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83화 (83/248)

EP.83 계시-6

청색 마탑

각각의 마법을 담당하는 네 마탑 중 청색을 관장하고 있는 집단으로.

청탑의 경우는 마법의 지혜를 이끈다는 초대 청탑주의 뜻에 따라 마법의 연구 및 개발에 힘을 쓰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혜를 얻는다는 점에서는 마법의 본질에서는 지극히 완고하나, 새로운 마법을 개발한다는 점에선 학문적 진보를 선보이는 청탑이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그 녀석은 언제 나오지?”

대척점에 있는 성직자와는 최악의 관계를 가진 마법사 집단이었다.

“저기... 우선 진정하시고...”

신전 입구 쪽의 땅을 긴 스태프로 내리치며 한 여성은 짜증을 표출했다.

“진정? 진정을 시키고 싶으면 레오나르도 그 녀석을 데리고 오라고!”

“그러니까 지금 사람을...”

저벅저벅, 그 난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검은 기사이자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그 난장을 일으킨 원인이기도 하며,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될 남자이기 했다.

“...정말 갑작스럽게 찾아오셨군요.”

레오나르도는 그녀를 신전 입구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드디어 나오셨나? 참 비싼 얼굴이시네. 소탑주?”

대놓고 비꼬고 조롱하는 태도에 레오나르도는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호의적으로 나올 것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저렇게 보란 듯이 적의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

“...찾아올 일이 있으면 전보를 보내고 오시는 게 예의 아닙니까? 플라투스 블랑 마법사님.”

그런 것에 살갑게 대해줄 필요는 없었다. 아인 이상으로 차가운 어투로 레오는 사무적인 질문을 날렸다.

“...말이 날카로워졌네? 후배?”

[...아 저 싸가지... 질리지도 않나...]

아인과 성녀를 피해 잠자코 숨어있었던 현자는 적의가 가득찬 목소리로 플라투스를 노려봤다. 평소 그대로여서 오히려 이게 더 위화감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불청객에게는 부드럽게 말할 수가 없군요.”

“난 예전에 ‘선배’거리면서 쫒아다니는 게 잊혀지지가 않는데 말이야?”

[지랄 옘병을 떠는군. 지가 찰거머리마냥 달라붙었던 주제에.]

현자는 레오 자신을 두둔해면서 아예 눈과 입으로 플라투스에게 질타를 날렸지만 말이다. 평소 현자와 레오의 관계를 생각하면 저 여자의 성질이 어림으로나마 짐작이 되었다.

“...그래? 저 녀...여성 분이 레오 선배 분이셔?”

어느샌가 곁에 선 아리아는 아인의 손을 잡은 채, 다른 팔로 레오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너무 노골적인 행동에 플라투스는 오히려 코웃음을 내었다.

“...이제야 알겠네...”

본인이 코웃음이든, 비웃음이든 낼 입장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레오에겐 그녀는 가지고 놀 가치도 없는 인간이었다.

“무슨 말입니까? 아까부터?”

“환승을 하고 싶었으면 조용히 있을 것이지... 이 사단을 내?”

[왜 보자마자 개소리야?]

환승하기는커녕 승차 경험 자체가 없는 레오에게는 그런 개소리도 따로 없었다. 멀쩡히 살고 있는 개과 동물에게도 실례가 되는 표현일 정도였다.

“...뭐라고요?”

레오는 정색을 넘어서 인간적으로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럼 아니야? 사람 단물 다 빼먹고, 필요 없어지니까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

[단물이 나와야 빼먹지 개년아.]

그 말대로 청탑에는 그리 신세를 지지는 않았다. 해봤자 청탑의 전문 자료실에 들어가는 것을 허가받거나, 자문 몇 번을 구하는 정도였다.

거기서 그녀에게 받은 도움은 책이 대출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묻는 정도일 뿐이었다.

게다가 사실 그 정도는 다른 마탑주들에게도 종종 부탁했으며, 청탑주 쪽에서도 불쾌의 의사나 거절을 표하지도 않았다.

“나한테는 잘못 다 뒤집어 씌우고, 아버지는 그렇게 두들겨 패? 너 한명 때문에 청탑이 지금 휘청이고 있는 건 알아?”

이정도면 말이라는 표현이 아까운 소음이었다.

