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107화 (107/248)

[이번편은 본편과는 관련이 없는 스핀오프 편입니다.]

[읽기 싫으신 분들은 다음편으로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으...으...”

머리가 지끈거린다. 기억도 흐릿하고, 이명이 심각하다. 몸이 감각도 어색한 것이 꼭 저주라도 당한 감각이었다. 무언가가 가슴팍에 찔린 감각이었는데...

“일어났나?”

일어난 장소는 어느 어두운 방 안, 대답한 사람은 벽에 몸을 기댄 채 시가를 물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난 분명 이 여성의 이름을 알고 있다.

“...크리스... 라인하르트...?”

“이름을 기억한 걸로 봐선 뇌에 이상은 없는 것 같군. 다행이야.”

어째서지? 상황에 기시감이 든다. 동시에 무언가가 뒤바뀌었다는 위화감 또한 느낀다. 뭔가 정말 소중한 걸 잊고 있는 느낌인데...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아무리 용병이라더라도 아직 ‘소녀’니까.”

“...네?”

소녀라고? 내가?

“...무슨 말입니까?”

“...미안하군. 조금 뒷조사를 했다.”

크리스는 그대로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어째서인지 크리스의 체형은 평소보다 크게 느껴졌다.

“용병 엘레오노르, 통칭 레오. 꽤나 어린 나이의 ‘소녀’가 용병이 되어 기록에 제대로 남았더군.”

“...엘레오노르?”

무슨 말이지? 그보다 엘레오노르가 누구야?

“...저기 아까부터...”

“우선 움직일 수 있나 확인해보지. 일어나보겠나?”

크리스의 말에 난 침대에 일어났다. 몸의 감각이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단순히 몸이 마비되었다기보다는 몸 자체가 뒤바뀐 느낌이었다.

“...혹시 거울 있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 몸을 더듬어본다. 흉터가 느껴지지만, 이상할 정도로 피부결이 곱다.

“거울이라, 거울이라 할 것까지 아니지만, 창문에 얼굴이 비쳐보일 텐데... 혹시 그 정도로 부족한가? 부족하면...”

그 말에 난 즉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은 밤 덕분에 검게 물들어 얼굴 형태은 확실히 보였다.

“...이게...뭐야?”

창문에는 확실히 소녀가 있었다. 정확히는 레오나르도 같은 붉은 눈에, 레오나르도 같이 검은 장발을 지닌.

“...왜 내가 여자인데?!”

확실한 여자였다. 하반신의 허전한 감각이 (고통스럽게도) 확실한 증거였다.

***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난 아직 이 악몽에서 깨지 못했다.

이곳에서 난 ‘엘레오노르’라는 귀족 여편네 같은 이름을 가진 채로 태어난 평민 소녀 자체였다.

이 세계에서는 ‘레오나르도’라는 소년 용병의 존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그 빈 자리를 메꾼 것이 ‘엘레오노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소녀 용병이었다.

아무리 정보를 뒤지고, 수소문을 해봐도 돌아온 것은 원래 내가 여자였다는 증거 뿐이었고, 하물며 몸 상태를 아무리 확인해봐도 신체에 이상은 없었다.

오히려 계속해서 물어본지라 아예 크리스가 머리에 이상이 있는가를 걱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우선은 입을 다무는 쪽으로 방향성을 바꾸었다. 이러다가는 정신병으로 몰아가질 것 같아 내린 차선의 판단이었다.

사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희미한 기억이 꿈인지, 이게 현실인지 구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솔직히 말해 ‘레오나르도’의 기억은 너무 희미해서 마치 꿈 속의 이야기 같았고.

자신의 성별과 한 인간의 성별을 제외하곤, 모든 사람들이 ‘레오나르도’의 기억과 일치했다. 희미한 기억임에도 너무나 똑같아서 오히려 소름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몸이 이대로 병신이 되는 걸 막기 위해 크리스에게 받고 있는 지옥의 마나 훈련을 겪으니 그런 이야기는 목 너머로 쏙 들어가버렸다.

