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98화 (98/248)

EP.98 예언-3

“...꼭 오실 필요는 없는데...”

“그런 데를 절대 혼자 보낼 수 없으니까.”

레오나르도는 ‘그런 데’이기에 더욱 걱정한 것이었지만, 아리아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런 곳에서 그런 여자를 만나면...’

그런 환락가에서 술 정도를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렇게 돼서 술기운이 감돌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떤 불여시가 침대에 데려가 옷을 벗긴 채로 밤에서 정을 나눠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특히 남의 가문에 와서 행패나 부리는 암캐에 대해서는 말이다.

‘오히려 레오 성격이면 싫어도 책임을...’

아니, 잠시만.

아리아의 사고가 잠시 경직되었다.

책임? 책임을 진다는 것은 좋든 싫든 여자와 함께 치른 거사의 일을 짊어진다는 의미였다.

그게 하물며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라 할 지라도 말이다.

분명이건 나쁜 것이 아니다.

하물며 술은 본능을 깨우는데 도움을 줄 기호품일 뿐, 거짓된 감정을 심어주지는 않는다.

고로 절대 마음에 켕기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4년 만에 자신의 기사와 함께 첫 술을 마시는 것으로 과음해서 ‘하룻밤의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분명 괜찮을 거다.

‘...아니, 오히려 좋을...’

아리아는 그러면서 음탕하고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입가에서 침이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네 여자친구분... 괜찮아?”

아리아스필의 신분 때문인지 반존대의 어투로 딘은 레오나르도에게 조심히 물어보았다.

아까 전만 해도 한 연적한테 분노을 쏟아낸 소녀가 지금 이상한 표정으로 헤실거리고 있으니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글쎄, 솔직히 말해서 그런 곳에 용사가 가는데 괜찮은 것도 이상하지.”

지금 가는 가는 알레오 거리는 그저 유흥가가 아닌, 욕망과 광기에 들끓는 짐승이 고급 정장을 입은 채로 성행하는 장소였다.

한편으로 걱정도 되고, 들뜨는 점도 있겠지. 그게 환락가의 빛과 그림자였으니까.

“...그런 걸 말한 건 아니었는데...”

“사실 아가씨를 여기에 데리고 온 것도 무리한 거지.”

아무리 허가가 된 환락가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상을 생각하고, 멋대로 가십거리를 짜내기 마련이었다.

사람들은 사실이나 근거보다, 보이는 그림을 제일 믿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신전의 대표자인 루미네는 당연히 따라올 수 없었고, 누가 봐도 어린애에 이상한 지식을 여과 없이 습득할 아인 또한 일행에 넣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원래 예언가를 만날 아누스와 딘 일행, 그리고 레오와 아리아 이외에는 따로 인원을 추가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인원이 많아지면 더욱 위화감이 느껴질 것이라는 사유도 한몫했다.

[니 형이 말하는 게 그건 것 같냐?]

<그럼 다른 게 더 있어요?>

현자 눈에는 있다 못해 온통 그것 뿐이어서 그걸 모르는 게 가능한가를 의심했다.

“...저기 있군. 저기다.”

아누스는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환락의 거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흐...들어가볼...”

“잠시만요.”

바로 거리로 내려가려던 순간, 레오는 그 자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아리아를 막아세웠다.

너무 진지한 표정인 나머지, 자신의 음란한 흑심과 속내가 들켰다 생각한 아리아는 약간 당황한 눈치로 소리쳤다.

“바로 할 생각은 없었어!”

“...예?”

다른 이가 봤을 때는 그녀의 야한 생각이 뻔히 보였다. 저렇게 달아오른 채로 그런 당황스러운 변명을 하면 뻔하지 않은가.

“아뇨. 아무래도 바로 하는 게 낫겠죠.”

“...바로... 바로!?”

그걸? 그렇게 발정난 짐승 같이 박고, 흔들고, 앙앙거리는 걸?

지금 당장?

그 생각에 아리아의 얼굴이 완전히 붉게 물든다.