당초에 플라투스는 잘못을 씌우고 할 것도 없이 본인이 자폭한 것에 가까웠고, 청탑에 충격이 간 건 조금 미안한 일이었지만 정당한 결투를 했다는 점에서 서로 상호합의는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보세요...! 아까부터 말을...!!”

“좋겠네? 라인하르트 가문의 용사 아가씨까지 옆에 낄 수 있어서?”

순간적으로 다들 정색이 일었다. 그 발언은 신성 모독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하...”

선은 애저녁에 넘었고, 넘어간 선 너머에서 불장난까지 피우니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 인형이랑 가족 놀이도 하고 그러는 거...”

“차인 게 이 지랄을 할 만큼 쪽팔립니까?”

그러니 자신도 선을 지킬 필요는 없었다.

“...뭐...뭐...?!”

“제가 곱게 고백하고 이 난리를 떨었으면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열 명은 족히 다니는 교정에서 고백하는 건 어디에서 나오는 발상이죠?”

가족 건드리고 가만히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단물? 전 댁이 고백하기 전부터 제 옆에서 얄랑대는 걸 볼 때마다 목 밑에서 신물이 차오르던데요?”

애초에 저런 개자식을 가만히 두는 것조차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았으니까.

“고백으로 괴롭혀준 덕분에 댁은 쪽팔린 걸로 끝났지만, 전 일 년 족히 개고생해야 했죠. 알아요?”

공개 고백이 방아쇠가 되었다.

아일린 템페리우스 때와는 상황의 근본 자체가 달랐다.

사람들 눈에는 그저 ‘미인에 상냥한 귀족 여선배가 정말 열심히 챙겨주는데 평민 남자는 자기 잘난 맛에 짜증만 낸다.’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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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수군거리고 괴롭혔다.

-저 새끼는 뭐가 그리 잘났대?

몇몇 학생들이 자신을 비웃으며 들으라는 듯 욕을 했다.

-블랑 선배가 불쌍하지.

사물함에 넣은 자료가 쓰레기통에서 찾아졌다.

-쟤, 용사도 꼬셔놓고 선배한테도 그런 거래. 이래서 평민들은...

따로 구입한 책이 찢어지거나 낙서가 되있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 괴롭힘을 자력으로 멈추고, 편견을 지우기까지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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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건 내가 한 게...”

“...그게 할 소리입니까?”

레오 뿐만 아니라 신전 쪽 사람들도, 특히나 아리아스필은 점토사 이상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은 깊은 살의가 느껴졌다.

“...그...그렇지만... 청탑에 네가 끼친 피해는...! 어떻게 할 건데...!?”

명분으로 삼기도 하찮은 사정, 지금 상황만 봐도 그녀의 편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요? 정말 청탑의 명예를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겁니까?”

그 말에 레오나르도는 주머니에서 칼 한 자루를 뽑았다.

“그럼 덤비세요. 이걸로도 충분하니까.”

단검은 문자 그대로 검일 뿐이었다.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명검도 아니었고,

마법적 처리가 된 마검 또한 아니었다.

그저 괜찮은 철로 만들어진, 과도 정도 길이의 단검.

그 단검만을 쓰겠다고 한 것이, 레오가 내건 조건이었다.

“...레오 기사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미안합니다. 제 사정인데, 멋대로 신전 측과 말려들게 했군요.”

그런 문제로 물은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건방지고 거만한 여자더라도, 청탑주의 딸인 이상 그녀도 마법사로서의 거물에 속했다.

실제로 그녀는 5서클 마법사로서 청탑을 넘어 마탑에서도 인정받는 실력자였다.

“그런 게 아니라...!”

아리아스필마저 말리려고 하자, 레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괜찮아요.”

그러고는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저도 아가씨 말고는 다른 사람한테 지기 싫거든요.”

그러자 걱정으로 가득찼던 그녀의 얼굴은 붉게 변하며 자연히 레오를 붙잡은 손을 풀었다. 그렇게 아리아의 암묵적인 허락이 떨어지자 레오는 그녀를 바라보며 내기를 걸었다.

“당신이 이기면 댁 억지대로 청탑 전체하고 청탑주님, 그리고 당신한테도 사과하겠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공개 방식으로 말이에요.”

레오는 그 가증스러운 여자에게 나름의 여지를 주었다. 그런 조건과 얻을 대가를 생각하면 결코 자신이 손해를 볼 것은 아니었다.