하늘하늘한 여자의 몸으로 훈련받으니 두 배로 더 힘들고 지옥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남자라고 확신하는 까닭은

“괜찮아? 엘레오노르?”

눈 앞에는 한 소년에 있었다. 긴 머리에 푸른 벽안이 햇빛에 빛나 순간적으로 여자로 착각될 정도의 미소년이었다.

“...망할, 괜찮겠냐? 아리아스필...”

“그 이름으로 불러도 돼?”

“상관없어. 크리스님도 가셨구만.”

하지만 그 미소년은 정신적으로 확실히 여자였다.

“여자 몸은 어때? ‘레오나르도’?”

내 진짜 이름을 기억하는 게 그 증거 중 하나였다.

“최악이야. 피부는 쓸데없이 말랑거리지, 근육도 없고, 뼈도 약해서 싸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넌 어떻게 이렇게 살았냐?”

‘아리아스필’이었던 아리안은 내 불평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 몸도 불편하기는 해. 냄새도 나고, 특히 사타구니에 있는 그 물건이 딱딱해질 때면...”

“그 얼굴로 태연히 그 흉물 묘사하지 마. 엄청 변태 같아.”

서로 어쩔 수 없이 확인삼아 옷을 벗었을 때, 난 순간 지금 아리안(아리아)가 이미 성인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내 몸을 보면서 바람이 들어간 길쭉한 풍선처럼 되는 걸 다시 상상하니 그것대로 역했다.

“...따지고 보면 너도 달렸던 거 아니야?”

“그럼 갑자기 리오스 님이 와서 그거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면...”

“때려야지.”

“잘 아네.”

남자가 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묘사여서 그런 것일 것이다. 지금 둘 다 사실상 혼란 상태에 가까우니까.

“...그래서 돌아갈 방법은 찾았어?”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표정으로, 아리아는 그림자가 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망할, 진짜 뭐야?”

이 세계에서 성별이 바뀐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제일 가까운 사람이 바뀐 것이나 다름없었지.

“나도 모르겠어. 깨어나고 보니까 이렇게 변했는 걸.”

아리안스필 라인하르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본래 이름은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

“남자가 될 거라고 나도 생각 못 했어.”

원래 세계에서는 여자, 그리고 지금은 나와는 반대로 남자가 된 녀석이었다.

“...아무런 단서가 없어? 네가 못 찾은 게 아니고?”

“나도 노력했어. 하지만 사람들한테 물어보려고 해도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걸 어떡해?”

반박하기는 힘든 내용이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나마 귀족인 아리아라면 물어볼 범위가 넓을 줄 알았는데, 거기에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하아...진짜 어떡하냐?”

이대로 약골 여자로 사는 건, 절대...

“...우선은 이대로 버티는 게 어때?”

아리아 아니, 아리안은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제안을 꺼냈다.

“...뭐?”

당연히 난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이런 몸뚱아리로 어떻게 살아?!”

안 그래도 쓰레기 같은 몸이 더 쓰레기 같아져서 불만이었는데.

아리안도 반발을 예상했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아리안이 아리아보다도 냉정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좋지는 않지만 방법이 없잖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방법이 나오거나 자연히 해결될 수도 있지.”

“...”

맞는 말은 아니면서도 또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미안...네 말이 맞다. 너도 혼란스러울 텐데.”

“아냐. 괜찮아. 레오도 힘들테니까.”

...착각인가. 표정이 묘하게 생글거린 것처럼 보이는데?

이때 난 의심해야했는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내가 이렇게 변해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 몸의 적응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괴리감을 느꼈다.

정신은 분명 남자라는 감각이 있는데, 몸은 점점 그걸 부정하고 있는 꼴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가슴은 눈에 띄게 부풀고, 몸의 몸통과 골반은 점차 깊은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점점 여자가 되어가는 느낌이여서 오히려 불쾌해지고 있었다. 특히나 남자들이 날 보는 시선도 묘하게 얼굴 아래의 가슴으로 향해서 더욱더 짜증이 치밀었다.

