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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18화 (118/248)

모든 존재에게는 마나가 존재한다.

생물은 물론, 땅에도, 공기에도, 불에도, 물에도 마나가 내포되어 있다.

정령이란 그런 무생물의 마나가 지성을 가지게 된 것이었고.

마나라는 힘이 순환되는 근원이었다.

그렇기에 마나가 없는다는 것은,

실존하는 존재의 값이 0인 것이나 다름없다.

***

“...그런 게 존재해요?”

레오나르도는 진심으로 당황한 듯, 현자에게 육성으로 물었다.

[존재하기는 해...! 근데 그 새끼는...!! 야야!! 온다!!]

현자도 경악할 정도로 급히 말을 이어갔다. 사실상 현재 정립된 법칙에 완전히 반하는 존재나 다름없었기에, 현자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넌 용사를 맡아줘야겠어. 난 저 먹음직스러운 남자가 상성에 맞거든.”

메리 라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붉은 입술을 새빨간 혀를 쓸어넘겼다.

그 행동 하나에 아리아의 뜨거운 분노에 연료가 추가되었다. 저 년만큼은 자신이 태워죽일 것이라 타오르는 분노가 말이다.

“...알겠습니다. 라미아 님.”

그에 비해 차갑고 건조히 대답한 존재는 빠르게 전달받은 지령을 수행했다.

퍼엉!!

또다시 울리는 파공음, 아리아는 눈 앞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괴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유령처럼 그것은 사라졌고, 동시에 귀신처럼 배후에서 나타났다.

카아아앙!!

“으윽...”

묵직한 완력, 그 존재는 손톱으로도 검격 이상의 위력을 연격을 넘어 날리고 있었다. 아리아조차 그 공격을 전부 막아내는 것이 한계였다.

사실 아까 그 공격은 자신의 마나와 신성을 최대 출력으로 발사해 날린 것이었기에 당분간은 신성력을 쏴재끼는 것은 하지 못했다.

<얘들아, 쟤를 막아줘!>

그랬기에 정령의 힘을 빌리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저 녀석이 누군데?! 저 꼬마 같이 생긴 뱀파이어?]

정령들은 대상의 마나로 상대를 본다. 정확히는 시각이 아닌, 마나의 감각으로 대상을 감지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랬기에 정령에게 저 존재는 투명인간이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콰가가가각!!

이윽고 폭격과 같은 맹공이 저 존재에게서 이어졌다. 아리아는 방어에 최선을 기울이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

레오나르도는 그로 인해 아리아에게로 쏠렸다. 아리아와 저 여자는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어머~ 나 같은 여자를 두고 한 눈 팔아?”

“그어...어어어!!”

이내 그녀의 주변에서 붉은 눈이 번뜩인다. 지면에서 망자의 손이 뻗어온다. 분명 오는 도중에 죽인 이로 만든 구울일 것이다.

[풀고르-낙뢰]

레오나르도는 풀고르의 날 방향을 뒤집더니, 지면에 전류를 늘려보냈다.

“으거거거...억...!”

이내 레오를 붙잡던 구울들은 그대로 전기에 구워져 다시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 자체도 한계였다.

풀고르가 좋은 무기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인전의 용도.

통각과 신경이 마비된 언데드에게는 낙뢰는 효율적인 공격 수단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푹!

레오나르도는 자기 몸에 풀고르를 찔렀다. 검은 돌의 갑주마저 해제하면서 말이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자기 몸에...!”

[낙뢰]

파지지직!

고압의 전류가 흐른다. 상처는 주삿바늘 정도로 얕게 찔렸지만, 흐르는 전압은 차원이 달랐다.

고압의 전류가 전신을 휘감는다. 시야 주변의 사람들이 느려지면서 몸에 저릿거리는 힘이 흘러넘친다.

눈에 오러를 불어넣기만 한다. 몸에는 추가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전류의 조절과 배출은 풀고르로 가능했고, 지금 몸에 흐르는 오러로도 제어를 하는데는 충분했다.

전압의 고통은 참을 만했으니 상관하지 않는다.

대신 남은 마나를 쥐어짜 검은 돌의 장창에 불어넣는다. 지금부터 보여줄 ‘무예와 마법의 영창곡’은 최속의 박자로 울릴 것이다.