“그게...해주는 건...고마운데... 여긴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을까?”

아리아는 이젠 숨길 생각도 거의 없었는지, 허벅지나 팔을 배배 꼬며 요염하게 부끄러운 척을 했다.

사실 레오가 바로 하자고 했으면 아리아는 묻지 따지도 않은 채 감사한 마음으로 옷을 벗고 벗길 것이다.

그러니 이젠 모르는 게 고자였다.

“아뇨. 변장술은 다같이 있는 자리에 쓰는 게 낫겠죠. 그래야 일행을 잊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시간 상 정신 연령이 100살은 넘긴 레오로서는 그런 성 관념에 해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오의 머릿속에는 그런 것보다, ‘행여나 얼굴이 팔린 자신이나 용사인 아리아가 이런 환락가에 왔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최소한으로 변장하자는 생각이 더 중요했다.

[...으휴...]

“...쯧...”

“...어이구...”

이젠 언어표현도 안 나올 경악스러운 경지였다.

“...그래... 변장술... 그럼... 그거지... 나도 알고 있었어...”

전혀 아니라는 걸 표현하기라도 하듯, 그녀는 시무룩한 기색으로 입술을 내밀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레오는 먼저 머리카락 색부터 피부색까지 차례로 바꾸었다. 점토사마냥 골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색소를 덧씌워 변화시키는 것 쯤은 마나가 적은 레오라도 장시간 쓸 수 있었다.

검은 머리는 흰색으로 탈색되었고, 짙은 살구빛에 가깝던 피부는 완전히 갈색빛으로 변했다. 눈의 색은 적색에서 검은 눈동자로 변화되었다.

평소의 레오나르도는 확연히 다른 색다른 모습이 지금 연출되었다.

“대강 이런 느낌이니까 기억해두세요. 일행 놓치면 찾기도 힘드니까요.”

“딱히 상관없어. 어차피 난 냄새로 기억하는 파여서.”

그러고 보니 딘은 늑대 수인인 만큼 후각 하나는 어떤 이들보다도 우수했다. 아마 물 속에서 피 한 방울 떨어지는 걸 감지하는 상어만큼이나 예민할 테니까.

“역시 개코.”

“누가 개야?!”

그런 의미의 개코는 전혀 아니었다. 비유적인 의미였을 뿐이었다. 물론 생각은 했지만.

“...추릅...”

그렇게 의형제끼리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 아리아는 침을 삼키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같은

흰머리라니... 일부러 노린 걸까? 피부가 진하니까 더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네. 복근도 그러겠지...! 그리고 눈빛도 검은색이니까

상냥한 면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 하아... 왜 이렇게 레오는 사랑스러운 거냐고...!’

그렇게 눈에 씌여질대로 씌여진 아리아의 콩깍지는 그녀의 발정 넘치는 사랑을 레오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해서 자극시키고 있었다.

“아가씨는 안 해요?”

“음!? 아... 할게.”

진정한 아리아는

급히 자신의 외모를 변장시켰다. 우선 정령들에게 부탁해 기본적인 인상을 레오의 방식처럼 변형시키고, 그다음엔 신성술로 인식을

저해시켜 혹여나 감이 좋은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피순이가 잘 가르치는기는 했나보군.”

물론 정령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교육에 대해서도 같은 평을 남기고는 있었다. 문제는 둘 다 너무 지나치게 잘 배웠다는 정도일까.

“그럼 가죠.”

“우린 안 가려도 돼?”

변장한 레오와 아리아를 보며 얼굴이라도 가려야 하나 딘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말에 아누스는 피식 웃으며 이유를 설명하는 의미에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신문에라도 한번이라도 나왔나? 딘?”

“아.”

어차피 아누스나 딘은 얼굴이 팔린 적도 없었다. 아리아와 레오를 알아보지만 못하면 문제가 될 것은 그다지 없었다.

“그럼 갈까요?”