그리고 그날이 찾아왔다.

“...이런 씨발...!! 아직도 방법이 없어!?”

그날 난 도저히 참지 못하고 술을 한잔 들이켰다.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은 전혀 진전이 없었다. 벌써 이 몸으로 산지도 5년을 넘겼다.

“...진정해. 레오...”

말이 없이 술동무로 있는 아리안은 나를 다독이며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쓸데없이 자상한 것도 이젠 열이 받았다.

“진정?! 진정하고 배기겠냐?! 이 몸뚱아리로 월경이 몇 번 왔는지는 알아?!”

이정도면 원래 여자였던 아리아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이런 거지 같은 몸으로 어떻게 그런 괴물 같은 싸움을 한 건가?

“...알아. 네가 생리 올때마다 내가 도와줬으니까.”

“...칫...”

비겁하다.

그렇게 부드러운 말투로 사실을 쏘아붙이면, 이쪽에서 할 말이 더 없어지지 않은가.

사실상 내가 월경일 때마다 협력해준 것은 아리안이었으니까. 고마워하는 게 맞는 거겠지.

“...나도 변할 방법을 못 찾아서 힘들어. 계속 아버지도 같은 여자랑 선보라고 난리야.”

“...오히려 좋은데?”

부럽다는 듯한 말투에 아리안의 눈이 깊게 휜다. 아무래도 술기운 때문에 나도 제정신이 아닌 눈치였다.

“...미안,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쏘아보지 마.”

무슨 남자가 되니까 애가 더 무서워졌어.

“...나도 계속 남자 기사들이 들이대서 빡치긴 매한가지야. 둘 다 꼴이 말이 아니네.”

사실 아리아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내가 힘들어서 아리아한테 매달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너도 연애 때문에 그래?”

“...그거라기보단... 성적인 괴리감이 크지.”

연애 이전의 문제였다. 머리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몸은 거기에 영 반응이 약했다. 그렇다고 남자와 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역해서 참을 수 없었다.

“...그럼... 차라리...”

아리안이 말을 하려던 찰나, 술병이 추가로 왔다. 우울한 이야기도 적당히 해야지, 지금은 술로 분위기를 전환해야했다.

“...야야! 계속 마시자!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아깝네. 다 넘어왔...”

아리안이 작게 뭐라 말하기에 난 귀를 기울였다. 술집이 소란스러웠는지 아리안의 말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응? 뭐가?”

“아니야. 술이 잘 넘어간다고. 역시 너랑 있을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아리안은 씨익 웃어보였다.

“...뭐...뭐래, 갑자기...!”

그걸 보니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린다. 아무래도 술을 너무 빠르게 먹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야야... 딱 한잔만 먹고 끝내자. 너무 취한...

취한 것 같은데에....

어라...

내가 뭘하고 있지?

‘...하으...기분 조아아...’

몸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떡을 방아로 찧는 것처럼 철썩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거기... 거기...! 거기잇...!!’

목소리가 점차 고조된다. 분명 어디서 들은 목소리였는데...

‘하으...으... 살살 만져줘... 너무 세게 하면 참기가... 하윽...!’

기분이 좋은 나머지, 계속해서 말이 튀어나온다. 거친데 정말 포근한 기분이었다.

‘...더 빼줄까...? 읍....!!’

얼굴에 질척한 무언가가 듬뿍 묻는다.

기분 좋은 온도다.

근데 이게 뭐지... 땀은 아닌 것 같아...

츄릅...츕...쭈웁...

몰라도 기분 좋아... 입에 들어온 거 기분 좋아... 계속 해도 기분... 조아아아...

---

“...어...!?”

그 순간, 눈을 떠졌다.

푹신한 침대보에 난 누워져있었다. 따스한 햇살과 포근한 이불이 직접 느껴져 기분이 좋아...

“...어...?”

생각해보니 난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몸에 실오라기라고는 외부에 있는 이불 밖에 없었다는 뜻이었다.