풀고르를 이렇게 사용할 수 있는 인재는 레오나르도 뿐이었다. 그랬기에 마르켄은 풀고르를 레오나르도에게 바로 넘긴 것이었다.

“하하~! 정신이 나가...!”

촤악!!

기행을 비웃던 라미아는 그 절단음이 들리고서야 상황이 파악이 되었다.

“...어...?”

라미아의 양팔이 날아갔다. 절단당한 팔들은 그대로 공중에 떠올라 회전하며 점점 지면으로 떨어진다. 그 사이 레오나르도의 검에는 회전하는 바람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템페스트 블래스트.”

바람이 폭발한다. 돌풍이 칼날처럼 회전하면서 저 가증스러운 흡혈귀를 갈아버린다.

‘....제법 하는데...! 내 수족으로 만들어야겠어...!’

하지만 위력은 부족했다. 그녀는 팔이 잘렸어도, 전신에 칼바람에 갈려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녀에게는 여분의 ‘목숨’이 있었다. 갈취한 생명의 피만 남아있다면 고위 흡혈귀는 죽지 않는다.

장기가 으스러져도 재생은 가능하고, 호흡을 못해도 남아있는 피를 소비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게 흡혈귀의 장점이자

화륵...!

단점이다.

레오나르도도 그걸 알고 있었으니까.

확실한 단점이었다.

지금 쓰는 화염 마법은 6서클의 최대 화력인 헬 파이어.

레오의 서클에서 한참 벗어났지만 상관없다.

계산은 현자의 보조 덕분에 이미 완성되었다.

마법식은 풀고르 덕분에 빨라진 속도로, 풀고르와 검은 돌의 쌍창술로 해결되었다.

4서클 바람 마법 덕분에 점화에는 최고의 상태였다.

남은 건 격발하는 것 뿐이었다.

“헬 파이어.”

격발은 끝났다. 마법의 도화선은 끝까지 불타버렸다.

콰아아아아앙!!

시작부터 점화를 넘어선 폭발이 일었다. 최대 화력의 파이어볼이 0.1초 간격으로 이어지듯 폭발해 하나의 불기둥을 이루었다.

“꺄아아아악!! 아악...!! 끄아아아아악!!!”

아마 아리아의 신성과 정령으로 만든 불꽃조차 정도의 화력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화염의 기둥이 높게 뻗어 올라 밤의 흡혈종을 불사른다. 비명은 연기와 함께 주변의 열기에 스며든다.

[...아직 안 죽었어. 멱을 완전히 따야 돼.]

현자의 말대로였다.

아직 목숨은 남았다. 그게 자신의 목숨일 것이다. 그걸 끊으면 이쪽의 승기는 잡힌 것이다.

“파이어 스...!”

퍼억...!!

날아갔다.

철퍽...

마법을 쓰기 전에.

무언가가 내 몸을 날려버렸다. 몸이 날아갔다는 의미가 아니다.

복부가 충격으로 날아갔다.

타박상도, 골절도 아니었다.

그저 완력이 담긴 주먹만으로 복부가 뚫리고 살점이 날아간 것이었다.

[레오나르도!!!]

현자가 외친다. 그조차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통각이 엄습한다. 레오조차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당하고 있던 메리도, 교전 중인 아리아도 모를 수밖에 없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 3의 존재가 습격이었다.

“메리 라미아 님.”

레오의 배를 날린 인물은 그렇게 말했다.

그 존재는 레오나르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검게 타버린 채 간신히 서있는 저 흡혈귀에게 사죄를 했다.

그 존재도 눈치 못 챌 수밖에 없었다. 가면의 형태만 다를 뿐, 저 존재에게도 한 방울의 마나도 감지되지 않았다.

살권을 날린 것은 순전한 본인의 기술과 완력이었다.

“...이 멍청아...!! 빨리 왔어야지...!!”

메리 라미아는 그 존재에게 그렇게 타박했다.

“죄송합니다. 의식진의 완성으로 늦어졌습니다.”

분명 그 존재는 라미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자였음에도 반항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레오...? 레오나르도...!!”

아리아의 시선이 타격이 난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이 당황으로 일그러진다.