“어차피 그 녀석은 구석진 곳에 있어서 그렇지, 입구 근처에 점집을 차려뒀으니 그리 오래 안 걸릴 거야.”

아누스는 그렇게 장담하며 지팡이를 짚은 채 환락가를 향해 발을 옮겼다.

***

알레오는 ‘불법적이다’라는 명성과는 달리, 그리고 멀리서 봤을 때의 인상처럼 인파가 북적이는 번화가였다.

범죄와 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되는 인간상들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멀끔한 인상과 옷차림들의 사람들이 명품과 고급품을 몸에 두른 채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아마 이름만 듣지 않고 배경을 보았다면, 그저 화려한 번화가라는 생각만 들 뿐, 위법적이거나 불법적인 행위가 암묵적으로 허가된 장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음...생각보다 범죄적인 느낌은 없네.”

“그게 제국이 내버려두는 이유이기도 하죠.”

암시장이나 몇몇의 불법 행위은 일종의 필요악으로서 공권력에서 내버려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 알레노는 그 중에서도 그 법적 제약에서 가장 여유로운 장소 일테고.

“...그렇다고 해서...”

덥석

레오는 바로 아누스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 소매치기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히익...!”

“아예 범죄가 없지는 않지만요.”

레오가 손을 놓자 아이는 팔을 뿌리치듯 골목으로 뛰쳐갔다.

“안 잡아도 돼나?”

“글쎄요? 어차피 딱히 훔친 것도 없잖아요.”

그 나름의 자비에 아누스는 피식 웃음을 내었다. 강자와 어른로서의 여유가 보이니 그녀 입장에서는 제법 자랑스러운 감각이 들었다.

“부쩍 커서 이젠 렌과 완전 똑같군.”

“...엄마랑요?”

“기억 안 나냐? 처음으로 읍내에 내려갔을 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렌은 뒤에서 소매치기를 바로 잡아내었지.

"...그건 지금 생각해도 놀랍긴 했죠.”

“왜? ‘어머님’도 실력이 있으시다고 하지 않았어?”

질문을 하면서 은근히 ‘어머님’이라는 부분에서 힘을 주는 아리아였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의미로 놀라워서요.”

보통 마나를 익힌 기사는 오감 이외에도 직감이라는 육감도 발달된다. 그렇기에 생명체의 마나를 감지해 아까와 같이 기습을 대비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럼 어머님도 마나를 다루실 줄 아는 거야?”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단 말이죠.”

레오의 어머니인 렌은 마나를 사용하는 인간은 아니었다. 총량적인 마나량만 놓고 보자면 회귀 전 10대 초반의 자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마나연공법과는 연이 없던 자신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럼 어떻게...”

“그냥 잡았대요. 바람이 흔들리는 게 감각으로 느껴졌다나?”

생각해보면 렌은 마나를 쓰지 못했음에도 늑대인간인 딘 이상의 신체능력을 보여주었다.

기억에 남는 건 일주일 전에 무릎이 까져 피가 났는데, 그 피가 묻는 바지의 냄새만 맡고 바로 레오에게 다쳤으면 제대로 말하라고 혼을 낸 것이었다.

문제는 그 바지는 제대로 빨고 자국도 안 남은 깔끔한 상태였다는 점에 있었다.

또 다른 것으로는 완전히 불이 안 들어오는 밤에 주변에 날아든 모기 열 마리는 3분 안에 족히 잡았다는 전적도 있었다. 아예 마을 주변의 모기 씨를 말렸을 정도였지.

“음...어머님께서는 나랑 비슷한 체질이신가?”

아리아는 태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아리아도 그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를 것이다.

“아가씨는 선천적인 마나량으로 신체능력이 월등해진 거죠. 하지만 어머니는 마나 자체는 평범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하기는 했다.

왜 그런 체질에 마나 연공을 안 배운 것인지.

‘...그런 몸이라면 싸구려 연공법이여도 엄청 강해질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왜 자신에게는 그런 체질이 유전되지는 않은 것인지를.