“...아닐 거야...”

이 옆에 느껴지는 뜨거운 온도를 지닌, 탄탄한 무언가가 있음에도 난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잘 잤어? 레오...”

악몽이다.

“으아아아아!!”

난 베개를 들고 연신 그 짐승을 내리쳤다. 양심도 없는 놈...아니, 년! 그래도 믿었는데...!

“...윽...웁...! 진정해...! 레오...!!”

이내 완전히 남자가 된 아리안은 내 양팔을 붙잡으며 외쳤다. 그 순간, 이불이 완전히 걷어지며 흰 이불에 묻은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진정하게 생겼어!? 네가 그러고도 용사냐?!”

누가 하반신에 있는 성검까지 휘두르랬냐.

“아니! 억울한 걸로 치자면 나도 억울하다고!!”

“뭐가?! 어?! 술김에 그랬다고 말할...!”

“네가 먼저 덮친 거였어...!! 봐봐...! 손톱 자국...!!”

아리안은 억울하다는 듯 자신의 등을 보여주었다. 등은 마치 표범이 나서서 할퀴기라도 한 듯 듬성듬성 상처자국이 나있었다.

“...잠깐...? 뭐?”

“...방에 데려온 건 내가 맞는데... 네가 술집에서 너무 우니까...”

그러고 보니 천천히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분명 내가 울면서...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에에...! 난 그냥...! 행보카고...! 싶은 건데에에...!

그래서 아리안이 날 업어줘서 근처 숙소에 내려놨고...

-...새끼... 고상한 척하더니... 섰네?

약주에 쩔은 자신이 아리안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내가 한발 빼줄까...? 생리 때 나 도와준 보답으로?

그리고 기억이 전부 떠오른 현재.

“으아아아앙...!”

완전 쪽팔리다. 완전 쪽팔려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점차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때의 발정이 너무 한심하고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들겠다.

아리안을 이제 어떻게 보지...

“...괜찮아? 물이라도 좀 먹을래?”

아리안은 이런 못난 나를 상냥하게 배려하기 위해 수통을 내밀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덮친거나 다름없는데, 이렇게 상냥해 대해주니 내가 더 쓰레기 같았다.

지금 물을 벌컥거리는 것조차 수치스러워서 차라리 이대로 질식하고 싶었다.

“...그게... 미안...”

수통에 있는 물을 다 마시고, 나는 그제서야 사과를 꺼냈다.

“...괜찮아. 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냐... 나 같은 거랑 억지로 안은 것도 힘들 텐데.”

사실 따지고 보면 아리안은 원치 않은 채, 나랑 관계를 맺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날 용서할 리가...

“...레오.”

아리안도 이젠 속마음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사뭇 무거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사실 이 일은 차기 가주를 강간한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 없던 일로 해도 난 할 말이...

“우리 결혼하자.”

“...어...? 뭐...?”

아리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양손을 붙잡았다.

“...사실 난 그냥 여자랑 결혼하는 것보다 너랑 결혼하는 게 좋아. 너랑 있는 게 제일 행복해. 다른 여자들은 그냥 암퇘지들 뿐이야.”

“어어...?”

아리안은 날 점차 끌어당기며 말했다.

“남자일 때부터 너한테 끌렸어!”

가슴이 쿵쾅거려 미치겠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차림으로 이렇게 말해서 그런 지 더 심장소리가 잘 들렸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묵살할 테니까 나랑 결혼해줘. 내가 널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난...난...!

“미안...!”

진심으로 미안하지만...

“잠깐 생각할 시간을 줘...!!”

우선 보류하기로 했다.

***

아리안이 싫은 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나도 아리아 때일적부터 끌렸으니까.

하지만 라인하르트의 가주는 용사 가문의 피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자녀를 낳아야했다.

그렇게 되면 난 여자로서 ‘아이’를 배야만 했다.

그게 정녕 옳은 것인가.

넘으면 두 번 다신 남자로서 살지 못한다.