“대신에 지면 군소리 없이 이 건에 대해서는 사과해줘야겠어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저하고 제 주변 사람들한테 아는 척하지 하지 마시고요.”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한 대가였다. 어차피 자신이 처음부터 노렸던 것도 이렇게 결투를 벌여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었으니 손해볼 것은 절대로 없었다.

오히려 저렇게 스스로에게 제약을 거니 자신에게는 유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아. 이제야 말이 통하네? 후배...”

“그리고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세요. 다시 신물이 올라오네요.”

참고로 이건 승패와 상관없는 통보였다. 자신이 부린 행패와 모욕은 망각한 것인지, 그녀는 양손을 부들거리며 지팡이를 들었다.

“따로 장소는 필요없겠지? 어차피 넌 일격에...”

“남은 생각도 안 하는 건 여전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한손으로 영창식을 펼쳐 보호의 진을 펼쳤다. 그 경계에 자연히 사람들은 원형의 결계 너머로 안전한 구역에 설 수 있었다.

“왜요? 정곡을 찔리고 기분 더러워하는 것도 여전합니까?”

그 도발에 못 참고 넘어간 것은 여전하게도 플라투스였다,

날아오는 건, 암석의 난사.

한 발 한 발의 골절을 넘어 뼈와 살점을 뚫을 위력을 발휘하는 암석의 마법이 발현된 것이었다.

문제는 그 복수의 마법을 1초 안 돼 실현했다는 점에 있었다. 썩어도 그녀는 고위 마법사, 그건 단순히 고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섯 개로 회전하는 서클 중 여분의 것은 하급 마법조차 고속으로 발현시켜주는 보조 장치가 되어주었다.

[템페스트 블래스트]

회피는 어려우니, 폭풍의 마법으로 바위의 소나기를 전부 흩어지게 만든다. 단순히 방어막을 전개했더라면 그대로 갇혀 독 안에 든 쥐처럼 공격당했을 것이다.

“크핫...! 하하하하!”

그 방어가 오히려 가소로웠는지 플라투스는 불쾌하라는 듯 비웃음을 내질렀다.

“너, 노력은 했네? 4년 동안 4서클이나 됐으면 잘 한 거지? 안 그래?”

아까 친 결계도 그렇고, 지금 날린 바람의 마법도 질과 속도를 고려하면 높게 쳐줘도 숙련된 4서클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물론 4년 동안 4서클이나 된 것은 상식적으로 괄목한 성장이었으나, 5서클에서 지속적으로 단련한 자신에게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아, 혹시 그런 단도로 싸우면 근접전에 방심할 줄 알았어?”

그런 조롱을 곁들이며 그녀는 지면에 마법진을 그리자,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렘들이 차례로 거구를 드러내었다.

“유학을 다녀오면서 내가 놀다 온 줄만 알았어? 근접 대응은 이미 생각해뒀다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골렘들 뒤에서 다음 마법을 미리 준비했다. 이대로 골렘들이 시간을 끌면 자신이 준비한 고화력의 마법으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하... 예상은 했다만...”

그 골렘들에 레오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떡하죠...?! 레오 기사님의 검으로는...!”

“아뇨. 상관없을 겁니다.”

그 불리한 전세에도 아인은 태연한 눈으로 반박했다.

“청탑주님과의 전투에서는 아이언 골렘도 초단위로 벴으니까요.”

한숨이 소폭 나오며, 레오나르도의 단검이 움직였다. 시야에서 사라진 레오가 어느새 지면에 착지했을때는 바위골렘들의 몸체가 차례로 동강이 났다.

“...무슨...!”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는 않았다. 불꽃으로 날이 길어진 단검에는 붉의 선의 궤적이 그려져 있었다. 단순히 잔상이었으나, 그건 선의 형태는 잔상의 의미로 끝나지 않았다.

“파이어 스톰.”

레오가 그렇게 외치자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화염의 폭풍이 몰아쳤다. 5서클의 마법은 아득히 넘을 그 폭발에 골렘은 형체 하나 없이 잿더미가 되었다.

“저게 아버지의 고유 마법입니다.”

지금 레오의 마법진은 검술의 형태로 담겨있었다.

“이름은 ‘무예와 마법의 아리아’입니다.”

한 여성의 이름이 연상되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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