 폭발과 달리, 수증기는 폭탄의 탄피처럼 퍼지고, 화약처럼 화력을 증폭시켜 더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크리스는 그대로 나가떨어지고, 리오스도 충격에 휘말릴 뻔했지만 다행히 아리아가 리오스를 감싸 막았다.

“...레오...!”

크리스는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고, 리오스도 마나의 고갈로 더는 전투불능이었다.

“...!”

그대로 레오는 검은 돌로 만든 칼날로 크리스를 찌르려고 했다.

카아아아앙...

“...그만해... 레오...“

그 검격을 막아낸 것은 성검의 주인이었다.

“너도 힘들잖아...!”

아리아스필은 레오를 바라보며 힘겹게 말했다.

자신이 저렇게 만든 것이었기에.

곁에 필요할 때 있어 주지 못했기에.

레오가 저렇게 몰아붙여진 것이었다.

“...그만둬...! 아리아! 지금 레오는...!”

“싫어요! 더는...!”

아리아는 성검의 신성력을 날리며 검은 돌의 칼날을 베어내었다.

“레오를 혼자 두지 않을 거야...!”

“...!!”

두 신성력이 서로 맞부딪친다.

카아앙!!

초대 용사가 남겼던 빛의 신성과,

콰아아아!!

아무도 도달하지 못할 어둠의 신성이.

파아아아앙!!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뒤섞인다.

‘...마나가 부족해...’

아리아는 처음으로 마나가 고갈되었다는 감각을 느꼈다. 방대한 바다와 같았던 마력은 가뭄이라도 난 것처럼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퍼억...!!

그건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레오 쪽에서도 몸은 이미 한계였고 마나는 애당초 동이 날때로 동이 나있었다.

•치기 제8형 격(擊) 발차기

퍼억...!

“아아...악...!”

그런 상황이라면 레오가 더 유리했다. 마나가 부족한 채로 싸워본 경험은 레오나르도가 몇 배는 더 우세했다.

아까의 발차기로 성검은 떨어뜨렸다. 레오나르도도 무기를 못 쓰는 건 마찬가지였다.

퍼억...! 팍...!

격투전이 이어진다. 공격은 최선이었고, 아마 방어하는 자세가 흐트러진다면 그대로 살점이 충격으로 떨어져나갈 것이다.

아리아는 초점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감각이 뒤섞이고, 시선이 점점 뒤집히는 것을 느낀다.

입가에는 피가 흘러나오고, 코에서는 더한 피가 솟구친다.

레오나르도는 가면만큼은 굳건히 유지하며 얼굴을 방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오의 쪽도 힘이 부치는 건 마찬가지였다.

“으...아...”

그랬기에 레오나르도는 최후의 수를 택했다. 모든 힘을 짜내 한 손에 살권을 담는다. 아마 막는다고 해도 뼈와 살을 뚫는 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리아는 그걸 보며 되뇐다.

‘...나밖에 없어.’

자신밖에 없었다.

이 싸움도.

지금 상황도.

‘레오를 막을 수 있는 건...’

그 순간,

“...죽여줘...”

레오는 말했다.

이성을 잃었었음에도, 그렇게 말했다.

아니.

이성을 잃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는다는 것이 본능적인 전제였기에.

퍼억...

이윽고 타격음은 울렸다. 경쾌하지 못한 소리, 레오의 주먹이 아리아의 가슴에 박히는 소리였다.

콰직...!

이윽고 타격음은 울린다. 경쾌하게 깨진 소리, 아리아의 주먹이 레오의 가면에 부딪친 소리였다.

“...아가씨...”

레오의 눈동자가 깨진 가면 틈 사이로 보인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한 것인지 확실히 깨닫게 된다.

가슴에 박힌 주먹마저.

그 행동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깨닫게 된 것이었다.

“괜찮아.”

아리아는 그런 레오를 감싸안는다. 치료도 되지 않았지만, 자애롭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레오는 사과를 웅얼거린다. 그럴 때마다 얼굴의 가면은 점차 부서진다.

“아무도 안 죽었어. 전부 치료하면 돼.”

아리아는 레오의 등을 토닥이며, 귀에 속삭였다. 자신은 괜찮다고, 레오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미안해... 미안해...”

사과를 할수록 가면은 계속 깨부서진다. 점차 맨얼굴은 드러나기 시작한다.

“괜찮아. 손이 떨리고 있었는 걸.”

아리아는 기억한다. 가슴에 박힌 손이 계속 떨리던 걸, 덕분에 상처는 경상으로 그친 것을.

“...잘못...”

“...계속 울고 있는 걸... 알았으니까.”

가면이 완전히 깨부서진다.

“...고마워요... 고마워...”

레오는 울고 있었다.

지금도, 여태까지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후 루미네는 아리아가 어떻게든 가슴 흉터를 남기겠다고 떼를 써서 큰 혈압 상승 작용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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