“...하...”

사실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 아리안이랑 관계를 맺은 때부터 남자이니 뭐니는 이미 끝난 거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래도...”

하지만 아이를 밴다는 건, 쉽사리 결단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어...?”

그렇게 남은 하루 동안 계속 고민하던 찰나, 밤의 거리에서 아리안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아리...”

그 순간, 아리안의 옆에 한 여자가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지만, 해맑게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꽤나 가까운 관계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날 보던 도중에 무시하고 그대로 가버렸으니까.

...뭐하는 거야.

나만 본다며...

...다른 여자는 싫다며...

평생 행복하게 해준다며...!

...하루는 기다려주겠다며...!

그 사이에 배신해...?

용서 못해... 절대...

“넌 나만 봐야하잖아...”

시야가 암전되었다.

그 순간, 내 안의 ‘레오나르도’는 지워졌다.

*

야심한 밤, 난 아리안의 방에 문을 두드렸다.

“...레오...? 갑자기 왜...”

아리안이 나오자마자 말을 끊고 입술을 맞댄다. 뜨거운 구강이 이어지며, 질척한 타액이 공유된다.

“...읍...츄읍...”

“...좋아? 그년보다?”

하루만에 꼬리친 년보다?

“...뭐? 갑자기 무슨...”

이번엔 아예 아리안을 밀쳐눕힌다. 그리고 그 위에 내가 기승하듯 배에 몸을 올린다.

“벗어. 결혼한다며.”

“아니, 그때 그 사람은...!”

변명은 듣기 싫다. 이번에는 그냥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가슴에 파묻자 따뜻하고 질척한 아리안의 침이 가슴골에 스며든다.

“읍...읍...”

“기분 좋지...? 애가 태어나면 우유 잘 먹여줄 자신 있어...! 있었다고!!”

근데 배신해?

“...푸하...그러니까... 흐읍...!”

“그년은 이런 거 해줘?”

이번에는 아래로 가 바지를 벗기며 물건을 꺼냈다. 이런 상황에도 빳빳한 걸로 봐선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봉사한다.

“하윽... 그게 아니고오...”

“해주냐고...! 어?!”

봉사하고 또 봉사한다. 아리안은 이미 계속 가버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다시 손과 가슴으로 붙잡는다.

“...야... 대답해...”

이게 본판이다. 나도 바지를 벗고 아예 속옷을 좌우로 찢어 벌린다.

“나 좋아해!?”

아니라고 답하면 평생할 걸 다 쥐어짤...

“...그 사람은...!! 법적 전문가라고오!!”

“...어...무슨 전문가?”

“어떻게 하면... 너랑 합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하는지 알아봐주는 사람...”

아리안은 평소의 배려대로 알게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니까... 그 사람이...”

“...말했잖아. 난 너만 바라본다고...”

얼굴이 다시 붉어진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첫경험 때문에 진짜 미친 건가?

“...그게...! 미안...! 널... 못 믿은 게 아니라...”

몸을 떼자 아리안의 눈이 차갑게 내리앉는다.

이건 내가 다 망친 거다. 아리안이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왜 그만해...?”

“...어?”

“아니다. 그 자세가 딱 좋네.”

아리안은 그렇게 말하며, 날 뒤로 밀쳤다.

“근데 안에 해도 괜찮아?”

...

......

........

그리고 난 정말 암컷이 되었다.

내 남편의 아이와 함께 기사단을 만들고, 밤에 아리안을 이기는 것이 이제 내 기쁨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언이 있나요?"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새로운 순애의 지평을...]

"죽여. 아인아."

"예."

푹석...

<죄송합니다. 시험 끝나고 작가가 미쳤습니다.>

<멘탈과 플롯을 정리하느라 계속 글을 정리 중인데, 아직도 잘 안 써져서 앞서 약속한 '레오나' 편을 먼저 내게 되었습니다.>

<만약 독자님들이 불쾌하시다면, 이 글은 추후에 지우거나 공지로 전환하는 형태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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