평정도, 냉정도 잃어버렸다. 잃어버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복부가 뚫렸으니 대처가 1초라도 늦으면 죽는다.

그랬기에 아리아는 자신의 기사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다.

“...오시면... 안...!”

목소리를 짜낸 것은 의미가 없었다.

아리아도 나가 떨어진다. 살점이 나가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무골은 저 존재의 살권에도 버틸 만큼 단단했다.

하지만 나가 떨어졌다. 바닥을 구르고, 뼈가 부서지며, 장기가 일부 파손됐을 것이다.

“...피의... 강령식이 시작됐어...!! 하하... 하하하...!!”

지면이 붉게 물들어버린다. 피의 강령식이 감행된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죽은 모든 이는 흡혈귀로서 메리 라미아라는 모체에게 귀속될 것이다.

“루벤도...! 이 남자도 모두...!! 아핫...!!”

머리가 멍하게 뒤틀린다.

그저 단순히 출혈이 계속돼서도, 장기가 사라져서도, 아니었다.

이미 레오의 의식은 저 여자에게 통제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 레오는 죽어가는 것이었다. 조종할 수 있는 시체가 되는 것이었다.

“레오...!!”

또다시 아리아는 외친다.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되었어도 아리아는 레오에게 달려든다.

자신의 몸 따위는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저 용사는 어떻게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살려야했다.

사지가 부러져도, 잘려도.

어떻게든 그에게 가야했다.

이대로 죽는 건 안 된다.

그건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아리아가 위험하다.

저대로 가면 인원에 밀려죽는다.

“...왜 시체가 안 나오지...?! 설마 루벤의 시체가...!”

저 생과 명을 능욕하는 흡혈귀는 당황해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이 지독한 두통을 만드는 의식진에서도 루벤의 시체도, 그의 주변인의 시체도 부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기회다. 레오나르도는 확신했다.

장기가 날아간 게 대수인가.

계속 출혈이 나는 게 상관이 있나.

출혈은 오러로 막는다. 마나는 풀고르에 잔류해있는 마나마저 다시 끌어쓴다. 장기는 검은 돌로 대체해 채워넣는다. 현자마저도 지금 그걸 알아채고 장기의 형태를 대신 잡아주고 있다. 임시 장기로서 몸은 움직일 수 있다.

달린다.

아프다. 고통스럽다. 힘들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이런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죽고 싶은 몸을 붙들던 금제가 없더라도 상관없다.

몸이 약한 게 변명이 되었는가.

나 때문에 죽은 부모를 생각해라.

너로 인해 죽은 동료들을 생각해라.

나약해서, 무력해서 죽은 너의 사랑을 생각해라.

몸은 일어나진다. 아직도 머리는 멍하다.

반 쯤 시체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딴 건 변명은 안 된다.

창날로 점혈을 누른다. 점혈은 특기가 아니기에 쓰지 않았지만, 일시적으로 통각을 줄여줄 것이다. 전격을 추가하는 것으로 무고통의 상태를 만든다.

이후에 몸에 최대로 부담을 주지만 상관없다. 지금의 판단과 기술을 위해서는 진통이 필요했다.

달린다. 처리해야할 건, 가면을 쓴 두 존재.

저 존재 중 하나를 없애는 것으로 승기는 얻을 수 있다. 버틸 수 있다. 지원도 오고 있다.

창을 쥐어라.

꿰뚫을 수 있다.

먼저 달려드는 가면의 존재를 꿰뚫는다.

중요한 건 마나를 육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방출하는 것은 저 존재에게 무력하다.

오직 신체의 향상을 위해, 마나를 써라.

퍼석...!

적의 가슴을 꿰뚫는다.

이어지는 이격, 목을 벤다.

그대로 녀석의 목은 떨궈진다. 가면도 그대로 얼굴에서 떨어진다.

“...어...어...”

그게 최대의 오판이었다.

감각이 언다. 이러면 안된다.

이래서는 안된다. 내가 죽인 게 이 사람일 리가 없다.

상황이 전부 꼬여있다. 어디가 진짜이고 거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거짓이여야 했다. 이건 불합리하다 못해 말이 되지 않는다.

[눈을 감아!! 레오나...!!]

“...엄마...?”

떨어진 목은 렌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의 주인은 분명 레오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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