‘사실 어렸을 때는 양자일까 의심도 했지.’

하지만 그 건에 대한 의심은 나이가 먹어갈수록 사라졌지만 말이다. 여러 의미로 말이다.

“어머님 사진 같은 거 있어? 한 번 보고 싶어서.”

“굳이 사진 안 봐도 될 게다. 지금 레오에서 머리 기르면 렌이야.”

그 말에 딘은 큭큭대면서 동조했다.

“딱 레오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렌 씨였을 걸.”

“뭐야 그게. 엄마 예쁜 편이거든.”

이때 서로 보이지 않는 딘과 현자는 같은 생각했다.

‘저 기만자 새끼’라고.

“한번 보고 싶네. 볼 수 있을까?”

“사진은 따로 보관해둬서요. 나중에...”

[왜? 그거 쓰면 되잖아.]

현자는 태연히 터무니 없는 요구를 제안해왔다.

<...그걸 하자고요?>

정신적으로 굴욕적인 그 최후의 변장 도주용 기술을?

[니가 니 입으로 말하지 않았냐? ‘아가씨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어요오옷!!’]

레오는 깨달았다. ‘요’라는 존대 어미를 저렇게 불쾌하는 발음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아마 현자이기에 가능한 기교일 것이다.

<...하...한번은 괜찮겠죠.>

[그리고 이번 기회에 암컷타...]

<닥치세요.>

어차피 현자를 보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타락하고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그래, 한번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얼굴만 변화시켜서 보여주는 정도이니 괜찮을 테지. 몸이 여자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

아가씨도 궁금하기는 할 것이다. 거기에 이런 변신술을 보면 지식적이나 경험적으로 도움도 될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가씨.”

“어? 뭘?”

레오는 잠시 얼굴을 로브로 덮었다. 눈과 머리의 색은 원래대로 돌리고, 역용술의 원리를 착안해 오러로 근골격 형태를 살짝 여성스럽게 변형시킨 뒤, 그리고 폴리모프 마법으로 보정 처리를 하면.

“대강 이런 외모세요.”

로브를 벗자 레오의 얼굴 자리에는 한 흑발적안의 여성이 있었다.

“...어...어어?!”

아누스와 아리아는 표정과 감탄사로 경악했고.

“아 더러워!”

딘은 끔찍하다는 듯 경악했다. 놀란 건 알겠지만 더럽다는 표현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여러의미로.

“놀란 건 알겠지만 더럽다고 할 것까지는 없잖아.”

“그래도 기분 나쁘게 닮았잖아. 머리는 렌 씨고, 그 아래는 그대로 니 몸이고.”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여자 얼굴에 남자 몸이면 기분 나쁠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왜 냄새 같은 부분에서는 디테일한 건데. 은근히 기분 이상하거든.”

“...냄새? 냄새가 왜?”

“마법으로 렌 씨 냄새 나게 한 거 아니야? 아까 조금씩 피어오르던데?”

딘은 튀어나온 코를 떨리게 킁킁거리며 말했다. 분명 흐려지고는 있지만 렌 특유의 피비린내 같이 진한 철냄새가 났다.

“그럴 리가. 이 마법으로는 냄새까지 못 바꾼다고.”

“...그래? 이상하다... 분명 렌 씨 냄새가...”

“피곤해서 그런 게지. 우선 점집에 도착했으니 들어가자고.”

아누스는 대형 건물과 건물 사이에 간신히 끼어져 있는 천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죠.”

[...설마...]

현자가 신경쓰이는 눈치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에는 인파가 많아 일일이 구분이 불가능했다. 그 행동이 더 신경쓰인 레오는 딱 잘라말했다.

<...있을 리가 없잖아요. 회귀 전에도 아예 시체 하나 못 찾은 사람이라고요.>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족히 2년을 노력해 이잡듯 찾아내려고 노력했어도, 70년을 헤맸어도 시체 하나 안 나오던 어머니가.

이제와서 나타날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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